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하 뇌경색 요양 등급 받는 방법

경기도 남양주시가 65세 미만 노인장기요양보험(아래 장기요양) 수급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 제공을 거부했다. 이에 피해자 황재영 씨(60세)는 주광덕 남양주시장을 상대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청구하기로 했다.

황재영 씨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남양주시청 제1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양주시의 거부 처분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선언된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65세 이하 뇌경색 요양 등급 받는 방법
남양주시청 앞 기자회견 현장. 현수막에 ‘장애인 당사자의 사회서비스 선택 권리 보장! 만 65세 미만 노인장기요양 수급 장애인,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신청 거부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청구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 활동지원 받을 수 있는데, 아무도 안 알려줬다

올해 60세인 황재영 씨는 2013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중증뇌병변장애인이 됐다. 오른편이 마비됐고 언어장애도 갖게 됐다. 벽을 짚거나 지팡이가 있어야 겨우 거동이 가능하다. 황재영 씨의 동생 황지영 씨는 “오빠는 누군가의 지원 없이는 식사하기, 씻기, 화장실 가기, 병원 가기 등이 모두 불가능한 상황이다. 혼자서는 발이 꼬여 수시로 넘어져서 머리와 어깨를 계속 다친다”고 말했다.

재영 씨는 2016년, 주변 사람들로부터 ‘뇌졸중은 노인성 질병이니 장기요양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재영 씨가 장기요양 등급을 받는 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 남양주시 등 어떤 곳에서도 활동지원을 안내하지 않았다. 장기요양은 하루 최대 4시간으로, 하루 최대 16시간인 활동지원보다 서비스양이 현저히 적다.

게다가 출근, 등교, 나들이 등 사회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활동지원과 달리, 장기요양은 재가서비스다. 따라서 집안에서의 간호, 재활 등만 지원받을 수 있다. 재영 씨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장기요양 등급을 신청해 하루 3시간밖에 안 되는 지원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재영 씨는 올해가 돼서야 활동지원을 알게 됐다. 그러나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활동지원법) 5조 2호에 의해 재영 씨처럼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65세 미만 장애인은 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없다. 동생 지영 씨는 관할 주민센터, 국민연금공단 등에 문의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간절한 마음으로 청와대, 보건복지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등에 도와달라고 편지도 보내봤지만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백인협 한자협 활동가는 “65세 미만 중도 장애인들이 이 제도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병원에 입원해 노인성 질병을 치료받으면서 열악한 돌봄·지원환경에 불편을 겪다 보니, 활동지원을 모른 채 장기요양 등급을 먼저 신청하는 분이 많다”며 “당사자에게 더 유리한 복지제도를 안내하는 게 국가의 책임이지만 국가는 책임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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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청. 사진 하민지

-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2년… 지자체 승소 사례 생겼지만 남양주시는 거부

최근 재영 씨에게 한 줄기 빛이 생겼다. 광주광역시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장애인이 지방자치단체와 싸워 이긴 것이다.

광주시에 사는 뇌병변장애인 황신애 씨(59세) 또한 재영 씨와 마찬가지로 65세 미만에 노인성 질병이 있는 장애인이다. 신애 씨도 활동지원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장기요양을 받다가 2016년, 광주시 북구에 장기요양을 활동지원으로 변경해 달라고 신청했다. 북구는 활동지원법 5조 2호에 따라 거절했다. 이에 신애 씨는 광주지방법원에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 중 헌법재판소에 활동지원법 5조 2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23일, 해당 조항에 만장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장애계의 오랜 투쟁이 거둔 성과이기도 했다. 65세 미만 장애인 중 노인성 질병이 있다는 이유로 활동지원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는 불합리한 차별로 평등원칙을 위배하여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다.

이 같은 결정 이후, 장기요양과 활동지원의 선택권을 박탈당한 장애인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걸어 승소하게 된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의 신청인인 신애 씨는 광주시 북구를 상대로 승소해 월 42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았다. 중증뇌병변장애인 김아무개 씨 또한 지난 4월 광주시 북구를 상대로 승소했고, 경상남도 창원시에서도 승소 사례가 잇따랐다.

재영 씨는 희망을 품고 지난 6월 22일, 남양주시 진전읍 행정복지센터에 사회보장급여 신청서(장애인활동지원)를 제출했다. 장기요양에서 활동지원으로 변경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남양주시는 7월 6일, ‘장기요양 급여 판정 이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활동지원 신규 신청이 불가하다’고 통지했다. 재영 씨의 희망이 꺼진 것이다. 동생 지영 씨는 “오빠는 밖에 나가 언어공부도 하고, 운동치료도 받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며 “오빠가 집 밖에서 세상구경이라도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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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들고 ‘투쟁’을 외치는 사람이 지영 씨. 지영 씨는 종이로 재영 씨 얼굴 위에 떨어지는 햇빛을 가리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장애인이 활동지원 못 받는 법 만든 복지부

남양주시는 재영 씨에게 활동지원 신규 신청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하면서 ‘내년부터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요양을 이용하는 65세 미만 등록 장애인도 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답변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올해까지는 활동지원법 5조 2호를 따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활동지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제의 5조 2호를 개정했고, 활동지원 신청 대상자에 “노인성 질병으로 장기요양 급여를 수급하는 65세 미만인 사람”이 포함됐다. 이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개정된 법이 시행돼도 재영 씨가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복지부는 활동지원법을 개정하면서 단서를 달았다.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 장애인에게도 활동지원 신청 자격을 주되,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대상자를 한정한 것이다. “장기요양과 활동지원 중 당사자가 받고 싶은 걸 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장애계의 오랜 요구는 무시됐다.

“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복지부는 종합조사로 받은 활동지원 시간에서 장기요양 시간을 뺀 값이 60시간이 넘는 사람만 활동지원과 장기요양을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는 기준을 세웠다.

예를 들어, 장기요양 1등급으로 108시간을 받는 65세 미만 장애인 ㄱ 씨가 있다고 하자. ㄱ 씨가 종합조사를 받은 후 12구간으로 판정돼 활동지원 150시간을 받게 됐을 때, 복지부는 여기서 장기요양 108시간을 뺀다. [활동지원 150시간 - 장기요양 108시간 = 42시간]으로, 결괏값이 60시간보다 적기 때문에 ㄱ 씨는 여전히 장기요양 108시간만 가지고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장기요양 1등급일 경우, 종합조사 결과 1구간(480시간)에서 11구간(180시간)까지 판정받은 사람들만 복지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문제는 활동지원을 받는 장애인의 85.7%가 12~15구간 등 낮은 구간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이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 장애인 832명을 대상으로 모의조사를 한 결과, 821명(98.7%)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평균 활동지원 시간은 125시간으로 매우 낮다. 13구간에 해당하는 120시간을 조금 넘는 수치다. 

즉, 개정안이 시행돼도 65세 미만 장애인 중 활동지원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주시는 재영 씨에게 개정법이 시행되는 내년에 다시 신청하라고 했지만, 만약 재영 씨도 종합조사 결과 낮은 구간으로 판정받으면 활동지원을 이용하기 어렵다. 동생 지영 씨는 “복지부가 만든 법은 오빠와 같은 장애인이 고통받다 죽고 나면 수습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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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봉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이 또한 장애인권리예산 투쟁… 지자체 의지 중요

복지부는 왜 장애인을 복지서비스에서 떨어뜨리는 제도를 만든 걸까. 백인혁 한자협 활동가는 “결국은 예산 문제다. 장애인권리를 보장할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활동가는 헌법재판소에서 활동지원법 5조 2호 위헌법률심판제청의 건을 심리할 당시, 복지부가 ‘장기요양에서 활동지원으로 모두 넘어가면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영봉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이것도 장애인권리예산 싸움이다. 예산 들어갈까 봐 황재영 씨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 또한 남양주시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무시했다”며 “차라리 장애인에게 드는 돈이 아깝다고 해라. 어디서 사람 기본권을 가지고 장난하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경호 의정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복지부의 이 같은 정책은 장애인이 삶을 포기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법 같지도 않은 법을 만들고 지키라고 하다니, 장애인은 집과 시설에 갇혀 살란 말밖에 더 되나?”라며 “복지부는 왜 황재영 씨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알려 주지 않았나. 복지부야말로 법을 무시한 것 아닌가? 복지부가 만든 이상한 법을 장애인은 왜 지키고 살아야 하나?”라고 성토했다.

점진적으로는 복지부가 만든 개정안이 다시 개정되고 제도도 개선돼야겠으나, 재영 씨에게는 지금 당장의 구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백인혁 한자협 활동가는 “광주광역시와 경상남도 창원시 사례가 보여주듯, 지자체 의지만으로 충분히 활동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남양주시에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장애인권리를 보장할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재영 씨의 행정소송을 대리하는 최현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남양주시가 황재영 씨의 활동지원 변경을 거부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해서 적용이 중지된 조항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처분이므로 위헌적”이라며 “남양주시가 활동지원 변경을 거부하며 내세운 지침은 행정기관 내부 지침에 불과하다. 법률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동생 지영 씨는 “오빠는 매일 불안 속에서 살다가 삶을 포기하는 인생 말고, 밖으로 나가 희망을 찾으며 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 마음으로 행정소송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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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 씨와 재영 씨의 뒷모습. 재영 씨가 탄 휠체어를 지영 씨가 밀고 있다. 지영 씨는 휠체어를 밀며 재영 씨 얼굴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