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톡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

국내 스마트폰 보급 대수는 2천만대를 넘보고 있지만, '카카오톡' 이용자는 벌써 2500만명이 넘었다.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4개 언어로 제공되고 있음에도 이미 26개 나라에서 카카오톡을 쓴다. 전체 이용자의 20%인 500만명은 해외 이용자다. 한 이용자당 평균 65명의 친구와 연결하고 있으며, 이들이 올리는 메시지는 하루 6억개에 이른다.

이 정도면 단순한 스마트폰용 메시징 앱 수준을 넘어선다. 그래서 카카오톡의 다음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메시징 서비스를 넘어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심산이다.

여기서 '플랫폼'이 뜻하는 바는 두 가지다. 지인끼리 안부를 묻는 사적 메시지를 넘어 다양한 브랜드나 정보와도 '친구'를 맺는다는 점과, 카카오를 넘어 다양한 모바일 앱으로 메시지를 확장하겠다는 뜻이다.

카카오는 10월12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카카오톡 플랫폼 진화 방향을 미디어데이를 통해 소개했다.

'플러스친구'로 메시지 넘어 정보 공유

카카오를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핵심 서비스는 두 가지다. '플러스친구'와 '카카오링크2.0'이다.

플러스친구는 확장된 친구 관계다. 이제 카카오톡에서 관심 정보나 뉴스, 할인쿠폰과 공연 동영상 등을 제공하는 사업자나 브랜드를 친구로 맺을 수 있게 됐다. 예컨대 'SM타운'을 친구로 맺으면 오늘 아침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찍은 따끈한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전송받고 뉴욕 공연 동영상도 실시간 받아보게 된다. '무비위크' 친구는 이번주 신작 영화나 출연자 정보를 메시지로 쏴주고, '아웃백스테이크'는 집 근처 매장에서 무료로 쓸 수 있는 음료수 쿠폰을 보내준다. '메시지'를 넘어 '정보'를 주고받는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친구 맺는 방법도 다를 바 없다. 지금처럼 관심 있는 플러스친구를 친구로 등록하면 된다. 추천 친구 목록에서 찾아 등록하거나, 아이디를 직접 검색해 친구로 등록하면 된다. 친구 등록 과정에서 이용자 개인정보는 상대방에게 전송되지 않는다. 플러스친구가 보내주는 정보나 혜택이 필요없다고 여겨지면 언제든 친구에서 삭제할 수 있다.

카카오는 우선 21곳 파트너와 함께 플러스친구 서비스를 시작한 뒤, 친구 대상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제범 카카오 대표는 "궁극적으로 모든 스타나 브랜드, 소상공인이 들어올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을 지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카카오톡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

최근 카카오톡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

외부 앱으로 메시지 확장하는 '플러스링크'

플러스친구가 기업이나 브랜드를 위한 플랫폼이라면, 카카오링크는 앱 개발사를 위한 플랫폼이다. 카카오링크는 모바일 앱이나 웹페이지에서 카카오톡으로 링크를 보낼 수 있는 API다. 앱 개발사가 이를 적용하면 해당 앱 이용자가 카카오톡으로 관련 링크를 전송해 친구에게 정보를 알려주거나 친구를 앱으로 초청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카카오링크1.0'을 공개해, 지금까지 1천여개에 이르는 앱이 카카오링크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카카오링크1.0은 모바일웹으로만 콘텐츠를 보내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카카오링크2.0은 모바일웹 뿐 아니라 앱으로 직접 링크를 전송하도록 개선됐다. 대표적인 게 게임이다. 예컨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카오스 디펜스' 게임을 즐기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카카오톡 배틀' 버튼을 눌러 카카오톡 친구에게 초대 메시지를 보내고, 메시지를 받은 친구가 '앱으로 연결' 버튼을 눌러 게임을 함께 즐기는 식이다.

카카오링크는 어떤 앱 개발사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API를 열었다. 지도 앱 제작사라면 카카오링크를 연동해, 이용자가 카카오톡 친구에게 모임 장소 지도를 링크로 전송하고 공유할 수 있다. 음악이나 동영상 앱에서 카카오링크를 적용하면, 카카오톡 친구끼리 앱 안에서 같은 음악이나 동영상을 함께 띄워놓고 즐길 수 있다.

최근 카카오톡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

최근 카카오톡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

이제범 카카오 대표는 "모바일에서 중요한 것은 실시간성과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것, 두 가지"라며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도 의미 있는 정보를 실시간 주고받는 플랫폼이자, 오프라인에서도 스마트폰으로 항상 연결돼 있는 세상이란 점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꾸준히 도전해나갈 것"이라고 카카오 플랫폼의 도전 방향을 밝혔다.

카카오는 플러스친구와 카카오링크2.0을 발표하며 기존 4개 언어 외에 중국어 번체·간체, 태국어, 터키어, 독일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지원을 시작했다. 지난 9월에는 리서치인모션(RIM)과 손잡고 블랙베리용 카카오톡 공개 시험판도 내놓았다. 카카오와 RIM은 올해 안에 블랙베리에 최적화된 카카오톡 정식판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메시지 전송 속도를 최대 20배까지 높이는 '겁나 빠른 황소'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안드로이드용 이용자를 대상으로 오늘부터 잇따라 적용되며, 아이폰 이용자는 11월말께부터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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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카오톡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

토양과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 바다에 버려지는 것만 한 해 수백만톤이다. 샬머스공대 제공

이건 ‘순리’일까 ‘역리’일까?

세상을 순조롭게 돌아가게 하는 이치에 맞느냐를 기준으로 순리(順理)와 역리(逆理)를 구분한다. ‘하늘에 순응하는 자는 살고, 하늘을 거스르는 자는 망할 것이다’(順天者存 逆天者亡)라는 맹자의 경구에 뿌리를 둔 이 화두를 떠올리게 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다와 토양의 미생물들이 갈수록 주변에 넘쳐나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아 살아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연구 보고서다.

스웨덴 샬머스공대 생명과학부 과학자들이 자연에서 채취한 유전체(DNA) 표본에서 2억개 이상의 유전자를 가려낸 뒤, 여기서 10가지 유형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3만가지 효소를 발견했다고 미국미생물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미생물 생태학’(Microbial Ecology) 저널에 최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미생물의 플라스틱 분해 잠재력에 관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평가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분석 대상이 된 유기체의 4분의 1이 분해 효소를 가지고 있었으며, 효소의 수와 유형은 플라스틱의 양과 유형에 조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는 플라스틱 오염이 지구 미생물 생태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자연 환경으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에 흘러드는 것만 해도 한 해 900만~140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시 수거해 재활용하는 것이지만 수거율은 극히 낮다. 또 플라스틱은 잘 분해되지도 않아 갈수록 자연을 오염시키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자연에 방치된 페트병(PET)의 예상 수명은 16~48년이다.

따라서 효소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구성 물질들로 분해한 뒤 다시 제품 원료로 쓸 수 있다면 오염도 제거하고 새로운 플라스틱 생산 수요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시 산업화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효소 후보들을 찾아낸 셈이다.

연구를 이끈 알렉세이 젤레즈니악(Aleksej Zelezniak) 교수는 ‘가디언’에 “전 세계 미생물군집의 플라스틱 분해 잠재력이 환경 플라스틱 오염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톡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이 발견된 장소. Microbial Ecology 제공

플라스틱 70년간 누적되며 새 진화 경로가 된 듯

연구진은 예상치 못할 정도로 다양한 장소에 다양한 효소 미생물이 그렇게 많이 분포돼 있는 것에 놀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 70년 사이 플라스틱 생산량이 연간 200만톤에 3억8000만톤으로 급증하면서 미생물들이 주변 천지에 깔린 플라스틱을 먹고 사는 쪽으로 진화할 시간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우선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이미 확인된 95가지 미생물 효소와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런 다음 전 세계 236개 지역에서 채취한 환경 DNA 표본에서 비슷한 효소를 찾았다.

분석 결과 바다 표본에서는 약 1만2천개의 새로운 효소가 발견됐다. 67개 지역의 3가지 서로 다른 수심에서 채취한 것들이다. 수심이 깊은 곳일수록 분해 효소가 더 많았다.

38개국 11개 지역의 169개 장소에서 채취한 토양 표본에서는 약 1만8천개의 플라스틱 분해 효소가 발견됐다. 토양에는 바다보다 프탈레이트가 포함된 플라스틱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첨가하는 화학 물질이다. 연구진은 토양 표본에서 이 화학물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더 많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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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의 6분의 1이 플라스틱 병이다. 픽사베이

눈길을 끄는 건 새롭게 발견한 효소의 60% 가까이가 기존의 효소 부류와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는 이 효소들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방식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한다는 걸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변화한 환경에 맞춰 새롭게 진화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플라스틱을 먹는 미생물이 있다는 것은 2016년 일본 쓰레기 매립장에서 처음 확인됐다. 당시 일본 과학자들이 발견한 미생물은 6주 안에 페트병을 완전히 분해했다.

과학자들은 이후 2018년 이 미생물이 어떤 진화 경로를 밟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생물 유전자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플라스틱병을 더 잘 분해하는 효소를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2020년엔 분해 속도가 6배 더 빠른 미생물을 만들어냈다.

프랑스 화학기업 카비오스는 지난해 플라스틱병을 몇시간만에 분해해버리는 또다른 돌연변이 효소를 만들었다. 카비오스는 5년 안에 이 효소를 플라스틱 재활용에 투입하기로 하고 펩시, 로레알 등과 제휴를 맺었다. 독일 과학자들은 폴리우레탄을 먹고 사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샬머스공대 연구진은 이번에 새로 발견한 효소들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분해 특성과 속도를 시험할 계획이다. 젤레즈니악 교수는 “이를 통해 특정 폴리머(중합체) 유형에 맞는 표적 분해 기능을 갖고 있는 미생물 군집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의 잇단 연구 성과가 산업 현장까지 이어질 경우 플라스틱 오염 문제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플라스틱을 덜 쓰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먹고 사는 미생물군집의 등장은 변화한 환경에 대한 적응의 결과이자, 오염된 환경이 빚어낸 부산물이기도 하다. 이 놀라운 자연의 반응은 순리일까 역리일까?

곽노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