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은 어떻게 삶 의 무기 가

저자 야마구치 슈는 세계 1위 경영·인사 컨설팅펌 콘페리헤이그룹의 시니어 파트너. 게이오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학미술사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최대 광고 회사 덴쓰(電通)를 시작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과 AT 커니(A.T. Kearney)를 거쳐 조직 개발, 혁신, 인재 육성, 리더십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로 자리매김했다. 현장에서 철학적 사고로 문제를 해결해 온 경험을 살려 유수의 비즈니스 스쿨에서 ‘지적 생산 기술’, ‘지적 전략’을 가르쳐 왔다.

2,000명이 넘는 기업인이 그의 강의를 들었고 이 강의를 통해 인문 지식을 현업에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극찬했다. 현재 콘페리헤이그룹(Korn Ferry Hay Group)의 시니어 파트너이자 히토쓰바시 대학교 경영관리연구과 겸임교수로 일하며 저서로는 《그들은 어떻게 지적 성과를 내는가》, 《세계의 리더들은 왜 직감을 단련하는가》, 《읽는 대로 일이 된다》 등이 있다.
 

철학 은 어떻게 삶 의 무기 가

세계적인 경영 세미나로 손꼽히는 미국 아스펜 연구소의 경영자 세미나는 세미나 시작 3개월 전에 보내 주는 500페이지가 넘는 철학 자료를 다 읽어야만 참석할 수 있다. 세미나에 참석한 글로벌 리더들은 일주일 동안 모두 휴대전화를 끄고 플라톤, 마키아벨리, 홉스, 로크, 루소 등 철학 고전을 배운다. 기업 경영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란 리더들이 철학 공부에 기꺼이 시간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기업 경영의 가장 큰 화두는 ‘혁신’이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상식을 의심하라’고 말하는데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식을 의심하는 태도가 아니라 그냥 넘어가도 좋은 상식과 의심해야 하는 상식을 판별할 줄 아는 안목이다. 이 안목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과거 철학자들이 세상과 인간을 향해 던졌던 질문을 통해서 지금 눈앞에 닥친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스마트한 생각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불확실한 시대에 불분명한 문제들과 싸워야 하는 것은 현대인의 숙명이다. 더 이상 얄팍한 처세나 임기응변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뜻이다. 철학을 배워서 얻는 가장 큰 소득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해석하는 데 필요한 열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가 아닐까?

경영학 학위, MBA도 없이 세계 1위 경영·인사 컨설팅 기업 콘페리헤이그룹의 임원 자리에 오른 사람이 있다. 바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슈다. 그는 누구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철학을 유용하게 사용해 온 사람으로, 자신이 철학을 전공하고 MBA도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경영 전략과 온갖 숫자가 난무하는 컨설팅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철학이 그의 무기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경영 전반에 걸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마다 상황을 철학이나 심리학, 경제학 개념에 대입해 보면 언제나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때는 니체의 ‘르상티망’을 이용해 타인의 시기심에서 기회를 찾아보았고,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키는 방법을 모색할 때는 레빈의 ‘변화 과정’을, 적은 비용으로 만족할 만한 솔루션을 얻고 싶을 때는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들여와 휴리스틱을 적용했다. 실제로 저자는 유수의 비즈니스 스쿨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적 전략’에 대한 강의를 해 왔는데 지금까지 2천여 명이 넘는 기업인이 그의 강의를 들었으며 일본 경제를 움직이는 리더들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인문학 강의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를 통해 그동안 철학이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오명을 쓴 이유가 사람들이 철학과 비즈니스를 연결하여 생각할 줄 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저자는 자신이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한 철학·사상 중 50개를 엄선하여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 담았다. 현실에 단단히 발붙이고 서서 철학 개념을 끌어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이 책은 생생한 사례와 깊이 있는 통찰로 그 어떤 책보다 실용적인 철학 사용법을 제시하며 독자들은 새로운 철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누구나 한 번쯤 철학을 공부하려고 책을 펼쳤다가 고대 철학자들의 고리타분하고 진부하게 느껴지는 주장 앞에서 좌절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세상은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철학자의 주장을 읽으면 자연스레 “도대체 이런 건 배워서 어디에 써먹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철학자들의 주장은 과학이 발전하면서 틀렸거나 당연한 이야기로 증명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철학을 배워야 하는 것은 그들의 생각법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기원전 6세기의 아낙시만드로스라는 철학자가 주장한 ‘지구는 허공에 떠 있다’는 주장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에는 ‘물이 대지를 받치고 있다’는 것이 정론이었다. 통용되는 상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아낙시만드로스는 ‘대지를 물이 지지하고 있다면 그 물을 지지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품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찰한 결과 ‘지구는 허공에 떠 있다’라는 주장을 내 놓았다.

본질을 꿰뚫고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는 철학적 사고법은 어느 시대에나 유용하다. 철학자들이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사고 과정과 문제를 대하는 자세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생각 도구들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철학을 다루는 책이지만 결국 우리의 일과 삶의 문제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철학을 시대순으로 소개하지 않고,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부딪치는 주제인 사람, 조직, 사회, 사고 네 가지 콘셉트에 따라 큐레이션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더 이상 철학이 고상한 문제에만 매달리는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나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가장 강력한 지적 무기라는 것을 확인한다면 독자들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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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는 철학 학사 학위를 소지한 경영 컨설팅 전문가가 쓴 철학 대중서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출판된 지 몇 개월 만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우리 학교 도서관에도 이미 여러 권이 비치되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야마구치 슈가 다양한 분과 학문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50명의 사상가 및 학자들을 단순하게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묶은 뒤 지나칠 정도로 간결하게 소개한다는 점, 기존의 철학 입문서와는 다른 편집 및 구성 방식이 오히려 철학 고유의 문제의식에 대한 협소한 이해로 독자들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은 비판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러한 문제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지적 수준이 높지 않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결론을 낳는다. 따라서 본 리뷰의 목적은 베스트셀러 인문학 대중서인 이 책의 얕은 지적 수준 및 의심할 만한 구성 방식에 의문을 품는 것뿐만 아니라, 이 책을 둘러싼 대중의 의식 형성의 과정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다.

야마구치 슈가 이 책을 통해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다른 학문과 구분되는 고유한 영역을 소유한 철학이 아니다. , 이 책은 철학자체가 무엇인지를 파고들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 정의에 대한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철학을 무기라고 소개함으로써 철학을 편협한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먼저, 야마구치는 프롤로그인 교양이 없는 전문가보다 위험한 존재는 없다에서 철학 교육의 중요성을 논할 때 철학이라는 단어와 교양이라는 단어를 동의어로 상정한다. 그러나 철학과 교양은 다르다. 분과 학문의 시대인 오늘날, 교양의 범위는 철학에 국한되지 않고 문학과 사학, 과학 등으로 뻗어나간다. 영미문화권에서도 교양의 번역어는 “philosophy”가 아닌 “liberal arts", "philosophy”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마구치는 철학과 교양의 관계를 고찰하지 않는다. , 야마구치는 철학의 고유성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논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야마구치는 프롤로그에서 철학을 배워야 하는 네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철학을 통해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하는 법, “비판적 사고의 핵심”, “어젠다를 정하는 법,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철학 교육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들은 사실 철학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공학(Computer Science)에서도 필요한 언어 및 조건을 파악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시되며, 학생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프로그래밍 기술을 연마한다. 철학이 가르치는 통찰은 컴퓨터공학이 가르치는 그것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야마구치는 입문서의 저자로서 짚고 넘어가야하는, 근본적인 학문의 고유성 측면을 확실하게 다루지 않는다.

둘째로, 철학을 무기라고 서사하는 야마구치의 태도는, 철학의 가치를 경쟁적인 분야에 한정시키는 오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인 무기가 되는 철학은 철학 교육의 문제점과 과제, 본문의 구성 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2부인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50가지 철학·사상은 야마구치 본인이 임의로 선정한 철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과학자 등 50명을 다루고 있다. 특이한 점은 야마구치가 철학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 “전투력,” “극대화와 같은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은 야마구치가 철학 교육의 필요성을 논할 때, 경쟁적인 경제 및 경영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사회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무기는 나를 지키기 위해 사용되든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사용되든 나와 타자라는 이분법적 대립을 상정하는 개념이다. 전투력 또한 전투라는 경쟁적 상황을 전제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무기와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한편, 극대화는 경제학에서 개인과 기업의 본질적인 목적을 이윤 극대화 및 효용 극대화로 규정할 때 사용되는 개념이다. 이와 같은 제목들은 철학을 경쟁적인 사회 속에서의 필수적인 생존 전략으로서 파악하게끔 독자들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철학은 생존 아이템이 될 필요가 없다. 야마구치가 철학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고 언급한 비판적 사고는 사고의 형식 자체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야마구치의 제목 구성 방식은 스스로가 데리다를 소개할 때 구시대적인 사고관이라고 비판한 이항대립의 구조에 빠져든다. 철학을 무기라고 전제하는 야마구치의 태도는,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를 경쟁적인 것으로 인식하도록 만들고 철학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효용의 창출로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이 책의 편집 및 구성 방식 또한 야마구치가 경영학의 시선으로 철학을 재단함으로써 철학을 파편화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에 녹아 있는 그의 선입견이 대중의 선입견을 고착화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게끔 만든다. 먼저, 이 책은 시간 순서에 따라 사상가들을 나열하는 등의 전통적인 구성 방식을 따르는 대신에 사람,” “조직,” “사회,” “사고라는 네 가지 개념들을 토대로 목차를 구성했다. 그러나 야마구치의 목차는 책에 등장하는 사상가 및 학자들을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협소하다. 예를 들어, 야마구치가 사회를 다루는 3장에서 소개한 카를 마르크스는, 사회를 이야기하기 위해 3장의 부제인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질문만 고민한 것이 아니라, 1장의 부제인 왜 이 사람은 이렇게 행동할까?”, 2장의 부제인 왜 이 조직은 바뀌지 않을까?”, 4장의 부제인 어떻게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를 종합적으로 생각했다. 이는 1장에 등장하는 니체, 아리스토텔레스, 2장에 등장하는 밀, 베버, 3장에 등장하는 홉스, 루소, 4장에 등장하는 보부아르, 푸코, 보드리야르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사항이다. , 야마구치의 목차는 사상가 및 학자들을 적절하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론 및 사고실험들을 매우 협소한 것으로 축약시켜버린다. 그런데도 야마구치는 자신이 임의로 정한 개념들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들을 고찰하지는 않는다.

구성 방식의 또 다른 문제는, 앞선 논의가 암시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각 사상가 및 학자들에게 주어진 면이 너무나 적다는 것이다. 야마구치는 방대한 철학사를 유용성을 토대로 편집함으로써 극히 평범한 사람이 더욱 나은 삶을 살고 더 좋은 사회를 건설하는 데 공헌하는 길잡이가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 야마구치는 우리가 각 철학자 및 사상가들이 업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프로세스아웃풋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고대의 철학자가 고안해 낸 아웃풋이 쓸모가 없다고 할지라도, 그가 이러한 아웃풋을 얻게 된 과정인 프로세스를 통해서 배울 것을 찾아내는 것이 철학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면의 제약은 프로세스나 아웃풋을 따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야마구치는 책의 50면부터 329면까지, 서로 다른 장을 구분하기 위해 할애된 6면을 제외하면 274면으로 50명의 철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및 과학자를 다뤘다. , 각 학자에게 할당된 면은 평균 5.48면인데, 이는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저명하고 영향력 있는 학자들의 핵심 사상 및 논변을 교과서처럼 간추려서 제시하기에도 버거운 제약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철학자의 프로세스를 배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실제로 책의 내용은 대부분 학자의 상황을 간추려서 제시하고 그가 세운 업적, 즉 아웃풋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만다. 따라서 독자들은 야마구치가 고안해 낸 철학 교육의 과정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철학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채로 이를 깨우쳤다고 생각하는 지적 오류의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

또한, 야마구치가 책에서 다룬 50명의 사상가 및 학자 중에 동양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그가 서구중심주의에 빠져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야마구치는 50명의 서양 사상가들을 다루는 동안 과거의 철학자인 장자나 현대의 사상가인 우치다 다쓰루 등 동양 사상가들을 예시로만 사용한다. 한편, 동아시아 문화권의 저자가, 매우 방대하고 깊은 학문인 철학을 주제로 50명의 사상가를 언급하는 동안 동양 사상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공자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의아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공자를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동양인 저자가 반드시 공자를 언급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내가 성균관에서 공부함으로써 얻은 선입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또한 지나치게 핵심적인 철학 사상에만 치중하면 이익보다 폐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하면서도 철학이 중심이지만 그 외의 영역도 함께 다루었다며 철학이 이 책의 주요 주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양철학의 핵심 인물이자 생에의 의지라는 독창적인 사상을 기반으로 인간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 공자의 사상이 다뤄지지 않는 반면, 분과 학문으로서의 철학과는 거리가 있는 심리학, 사회학 분야의 서양 연구자들이 다뤄졌다는 것은, 책의 주제가 엄밀히 철학을 향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결론은 야마구치가 무의식적으로 서양철학을 동양철학보다 우월한 것으로 상정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 개인의 저의에 대한 의심보다, 그의 책이 독자들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서양철학 및 사상의 우월함에 대한 선입견을 고착시키고, 대중으로 하여금 동양철학 및 사상을 열등하고 부족하며 실용적인 것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바라보도록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야마구치 슈는 프롤로그에서 철학의 효과 중 하나로 비판적 사고의 증진을 언급했지만, 얄궂게도 그의 저서는 교양이 있는 전문가라고 해서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예시로 작용하는 것 같다. 이 책은 문제적인 제목 선정과 편집 및 구성 방식 때문에 독자들의 의식 속에서 철학을 축소시키고, 이를 이분법적 경쟁을 상정하는 경제 논리에 종속시키고, 또 동양 사상에 대한 편견을 고착시킬 수 있는 위험한 가능성들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알라딘 인문학 분야에서 6월 베스트셀러 10위 및 7월 현재 베스트셀러 8위를 기록했고, 교보문고 인터넷 광고에 따르면 현재까지 15만 부나 팔렸다고 한다. 따라서 인문학도로서 내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범위는 넓어진다. 이는 철학적 사고가 대중적으로 무시 받는 상황이라는 전통적인 문제에서부터, 철학적 문제들이 지나치게 간소화되고 축소된 상태로 배포되어 그 고유한 가치가 훼손되고 다른 학문에 종속되는 현대적인 문제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철학에 관련된 저서를 읽고 문제를 얻어가는 일이, 오늘처럼 아이러니하고 씁쓸하게 느껴지는 날은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