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은 왜 프리가 안되는가

안녕하세요. 10년 동안 수면 위 대중랩?만 듣다가 요즘 들어 던말릭, 피타입 등 그래도 조금은 마이너한 랩에 빠져들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만큼 힙합 문외한이구요 솔직히 잘 모릅니다.

그런데 요즘 계속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대중가요도 작곡가랑 작사가가 따로 있는데 왜 랩쪽은 작사가, 즉 대필 받는 걸 죄악으로 여길까?하는 생각이요.

제가 부족한 식견이지만 그래도 인터넷 좀 돌아다니면서 본 걸 토대로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글은 제 의견을 주장하는 글이라기 보다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저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쓰는 글입니다. 틀린 게 있으면 가르쳐주시고 인정할 건 쿨하게 인정하고 그러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할게요.

인터넷 돌아다니면서 본 게 몇개 있는데요. 일단

1. 힙합은 발성, 라임, 플로우가 3대 요소인데 작사가가 있으면 그 중 2개를 대신 써주는 거다. 그래서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발라드 같은 대중가요도 가창력, 가사, 멜로디가 3대 요소인데 멜로디는 작곡가가 써주고 가사는 작사가가 써주잖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노래를 잘 부르면 가수라고 인정해주죠. 그리고 발라드나 팝 같은 장르도 가사 대충 쓴다고 그냥 되는 건 아니거든요. 거기도 작지만 라임(음운)이 다 있고 가사가 깊이 있을 수록 좋은 가사죠. 그렇다면 아티스트가 보다 좋은 작업물을 위해서 작사 전문가에게 글을 맡기고 그것을 이용해서 보다 좋은 작업물을 리스너들에게 제공하는 건데 이걸 힙합으로 옮겨오지 못할 이유가 있나요? 여기서부터 저는 좀 이상해보이더라고요

2. 힙합은 오래 전부터 본인 작사가 불문율이었다.

이것도 노래랑 한 번 비교해보고 싶은데요. 노래도 사실 그 시초는 시조죠. 시를 쓴 다음 음을 붙여서 가락 타고 놀았던 것이 노래의 시작입니다. 이건 뭐 동서양을 가리지 않구요.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 노래도 처음에는 싱어송라이터가 원칙이었다는 거죠. 그러다가 시대가 발전하면서 각자 전문적인 요소로 분업화해 누구는 곡을 쓰고 누구는 시를 쓰고 누구는 그걸 좋은 목소리로 부르는, 그런 분업이 이루어진거죠. 제가 봤을 때 힙합은 탄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그 분업이 이루어지지 못했을 뿐 래퍼와 작사가의 분리 자체가 이상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3. 힙합은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글을 써야한다. 

이건 좀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제 짧은 식견으로도 말이죠. 그러나 모든 랩이 자기 얘기하는 랩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사회 비판이라던가 그런 내용의 랩도 많이 있죠. 그리고 요즘은 또 장르가 다양해져서 정통 힙합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랩들이 나오고 있죠. 뭐 스킬적인 부분에 치중한 랩이라던가 그런거요.(인정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말이죠) 또 대중가요에도 자기 얘기하는 곡은 꽤 있습니다. 작사가를 동원한 곡 말이에요. 제가 보기엔 이것도 그냥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일 뿐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본인 얘기라는 명목하에 돈 여자 세스 같는 저급 가사만 주구장창 읊조릴 바에는 대필 받아서 시적인 작업물 내주는 게 리스너를 위한 배려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순전히 저만의 의견입니다. 힙합 문외한의 의견)

4. 래퍼가 가사를 직접 안 쓰면 그냥 혀 좀 잘 굴리고 발성 좀 좋은 놈이 될 뿐이다.

가수도 싱어송라이터 아니고서는 그냥 발성 좀 좋고 호흡 잘 뱉고 음색, 음처리 좀 잘하는 사람일 뿐인데 래퍼랑 다를 게 있나요? 이런 주장들은 제가 봤을 땐 자꾸 가수와 래퍼를 선 긋는 것처럼 보이는데 솔직히 굳이 다른 분야로 칠 필요가 있나 싶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래퍼도 감정 처리가 중요해보이더라고요. 아무리 랩스킬이 좋아도 감정이 없으면 그냥 심심하더라고요.

이쯤돼서 불안해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데, 저는 지금 힙합에 작사가가 있어야 함을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제 막 힙합에 입문한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때 작사가가 없을 이유가 없는데 이상함을 느껴 여러분과 의견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부디 날 선 댓글은 제가 정중히 거절할 수 있도록 부탁드려요.

여기까지 힙합 갓난아기의 주저리였습니다. 물론 여기에 계신 힙합 전문가분들께서는 제가 하는 말에 코웃음치실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해요. 전 정말 이 분야에 있어서 비전문가니까요. 그런데 정말 제 내용이 코웃음칠 만한 내용이라면 저도 같이 코웃음치고 싶거든요. 모자란 부분은 친절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