실버1이 5일만에 플레1 되려면 얼마나 이겨야 하나요

"실력만 있으면 결국 자기 자리 찾아갑니다."

결국 표본이 많아지고 시행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자기가 가진 실력에 맞는 랭크에 근접한 결과값이 나올것이라는 원리에 기반한 이 논리는 랭크 낮아서 징징대는 사람에게 일침하는 목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갖가지 궤변과 핑계로 자신의 대리행위를 정당화시키는 비양심유저를 질타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사실 게임을 나름대로 잘 즐기고 있는 입장에서 누군가 현재 랭크시스템으로 인해 징징거리는것 자체가 못마땅 할수 있을것이다. 나는 지금 체제에서 열심히 게임해서 어디까지 올라갔고 그러한 성취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데 현재 체제가 부정당하면 마치 자신의 현재 실력도 부정당하는거 같은 불쾌감이 들수 있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잘못된 논리는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무책임한 조언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가 성립되려면 모두에게 자신의 실력을 검증할수 있는 공정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문제에 관한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결국 이렇게 말하고 싶을것이다.

"실력만 있으면 자기자리 찾아갑니다. (단, 당신이 게임하면서 쏟아지는 어떤 굴욕과 스트레스도 다 참아낼수 있고 그로 인한 페널티를 감수할수 있다면...)"

LOL은 팀원간의 배려와 협동이 필요한 5:5 게임이다. 그렇다면 게임 시스템은 최대한 유저간의 배려와 협동하게끔 독려할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조별 과제가 주어져서 다수의 사람들끼리 협동해서 과제를 수행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독단적으로 모든걸 자신의 뜻대로 과제를 진행하려 하는데 집단에 속한 다른 이들이 그와 타협할수 없는 상황이 되면 결국 선택지는 두가지로 나뉘게 된다. 그 사람 뜻에 순순히 따르면서 그가 하자는대로 과제를 진행하거나 /  그 사람을 배제하고 남은 사람들끼리 협동해서 과제를 진행하거나...나머지 팀원들은 선택의 자유가 있으며 여기에 있어서 뜻이 맞지 않는 그 사람을 배제한다고 해서 남은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불이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은 이런 상황에서 함부로 독단적인 태도를 취할수 없는 요인이 된다. 이걸로 소위 말하는 "갑질" 같은게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LOL의 현재 시스템은 유저들이 게임을 하고싶지 않은 권리, 게임을 포기할 권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만약 자신이 티모와 같은 팀을 이루어 게임하고 싶지 않는다면 약간의 점수와 일정수준의 시간동안 플레이할수 없는 페널티를 반드시 감수해야만 한다. 만약 승급전인 상황이라면 그에 대한 페널티는 더욱 크며 그로 인해 더욱 더 강제로 게임하는 상황을 강요받게 된다. 이것보다 더 안좋은 상황의 예도 있다. 만약 어떤 유저가 독단적으로 팀원들과 아무런 협의없이 소위말하는 "꼴픽" 을 시전하고 "꼬우면 닷지해라" 라는 싸가지없는 멘트와 함께 갑질을 시도한다면? 결국 페널티가 싫으면 그런 싸가지없는 행동을 시전하는 유저 뜻에 순순히 응한채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본인이 페널티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체 왜 페널티를 감수해야 하는것일까? 물론 보는 사람들은 닷지하는게 점수 보존에 있어서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을 한다. 근데 그건 2차적인 문제다. 게임을 포기하기 위해서 페널티를 감수해야만 하니 그것을 이용하여 비매너 유저들은 페널티가 내키지 않은 유저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갑질" 을 시도하고 만약 그 갑질이 안통하는 나같은 성질머리 더러운 유저가 존재할 경우 그 게임은 개판이 되어버리고 만다. 갑질한놈, 갑질에 맞서 싸운 성질 더러운놈은 물론이고 나머지 팀원 전체의 랭크 점수는 하락하게 되고 말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그럴바엔 닷지하는게 점수보존에 유익하다" 는 말은 랭크 점수라는 가치 하나만 바라보고 판단한다면 전혀 틀린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살펴보면 더럽기 짝이 없다. 결국 꼴픽패기를 시전한 유저에겐 정신승리할 건수를 제공하면서 본인은 고스란히 일정시간동안 게임을 플레이할수 없는 페널티를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닷지해서 점수 깎이지 않아 다행이야" 라고 위안삼을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 점수 깎이는게 두려워서 그런 이들이 나타날때마다 매번 져줘야 하며 그들이 정신승리하는 꼴이 점수 떨어지는 것보다 더 싫다면 그냥 매번 그런 사람들과 플레이하게 될때마다 패배를 감수해야 하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는것이 아닐까?

저건 게임을 시작하기전 포기하고 싶은 상황의 사례중 극히 일부일뿐이다. 채팅창만 봐도 취기가 느껴지는 술취한 유저부터 시작해서, 게임 시작전에 서로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유저. 단 한번도 플레이하지 않은 챔프를 픽하면서 장인이라고 거짓말하는 유저까지...이런 친구들데리고 게임한번 이겨볼려면 한 10살은 차이날법한 친구들한테 "형" 이라는 호칭 붙여가면서 달래가며 일일히 하나부터 열까지 비위 다 맞춰가며 자신이 가진 실력 모두를 발휘해도 게임을 승리할거란 확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 LOL은 이런 사람들과 게임을 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걸까? 이런 사람들 비위 못맞추면 그건 과연 실력이 없는것일까? 이런것도 우리가 흔히 사람의 기량을 평가하는 항목중 하나인 "멘탈" 이라는 요소에 포함되는 부분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런 한 개인의 일방적인 관용과 인내에만 의지해야 극복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규정이다.

마지막으로 이글 역시 현재 LOL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라 현재 시스템에서 만족스럽게 게임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제가 실력이 없어서 쓰는 징징글로 보일수도 있어서 말씀드리자면 저같이 재능없는 사람도 결국 몇백판, 몇천판이 되니까 랭크가 오르긴 오르더군요. 사람들이 말하는 심해까지 떨어졌다가 실론즈 탈출도 했고 이 이상 실력이 늘거같진 않지만 그 과정에서 실력이 늘었다는걸 느꼈습니다. 물론 전 본문에 나온대로 저런 상황에 있어서 나만 페널티를 감수해야 된다는게 스스로 불합리하다고 느껴서 닷지는 안하는 편입니다. 차라리 둘다 점수 까이는게 속은 편하더군요. 점수에 신경 안썼다기보다는 그만큼 제 성질이 더러웠기 때문인거 같지만...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는 차마 "실력있으면 올라갑니다" 라는 이야기는 못하겠습니다. 사회생활 하면서 이런저런 안좋은 꼴 다보고 남의 돈 먹는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 사람들이 성공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것과 같은 이유라 할 수 있을거같네요. LOL이 유저들이 게임을 자유롭게 포기할수 있는 권리만 인정해도 유저들이 받을 스트레스는 아주 많이 줄어들수 있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