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는 날개 가 있나요

*저번에 이어진 Q&A입니다. 곤충 사진 주의해주세요!

5. 쥐미 날 수 있나요?

사마귀는 성충이 되면 날개가 생기지만 파리처럼 자유롭게 날진 못해요. 닭 정도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닭이 그러하듯 몸이 날렵한 녀석들은 그만큼 더 멀리 오래 날 수 있고, 임신 상태로 몸이 무거우면 거의 못 나는 식입니다.

보통 점프할 때 날개를 잠깐씩 사용하는데 쥐미는 안전한 실내에서 커서인지 큰 점프를 할 일이 거의 없고, 따라서 날개를 사용하는 모습도 거의 볼 수가 없네요. 카메라에 제대로 좀 담아보고 싶은데 너무 아쉬워요.  

아래에 이 사람은 용케 찍었는데... 전 이 사람이 하는 것처럼 해봐도 쥐미는 귀찮은지 안 날아주더라구요. 

(머뭇머뭇하다가 나는 모습 깜찍 주의. 얘는 넓적배 사마귀라는 종이에요. 한국에도 있답니다.)
사마귀 는 날개 가 있나요

6. 사마귀에 대해 잘 몰랐던 시절 사마귀를 죽였는데 사마귀 배에서 연가시가 튀어나왔어요. 왜 그런 일이 생기나요?

야생의 사마귀들은 꽤 높은 확률로 연가시에 감염이 되어있습니다. (대략 40%이상. 덩치가 작을수록 감염 확률이 낮음)

연가시(Horsehair worms)는 곤충의 장기에서 영양분을 쪽쪽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의 일종입니다.

이것들은 물속에서 교미를 하고 알을 낳는데, 그 알이 부화하면 연가시 유충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것들은 유충 시절을 물에서 보내는 모기 등의 유충의 먹이가 됩니다. 그러면 그것들은 자기를 먹은 유충이 성충이 될 때까지 장 속에서 가만히 기다려요. (여기까지 이해하셨나요?ㅋㅋ)

그리고 그놈들을 몸에 품은 곤충의 유충들은 성충이 된 뒤 사마귀나 여치 같은 포식자 층의 먹이가 됩니다.

그렇게 사마귀의 장속까지 가는데 성공한 연가시는 그때부터 무럭무럭 성장을 합니다. 사마귀는 각종 곤충들을 열심히 잡아 먹기 때문에 어떤 경우 여러 마리의 연가시가 뱃속에서 성장을 하기도 해요. 뱃속에서 뭔가가 꿈틀대며 영양분을 다 빨아먹고 있는 걸 알아도 사마귀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불쌍한 사마귀...)

그런 사악한 방식으로 성장을 마친 연가시는 사마귀를 조종해서 물로 데려갑니다. 왜냐면 자기는 이제 물에서 살면서 번식을 해야 하거든요. 이런 이유로 얕은 냇가나 강물 가쪽을 보면 종종 멍한 상태의 사마귀들이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사마귀를 물까지 데려온 연가시들은 높아진 습도를 느끼자마자 이때다 하고 사마귀의 항문이나 생식 기관을 통해서 밖으로 쭉쭉 빠져나옵니다. 그렇게 연가시들에게 완벽하게 이용당한 사마귀는 보통은 곧 죽게 됩니다. 가끔 좀 더 살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얼마 못 산다고 봐야하죠.

사육을 위해 야생 사마귀를 잡는다면 바로 집으로 데려가기보다는 일단은 용기 안에다가 물을 조금 넣은 뒤에 사마귀의 꼬리를 담가보는 게 좋아요. 뱃속에 연가시를 품고 있다면 몇 분 안에 연가시가 밖으로 나올 것입니다. 

이 장면은 유튜브에 찾아봐도 많이 나오는데...

저는 말리고 싶지만 굳이! 보실 분들은 아래를 클릭해서 보세요. 전 분명히 말렸습니다.
https://youtu.be/Ap8Ts6lv_k0
(물을 저렇게 사마귀 몸이 다 빠질 만큼 넣을 필요는 없는데...)

하여간 여러모로 고생이 많은 사마귀들입니다. 아, 연가시는 사람 몸 속에서는 온도가 높아서 살지 못하니 걱정은 마세요!

7. 쥐미는 연가시가 있었나요?

쥐미는 야생 출신이 아니라, 연가시로부터 안전한 샵 출신입니다. 벌러지닷컴이라는 곳에서 데려왔어요. 저희 타란툴라 유체들도 전부 벌러지 출신이랍니다. 저희 지네는 더쥬 출신이구요.

열심히 검색하다 보면 벌러지닷컴 외에도 사마귀를 파는 곳이 나오는데, 확실히 연가시가 없는 사마귀를 키우고 싶다면 그런 샵에서 데리고 오면 됩니다.

사마귀들은 보통 가을에 알을 낳고, 그 알은 추운 겨울을 견딘 뒤 따뜻한 5월쯤에 부화를 해요. 

그런데 쥐미가 들어있던 알은 실내에 있다가 어찌어찌 환경이 맞았는지 10월에 부화를 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때 태어난 왕사마귀 약충 판매가 시작되었는데 그게 어쩌다 제 눈에 띄어버렸고, 그렇게 작년 11월 5일에 쥐미와 제가 만나게 된 거랍니다.

아래는 제가 유튜브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상입니다. 저 꼬맹이들 중 하나가 쥐미예요. ㅋㅋ 그리운 모습이네요.^^ (영상 섬네일은 해외 사육자가 찍은 사마귀 위협 포즈라고 알고 있어요.)

(쥐미의 엄마 역시 갈색형 왕사마귀였답니다.)
사마귀 는 날개 가 있나요

8. 이사할 때 쥐미는 어떻게 데리고 왔나요?

사실 이사할 때 가장 걱정이었던 건 쥐미가 아니라 타란툴라들이었습니다. 타란툴라들은 배가 아주 약해서 잘못 운반하면 배가 터져요. 그래서 키친타월로 쿠션을 넉넉하게 해 둔 용기에다 넣어서 운반을 해야 하는데, 하필이면 저의 타란툴라 셋 모두가 새로 집을 옮긴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어요. 모두 1-2주 동안 열심히 거미줄을 뽑아서 멋진 자기만의 집을 만들어놓은 상태였죠.

그런데 워낙 열심히 숨는 애들이라 잡으려면 집을 다 부수고 뒤집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물론 죽음의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게 더 미안한 일이지만요.)

그래서 위험을 각오하고 조심스레 사육통을 그대로 품에 안고 가보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운전은 제가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제 양팔은 자유로웠거든요.

우선은 가장 탄탄한 쇼핑백에 타란툴라 사육통 세 개를 가로로 나란히 넣었어요. 셋 다 작은 정육면체 사육통이라 쇼핑백 바닥에 딱 맞았죠.

그 다음엔 작은 통에 각각 들어있는 지네, 귀뚜라미, 밀웜을 그 위에 차곡차곡 얹고,

쥐미는 쥐미 어릴적 쓰던 작은 사육통에 키친타월과 함께 넣어서 제일 위에 얹었습니다. 그런 뒤 그 쇼핑백을 또 다른 큰 가방에 넣어서 안에 든 사육통들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을 시켰어요. 그리고 인천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흔들리지 않게 양팔로 꼭 안았습니다.

그 당시 마침 제가 버리려 하던 낡은 반팔 티셔츠를 차마 못 버리고 들고 있었는데 (너무 좋아하던 거라서)

쥐미 사육통을 그걸로 덮어서 어둡게 해줬어요. 살짝 들춰보면 아래의 모습이었죠. 어두워서 또 까만 눈이 되었습니다. 가방이 빨간색이어서 약간 정육점 분위기예요.

사마귀 는 날개 가 있나요

그 와중에도 쥐미는 열심히 발청소를 했답니다.

사마귀 는 날개 가 있나요
(무슨 일이 있어도 몸단장을 해야만 하는 쥐미)

근데 계속 이렇게 쥐미를 보고 있진 못했어요. 빛이 보이는 쪽으로 나오려고 사육통을 엄청 두드리더라구요. 그래서 안정시키기 위해 거의 첨부터 끝까지 티셔츠로 사육통을 어둡게 덮어두었습니다.

다행히 모두 안전하게 새집에 도착했어요. 타란툴라 셋도 모두 무사했고 소중한 거미줄 집도 그 모습 그대로 지켜졌습니다. (그래도 절대 이런 운반 방법을 권하진 않습니다. 혹시나 차가 크게 덜컹거리거나 했다면 안 좋은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어요.) 

9. 라소리님 티스토리 거미 아이콘은 지금 기르는 타란툴라인가요?

이 질문은 아무도 한 적이 없지만 제가 그냥 만들어봤습니다.ㅋㅋ

사실 처음에 절지동물을 키울땐 사마귀가 메인이 될줄은 몰랐어요. 처음엔 지네의 매력에 푹 빠져서 모든 걸 지네로 꾸미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가늘고 긴 형태의 지네로 아이콘을 만들기란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꼭 키워보고 싶은 멕시칸 레드니라는 타란툴라 종으로 아이콘을 만들었어요. 멕시칸 레드니는 화려한 색깔로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아쉽게도 한국에 수입이 되지 않아서 지금은 그냥 저의 드림 타란툴라로만 남아있답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를 보실 분들은 클릭해주세요. → 멕시칸 레드니

현재 제가 키우고 있는 애들은 킬로브라키스 카엥 크라찬, 오렌지 바분, 그리고 그린보틀블루라는 세 종입니다. 이름은 각각 카엥이, 렌지, 리니이고, 성별은 아직 너무 작아서 모르는 상태입니다. 

이사한 뒤 쉬고 있는 셋을 보여드릴게요. 엄청 꼭꼭 숨어 있어서 오른쪽에 리니 빼고는 평소에 코빼기도 볼 수 없습니다.

사마귀 는 날개 가 있나요


위에 티슈는 빛을 가려주기 위해 얹어둔 거예요. 사진 찍으려고 이렇게 한 거고, 왼쪽 두 녀석은 평소엔 좀 더 전체적으로 가려줘요. 얼마나 저를 무서워하는지 미안할 지경이에요.ㅠ 좀 더 크면 겁없이 은신처 밖에 나와있는다고 하는데 지켜봐야겠죠.

타란툴라 무서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선명하게 찍은 사진은 나중에 타란툴라 포스팅 할 때 경고 문구와 함께 따로 올릴게요.

아래는 리니가 은신처 밖으로 나와서 쉬고 있는 모습입니다. 어제 작은 귀뚜라미를 먹은 뒤 아주 느긋해진 모습이에요. 왼쪽 밑에 보이시죠? ^^

사마귀 는 날개 가 있나요
(요즘 들어 하는 짓이 점점 귀여워지는 리니)

저 조그만 것이 저렇게 정성들여 만든 집을 안 부숴도 되어서 정말 다행이었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리니 역시 필사적으로 숨었는데 자꾸 이렇게 나와주어서 볼 때마다 귀여워 죽겠네요. 셋 다 곧 탈피기일 텐데 지금까지 기특하게 탈피 잘 해왔으니까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타란툴라 생초보가 벌써 얘들을 하나도 안 죽이고 기른지가 4개월이나 되었네요. 타란툴라나 지네 유체들은 잘 죽는다고 하니 앞으로도 잘 돌보도록 애를 써봐야겠어요. 

또 너무 길어져서 아무래도 3까지 가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관심 있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