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가장 많은 호응이 있었던 글 10건만. (로딩에 시간이 걸립니다)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올해는 총 11만명의 분이 찾아오셔서 약 22만 7천번 정도 글을 읽어 주셨습니다. 블로그에 찾아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총 29건의 글이 게시되었습니다. 글이 적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페북 분점 https://www.facebook.com/madscietistwordpress/ 에는 충분히 자주 글이 올라오므로 여기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가장 많은 조회수를 보인 글은 ‘그때 맥주집에서 돈 되지 않은 쓸데없는 실험이야기 하던 덕후들‘로 5만건에 달하는 압도적인 조회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접속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분이 역시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미국에서의 접속도 적지  않았습니다.

여튼 한 해동안 본 블로그에 들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역시 1편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2002년에 씌여진 글임. CRISPR/Cas9의 도래로 이 글은 새로 써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살다가 이런 글의 후속편을 쓰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그만큼 할일이 없다는 반증이겠죠…^^; 어찌 되었든, 이번에는 몇 개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다루었던 ‘Part I’과는 달리 ‘성계 시리즈’ (성계의 문장, 성계의 전기, 성계의 전기 2) 의 한 시리즈만을 놓고 심층 분석 (?) 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소위 ‘성계 시리즈’ 라고 알려진 모리오카 히로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선라이즈에서 1999년부터 제작된 이 시리즈는 많은 매니아로부터 관심을 끈 작품입니다. 광대한 스케일의 우주전 및 이 속에 양념처럼 버무러지는 로맨스, 꽤 치밀한 설정 (”초광속 여행’ 을 합리화하기 위해 도입된 ‘평면 우주’ 의 개념은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이것은 소설에서 다 설정해 둔 것이긴 하지만), 게다가 TV판 치고는 꽤 괜찮은 작화 등등..99년부터 매년 한 시즌씩 방송되어 벌써 3기의 방영 (그래봤자 36회 밖에 되지 않지만..) 을 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계속 시리즈가 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작사가 ‘건담’ 의 선라이즈라는 것을 생각하면 언제 끝날지 알수 없죠…)

이 작품에는 현존하는 과학의 시점에서 분석해 볼 만한 흥미있는 설정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앞에서 잠깐 말한 평면우주니 시공포니 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겠죠. 그렇지만 사실 저는 ‘시공포’ 라든지 ‘평면 우주’ 같은 것의 과학적인 근거에 대해서 깊게 논할 만한 물리학적 지식이 없으므로 이런 것에 대한 이야기는 생락하기로 하구요..제가 그나마 썰을 풀수 있는 분야인 생물학적인 관점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생물학적인 관점이라는 것은 결국 ‘아브’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모리오카 히로유키의 소설에서 아브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 옛날, 지구 궤도에 살던 어떤 민족은 우주 탐사를 위해 우주에 맞는 신체적 조건을 가지도록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복제 인간’을 만들었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인류와 구별하기 위하여 인류에게는 존재할 수 없는 ‘파란 머리’를 주었다. 우연히(?) 평면 우주를 통한 초광속 항행법을 알게 된 이들 ‘복제 인간’ 들은 모성과 독립하여 모성을 파괴하고 제국을 선포하였는데…” (이하 생략)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인 듯 싶습니다만..사실 그럴듯한 설정이긴 하네요.

어쨌든 ‘아브’의 주요 생물학적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성장한 이후에는 전혀 노화가 없고 수명은 보통 200세가 훨씬 넘는다. 한마디로 ‘불로장생’

(2) 남녀 할것 없이 모두 미남 미녀

(3) 특유한 파란 머리를 가진다. 

(4) ‘공식각’ 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감각 기관이 있어서 우주선 등에서 외부의 데이터와 링크할 수 있다. 

(5) 잘나가는 가문의 경우 가문별로 특유한 신체적 특징 (가징, 아브리얼의 큰 귀라든지 스폴의 붉은 눈동자 등) 을 가진다.

(6) 생식 방법이 다양하다..

애니메이션이나 원작 소설에서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유전자 조작’ 이라는 한 마디로 모든 설명을 대신해 버렸는데..(참으로 간단한 설명..’유전자 조작’ 한마디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어떻게 유전자 조작을 하느냐 같은 더티 웍은 저같은 사람한테 맡기면 된다 이거죠?..) 저는 바로 여기서 ‘어떻게’ 유전자 조작을 하면 아브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이 글 역시 ‘비평’의 차원에서 쓴 것이 아니라 그냥 재미 차원에서 쓴 글, 즉 웃고 즐기기 위한 글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만약 ‘성계의 문장’, ‘성계의 전기’ 시리즈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밑의 글을 읽으셔도 별로 재미가 없을 겁니다..이런 분들이라면 먼저 성계 시리즈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 다음의 사이트를 먼저 찾아보시거나 아니면 시중에 굴러다니는(?) 동영상을 보시는 게 좋을지도..

제작사 선라이즈의 공식 사이트 : 제작사 선라이즈(Sunrise) 의 공식 성계 사이트입니다. 일본어로 되어 있다는 것을 유의해 주세요.

Siney 님의 팬 사이트 : 국내의 팬이 제작한 성계 정보 사이트입니다매우 자세한 정보가 있으므로 꼭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그당시 원본에는 2단 편집까지 했다. 미쳤지 ㄷㄷㄷ

불로장수의  아브 만들기

이제 ‘불로장수’ 라는 아브의 가장 큰 생물학적 특징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합시다.

굳이 진시황 같은 사람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불로장수’는 인류가 오랜 세월동안 꿈꾸던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물론 근래의 의학 발전에 의해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성계 시리즈의 아브의 평균 수명인 200세에는 범접하기가 힘든 노릇이고..의학의 발전에 의해서 앞으로도 계속 평균 수명이 늘겠지만 근원적으로는 인간의 수명은 그렇게 고무줄처럼 무한정으로 늘어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결국 평균 수명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는 비약적인 진보를 위해서는 생명 현상의 ‘펌웨어’ (?) 라고 볼 수 있는 DNA를 손을 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일단 200세까지 살기 위해서는 현재 불치병이라고 생각되는 병들에 대한 해결책이 있어야 하겠죠? 어차피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수명이 연장된 인류를 만든다면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아예 유전자를 수정하여 이런 병이 일어날 소지를 줄이는 것이 보다 현명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도 다 이사겠지만, 2001년에 미국의 셀레라 지노믹스 (Celera Genomics)라는 회사가 인간 게놈(유전체) 를 구성하는 DNA의 염기 서열을 모두 밝혀내었습니다. 이것을 컴퓨터 쪽으로 풀어 설명한다면 “소스가 공개되지 않은 어떤 기기의 펌웨어를 분석하기 위해서 펌웨어를 다운로드받아 디스어셈블하였다” 수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인간 유전체의 염기 서열을 모두 결정한다고 해서 인간의 모든 병을 손쉽게 퇴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MS의 윈도우의 소스 코드나 바이너리 파일을 제 3자가 입수하였다고 당장 윈도우의 모든 버그를 수정하고 보다 나은 윈도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염기 서열이 모두 결정되었다고 인간의 모든 유전병 및 기타 질병의 해결 방법이 쉽게 나올 수는 없습니다. (윈도우 소스 코드는 그나마 주석이라도 달려 있지만 인간의 유전체라는 프로그램에는 창조주 (무신론자라면 ‘진화의 힘’ 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겠죠) 의 ‘주석’ 따위는 달려 있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계속적인 연구를 통해서 특정한 생명 현상에 관련된 유전자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반대로 특정한 유전자는 어떤 생명 현상이나 질병에 관련되어 있는지를 파악하여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언제 다 파악될지는 지금으로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몇십년 안에는 인간 게놈을 구성하는 유전자들의 기능들이 대략적으로는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난치병이라고 알려져 있는 암이나 알츠하이머병 (치매) 등을 유전자 레벨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역시 노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암 같은 불치병을 유전자 레벨에서 예방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암이라는 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사실 우리가 통칭해서 ‘암’ 이라고 불리는 질병들은 사실 발생 부위에 따라서 각각 다른 원인을 가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지만 암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은 세포가 이미 예정된 프로그램 이외로 ‘폭주’ (에바인감?) 하여 마구 분열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모든 고등동물의 세포는 ‘때와 장소를 가리면서’ 분열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수명이 다한 세포는 스스로 자살 (세포 사멸, apoptosis라고 합니다만) 하도록 되어 있는데..이런 컨트롤이 잘못되어 세포가 통제를 받지 않고 마구 자라게 된다면..이게 보통 암이 되는 것이지요. 암의 원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지금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으로는 여러가지 발암원에 의해서 DNA의 손상이 축적되고, 이런 손상이 계속 쌓여서 결국 유전자 레벨에서 세포 분열을 통제하는 유전자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게 됨으로써 일어난다는 설이 유력한 설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생체 내에 지니고 있는 DNA 손상을 수리하는 메커니즘을 좀 갈고 닦거나 (무슨 자동차 부품 닦냐?) 아니면 이렇게 컨트롤되지 않고 증식하는 세포만 표적으로 사멸되도록 만들도록 면역계를 강화한다면 충분히 암을 발생하지 않고 장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말은 쉽지만…^^;)

노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노화의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현재 각광을 받는 원인 중의 하나로는 산화 스트레스 (Oxidative Stress) 가 있는데 이런 과산화물에 의해 손상받는 유전 정보 및 단백질을 보호하기 위해서 강력한 산화 방지 메커니즘을 도입한다거나 (아예 비타민 C 같은 강력한 항산화제 – antioxidant – 를 생체 내에서 생합성하는 유전자들을 게놈에 몽땅 구겨넣는다든지..) 아니면 강력한 DNA 복구 시스템을 도입하고..

너무 자세한 설명을 하면 (솔직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무리가…^^;) 그냥 브라우저의 ‘이전’ 버튼을 누르실 것 같아서 이런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쳐야 될지를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1) 일단 유전병에 관련된 유전자를 제대로 수정해야 겠지요. 사실 현재까지 유전병에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진 유전자 및 이 유전자에 일어나는 돌연변이만 수천개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앞으로 연구가 진행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즉 이전에는 ‘유전병’ 이라고 여겨지지 않던 병들도 여기에 관련된 유전자가 발견된다면 ‘유전병’ 이 되는 셈이지요.) 이런 유전자들을 모조리 모아서 제대로 수정하기 위해서는..어마어마한 양의 DNA를 체외에서 (In vitro) 화학적으로 합성한 다음 이를 수정란에 전달해야 될 것입니다. 아니면 처음부터 우수한 형질을 가진 사람들을 좀 골라서 그들의 유전자를 ‘전통적인 방법’ (?) 으로 섞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겠지만..

(2) 암과 같은 난치병을 원천봉쇄하도록 유전자 수준에서 조작을 해야 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특이적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키도록 면역체계 (Cellular Immune Response) 를 강화시킨다던가, 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DNA 손상을 보호하는 단백질계를 강화시킨다든가…아무튼 인간의 게놈에 원래 있지 않은 ‘새로운 코드’ 를 추가하는 방향이 보다 효율적이겠지요.

(3) 마찬가지로 노화를 예방하기 위한 유전자 조작 (산화 스트레스 방지라든지, 세포 재생/사멸 시스템의 최적화(?) 라든지..) 을 수행할 타겟 유전자를 정하고 이에 맞도록 도입되거나 수정될 유전자를 합성합니다.

(4) 도입될 유전자가 다 정해진다면 생체 외에서 이 모든 유전자를 화학적으로 합성합니다. 지금 현재는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유전자의 길이가 그다지 크지 않아서 대장균 (Escherichia coli) 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증폭하지만 아마 이때쯤이면 완벽하게 모든 유전자 조작을 체외에서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해야지만 모든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고 모든 공정이 자동화되어야지만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의 유전자 조작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이렇게 새롭게 구성된 유전자를 수정란 상태에서 도입합니다. 옆에서 설명한 것처럼 아무리 이런 유전자 조작 기술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장한 생물의 모든 세포의 유전자를 갈아끼우는 것은 힘들 것이기 때문에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 조작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지금은 미세한 관을 이용하여 직접 유전자를 주사기로 찔러 넣는 조금은 무식한(?) 방법을 이용하지만 미래에는 보다 효율좋은 유전자 도입 방식이 나오겠지요. 그리고 지금의 외래 유전자 도입 효율은 극히 낮습니다만 (100번 시도하여 1번 성공하면 아주 효율이 높다고 생각할 정도이니) 인간의 수정란을 가지고 하는 미래의 ‘유전자 조작’ 사업에는 100% 의 효율일 필요합니다. 즉 100번 하면 100번 다 성공할 정도의 효율이 보장되어야 겠지요. 어떻게? 뭐 시간이 해결해 주겠죠. (무책임하군!)

이렇게 아브의 프로토 타입(?)이 만들어진 다음에 세부적인 버전업(?)은 세대를 나가며 천천히 해도 됩니다.  지금 앞에서 설명한 방법만 가지고 확실히 ‘불로장생’ 의 아브를 만든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제대로만 작동해 준다면 지금 평균 수명보다 몇십년은 올라가겠죠. 200살이나는 아브의 평균 수명에 도달하려면..다 시긴이 해결해 줄 겁니다. (역시 무책임한 설명..^^;)

사실 무병장수를 이룩하는 것에 비해서 ‘미남 미녀’ 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소설의 설정상 아브의 ‘프로토타입’ 을 만들때 자신의 민족에서 우수한 형질을 가진 사람들만을 선별하여 이 사람들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아브를 만들었다고 하니까요..특별한 일이 없는 한 쭉쭉빵빵 미남 미녀 자식이 못난이가 나올 확률은 별로 없으니까..

그렇지만 아브를 처음 만들 때가 아니고 아브 제국의 시대가 되어서 스스로 얼굴 생김새를 고쳐나가야 하는 경우는 어떻게 할까..(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서 틀려지기 마련이므로) 물론 인간의 노화와 수명 연장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모두 알려지고 이를 어떻게 수정하면 늙지 않고 병에도 걸리지 않는지가 알려졌다면 인간의 겉 생김새를 결정하는 유전자들이 어떤 것들이며, 이것들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작용하는지에 따라서 어떻게 생김새가 달라지는지도 잘 알려져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애를 가지게 되는 아브의 부모는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식의 유전자 조작을 요청하게 되겠죠.

“눈은 좀 더 가늘게 하구요..입술은 조금 더 갸름하고 저보다 색이 더 짙게..키는 한 172cm 정도가 어떨까?” (어이, 무슨 가구 주문하나?)

이렇게 주문하면 이미 잘 구축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의해 ‘눈의 형상을 조절하는 유전자’ 들을 어느 정도, 어떻게 발현시킬 것인지를 결정한 다음 발현 조절을 담당하는 조절 영역 DNA (대개 ‘프로모터’ – Promoter – 라고 불리는 전사 조절 영역이겠죠?) 과 해당하는 유전자를 융합시켜 수정란의 전반적인 유전자 조작시에 추가해 주면 되겠죠. (물론 이렇게 되려면 어떤 유전자를 어떻게 바꾸면 실제 생김새가 어떤 식으로 될 것인지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될 것입니다)

웬지 모르게 좀 싫은 느낌이라구요? 글쎄요. 이런 기술이 일반화되면 지금은 거부감을 느끼는 ‘인간 유전자 패치’ (..) 기술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르죠.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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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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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머리는 어떻게?

자..이렇게 해서 무병장수의 아브를 만들어 냈습니다. 너무 심각한 내용이었나요? 이번에는 조금 가벼운 것들을 생각해 봅시다.

‘아브’ 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특유한 ‘파란 머리카락’ 을 들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캐릭터마다 조금씩 색이 틀리긴 하지만..원작 소설을 보면 아브의 머리카락 색에 대해서 이런 유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브를 처음 ‘만들어 낸’ 사람들은 아브는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인간에게는 자연적으로 있을 수 없는 파란 머리카락이 나도록 하여 인간과 구별되도록 했다”

모리오카 히로유키씨의 말대로 인간은 염색을 하지 않는 이상 (..) 파란 머리카락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흑색, 흰색, 노란색, 빨강색, 은색, 고동색까지는 여러 인종을 훑어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파란색 머리카락이란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하셨죠? 물론 애니메이션에서는 ‘아야나미 레이’ 를 필두로 하여 반드레드의 ‘메이아’ , 나데시코의 ‘루리’, 천지무용의 ‘료코’  등 파란색 계열의 머리카락이 수두룩하지만…이거야 뭐 ‘만화’ 이야기니까..

‘인간에게 파란색 머리카락이 없다’ 라는 이야기는 현생 인류의 유전체 내에는 머리카락이 파란 색이 나도록 해 주는 파란 색소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가? 파란색 색소를 만들어 주는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찾아서 인간의 유전자에 삽입해 주면 되겠지요? 그렇지만 단순히 유전자를 삽입해 주는 것 만으로는 곤란하고 이 ‘파란색 색소’ 가 머리카락을 생성하는 모근 세포에서만 정확하게 만들어지도록 이 유전자가 모근 세포에서만 발현되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전자가 모근 세포에서만 발현되도록 해 주는 ‘프로모터’ (Promoter) 라는 DNA의 제어 영역도 같이 찾아야 하는데..사실 이런 것은 현재의 기술로도 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파란색 색소가 아무데서나 발현된다면 옆에서 보시는 것처럼 라피르의 얼굴에 푸른 반점이 곰팡이 핀 듯 돋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파란색 색소’ 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사실 현재에도 ‘색’ 을 내는 단백질 내지는 색소를 만들어 주는 효소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 중의 하나로는 GFP (Green Floresence Protein) 이라는 단백질인데 이것은 해파리 유래의 단백질로써 자외선을 받으면 초록색 형광을 내는 단백질입니다.

‘형광까지는 필요없다’ 라구요?…에이, 형광이 어떄서.어쩄든  가장 손쉬운 방법은 파란색 털을 가진 동물을 찾아서 그 동물에서 ‘파란색 색소’ 를 만들어 주는 유전자를 찾아서 도입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파란색 털을 가진 동물은 무엇이 있을까..주로 조류 계통에 이런 것이 많군요. ‘파랑새’ (Bluebird) 라는 것도 있고..공작의 꼬리에도 파란색 털이 있었죠? 이런 생물 유래의 유전자를 찾아서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도입해 주기만 한다면 그 이후에는 OK!  필요하다면 검은 색을 내는 색소 (멜라닌이던가요?) 의 유전자의 기능을 불활성시키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좀 더 미묘한 색깔이 필요하다구요? 가령 ‘문장’ 에 보면 라피르가 진트에게 ‘나는 내 머리 색이 좋아, 너무 진하지도 않고 옅지도 않은 파란색이라구’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사람마다 좋아하는 머리 색이 있나 봅니다. 이런 것은 어떻게 하는가? 파란색 색소의 발현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즉 보다 진한 파란색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약간만 색소를 만들어 주는 유전자가 조금 더 많이 작동하도록 만들어 주고..옅은 색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발현 레벨을 줄이고..물론 현재에는 말처럼 쉬운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고등생물에서 유전자의 발현 강도를 정확하게 조절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그다지 쉽지 않습니다) 뭐 아브 제국의 시대에는 안될 게 없겠지요.

음..너무 허황된 이야기라구요? 글쎄요.

제가 몇년 전에 학술대회 (분자생물학 학술대회였고 무슨 아니메 포럼 같은 것이 아닙니다..^^;) 에 참석했을 때 어떤 양반이 연구 발표를 하는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성함은 잊어버렸고 아마 독일의 Max Flank Institute 에 근무하시던 분이라고 생각되는데..이 양반은 장미와 같은 꽃의 색상을 바꾸는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이런 말을 하던 것이 기억나네요.

“지금 헤네시 코냑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파란 장미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다른 색과는 달리 파란 장미를 만드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다른 색의 장미를 만드는 것은 기존에 있는 색소 유전자를 불활성화하거나 발현 정도를 조절하면 가능한데 파란 색 색소는 장미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다른 생물에서 찾아서 도입해야 되는데 파란 색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는 한 가지가 아니고 여러 가지라서 동시에 여러 가지 유전자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 헤네시 코냑에서 파란 장미를 만드는 연구를 지원하는지는 알수 없고 (아마도 광고에 쓰려고 한 것이 아닐까요? 헤네시 코냑에는 파란 장미를…뭐 이런 카피와 함께) 이 양반의 연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그 후에 듣지 못했지만..파란색 장미를 만들 수 있다면 ‘파란색 머리카락’의 아브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사실 장미와 같은 식물이나 사람 등의 동물이나 유전체의 복잡성은 거의 거기서 거기기 때문에 장미의 색을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여 바꿀 수 있다면 사람의 머리카락이라고 기술적으로 안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식물의 경우에는 윤리적으로 실험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함부로 유전자 조작을 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 뿐이죠. (모르죠..세계의 어느 한 구석에서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지금도 이런 연구를 하고 있는지는…저는 아닙니다. ^^;)

결론적으로..아브의 가장 큰 특징인 ‘푸른 머리카락’ 은 현재의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도 그렇게 구현하기가 불가능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유전자 조작을 통해 푸른 머리카락을 만드느니..저 같으면 그냥 좋은 염색약이나 만들겠습니다. (^^;)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큰 귀와 붉은 눈은?

머리색에 이어서 이번에는 라피르 등의 ‘아브리얼’  가문의 ‘큼직한 귀’ 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사실 귀 모양을 바꾸는 것은 머리색을 바꾸는 것에 비해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단 현재까지는 귀와 같은 기관들이 어떻게 해서 이런 모양을 형성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정확한 생화학적/분자생물학적 기작이 밝혀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만 모르고 있고 연구 결과가 다 나와 있을지도…그러나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런 것은 사실 발생 생물학 (Developmental Biology) 의 영역인데, 기관이 만들어지면서 어떤 유전자가 순서대로 발현되어 기관의 정확한 모양을 형성하는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그나마 비슷한 부분에 대해서 연구가 되어 있는 부분이 초파리 (Drosophila Melanogaster) 의 경우인데 이전부터 유전적인 모델로 사용된 초파리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를 가진 돌연변이체들이 알려져 왔고 이런 돌연변이가 어떤 유전자에 존재하는지도 알려져 왔습니다. 이 유전자 대부분은 전사 인자 (Transcription Factor) 라든지 단백질 인산화 효소 (Protein Kinase) 등의 단백질로써 주로 특정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역활을 수행합니다. 즉 어떠한 단백질이 기관의 발생 단계에서 어느 정도 (혹은 언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서 이런 기관의 모양이 조절되게 된다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유전자 조작이 성형수술보다 더 손쉬운 아브의 시대에서는 물론 인간의 여러 가지 기관의 모양과 크기를 결정하는 유전자도 다 결정되어 있을 테니까..애를 낳기 전에 적절히 귀 모양도 조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흥미있는 것은 라피르의 귀는 다른 아브리얼 가문의 사람들보다 작은데..그 이유는 라피르의 유전자 제공자 (어머니 격에 해당하는) 프라키아 렉슈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귀 모양을 제대로 바로잡는’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뭐 그거야 개인의 취향이니까.

아브리얼의 ‘큰 귀’ 에 비하면 스폴의 ‘붉은 눈동자’ 쯤이야 아주 손쉽게 만들 수 있는데..기관의 모양을 조절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홍채의 색소만 조절해 주는 것이니까 다른 동물류에서 붉은색 홍채를 가진 동물의 유전자만 그대로 도입해 주면 금방이겠네요.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머리에 I-Link (?) 를 달아볼까?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i-Link는 IEEE1394의 애플에서 당시 부르던 상표명을 의미함

다음에 알아볼 것은 아브의 특징인 ‘공식각’ (空識覺              : Spatial Sensor)입니다.

아브는 인류에 비해 다른 하나의 감각 기관이 더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공식각’ 입니다. 이것은 우주선을 조종할 때는 배의 사고 결정 (컴퓨터인 셈이겠죠?) 과 연결하여 우주선의 외부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사용하고, 우주선에 탑승하지 않을 때는 전방위를 탐지하는 센서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아브가 머리에 쓰는 관 같은 것인 ‘알파’ 와 연결되어 기능을 수행한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이 기관은 디지털 데이터 (설마…유전자를 떡주무르듯 하고 초광속 이동을 현실화된 시대에 아날로그 데이터를 이용하지야 않을 것이고) 를 아날로그 데이터로 변환하는 일종의 D/A 컨버터 (DVDP나 A/V 리시버에도 들어있는..^^;) 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인간의 대뇌에서의 인지,기억이 어떠한 물리화학적인 방식으로 기억되어 있는지는 아직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이런 것은 디지털 데이터라기보다는 화학적 (이온 농도 구배에 의한 전위 포텐셜이 되었건 어쨌건)인 아날로그적인 데이터입니다.

이런 것을 구현하는데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대뇌의 ‘정보’ 가 어떤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인데…앞에서 말했다시피 현재는 이런 것에 대한 연구가 그리 많이 되어 있지 않으므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뇌과학 분야의 연구가 진행되면 밝혀지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현재 뇌과학 분야의 연구 수준은 분자생물학으로 따지자면 1950년대 이전에 ‘유전 정보가 어떻게 담겨져 있는지’ 를 모르던 시대의 수준이나 크게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대뇌의 기억이 어떤 물리화학적인 방법으로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 규명된다면 그 뒤를 이어서 외부의 시그널을 인위적으로 대뇌의 기억으로 변환시키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아브의 ‘공식각’ 도 꿈은 아니겠지요.

암튼 ‘아브의 공식각’ 은 현재로써는 그리 쉽게 구현하기 힘들다는 것이 결론이고..한 가지 여담 하나를 하자면 아브는 A/V 시스템 장만할 것 없이 그냥 디지털로 대뇌에 A/V 시그널을 링크시키기만 하면 홈 시어터가 구축되겠네요. 우주선 아랫층의 사람이 쿵쿵거린다고 항의하러 올 일도 없겠고…^^; 실제로  성계의 전기 II 에서는 비보스 제독이 공식각을 이용하여 소위 ‘공식각 예술’ 을 감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보아하니 무슨 스크린 세이버 같은 것이더군요…음..우주를 호령하는 아브의 취미 생활이 기껏해야 수천년 전의 스크린 세이버 수준의 그림 감상이라..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이전에 소프트웨어나 좀 제대로 해야 될 것 같네요.

The End..(Really?)

결론적으로 성계 시리즈 내에서 그려진 ‘아브’를 만들어 내는 것은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영역도 있지만 어쨌든 과학기술의 발전이 뒷받침된다면 전혀 불가능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즉 설정에 있어서 그리 과학적 상식을 뒤엎는 황당한 이야기는 없다는 말이죠. 물론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유전자 조작을 마치 프로그램을 패치하듯 뚝딱뚝딱 고치는 시대는 살아 생전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Part II’ 는 여기서 끝입니다. ‘성계 시리즈’ 를 접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별로 재미없을 내용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만..어쨌든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Part III 는 없냐구요?…그것도 역시 ‘이 글이 어떤 반향을 일으키느냐’ 보다는 ‘이런 글을 쓸 시간이 또 생기느냐’ 에 달린 문제겠지요. 사실 영화도 Part II 까지는 괜찮다가 Part III 가 되면 이상하게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무슨 프란시스 코플라 감독이냐?..^^;) 어쨌든 이만..

*참고로 이 글은 2002년에 작성되었는데 어떻게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찾아낸 글임. 따라서 요즘 블로그의 글과 문체가 다소 틀리고 지금의 발전상과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염두하기 바람. 그땐 CRISPR도 없었고 NGS도 없었다!  그리고 그때는 취소선 드립을 치지 않았다!. 그때도 본 블로그 주인은 이런 잉여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 블로그를 자주 들어오는 분이라면 뭐 새삼스럽지도 않겠다. 흑역사라도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거의 원본대로 백업해둠. 지금 이것도 흑역사라는게 함정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누구나 어떤 매체에서 자기의 생업(?)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특히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저 같은 사람은 SF 라는 장르를 보면서 그런 관심을 가지게 되죠. ‘에이, 저게 아닌데’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대부분의 SF라는 것은 ‘미래’ 라는 배경을 안고 있는 것이고 이 ‘미래’ 라는 배경은 대부분의 ‘비과학적인 설정’을  합리화시켜주는 좋은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그때가 되면 될지 누가 알아? 참 편한 방법이네요..) 그런데 사실 SF를  다룬 영화나 만화 등에서 과학적인 고증이라는 것이 작품의 완성도에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우리는 ‘과학 계몽 영화/만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작품 속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요소로의 ‘SF’를 보는 것이잖아요. 따라서 설령 현재의 과학 상식에 어긋나는 그런 내용이 작품속에 등장한다고 해서 ‘에이, 저거 말도 안돼’ 라고 트집을 잡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science FICTION’ 이잖아요. (다만 ‘Science’ 보다 ‘Fiction’ 쪽이 더 강조되긴 했지만..)

그렇지만 이런 작품 속에서의 요소들을 재미삼아 한번 현존하는 과학의 수준으로 분석해 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습니다. 뭐 영화나 만화를 만드는 사람이 ‘재미를 위해’ 과학의 껍데기를 자신의 작품 속에 집어 넣는 것도 자유이듯이 과학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재미를 위해’ 대중매체 속의 ‘과학’ 적인 요소들을 과학적인 시선으로 살펴보는 것도 자유 아니겠어요? 이렇게 발견된 요소들이 현재의 과학적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고 해도 이것을 빌미삼아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문제삼자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로만 무슨 재주로 재미있는 SF 영화나 만화를 만듭니까. 누가 압니까, 이런 자유로운 상상력에 의해서 오히려 해당하는 과학분야에 영향력을 미칠지. 사실 이미 ‘공상과학대전’ 인가 하는 일본인의 책에서 주로 70년대 슈퍼로봇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 (?) – 사실 물리학적 분석이라고 하는 쪽이 낫겠지만-이 이루어졌지만 솔직히 이 내용 자체도 그다지 높은 과학적 지식을 갖고 쓴 것 같지는 않아요. 슈퍼 로봇물의 이야기만큼이나 말도 안되는 설명도 많고.

개인적으로 분자 생물학(보다 알기쉽게 말하자면 ‘유전공학’ 이겠지만) 이라는 것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입장에서 대중매체에 표현되는 유전공학이나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까요?  여기서는 몇 가지 유명한 애니메이션에서 유전공학적인 내용이 중심 테마로 등장하는 것 중에서 지금의 과학 수준으로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몇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약간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즉 너무 황당해서 도저히 과학적인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빼구요..(예를 들어, ‘가츠라 마사가츠’ 의 ‘D.N.A’ 같은 것이라든지..) 그리고 이 글은 앞에서 말했듯이 작품 자체에 대한 흠을 잡자는 것이 아닌 단순한 ‘재미’ 를 위한 글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길..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사실 엄밀하게 말해서 ‘카우보이 비밥’ 이라는 작품은 SF나 ‘스페이스 오페라’ 라고 분류하기는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무대는 몇십 년 이후의 미래의 태양계 혹성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이 무대는 지구의 여러 지역을 단순히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고 묘사되는 장면들도 지극히 ‘현시대적’ 이기 때문입니다.그렇지만 가끔은 분자생물학을 하는 사람이 꽤 흥미를 가질 만한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대상으로 삼은 에피소드는 네번째 에피소드인 ‘Gateway Shuffle’ 입니다.

여기서는 사이비 환경보호 단체(를 빙자한 테러 집단이라고 해야겠지만) 인 트윙클 아줌마들이 ‘사람을 원숭이로 변환’시키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물학 무기를 등장시키고 스파이크 일당들이 이를 막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게 되는데..

이 ‘바이러스’ 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원숭이의 유전자는 약 2%밖에 틀리지 않고 여기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바이러스이다”, 즉 사람의 유전자에 특이적으로 작용하여 이를 ‘원숭이’ 유전자로 바꾸어 주면 인간이 원숭이가 될 것이 아닌가…하는 것인데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요?

일단 사람과 원숭이의 전체 게놈의 염기서열이 과연 2%밖에 틀리지 않을 것인가부터 따져봐야겠네요. 일단 사람의 경우에는 최근에 휴먼 게놈 프로젝트에 의해서 게놈의 염기 서열이 거의 모두 결정되었습니다만..원숭이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으므로 전체 염기 서열이 얼마나 같고 틀린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습니다.

물론 현재까지의 분자생물학적 연구에 의한다면 생체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러 가지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들은 사람이나 원숭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 (약 95-99% 이상의 유사성을 지닙니다) 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사실 이 차이는 세균 중에서 사람 장에 기생하는 ‘대장균’ (Escherichia coli) 과 메주 등을 띄울 때 여기에 자라는 균인 ‘고초균’ (Bacillus subtilis) 간의 유사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가 겨우 50-60% 정도의 유사성을 지닌다는 것에 비교한다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죠. 다만 문제는 사람과 같은 고등생물 게놈 내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약 0.1% 정도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현재까지는 기능을 확인할 수 없는 ‘쓸데없어 보이는’ (?)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사람과 원숭이의 차이가 2% 미만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사람’ 과 ‘원숭이’ 의 염기서열 차이가 2% 정도라고 해도 문제는 사람의 전체 23개 염색체 (2쌍씩 있으니까 모두 46개가 됩니다) 를 구성하는 전체 염기서열의 갯수는 30억 베이스,이것의 2% 라면 6천만 염기 (60Mbp)가 되는데 이 크기는 어느 정도의 크기냐면 대장균과 같은 세균의 전체 염기서열이 약 4백만 염기 (4Mbp) 이고 효모나 곰팡이와 같은 단일 세포를 가진 진핵 생물이 약 1천만 염기 (10Mbp)를 가졌다는 것에 비한다면 엄청나게 큰 크기이지요.

더우기 현존하는 바이러스 중에서 가장 게놈 크기가 큰 것들은 세균에 기생하는 박테리오파아지 (Bacteriophage) 계통인데 게놈 크기는 제일 큰 것들도 4만 베이스 (40Kbp: 박테리오파아지 람다) 부터 10만 베이스 (P1 파이지) 정도입니다. 식물이나 동물 바이러스는 의외로 크기가 작은데 AIDS를 유발하는 HIV 는 Kbp 정도입니다. 오히려 박테리아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식물이나 동물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보다 더 크다는 것은 좀 아이러니하네요. 따라서 기존의 바이러스에 존재하는 것보다 수백배 이상의 유전정보를 어떻게 바이러스에 구겨넣을 수 있을 것인가가 첫번째 문제겠네요. 마치 플로피 디스크에 어떻게 Divx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을까 고심하는 것과 마찬가지..

더우기 사람 염색체를 그대로 원숭이 염색체로 바꿔치기 할려면 사람과 원숭이가 틀린 부분 (60Mbp라고 치고) 에 대한 염기서열 정보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틀린 부분 근처’ 에 대한 정보도 있어야 제대로 따라서 단순히 사람과 원숭이가 유전자가 틀린 부분 이외에도 ‘그 부분 주변의 유전 정보’ 도 그 바이러스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60Mbp 이상의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있어야 하겠죠. 그리고 이런 유전정보 이외에도 이런 유전자 바꿔치기를 수행하는 도구 (효소) 를 만들어 주는 유전정보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고, 자기 복제에 관련된 정보, 그리고 유전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표피 단백질에 대한 유전자도 있어야 하겠죠. 그렇지만 사실 이런 정보들은 기존의 바이러스에서도 그다지 쉽게 구현되어 있으므로…기존의 바이러스 것을 잘 해킹해서(..) 사용하면 될 것이므로 큰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유전공학이라는 것이 이미 만들어진 자연계의 유전자를 좀 해킹하는 수준이라는 것을 아세요?)

그리고 또 한가지 문제는 이미 완전히 성장이 끝나버린 인간에 ‘바이러스’ 를 감염시켜 염색체를 바꿀 때의 문제입니다. 사실 인간의 몸 (인간이나 원숭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은 수십억 개 (정확히 몇 개 정도 되는지는 잘 모릅니다) 이상의 세포 (Cell) 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세포 하나하나에는 완전한 유전 정보를 포함하는 염색체가 들어 있습니다. 즉 ‘발가락 끝 상피세포’ 든, ‘심근세포’ 이든 서로 다른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완전히 동일한 염색체가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발가락 끝 상피세포’ 에서는 해당하는 세포에서 필요한 유전 정보만 해독되어 기능을 발휘하게 되고 동일한 염색체에 들어 있는 다른 정보들은 그냥 가만히 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염색체를 바꾸려면 일단 몸의 모든 세포의 염색체를 바꿔치기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즉 두뇌부터 발가락 끝까지의 수십억개가 넘는 모든 세포에 이 바이러스가 증식하여 염색체가 갈아치워져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럴려면 자기 증식 기능이 있어야 될 뿐만 아니라 (수십억 개가 넘는 모든 세포에 바이러스가 작용할려면 당연하겠지요?) 또 일단 ‘바꿔치기’ 작업을 한 다음에는 스스로 사멸해야 될 것입니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어마어마한 생체 에너지(ATP로 대변되는) 가 소모될 것인데 바이러스가 계속 증식을 하고 이미 염색체를 바꿔치기한 세포에 또 다시 ‘바꿔치기’ 작업을 계속한다면 이거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한번 바꿔치기 작업을 한 다음에는 얌전히 사멸하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되겠죠? 또 이런 바이러스가 성공적으로 면역체계를 피해서 몸 속의 모든 세포에 작용하기 위해서는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도 갖추어져야 됩니다.

두번? 문제는 단순히 염색체가 바뀐다고 세포의 기능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세포가 완전히 생성되고 이러한 세포가 모여서 기관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이런 기능을 통제하는 염색체 내의 ‘프로그램’ (과학적으로는 올바른 설명이 아닐지 모르지만 뭐 비유하자면 비슷합니다) 의 작동이 멈추게 되어야 합니다. 즉 무작정 세포가 증식하게 되면 문제가 커지게 되죠. (이런 게 바로 우리가 ‘암’ 이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따라서 완전히 분화된 세포가 재증식을 못하도록 유전자 레벨에서 고도의 조절 기작이 존재하고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노화된 세포의 경우에는 스스로 자살하도록 하여 체내의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하게 되어 있죠. (이런 것을 좀 학술적인 용어로 ‘Apoptosis’ 혹은 ‘Programmed Cell Death’ 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염색체를 바꾼 다음에는 바뀐 염색체에 따라서 다른 세포로 작동하도록 (원숭이와 사람의 세포는 좀 다를 테니까) 새로 유전자 발현이 이루어져야 됩니다. 그렇다면 원래 존재하고 있던 컨트롤 메커니즘을 모두 해제시키고 새롭게 유전자가 발현되도록 해야 하는데….흠..이것은 어떻게 해야 할런지 잘 대책이 안서네요. (하기야 유전자를 통째로 갈아치우는 기술이 존재하는데 이 정도 쯤이야…^^;) 그리고 이전에 세포 내에서 만들어졌던 ‘사람 단백질’을 제거하고 이를 새롭게 도입된 ‘원숭이 단백질’ 로 몽땅 갈아치워야 하는데 그럴려면 이를 위한 별도의 효소 시스템이 들어가야 되고..아, 복잡하다.

음..지루해 진다구요? ‘결론적으로 된다는 이야기야? 아니야?’ 라고 물으셨나요? 사실 현존하는 기술이나 이 기술을 바탕하여 등장할 향후 일이셥년 이내의 기술로는 카우보이 비밥의 트윙클 아줌마네처럼 사람을 원숭이로 일시에 전환시키는 생물학 병기를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앞으로 기술의 진보에 따라서 어떻게 될 지는 모른다는 것이지만..그렇지만 단일 유전자의 변이를 치료하는 기술은 현재도 연구되고 있고 이는 조만간 실용화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유전병의 경우에는 이것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것은 현재까지는 불가능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모든 세포의 유전자를 갈아끼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요.) 그렇지만 ‘바꿔 끼울’ 유전자의 크기가 아주 작거나 극히 일부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이런 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유전자 치료’ (Gene therapy) 라고 말하는데..결론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요원하다는 말씀!

그 외에 이 에피소드를 보면 꽤 생물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 고증을 했다는 것을 엿볼 수가 있군요. 가령 중간에 ‘인간의 유전자와 원숭이 유전자는 0.1% 만 틀리고’ 어쩌고 할 때 나오는 화면 중의 하나는 실제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Genbank) 의 일부네요. 그런데 우스운 것은 이런 고도의 분자생물학적 기술이 발달된 사회에서 몇십년 전에 사용하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인데….뭐 이것까지 트집잡는다면 좀 쫀쫀하다고 하겠죠. 그리고 하나 더, 여기서 나오는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화면은 일본에서 최초로 전체 염기 서열이 결정된 광합성 세균인 Synecocytosis sp. 이라는 사실! (이런 데서 이 만화가 어디 제품인가를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중간에 나오는 옆의 사진은 실제로 인간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출하여 제한효소 (Restriction Enzyme) 으로 자르고 이를 전기영동 (Electrophoresis) 이라는 방법으로 길이별로 분리한 사진입니다. 뭐 여기서의 주 테마인 ‘바이러스 무기’ 와는 그다지 관련이 있는 사진은 아닙니다만..그래도 이런 것을 어디서 구해서 쓴 게 어딥니까. 전반적으로 카우보이 비밥은 꽤 고증이 잘 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그림은 복원되지 않았음 ㅠ.ㅠ

 

일단 ‘유전자’ 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단하게 알아야 합니다. 인간의 모든 유전정보는 23개의 염색체 (인간은 동일한 염색체를 두 카피씩 갖고 있으니까 총 46개입니다) 에 담겨져 있는데 이 염색체의 구성 성분은 다들 아는 ‘DNA” (Deoxyribonucleotide)입니다. 이 DNA 에 담겨져 있는 것은 실제 생명체에서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기본 단위가 되는 단백질의 서열 정보입니다. 즉 DNA 에 담겨져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수십만 종류의 단백질이 만들어 지고 이들이 작동하여 각종 생명 현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즉, 염색체라는 것은 생명 현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프로그램’ 이 담겨져 있는 매체이고 이 매체는 ‘DNA’ 라는 물질로 되어 있다는 말이다..라는 것입니다. 이런 염색체는 생물의 거의 모든 세포 (간혹가다 분화가 끝나서 염색체를 찾아보기 힘든 세포도 있습니다다만) 에 다 담겨져 있으며 세포의 종류에 따라서 다른 염색체가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생물이라면 세포의 종류에 관계없이 완전히 동일한 염색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문서에서 일부 단어를 수정한다고 할 때..즉 ‘사람 염색체를 그대로 원숭이 염색체로 바꿔치기 하려면’ 이라는 문장을 ‘사람 염색체를 그대로 침팬치 염색체로 바꿔치기 하려면’ 이라는 문장으로 바꾸려면 단순히 ‘원숭이-> 침팬치’ 라는 바뀔 단어 이외에도 그 근처의 문장에 대한 정보도 있어야 제대로 바뀌게 되듯이 염색체 내의 일부 유전자를 바꾸려도 바꿀 유전자 주변의 약간의 유전자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생체 내에서도 이런 식으로 유전자가 변형되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부위 특이적 재조합’ (Site-Specific Recombination) 이라고 합니다

* 고등생물의 ‘미토콘드리아’ 나 ‘엽록체’ 같은 세포 소기관에는 원래의 게놈 이외에 별도의 DNA가 들어 있습니다. 마치 PC의 내부에 BIOS나 하드 디스크에 들어 있는 운영체제 이외에도 각각의 주변장치(키보드, 그래픽 카드 등등) 에는 해당하는 장치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펌웨어와 필요한 경우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들어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사실 여기에서는 분자생물학에 등장하는 많은 용어들을 실제 개념과는 상관없이 빌려 쓰고 있는 경우가 꽤 많은데…사실 별로 분자생물학적으로 논할 부분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즉 과학보다는 ‘판타지’ 에 가깝다는 이야기..^^;

뭐 그래도 분자생물학적으로 가장 분석해 볼 대상은 ‘아야나미 레이’ 일 텐데 뭐 다 아시겠지만 레이는 신지네 엄마 ‘유이’ 의 복제인간인 것처럼 묘사되지요.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만..) ‘복제인간’ 이라는 것이 이제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문제는 복제 인간을 만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복제 인간을 키우는’ 것이 문제이지요. 즉 타인의 체세포 내의 염색체를 수정란과 바꿔치기하여 복제 인간을 만드는 현재의 방법을 이용하는 경우 수정된 아이는 그냥 정상적인 아이처럼 대리모의 뱃속에서 자라서, 정상 출산을 하고, 다음은 정상적인 애처럼 키워야 합니다. 즉 수정란을 체외에서 급속히 성인으로 배양한다거나 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런 것은 현재까지는 가능하지는 않죠…또 하나의 문제는 ‘의식’ 에 대한 문제인데 만화에서는 여러 명의 ‘레이’ 가 등장하지만 동일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즉 여러 명의 레이를 복제해 두고 경우에 따라서 준비된 ‘기억’을 잽싸게 펌웨어에 업로드(..) 한후 기동시켜야 할 텐데..현재까지의 과학 기술로는 과연 인간의 대뇌에 의식이나 기억이 어떤 식으로 저장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도리가 없죠. (분명한 것은 유전자 내에 저장되어 있지 않다는 것 밖에는…) 즉 유전자를 복제해서 복제 인간을 만든다손 치더라도 이 ‘복제 인간’이 원본(?)의 기억까지 복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PC를 보고 동일한 부품을 사서 완전히 똑같이 조립을 한다고 하더라도 하드 디스크의 내용을 복사하지 않으면 ‘똑같은’ PC가 되지 않는 것처럼 단순히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복제 인간’ 은 ‘외형만 똑같은 쌍동이’ 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기억을 조작하여 대뇌속에 ‘업로드’ (..) 하는 기술이 있어야 에바에서 보듯 ‘레이 1호’, ‘레이 2호’ 를 뽑아낼 텐데..사람의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저장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지금에는 좀 무리겠죠?

앞으로 21세기의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분야가 바로 이런 ‘뇌과학’ 분야일텐데…지금까지의 연구 방법론과는 새로운 방법이 도입되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암튼 ‘레이’ 복제의 문제에 대해서는 ‘하드웨어 복제는 가능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문제다’라는 결론! (한가지 웃긴 것은 9화인가 아스카가 처음 레이를 만났을 때 레이가 눈을 떼지 않던 책은 바로 유전공학 입문에 관련한 서적이라는 것입니다. 레이는 자신의 비밀에 대해 스스로 자각하고 이를 알아보려고 한 것일까요? 그렇지만 그 책이 대학교 학부 학생이나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적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자신의 탄생 비밀을 알려면 한참 더 공부가 필요했을 겁니다. 열심히 공부하시죠, 아야나미양!)

그 외에 에바에서는 가끔 같잖게(?) 분자생물학적 용어를 빌려 쓰고 있는 경우들이 있지만 (센트럴 도그마, 시그마 유니트,프립노우 박스 등등..) 뭐 이런 것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도 많은 설명이 되어 있으니까 구태여 제가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본격적으로 여기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너무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생략..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여기도 원래는 그림이 있었는데 없어짐. 새로 캡춰해올 정도의 정성은 이제 없다. -.-

마지막으로, ‘기동전함 나데시코’ 에 대한 잡설.

사실 이 작품에는 분자생물학적으로 언급할 만한 내용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보손 점프’ 니 뭐니 하는 것은 실제로 가능한지 어쩐지 물리학자가 아닌 제가 언급할 노릇이 아니잖아요? 유일하게 관련된 부분이 있다면 1회에서 아키토가 나데시코에 승선했을 때 네르갈의 ‘프로스펙터’ 씨가 아키토의 혀에 무슨 온도계(?) 같은 것을 대서 신원을 알아내는 것 하고, 호시노 루리가 유전자 조작된 인재라는 것인데..여기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를 하죠.

일단 프로스펙터 씨가 쓰는 ‘신원 감식계’ 는 한번 혓바닥에 갖다 대면 곧바로 유전자 서열을 감식하여 신원을 알아내는 것으로 보아서 (1) 혓바닥의 상피세포를 취한다 (2) 상피 세포 내의 DNA를 추출한다 (3) 인간 게놈의 전체 (혹은 일부)를 염기서열을 결정한다 (4) 이를 데이터베이스에 검색하여 신원을 확인한다..이런 원리로 되어 있는 것 같네요. (3)에서 인간 게놈의 전체 혹은 일부의 염기서열을 결정하는지 (아니면 요즘 쓰는 것과 같은 신원 확인을 위한 다른 방법을 쓰는지) 는 확실하지 않지만 동일한 기계로 목성 도마뱀파(?) 의 ‘시라토리 스꾸무’ 가 ‘약간 유전자 조작이 되어 있다’ 라는 것을 아는 것을 보면 전체 게놈의 염기서열을 결정하는 것 같네요. 흠..뭐 나데시코의 시대는 200년 후 (2197년?) 로 되어 있으니까 그때쯤이면 지금은 10년 이상 걸린 인간 전체 유전자의 염기서열 결정을 단 1초에 할 수 있을 만한 기술이 생길지도 모르죠. 그리고 당연한 것이지만 그?쯤이면 태어나는 모든 아기의 유전자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어 있어야겠죠. (우리가 지금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지문을 찍듯이!) 물론 ‘신원 감식계’를 혀에 갖다댔을 때 나오는 사진은 별도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야 되겠죠…..설마 유전자 염기서열만으로 이 사람이 어떻게 생겼을지, 어떤 성격을 가졌을지 알긴 힘들 것 같네요. 이런 것은 환경적 요인에도 큰 영향을 받을테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 이야기는 ‘호시노 루리’ 에 대한 이야기인데, 후반부에 나오지만 루리는 유전자 조작된 인간 (Transgenic human?) 으로써 우주 개척시대에 걸맞는 지능과 육체를 가지도록 수정란 상태에서 조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음..뭐 사실 ‘카우보이 비밥’의 사람을 원숭이로 조작하는 바이러스에 비하자면 이것은 꽤 가능성 있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유전자 조작을 하려면 완전한 인간으로 분화되기 전의 수정란 상태에서 하는 편이 훨씬 용이하죠. 아직은 인간에 대한 복제 실험이나 유전자 조작 실험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있으므로 (모르는 일입니다. 어디선가 지하 골방에서 세계 정복을 획책하는 사이비 박사가 프랑켄쉬타인을 만들기 위해서 오늘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지…^^;) 시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쥐 (Mouse) 와 같은 실험 동물에서는 외래의 유전자를 수정란 상태에서 이식하는 실험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끝나고 인간의 지능에 관련된 유전자 부위들이 규명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 뭐 200년 뒤의 일이잖아요. 그렇지만 사실 사람의 지능이나 육체의 발달양식, 혹은 작물의 수확량 등 고차원적인 표현형(Phenotype) 을 지배하는 유전자의 경우에는 단일한 유전자가 관여한다기 보다는 여러 유전자에 의해, 혹은 유전자의 발현 정도에 따라서 매우 복잡하게 지배된다는 것이 현재 어렴풋이 알려져 있는데…따라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지능을 루리처럼 월등하게 만들려면 견적(?) 이 많이 나올 것 같다는..즉 한 유전자를 집어넣었다 뺐다가 하는 정도로는 어림없고 수많은 유전자를 동시에 조작하는 일이 필요한데..뭐 이것도 나중엔 어떻게 되겠죠. 상당히 무책임한 설명이죠? 루리 본인이 이런 설명을 보면 뭐라고 할 지 뻔히 들리는군요. “바보”.

전반적으로 나데시코는 다른 면에서는 모르지만 유전공학/분자생물학적인 면에서는 너무 상식을 초월한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의 기술을 바탕으로 해도 충분히 상상이 가능한 일들.. 음..이런 것은 오히려 상상력이 빈곤한 것에서 유래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잘 모르겠네요.

‘어이, Part I 이라고 했는데 Part II 도 있는 거야?’ 라고 묻는 분도 계실텐데..뭐 그건  이런 시시한 글을 쓸만큼 시간이 더 있을 것이냐에 달렸죠? 진짜 시간이 되면 각종 SF 영화 속에서 비친 분자생물학에 대한 이야기도 쓰고 싶은데 솔직히 진지하게 분석해 보고 싶을만큼 과학적으로 고증이 잘 된 영화가 그리 많은 것 같진 않네요.(그리 많은 영화를 보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는지도…^^;) 그러나 저러나 우리 Boss가 논문대신 이런 것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면 과연 어떻게 될까..으흐흐.

근데 Part II도 썼다는게 함정. 

오늘은 오랫만에 논문을 읽도록 한다. 오늘  읽을 논문은 두편이다.

 Boothby et al., (2015) Evidence for extensive horizontal gene transfer from the draft genome of a tardigrade, Proc. Natl. Acad. Sci 

 Koutsovoulos., (2015)  The genome of the tardigrade Hypsibius dujardini, BioRxiv

물곰, 혹은 곰벌레라고 불리는 생물이 있다. 완보동물문(Tardigrada)에 속하고 길이는 1mm 정도로 매우 작은 생물이다. 대충 이렇게 생긴 넘들이다.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전자현미경으로 이렇게 찍어놓으니 크게 보이지만 1mm도 안되는 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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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사는 곰 이게 아니니 착각하지마라.

근데 왜 이런 듣보잡 생물에 관심이 있는가? 이 동물 (저렇게 작아도 일단 동물이다) 은 생존력 끝판왕이라는데 관심이 있다. 위키피댜 느님에 따르면

  • 생존가능 기온이 −272.222 °C부터 149 °C
  •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것보다 100배 더 강한 방사능에서 생존가능
  • 음식과 물이 없이도 10년동안 생존가능
  • 3% 이하로 탈수가 되도 살수있음
  • 대기압의 1200배에서도 생존

등과 같은 ㅎㄷㄷ 한 특성을 가진다. 그렇다면 이런 특성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지놈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Hypsibius dujardini 라는 학명을 가진 곰벌레에 대해서 지놈 시퀀싱이 수행되었고, 그것도 두 곳, 즉 미쿡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과 영쿡의 에딘버러 대학에서 각각 진행이 되었고 그게 저 위의 두개 논문이다.

여기서만 보면 뭐 흔히 나오는 ‘요기 희한한 생물  지놈 시퀀싱했쪄염~ 뿌우’ 하는 논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아…물곰의 지놈 안에는 박테리아 DNA 가 가득해!’ 

그래서 노스캐롤라이나 그룹에서 물곰/곰벌레에서 DNA를 뽑고, 이것을 가지고 시퀀싱해서 지놈을 분석해보아서 아래와 같은 논문이 똭 등장.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그런데 이 내용이 상당히 신박한 내용이다. 물곰은 일단 동물인데, 이의 지놈시퀀스에서 유전자를 분석해 보니까 계통분류적으로 진핵생물 유래로 판단되는게 51% 정도이고, 박테리아와 높은 상동성을 가지는 유전자가 무려 16% 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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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정상적인 성적 번식과는 다른 비정상적인 외래유전자가 도입되는 소위 수평적 유전자 전이 (Horizontal Gene Transfer:HGT) 로 세균 유전자가 동물 유전체의 전체 유전자의 16% 에 달한다는 신박한 이야기이다. 서점에서 소설을 구입하여 책 페이지를 펼쳤는데 전체 페이지의 16%가 내용상 전혀 연결되지 않은 만화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 상황이랄까..

물론 기존에도 종간, 심지어 Kingdom 간 유전자의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는 존재한다. 가령 E.coli 는 대부분의 세균과는 다르게 tRNA(Gln)에 glutamine을 붙이는 GlnRS라는 효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 효소는 진핵생물에서 박테리아로  HGT를 통해서 전달되고 획득되었다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있다. 수천페이지 소설책에 가끔 만화 한컷 들어있는격

그러나  지금의 경우처럼 동물의 유전체에서 발견되는 유전자의 16% 가 세균 유래라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못해 쉽게 믿기 힘든 수준 새로 나온 역사교과서를 펼쳤더니 페이지의 16% 가 드래곤볼의 일부더라 임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뉴스’ 임은 분명하기 때문에 대중매체에서도 기사화되었고, 국내의 언론에서도 소개되었다.

우주 최강 생명체 ‘물곰’의 DNA 밝혀졌다 : 美 연구진, “외부 DNA 많이 지닌 것이 질긴 생명력의 원동력”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저자들은 박테리아유전자를 통해서 chaperone, DNA damage repair 효소 등과 같은 스트레스에 저항성을 주는 유전자를 ‘흡수’ 하는 것이 물곰의 강인한 생명력의 원천이라고  Discussion 부분에서 근거없는 구라주장을 하였다. 뭐 좋다 이거다.

악마는 항상 디테일에 존재

그런데 논문을 읽어본 학자들 중에서 지놈 시퀀싱에 어느정도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통계수치가 좀 묘하다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이사람들이 추정한 지놈의 사이즈는 212.3Mb 이므로 고등생물로 따지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예쁜꼬마선충이 100Mb, 초파리가 130Mb, 사람은 3.2Gb) 그리고 추정되는 지놈 길이의 약 126배에 달하는 시퀀싱 데이터, 그리고 긴 지놈을 어셈블리할때 유용한 Illumina Molecule Read, 그리고 PacBio의 Long Read 까지 확보를 하였다. 그런데 어셈블리하여 얻은 지놈의 contig N50 값은 15.2kb 에 불과하며 (시퀀싱 데이터를 어셈블리하여 나온 Contig 를 사이즈별로 긴것부터 작은 순으로 정렬한 다음, 그 합이 전체 지놈 길이의 딱 절반에 해당하는 위치의 contig가 15.2kb 라는 이야기. 이 수치가 크면 클수록 지놈 어셈블리가 조가리가 덜 났다는 이야기이다) 시퀀스 상에서 연속되지는 않았지만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가 있는 scaffold 의 경우 contig N50 과 별 차이없는 15.9kb 밖에 되지 않았다.  이것은 비슷한 사이즈의 지놈을 가진 다른 생물을 비슷한 수준의 데이터를 가지고 어셈블리할때 기대되는 수치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tardigrade @Illumina + Moleculo + @PacBio scaffold N50 16 kb, w 212 Mb assembly–>dubious https://t.co/LSXnZFzgRl pic.twitter.com/88gGF5FPX6

— Weigel Lab (@PlantEvolution) November 25, 2015

물론 생물의 지놈에는 반복서열이 존재하고 이렇게 반복서열이 특별히 많이 존재하는 생물일수록 어셈블리 퀄리티가 낮아지기 때문에 저자들은 ‘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반복서열이 많은가부지’ 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붕어빵에 붕어 없고 물곰 지놈에 박테리아 DNA 별로 없다.

이 논문이 나온지 일주일도 안된 시점에서 또 다른 논문이 논문 프리프린트 서버인 bioRixv에 출현했다. 그것이 영쿡쪽의 저 위의 두번째 논문인데..초록을 보시라.

Tardigrades are meiofaunal ecdysozoans and are key to understanding the origins of Arthropoda. We present the genome of the tardigrade Hypsibius dujardini, assembled from Illumina paired and mate-pair data. While the raw data indicated extensive contamination with bacteria, presumably from the gut or surface of the animals, careful cleaning generated a clean tardigrade dataset for assembly. We also generated an expressed sequence tag dataset, a Sanger genome survey dataset and used these and Illumina RNA-Seq data for assembly validation and gene prediction. The genome assembly is ~130 Mb in span, has an N50 length of over 50 kb, and an N90 length of 6 kb. We predict 23,031 protein-coding genes in the genome, which is available in a dedicated genome browser at http://www.tardigrades.org. We compare our assembly to a recently published one for the same species and do not find support for massive horizontal gene transfer. Additional analyses of the genome are ongoing.

우리도 물곰 Hypsibius dujardini 지놈을 일루미나 시퀀싱을 통하여 만들었다. 원 시퀀싱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까 박테리아 DNA가 아주 많이 오염되어 있었고, 아마도 동물의 장내 혹은 표면에서 온 것 같다. 이러한 박테리아 DNA에서 온 것으로 판단되는 시퀀싱 데이터를 잘 제거하고 어셈블리를 해보니, 지놈의 사이즈는 130Mb 정도이고, N50 Contig 길이는 50kb가 넘었으며, 약 23000개의 유전자를 예측하였다. 이것을 이미 발표된 지놈 시퀀싱 결과와 비교를 해보니, 우리의 결과로는 이전에 주장되는 것처럼 대규모적인 수평적 유전자 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즉 물곰 지놈에 박테리아로부터 유래된 대규모로 유전자가 있다고? 노!

가 그들의 결론이다. Headshot!

잘 이해가 안되는 분들을 위해서 상황을 설명하도록 하자. 물곰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크기가 1mm도 안되는 작은 생물이다. 따라서 DNA를 뽑기 위해서는 통째로 시퀀싱을 해야 한다. 따라서 장내에 살고 있을수도 있는 미생물들의 DNA들 역시 물곰의 지노믹 DNA에 끼어들어간다.

어떻게 하면 빡치는 친구 죽일수 잇는가

시퀀싱을 할때는 한번에 긴 길이의 DNA 정보를 얻을 수 없으므로 DNA를 잘게 잘라서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시퀀스 데이터를 확보한다. 이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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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곰에서 나온 시퀀싱 데이터와 다른 잡소스 유래의 시퀀싱 데이터가 섞여있게 되고, 이것을 어셈블리 과정을 통해서 조립된 서열 (Contig)으로 바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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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나온 어셈블리 결과물인 Contig 서열에는 물곰 유래의 DNA에서 조립된 Contig도 있겠지만, 미생물 데이터로부터 어셈블리된 Contig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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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DNA 샘플 중에는 잡다한 여러가지 미생물이 섞인 데이터보다는 물곰에서 나온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물곰에서 나온 시퀀스로 나온 contig 는 상대적으로 contig를 이루는 시퀀스 데이터 (read라고 부름) 가 많다. 반면에 잡 박테리아 유래의 contig는 상대적으로 빈도가 낮은 DNA로부터 조립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contig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리드가 적을것이다.

또 다른 차이라면 생물종마다 C:G 의 비율이 얼마나 되어있느냐는 틀린데, 만약 이렇게 외래의 DNA가 들어있다면 contig 별로 C:G의 비율이 틀려질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시퀀싱 데이터에 다른 생물의 DNA가 섞여있는지를 검증하는 툴이 2013년에 나왔는데 해당 논문은 이것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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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플롯은 어셈블리 후 나온 각각의 Contig의 Coverage (평균적으로 염기서열당 몇 번 정도 중복하여 읽었나) 를 Y축, CG Content (전체 염기서열에서 G,C가 차지하는 비중) 을 X축으로 하여 점을 찍은  것이다. A 패널의 경우에 보라색은 C.elegans인데 전반적으로 특정한 Coveraged와 CG Ratio에 중심이 되서 분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혼입된 DNA는 전반적으로 Coverage가 낮거나 CG Ratio가 틀린 것을 볼 수 있다. (오른쪽의 여러색으로 나와있는 부분) 이렇게 하여 문제를 유발하는 read를 제거하고 다시 어셈블을 한 결과는 B와 같이 균일한 분포를 보인다.

이들은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시퀀싱한 데이터를 이 툴을 이용하여 분석을 하였다. 그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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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으로 CG Content가 다른 contig가 다수 보이며, 이들은 대개 박테리아 지놈과 상동성을 보인다. 그리고 이들은 전반적으로 coverage가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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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제거하고 다시 어셈블한 경우 coverage 및 CG content의 분포가 ‘쌍봉’ 을 이루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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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발표된 (유전자의 16% 가 박테리아 유래라고 했던) 어셈블리로 이 분석을 해보니 coverage가 낮고 CG content가 낮은 contig가 다량 존재하며, 이들의 거의 대부분은 박테리아 유래의 유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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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y-A 로 Selection된 mRNA RNA-Seq 데이터를 같이 분석해보니, RNA로 많이 발현되는 유전자는 coverage가 높고 CG content가 일정한 contig에서 대개 매핑된다. 그러나 bacteria 유전자와 흡사한 적은 coverage를 가진 contig에서는 거의 RNA가 매핑되지 않는다. 즉 그 자투리 contig는 mRNA로 안 만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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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버전의 어셈블리를 비교해 보니 에딘버러 (박테리아 contamination을 제거한) 의 어셈블리에서 유추된 지놈의 길이는 132Mb로 UNC의 224Mb 보다 거의 90Mb가 짧았다. 더우기 전체 어셈블리가 얼마나 단편화되어 있는지를 보는 기준인 N50 scaffold 길이 역시 에딘버러 쪽이 3배 이상 길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어셈블리에는 과연 박테리아 유래로 추정되는 유전자가 없을까? 약 30개 정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체 유전자 갯수의 16% (전체 유전자는 약 30000개가 넘는다) 로 추정되던 수치는 터무니없는 수치로 보인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조금 두고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곰벌레/물곰이 박테리아 유전자를 지놈의 16% 이상 가지고 있고 이것 때문에 그런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다라는 논문의 팬시한 가설은 매우 위태로와진것으로 보인다.

몇가지 드는 생각

차세대 시퀀싱이 보편화되고 이를 통해 온갖 잡스러운 생물의 지놈, 특정한 조직, 세포의  RNA-Seq 등등의 수많은 데이터들이 쏟아진다. 가끔은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서 기존에 생각지 못한 ‘획기적’ 인 발견을 주장하면서 이런 논문들이 출현한다.

그러나 “유별난 주장은 유별난 증거를 요구한다” extraordinary claims demand extraordinary evidence 라는 이야기가 있다. 즉 종래의 상식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고 좋아하기 이전에 이것이 artifact일 가능성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비판자도 굴복을 시킬 수 있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저널의 ‘출판 후 리뷰’ 및 ‘Preprint’ 가 가지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일인것 같다. IF가 높은 저널에 실린 결과를 그 저널의 ‘권위’ 에 눌려서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듣고있나 오모양?). 그리고 현대와 같이 커뮤니케이션이 빠른 시대에 전통적인 저널의 출판과정을 거쳐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느린 일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논문 나온지 일주일 만에 저격논문이 온라인에 똵! 

그리고 저 정도의 극심한 문제점은 아닐지라도 많은 지놈 시퀀싱 어셈블리, 혹은 high throughput data에는 적든 많든 오류가 있고, 이들을 단지 ‘논문이 N모잡지에 나왔다’ 만으로 그 내용을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주는 한가지 예가 되겠다. 특히 많은 생물학자들이 이러한 데이터를 제대로(비판적으로) 직접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해석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데이터 (가령 웨스턴 블로팅 결과나 현미경 사진) 은 해당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것들이 쉽게 지적되고 발견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하이스루풋 데이터는 요즘의 저널에는 웨스턴이나 현미경 사진만큼 자주 등장하지만, 대량의 데이터를 들추어 보는 능력이 없는 생물학자들에게는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볼 방법이 없다. 이는 마치 웨스턴이나 현미경 사진의 의미를 전혀 모르면서 남에게 받은 데이터를 자기 논문에 싣는 것 만큼이나 위험한 일이 아닐까.  대량의 데이터를 뽑아내고 이를 분석하는 것이 주업이 아니고 여기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이런 상황에 봉착했을때 이런 데이터가 똥인지 된장인지 정도는 판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을 갖추어야 할 때라고 본다.

P.S.  한가지 흠좀무한 것은 두번째 논문을 쓴 에딘버러팀은 첫번째 논문의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첫번째 논문이 공개되자마자 바로 반박논문을 프리프린트 서버에 올렸다. 결국 조용히 저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인데..ㄷㄷㄷ

P.S.2 : 아마도 예상컨대 이 논문은 처음 P모저널에 가기보다는 다른 저널에 갔다가 몇번 굴러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리뷰어들의 지적을 받았을텐데,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아무도 지적을 안했나?

P.S.3 : P모 저널은 NAS멤버일 경우 극히 형식적인 리뷰를 통해 (리뷰를 하긴 하는데 에디터인 본인이 지명하는 사람에게 리뷰를 보낸다..학계의 거물급인 NAS 멤버가 리뷰를 부탁하는데 ‘리젝버거 드셈’ 을 외칠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ㅋ) 논문이 나가서 가끔 어이없는 논문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논문은 저자에 NAS멤버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해당 논문을 담당한 NAS Member는 W.Ford Doolittle로써 HGT 를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다. 흠 HGT가 지놈의 두자리수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팬시한 스토리에 그냥 정신줄을 놓으셨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