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답으로 나는 착하다 나는 무능하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답으로 나는 착하다 나는 무능하다

회원번호 : G042551(윤진영)

1.

경제학자 철학에 답하다/스티븐 랜즈버그/부키         

  스티븐 랜즈버그의 이 책은 도무지 어렵다. 난해하기 짝이 없어서 내가 준문맹이구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게 만들었다. 사실 제목부터 약간 심상치 않았다. 경제학도 어려운데 철학도 어렵다. 다행하게도 책 표지가 달콤하고 부드럽고 깔끔하여 조금 흥미가 동했다. 그런데 이건 정말 나처럼 학문적 깊이가 별로 없는 사람이 읽기엔 조금 무리였다. 어쨌든 무사히 글씨를 읽어내는 데에는 간신히 성공했다. 그나마 약간의 이해와 더불어 조금 재미있었던 부분도 있었는데, 우주가 수학적 구조의 일부라는 내용도 재미있었고, 진화론과 창조론이 아닌 ‘지적 설계론’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이론도 살짝 알게 되었다. 랜즈버그는 경제학자답게 유의미한 모든 행동을 그 행위가 생산적이냐 아니냐에 초점을 둔 것이 인상 깊었고, 모든 결정에 있어서‘경제학자의 황금률(EGR)’을 가장 강조하는 점도 새로웠다. 램지의 일반 이론도 소개를 통해 세상이 아주 복잡한 것 같지만 아무리 복잡해도 패턴(질서)이 있음도 알게 되어 좋았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고난 지금도 여전히 어렵고 아주 많이 미진한 느낌이 드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2.일상에서 철학하기/로제 폴 드르와/시공사       

 ‘일상에서 철학하기’는 참 재미있는 책이다. 너무 기발하고 엉뚱한 작가의 상상력에 웃음이 나다가도 가끔 진짜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지루하고 일상적인 생활에서 이 책에 소개된 101가지 방법들을 한 번씩 실천해 보면 정말 새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선을 넘는 엉뚱하고 이상하고 웃긴 철학 놀이에 관한 내용을 읽는 동안 저절로 까르르 웃음이 났다. 그 중에서 제일 별나고 재미있었던 건 역시 오줌 누면서 물 마시기였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오줌을 누는 순간부터 물을 마시기 시작하면 신체의 모든 기관이 연결되면서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니! 참 엉뚱하고 기발하다. 그리고 꾸며낸 인상 살아보기나 버스 기다리며 무서운 상상하기 등도 쉽게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인 것 같다. 하지만 꾸며낸 인상 살아보기는 자칫 거짓말쟁이로 오인 받을 수 있으니 주변 사람들에겐 금물이다. 여기에 소개된 여러 가지 방법 중 모든 방법을 습득하지는 못했지만 가끔 해 볼만한 몇 가지로 인해 일상에서 즐거운 철학 놀이를 가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3.피로 사회/한병철/문학과지성사  

  우리 사회가 무한히 열려진 가능성,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해 오히려 더 개인적으로 피로하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깊은 동감을 했다. 그 전에는 현대인이 누구나 느끼는 우울감이 무엇에 기인한 것인지 몰랐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무한히 열려 있는 가능성이 내재서의 테러를 유발하고 스스로를 무능한 사람으로 자책하여 결국에는 자신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만다는 의견을 새롭게 접하게 되었다. 우리의 시스템에 내재하는 폭력성이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소진증후군을 유발한다는 새로운 주장은 참 의미 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활동적인 삶을 지향하기보다는 사색하는 삶을 지향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대인은 너무 자기 자신을 혹사시키고 있다. 바쁘게 사는 삶이 만족스럽고 존경 받아 마땅한 삶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삶에 있어서 사색의 여유를 지녀야 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이제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책이어서 참 인상 깊은 책이었다. 

4.가끔은 제정신/허태균/쌤앤파커스     

  아이들의 성공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착각의 힘’을 믿으라는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착각의 힘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보다 훨씬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늘 많은 착각 속에 산다고 말한다. 듣고보니 정말 나는 수없이 많은 착각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스스로를 질책하기도 하면서 사는 것 같다. 이 불편한 진실이 오히려 불편하지 않고 내 삶을 좀더 위로하고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다면 그냥 그 불편한 진실 속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착각은 나를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행복하다. 그리고 인간은 원래 깨달음보다는 착각이 빠르다는 말도 나를 편안하게 했다. 착각의 활용에 있어서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항상 솔직해지되, 좀더 체계적으로 하라는 것과 변화를 대비하라는 부분이었다. 내가 가장 잘 안 되는 부분이어서 더욱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다.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을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내어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라서 참 즐겁게 읽었다. 


5.선택의 조건: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바스 카스트/한국경제신문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고자 한다. 그래서 사회적 성공을 위해 노력하거나 가족과의 관계 개선에 힘쓰기도 한다. 하지만 참 어려운 것이 행복을 얻는 일인 듯 하다. 평생 노력만 하다가 결국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삶을 마치는 사람도 많다. 행복은 파랑새 같아서 바로 옆에 있지만 계속 찾아 헤매게 되는 뭐 그런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행복을 위해 ‘적을수록 버릴수록 느릴수록 행복이 온다’라고 한다. 무엇이든 과잉 속에 살고 우리 세대의 사람이라면 느림의 가치에 대해 들어본 적이 한 번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현실의 삶 속에서 절제와 포기의 미덕을 발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을 위해 한껏 힘쓰다가도 어느 순간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인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가 바로 절제의 미덕과 포기를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때가 아닌가 한다. 적은 것이, 버리는 것이, 느린 것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머릿속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낄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본다.  


6.콰이어트: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수전 케인/알에치코리아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안겨 주었다. 나는 항상 나와 더불어 나의 가족의 내향성을 나쁜 쪽으로만 호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너무 외향성만을 높이 평가하고 내향성은 폄하하고 있었으며 그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고 타인을 질책하기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이 책은 발상의 전환을 시킨 참 고마운 책이다. 특히 자녀교육에 있어서 내 아이가 다른 자녀에 비해 외향성이 떨어질 때 부모들은 좀더 외향적이기를 바란다. 나도 그래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외향성도 좋지만 내향성도 세상을 움직이는 데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너무 외향성을 지닌 사람만을 롤모델로 삼아 왔던 것이다.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사회에서 오히려 협력이 창의성을 죽일 수도 있다는 시각은 참 참신한 것 같다. 엘리너 루스벨트, 앨 고어, 워런 버핏, 간디, 로자 파크스와 같은 사람들도 내향성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내향성 덕분에 특정한 일을 달성했다는 점에 놀랐다. 나도 이제 더 이상 나의 내향성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다.       

7.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쌤앤파커스 

  그다지 많지 않은 나이에 벌써 넓은 시각보다는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된 것 같았다. 그 시각을 다시 한 번 넓힐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읽다보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 책은 목표 성취와 좋은 관계에 너무 연연하게 된 요즈음, 타인들의 시선에만 집중하지 않고, 나 자신을 삶의 중심에 둘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정말 멈춰 보니 알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내 마음과 행동이 좌우되어 왔던 것 같아 씁쓰레하다. “인간 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합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무언가 해답을 얻은 듯하다. 과거나 미래에 저당 잡혀 현재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삶의 가장 큰 슬픔이었던 것 같다. 현재가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렇다. 냉정과 열정 사이....위빠사나 명상(현상을 현상 그대로 본다), 강원용 목사, 이태석 신부, 법정 스님의 말씀이나 일화는 내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8.그래도 사랑하라: 김수환 추기경의 영원한 메시지/전대식/공감      

  나는 어렸을 적부터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모두 돌아가시고 안 계셨다. 그래서였을까 할아버지하면 가톨릭 신자도 아닌 내가 항상 김수환 추기경이 떠올랐던 것 같다. 항상 인자하고 넉넉한 미소를 지니고 계셔서 왠지 무슨 이야기든지 품어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김수환 추기경 내가 어렸을 때도 조금 더 자랐을 때도 성인이 되었을 때도 항상 그 모습 그대로 계속 계실 것만 같았는데 2009년 선종하셨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이 책은 생전에 김수환 추기경님의 모습과 주옥같은 말씀, 일화들을 담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다시 한 번 그 분의 박애정신을 엿보고 내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항상 사람들을 사랑하고 내 마음에 찬 분노, 슬픔들을 이겨내고 따뜻한 사람으로 거듭 나야겠다. 마음이 따뜻해져서 참 좋은 책이었다. 

9.나를 좋아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김정기/인북스        

  의사소통의 중요성은 잘 알지만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누구나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참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 의미가 깊다. 이 책을 통해 소통의 지혜를 알게 되었다. 소통의 지혜는 자신과 상대방이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며,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설명․주장․설득의 머리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고 배려․공감․감동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그리고 우리가 소통하는 방법, 즉 타인에게 말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의견에도 적극 동의한다. 우리는 소통의 방법을 알지 못해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올바른 소통의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10.슬로우: 무한경쟁 시대를 넘어서기 위하여/플로리안 오피츠/로도스  

  나는 늘 고민해 왔었다. 모든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늘 더 빨라야 하는 건 아닌가하고.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고민이 사라지는 듯하다. 시간 부족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기술문명의 발달로 인한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저자의 새로운 시각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시간을 절약해준 것이 아니라, 점점 가속화시키고 있으니 우리는 그러한 속도 경쟁 속에서 빠져 나와 자신만의 속도에 맞추어 삶을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나도 적극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사람은 이제 공상영화에서만이 아니라, 기계와 경쟁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기술의 발달로 많은 기계들이 사람을 대체하고 있으며, 인간은 이제 기계보다 더 우수함을 보여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우리가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덩달아서 무한경쟁 속으로 뛰어들게 아니라, 저자의 말처럼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서 좀더 여유 있게, 삶을 삶답게 살아야 하겠다.        

11.음식문맹자, 음식시민을 만나다/ 김종덕/따비 

  저자의 말처럼 생명 유지와 직결되는 식생활과 관련하여 우리는 정말 소홀하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건강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알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좋은 음식보다는 편한 음식,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해 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사람들을 음식문맹자라고 칭하면서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음식문맹자가 아닌 음식시민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음식문맹자의 폐해는 개인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지배적인 세계 식량 체계의 강화를 가져와 지역의 농민들이 농사를 그만두게 하고, 지역의 식량보장을 낮추고, 지역 경제의 침체와 지구온난화가지 야기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음식 시민을 양성해야 하는 다양한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음식교육, 학교급식, 학교 텃밭, 도시농업, 대안 식량 운동인 슬로푸드 운동과 로컬푸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생각이 깊이 동감하였다. 나부터 가족의 식생활을 좀더 건강하게 가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동안 손쉬운 것에만 너무 길들여진 나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12.사당동 더하기 25/조은/또하나의문화   

  나는 이제까지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TV에서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적은 많지만 빈민들의 삶을 글로 옮겨놓은 책은 난생 처음이다. 그래서 새로우면서 궁금하고 또 약간 간간히 안타까워하기도 하면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을 쓴 분은 사회학자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사당동 재개발지역 사람들을 연구하기 시작하여 그로부터 무려 25년에 걸쳐 도시빈민들의 삶을 몇 세대에 걸쳐 써 내려갔다. 예전에 동생이랑 빈민의 삶에 대해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사람들의 개인적인 무능과 게으름을 질타하면서 가난을 오직 개인적인 책임이라고 주장했고, 동생은 꼭 그렇지 않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했다. 이 책을 읽은 지금, 나는 동생의 생각에 많이 동조하게 된 것 같다. 저자의 말 중에 세계화 속에 가난한 사람들은 더 크게 요동친다는 말이 인상 깊다. 세계화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사람들이 세계의 불황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는다는 슬픈 현실,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어쨌든 현재 진행 중인 금선 할머니 가족과 그 이웃들의 어려움이 얼른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13.낯선 땅에 꿈을 심다/김준우 외/혜지원 

  언젠가 코이카 봉사단원들의 모습을 TV에서 본 적 있다. 그들은 마치 특별한 봉사정신을 타고 난 이들 같았다. 하나같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모든 인류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고 고귀하였다. 이 책은 이런 코이카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고 코이카 단원이 되어 활동한 4명의 젊은이의 활동 내용과 소감을 담고 있다. 스리랑카에서 활동한 천성우 단원, 르완다에서 활동한 김준우·최승백 단원, 튀니지와 르완다에서 활동한 오승민 단원의 이야기가 모두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코이카 단원들의 활동 분야는 미치지 않은 곳이 없어서 더욱 놀라웠다. 우린 피상적으로 사해동포주의자이며 박애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에 들어서면 귀찮음과 자기애로 인해 모든 인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정말 어렵디 어렵다. 나는 솔직히 이 책을 읽고 해외봉사의 어려움을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정말 그들은 존경할 만하다.       

14.진정일 교수, 시에게 과학을 묻다/진정일/궁리      

  진정일 교수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 같다. 어떻게 시와 과학을 연결지을 생각을 했는지 책을 읽을수록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과 문학의 접목은 그 동안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조합이라서 책을 읽다보니 단순했던 시어들도 혹시 이게 과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용어는 아닐까하는 의문을 품으면서 읽게 되었다. 이렇게 문학성이 풍부한 분이 과학자라는 것도 솔직히 잘 믿겨지지 않기도 했다. 그리고 나에겐 문학적인 은유도 어렵지만 과학적인 사실의 이해는 더 어렵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과학보다는 문학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인가 보다. 시에서 등장하는 바람, 나무, 태양, 꽃, 사랑도 과학으로 밝혀내니 명쾌하기도 하지만 살짝 어렵기도 하였다. 하여튼 진정일 교수님께는 살짝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증명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나는 과학적인 증명보다는 문학적인 은유 속의 모호한 아름다움으로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5.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공우석/지오북      

  이상기후로 인하여 계절과 관계없이 우리는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인간이 피해자라는 관점에서 너무 끔찍한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우리 주변의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교란되고 있으며, 그 변화 속도를 우리가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점이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너무 큰 잘못을 이 지구에 저지르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가 무심코 즐겨하는 육식, 커피 등이 지구의 환경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리는지 몰랐다. 우리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구의 건강을 위해서 육식보다는 채식을 주로 하고, 커피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와 인류의 영원한 행복을 위하여, 열대우림의 난개발을 막고 탄소 배출을 줄여야겠다. 나 먼저 실천해야겠다.      

16.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박찬일 /푸른숲   

  이 책은 제목부터가 참 맛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추억의 절반 이상이 맛있었던 기억인 듯 하다. 박찬일 셰프는 원래 기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날 음식을 배우러 이탈리아로 떠났다고 한다. 우선 저자의 특이한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글 속에 녹아든 기자로서의 입담과 셰프로서의 음식에 대한 사랑이 잘 녹아든 글들이었다. 아마 책 어디에도 딱히 설명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어느 신문의 기고 글을 모아서 에세이집으로 출간한 것 같았다. 저자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음식에 대한 추억이 참 비슷해서  반갑고 저자의 어머니의 고향이 내 어릴 적 고향과 근접한 곳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특히 배추전의 이야기에서는 캬햐~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건 정말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리고 문학 작품에서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작품을 읽으면서도 섬세하게 살피지 못한 부분을 발췌하여 다시 한 번 글을 세심하게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글이 전체적으로 읽기가 쉽고 경험이 녹아들어서 공감하기 쉽고 읽으면서 새로운 음식에 대한 상식도 늘어서 참 재미있었다. 

17.좋은 아버지 수업/임정묵/좋은날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참 많은 요구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도 키우기 참 어려운 두 아들들이 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 애들 아빠는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온힘을 기울여 애들 교육에 힘을 쏟지만 그래도 늘 부족함을 느낀다. 이 책은 그런 평범한 우리 시대의 아버지에게 지금 잘하고 있다는 안심어린 응원을 해 주고 있다. 그리고 자녀 교육을 넘어서 누구나 나와 비슷한 삶의 고민을 하고 있구나하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 준다. 결국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러움이 최고의 교육임을 알게 해 준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특별한 교육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을 통해 자녀가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성실하게 그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조용한 조력자가 되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자녀에게 과한 욕심을 부리고 싶을 때 읽으면 실패하지 않을 것 같다. 

18.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오영욱/페이퍼스토리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를 보고 건축가는 건물을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사람의 추억을 새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오기사는 꼭 건축학개론의 주인공 같다. 따뜻한 시선으로 서울을 보는가 하면, 분석적인 시선으로 서울을 본다. 주관적으로 서울을 보는가 하면, 객관적으로 서울을 본다. 나는 지금까지 생활권역인 서울에 대해 이렇게 많은 정보를 알게 되고, 많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서울이 정말 다이나믹한 도시이며, 치명적인 결함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어디를 가더라도 그 곳의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것 같다. 나로서는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만하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섞여 힘찬 하루하루를 맞고 있는 서울을 더 많이 알고 더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오기사는 건축계의 음유시인인 것 같다. 단상을 깔끔한 글로 정리하고 느낌 있는 만화와 도시 스케치 또한 이 책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 같다. 참 좋은 책을 읽었다.  

19.그림공부 인생공부/조정육/아트북스       

  이 책 저자의 책 중에 <그림공부 사람공부>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 책에서는 그림과 그림을 그린 이, 그려진 배경 등이 대해 자세히 소개 되어서 참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전에 읽었던 책보다 저자의 삶이 녹아 있어서 훨씬 몰입하면서 읽었다. 저자는 사마천의 <사기>가 인생을 공부하는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 주듯이 그림도 옛그림 또한 인생의 면면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책은 그림이 그려진 배경이나 그린 사람에 대한 설명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생각보다 더 변화무쌍한 삶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안평대군에 대한 이야기처럼 극적인 이야기도 흥미진진했고, 저자가 책을 집필하는 동안 뇌종양을 앓게 되어 수술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오히려 담담히 털어놓아 숙연하게 하였다. 저자는 또한 책을 봄에서 시작하여 겨울로 마치지 않고 다시 봄으로 구성하여 인생이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훈훈하고 따뜻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도 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그와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되어 참 흥미진진했다. 

20.지구별 사진관/최장수/북하우스    

  이 책의 저자 최장수는 참 용감하다. 사진작가도 아니고 전문 여행작가도 아닌 사람이 용기를 가지고 일년 반이나 여행을 다녔다. 그것도 편히 여행할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닌 어렵고 힘들기만한 제3세계를 찾아 자기 자신을 시험하면서 여행을 다녔다. 사실 여행은 누구나 좋아하고 동경하며, 실제로 떠나는 사람도 요즘에는 흔하다. 하지만 저자처럼 불편하고 위험한 여행지를 스스로 찾아서 떠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나도 여행을 좋아하지만, 막상 저자처럼 조류독감이 휩쓴 동남아시아, 지뢰와 폭탄 테러가 난무하는 아프가니스탄, 외국인 납치가 빈번한 예멘,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에티오피아 등의 나라로 선뜻 여행을 떠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가 여행한 나라에서 찍어 온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 나라로 떠나 보고 싶기도 하였다. 아이들의 웃음을 좋아하여 저자가 찍어 온 사진들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비록 가난하여 삶이 힘겹지만 그건 우리의 시선일 뿐, 그들은 가난한 삶 속에도 우리보다 오히려 더 행복해 보여서 더욱 감동스러웠다. 이 책을 읽고 제3세계 여행도 꿈꿔 보게 되었다. 

21.

속물 교양의 탄생:명작이라는 식민의 유령/박숙자/푸른역사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이 책은 내 독서의 편력의 반성문이라고 썼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 저자와 마찬가지로 속물 교양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식민지 시대에 교양이라는 이름을 달고 소위 식자층이라는 지식인들에 의해 속물 교양들이 많이 양산되었다. 그 당시 교양이라 하면 주로 일본을 통한 문화의 수입으로 세계 명작을 이라고 할 수 있었고 아쉽게도 그것은 식민 시대의 아픔이라고 할 수 있는 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문학보다는 해외 문학을 더욱 우선시하고 그것들을 읽어야 유식해 보이며, 호화본, 양장본, 특제본의 책들을 읽고 서가에 꽂아 두어야 교양인 같은 느낌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정말 속물 독서인을 자처하면서 살지 않나 반성하게 되었다. 무릇 교양이란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담고 있는 우리 문학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느꼈다. 나의 독서 습관을 고치고 진정한 교양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   

22.기나긴 하루/박완서/문학동네      

  기나긴 하루는 박완서 작가의 5개 작품이 실린 책이다. 박완서 작가의 40년 전의 작품도 있고 유작도 3작품이 있다. 그 중 유작 3작품은 작가의 만년의 삶이 많이 담겨 있어서 소설이지만 수필 같기도 하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식성이 변하듯이 독서의 입맛도 달라지는 듯하다. 지금보다 더 젊었던 날에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에서 그리 강렬한 인상을 받지 않았지만 나이가 든 지금 다시 읽는 작가의 작품은 잔잔한 듯하지만 강렬하다. 서사를 풀어내는 솜씨와 삶 속에서 읽어내는 섬세한 감정들이 책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어렸을 적 <나목>을 읽고 감동 받았던 때처럼 작가의 유작과 40년 전 작품 속에서 작가의 관조적이지만 삶을 통찰하는 혜안에 감탄했다. 다른 작품들도 탐독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      

23.당분간 인간/서유미/창비      

  제목을 보고 초등학생 아들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당분간 인간? 그러면 주인공이 동물이란 뜻인가?’그 말을 들으며 깔깔 웃었다. 서유미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어 보았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총 8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정말 나의 모습 같다는 생각을 했다. 뚜렷한 목표도 없고, 특별한 행복감도 없는 직장 생활을 해 왔던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다. 이 소설들에 실려 있는 등장인물들은 독자와 객관적인 거리가 있도록 설정된 것 같다. 하지만 곧 등장인물이 처한 현실에 나 자신이 그대로 대입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만큼 현대인의 삶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까? 8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특별한 이름이 없다. 하지만 그 익명의 누군가가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라는 느낌이 들었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감옥 같다’라는 작가의 생각에 깊이 동감했다. 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경제학적 인간학이 ‘서유미 표 인간’을 만들었고 인정하기 싫지만 그 인간들이 바로 나와 이웃이라는 생각이 든다. 

24.여울물 소리/황석영/자음과모음      

  여울물 소리는 그야말로 한 많은 인생을 치열하게 살다가 간 이신통과 그의 발자취를 멀리서 가끔은 애타게 찾기도 하고 담담히 기다리기도 하는 박연옥을 통해 동학운동이라는 우리 나라의 역사적인 사건을 써내려 간 책이다. 우리의 인생이 여울물 소리와 같다는 작가의 말이 잔잔하게 가슴을 울렸다. 여울물 소리는 속삭이고 야이기하며 울고 흐느끼다 또는 외치고 깔깔대고 자지러졌다가 다시 어디선가는 나직하게 노래하면서 흐르고 또 흘러갔다는 마지막 구절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국사 시간에 배웠던 동학의 사상,‘人乃天,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문구가 지금 생각해보니 참으로 혁신적인 사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술술 잘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25.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김연수/자음과모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하다. 근래 읽은 소설들이 주로 의식의 흐름을 따르는 내용이었다면 이 소설은 마치 기승전결이 확실한 한 편의 영화를 숨가쁘게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만큼 서사가 강한 이야기라서 쉴새없이 단숨에 읽었다고 하는 편이 옳은 듯하다. 이야기는 해외입양아인 카밀라(정희재)가 그의 친모를 찾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결국 카밀라는 친모의 흔적을 찾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주변인들로부터 여러 모로 학대 당했던 친모의 비참했던 과거를 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인간 사회가 얼마나 비정하며 추악한지를 고스란히 알리고 있다.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하고 그 심연은 절대 건널 수 없다고 말한다. 심연을 건너기 위해서는 날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날개를 얻을 수 없는 슬픈 현실을 지니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정한 현실을 따뜻함으로 데우고 싶다. 늘~    

26.위풍당당/성석제/문학동네  

  위풍당당..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가진, 제목과는 딴판인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시원하고 통쾌할 정도로 위풍당당하게 일을 치러 나가는 모습이 즐겁게 묘사된 소설이었다. 그야말로 참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편 읽으면서 모처럼 유쾌했다. 세상의 가장 밑바닥 경험을 가진 이들...그들은 처음엔 가족이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삶의 터전을 공격하는 또 다른 세상 밑바닥 삶의 경험을 지닌 이들을 만났을 때 필사적으로 맞서는 모습이 치열한 우리 모습과 비슷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개성을 부여하고 그 개성에 걸맞게 일관성 있는 행동을 하는 모습이 참 듬직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꾼 성석제 작가님의 재미난 이야기를 읽으니 내 삶이 참 평범하고 단조롭다는 생각이 든다.         

27.지상의 노래/이승우/민음사      

  이 소설에는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결코 이 세상에 살고 있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실 속에서 천국을 살고 있는 사람들, 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천산수도원의 벽서로부터 시작된다. 그곳의 벽서는 과연 어떤 배경에서 생겨난 것인지를 찾는 과정부터 시작하여 몇 개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후의 이야기, 한정호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결국 천산수도원의 벽서가 있는 방이 신앙단체의 카타콤이라는 이야기가 밝혀지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을 파멸에 이르게 하기도 하며, 본인도 결국에는 의도하지 않은 결말을 맞게 된다. 후가 그러했으며, 한정호 또한 그러했다. 결국 인간은 자기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인생이 흘러가는 것을 보아야 하는 나약한 존재이지만, 이를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고 집단생활을 하면서 천국을 실현하다가 함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인간에게 있어 신앙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28.서쪽 숲에 갔다/편혜영/문학과지성사   

  총 3부와 에필로그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참 흥미로웠다. 특히 1부가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는데, 스스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에 의해 사라진 형의 행적을 찾아 나선 변호사의 동선을 따라 가면서 내가 마치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된 듯했다. 무언가 집단의 깊은 음모가 도사린 듯한 마을에서 그 비밀을 캐기 위해 노력하던 변호사의 죽음은 소설의 2부에서 완전 다르게 전개되었다. 2부부터는 인간이 느끼는 정체모를 불안에 대해 작가는 논하고 있다. 확실하게 밝혀진 바 없는 불안 때문에 항상 인간은 힘들지 않은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1부와 다른 2, 3부의 전개가 다소 생소했지만 새로운 시도가 흥미로웠고 인간이 느끼는 불안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느끼던 불안의 정체는 과연 실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내 내면의 허함으로 인해 실존하지 않는 불안을 내가 느끼는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참 특별하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29.태연한 인생/은희경/창비      

  정말 제목처럼 인생이 태연하면 좋겠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인 류와 요셉, 그들도 겉으로 보기엔 지극히 태연한 듯, 초연한 듯하면서도 결코 그러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결국 타인과의 깊이 관계하면서 고통 속에 살든지, 혼자서 고독 속에 살든지는 우리의 선택이라는 작가의 말, 참 의미심장하다. 인생은 고통스럽거나 또는 고독하거나 라는 작가의 말이 인정하기 싫지만 가장 깊은 진실이라는 생각이 인생을 살수록 든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고독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적요로운 평화를 주었다. 애써 고독하지 않으려고 할 때의 고립감이 견디기 힘들 뿐이었다. 타인이란 영원히 오해하게 돼 있는 존재이지만 서로의 오해를 존중하는 순간 연민 안에서 연대할 수 있었다. 고독끼리의 친근과 오해의 연대 속에 류의 삶은 흘러갔다. 류는 어둠 속에서도 노래할 수 있었다-을 읽으면서 그 동안 삶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결국 고독한 것이고, 그 고독을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닥 불행하지 않게 물 흐르듯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30.세상에 예쁜 것/박완서/마음산책   

  이번 독서원정대 행사에 참가하면서 개인적으로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박완서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이었다. 우리 가족이 구리로 이사온 지 만 2년이 지났다. 아마 구리로 이사오지 않았다면 박완서 작가에 대해서 그냥 인상 깊었던 ‘나목’의 작가이자, 편안한 인상의 할머니 여류작가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구리로 이사 와서 생전에 아치울 마을에 사셨던 분으로 구리의 자랑이셨던 문인이셨던지, 독서 행사에 작가에 대한 재조명 관련 내용을 자주 보아왔다. 이 산문집은 2000년 이후 작가의 생전의 대담 기록, 주변 문인이나 가족, 친구 등의 지인에게 쓴 편지 등을 모은 책이다. 작가의 가치관, 세계관 등을 엿볼 수 있는 진솔하고 귀한 글이었다. 그리고 훌륭한 작가였고, 행복한 삶의 순간도 많았지만 남편과 귀한 자식의 죽음이라는 참척의 순간을 한 해에 함께 맞을 수 밖에 없었던 작가의 슬픔도 담겨진 글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가도 글을 통해 훌륭해 보이고자 자신의 감정을 꾸미고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임을 주장하지 않는, 그냥 주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생각들을 글로 써 주셔서 나 자신이 특별히 이기적이거나 나쁜 사람이 아님을 알려 주셔서 감사하다. 어느 볕 좋은 날, 멀지 않는 생전 작가의 집 주변을 산책하고 싶다.

31.위대한 침묵/이윤기/민음사      

  위대한 침묵은 이윤기 작가의 산문집이다. 시골에 터를 잡고 나무를 가꾸며 자연과 더불어, 친구들과 교유하며 살아가는 저자의 삶에 여유로움과 함께 편안함을 느꼈다. 가식적이지 않아서 더 담백하고 함께 얘기를 나누면 참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의 저자이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저자의 그리스와 터키, 파리, 영국 여행을 다녀온 부분이었다. 우리 가족도 제법 긴 시간을 할애하여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때의 감회가 새롭게 떠오르며 저자처럼 몇 만 장의 사진을 거듭 찍어 보고 또 보고 했던 기억이 났다. 저자는 그 때의 여행을 참고하여 그리스와 로마 신화 책을 썼다고 한다. 나는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해 회상하면서 감성 넘치는 사춘기 시절을 보낸 저자의 지극히 자유로웠던(?) 행보에 대해서 어머니는 한 번도 날 무시하지 않았다는 말로 우리가 어떻게 자녀교육을 해야 하는지 알려 주었다. 나도 우리 아이들을 무시하지 않고 잘 키워야 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해 본다.     

32.소설가의 여행법/함정임/예담  

  소설가인 저자는 참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것 같다. 주변인들이 ‘바람처럼’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만한 것 같다. 그냥 짐 싸서 가고 싶은 곳으로 훌쩍 떠는 모습이 어쩜 그리 바람을 닮았을까 싶다. 간 곳곳에서 문인으로서의 모습도 놓지 않는 섬세한 감수성이 참 부럽다. 가는 곳곳에서 소설의 흔적을 찾아 그 감성을 일깨우는 저자는 천상 소설가이다. 이 책에 소개된 장소와 소설들 중에서 꼭 가 보고 싶은 곳과 읽고 싶은 소설들이 아주 많이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가 보고 싶은 장소는 ‘로맹 가리’의 소설 속 페루와 ‘카렌 블릭센’의 케냐이다. 남미와 아프리카 여행은 외국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좀처럼 경험하기 힘들다. 가는 노정이 일단 번거롭게 게다가 안전이나 건강상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꼭 남미나 아프리카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고 싶었던 책으로는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르 클레지오의 <허기의 간주곡>,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등이 있었다. 그리스와 프랑스 니스, 터키 이스탄불은 여행한 적은 있지만 거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와 함께 소설도 자세히 소개되어 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읽었던 책이었다.     

33.내 생애 단 한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고기복/지식채널 

  누구나 여유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봉사는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외봉사단원들의 경험담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읽으니 평소 나 자신의 삶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좀더 여유가 있을 때 해야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을 뿐, 작은 봉사라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는 약하기만 하였다. 이 책 속의 젊은이들의 미래는 오히려 나보다 더 불확실한 것 같은데, 그 불안함을 떨치고 해외봉사라는 큰 뜻을 찾아 나선 그들의 글을 읽으니 그 동안 다른 이들을 돕는 일에 너무 무심했던 미안함이 밀려온다. 삶의 아름다운을 찾고, 세계곳곳에서 그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글을 통해서나마 진솔하면서 감동적인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34.숲에서 온 편지/김용규/그책   

  빠른 도시의 삶을 포기하고 시골에서의 느린 삶을 선택한 저자의 글을 읽고 참 편안한 느낌이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향수 때문일까 항상 나이들어서는 시골에 터전을 잡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른 시기라고 생각되는 40대에 그 꿈을 이루고 살아가는 저자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자연에 깃들어 살며 겸손하게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받고 삶의 지혜를 스스로 터득해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산허리에 위치한 고즈넉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백오산방 옆 자자산방에 나도 머물고 싶다. 산과 바다, 바람소리와 함께 숲에서 오는 기운을 몸 안에 맘껏 받아들이고 느리고 조용한 삶은 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끌벅적한 도시의 삶을 살다보니 고즉넉한 저자의 삶이 참 부럽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꼭 실천하리라 다짐해 본다.        

35.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이병률/달 

  산문집이긴 하지만 시인의 글은 참 오랜만이다. 남자라도 시인은 이런 외로운 감성을 지녔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느낀다. 절절한 외로움이 가슴에 사무치는 남자도 있구나 이렇게 느낀다. 너무 외로워서 한 번 떠난 여행길에서 아직도 못 돌아오고 있구나. 마흔 넘은 남자의 영혼이 이렇게 순수하고 맑고 외롭다는 게 그저 신기하다. 그리고 문득 혼자 여행은 어떨까 상상해 본다. 나는 가족과 함께 다섯 달 정도의 해외여행을 다닌 적이 있다. 가족이 있어서였을까 다섯 달을 방랑자처럼 구석구석 다녔는데도 돌아오는 날 느껴지던 진한 아쉬움이 떠올랐다. 지나쳐 볼 수 있는 지구 어느 편의 한 부분을 사진에 담아 진하게 전하는 책, 재미있는 에피소드에 살짝 웃음짓게한 책, 단숨에 이 책을 읽었다. 나도 그처럼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아~여행가고 싶다.  

36.이철수의 웃는 마음/이철수/이다미디어      

  책 표지의 ‘마음 심(心)’자가 나를 보고 웃는다. 표지부터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목판화가이자, 시골에서 농사 지으면서 마음 공부 중인 이철수 선생님의 목판화 작품과 함께 그의 삶, 마음 공부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젊은 시절 한 때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박달재 아랫마을로 들어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치열하게 산 만큼 세속에의 환멸도 크게 느꼈던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너무 아등바등 살았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너무 경쟁하지 말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다치지 말고, 사람이 외롭다는 것 인정하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목판화 작품을 보면 간결한 표현 속에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세상에 내가 놓치고 사는 사소한 모든 것에도 큰 가르침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이철수 선생님의 시골집을 그냥 한 번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보고 마음이 웃는다.        

37.인생을 바꾸는 여행의 힘/채지형/상상 

  여행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사람들은 잊지못할 한 번의 여행의 기억으로 평생 행복을 느끼며 살기도 한다. 나 또한 긴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나의 인생에 대한 태도가 참 많이 바뀐 것 같다. 그리고 항상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한다. 비록 빠른 시일 내에 가지 못해도 꿈꾸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 것이 여행이다. 특히 이 책의 저자처럼 여행이 답이다. 꼭 준비해야만 가는 게 여행이 아니고 떠나고 싶을 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떠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인 것 같다. 좀더 삶의 주인이 되어 내 인생을 즐겁게 보내야 하는 건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길 위에서 우리는 삶을 배운다. 직접 보고 직접 듣고 직접 만져보고 직접 부딪쳐 보아야 진짜 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전에도 공정 여행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데 진정 착한 여행을 나도 꼭 해 보고 싶다. 특히 번잡스럽지 않고 순수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를 꼭 여행해 보고 싶다.         

38.개구리/모옌/민음사       

 ‘개구리’는 참 재미있다. 커더우라는 극작가가 화자이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커더우의 고모이다. 중국 현대사와 맞물려 있는 이야기로, 주인공 고모는 산부인과 의사로 계획생육이라는 산아제한 정책을 앞장서 독려하고 추진했던 인물이다. 자기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마치 멈추지 않는 전차처럼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던 인물이었으므로 주변 사람들에게 잔혹하다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모도 내면의 심성은 여린 사람으로 자신의 손에 의해 죽어나간 태아와 그 가족에 대한 진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한 죄를  씻기 위하여 말년에는 남편 하오다서우와 함께 달빛인형을 하나씩 만들어서 기리는 모습에서 어쩔 수 없는 국가 정책에 의해 개인의 희생을 주도했지만 그 내면은 따뜻하고 착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를 맛깔나게 묘사하는 모옌의 필력에 감탄, 또 감탄했다.     

39.내 어머니의 연대기/이노우에 야스시/학고재   

  <꽃나무 아래에서>, <달빛>, <雪面설면> 그리고 <묘지와 새우감자>로 구성되어 있다. 나도 어느덧 항상 건강할 것만 같았던 부모님의 노쇠함을 받아들이고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 노년에 치매가 걸렸다고 생각했을 때 작가의 가족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헌신적으로 돌보아 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자식조차도 기억에서 지워버린 어머니, 치열하기만 할 것 같은 치매 부모 봉양을 너무 어렵지 않게 그려내는 모습에 매우 감동 받았다.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에 이르러서도 화자의 깊은 슬픔을 누른 화법이 더 아련하고 서글프게 느껴진다. 수필에 가까운 자전적 소설, 참 흥미롭게 읽었다.  

40.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 

  모처럼 참으로 가벼운 듯하면서도 진지한 내용의 글을 읽었다. 누구나 상상해 봄직하지만 얽힌 인연들이 참신하게 표현되어 참 재미나게 읽었다.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어려운 형편에 처한 주인공들이 그 어려운 형편을 이겨내는 과정을 서로 얽어 표현하는 절묘함이 참 대단하다. 또 이 소설은 참 술술 읽힌다. 어떤 책은 읽기가 어려워 몇 번이고 접었다 폈다를 반복해야 하지만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없다. 또 휴머니즘이 넘치는 내용의 글이 참 좋다. 나도 지금까지 인생의 지도가 없었던 사람인지라, 마지막 인생의 지도가 없는 사람에게 던지는 메시지 또한 흥미롭다. 참 재미있는 소설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41.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입니까/블레이크 모리슨/포레   

  우리의 아버지들은 사회 속에서 참 노련하지만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참 미숙한 것 같다. 특히 자식이 아들일 경우에는 아버지와 아들은 둘다 관계에 있어서의 미숙함을 드러내고 만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말하기를, ‘남자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평생의 경쟁자이자, 넘어서야 할 대상’이라고 한다. 한 울타리 안에 다른 수컷을 두지 않으려는 수컷의 숙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어릴 때 돈독하던 아버지와 아들 사이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참 어색한 사이가 되고 만다. 이 책은 괴팍한 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사랑 표현에 있어서 서툴기만 한 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젊은 시절, 괴팍한 성품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 적도 많았지만, 그래서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조차 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지금껏 표현하지 못한 애정을 표현하려고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눈물겹다. 멋지지 않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아버지를 받아들이고 모습이 참 감동스럽다. 꼭 우리의 아버지가 멋져야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언제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42.왕의 하루/이한우/김영사 

  예전 고등학교 국사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옛날 임금님보다 우리가 조금 더 편하게 산다고 생각하면 된다.”그 때는 그냥 그렇게 흘려 들었던 말이 이 책을 읽고 나니 실감났다. 정말 왕의 하루는 고되고 힘들었을 것 같다. 한 나라를 통치하려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찌되었든 왕의 하루는 심신이 고단했을 것 같다. 드라마에서 왕이나 왕자들이 궁 밖으로 몰래 미행을 나갔던 게 민정 살피기도 있었겠지만 잠시만이라도 자유를 누리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를 바꾼 운명의 하루를 겪은 임금인 태조 이성계, 연산군 이융, 광해군 이혼, 정조 이산 등의 고뇌를 알게 되었고, 군신이 격돌한 전쟁 같은 하루를 겪은 이방원과 정도전, 수양과 김종서, 한명회, 중종과 조광조도 만났다. 읽으면서 그 전에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조선 임금의 즉위식부터 결혼, 정치술 등도 인상깊게 보았다. 왕이 만인지상이었지만 얼마나 고뇌가 많은 자리였는지 다시 한 번 느꼈다.      

43.금서 시대를 읽다/백승종/산처럼

  어느 시대나 금서가 있어 왔고, 이 책에서는 금서의 문제를 ‘문화투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새로운 사상과 관점을 주장하는 금서의 저자들과 그들을 억압하는 지배 세력 또는 기득권층 사이의 문화적 충돌로 금서를 정하였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8종의 금서를 살펴보고 있다. 정감록, 조선책략, 금수회의록, 을지문덕, 백석 시집, 오적, 8억 인의 대화, 태백산맥이 그것들이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익히 소설을 읽어 알고 있었던 태백산맥에 대한 부분이었다. 지금은 비록 희석되었지만 처음 소설을 접했을 때의 충격이 대단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 전까지 우리는 다소 보수적인 교육을 받아왔고 반공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아왔던 세대라 더욱 그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시대적인 배경이 그래서인지 우리는 이전에 태백산맥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쉬쉬하면서 하기를 꺼려하고, 그런 이야기들을 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했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우편향으로 왜곡된 관제 한국 현대사를 교정하고 싶어서 작품을 썼다는 작가의 민중 중심의 역사관이 정말 새로운 시각을 알려 주었고, 이 작품을 세상에 내 놓음으로써 작가가 겪었던 고충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44.고대 로마인의 24시간/알베르토 안젤라/까치글방 

  이 책의 전개는 참 재미있다. 꼭 독자가 로마시대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로마시대로 돌아가 한 인물이 되어 로마 곳곳을 둘러보면서 사람들의 생활상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는 모습이 마치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몇 년 전에 로마를 여행한 적이 있다. 로마는 서울에 비해 그리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 정말 많은 유적과 더불어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도시였다. 콜로세움을 들어가는 데에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콜로세움을 들어갔을 때 참 감동스러웠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콜로세움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참혹한 일들을 떠올리니 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역사 유적이 되었지만, 예전엔 로마의 번성과 반비례로 인간의 행복을 무참히 깨는 곳이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팔라티노 언덕의 포룸을 둘러보면서 감동했던 기억도 몇 년이 지났지만 생생하다. 공중목욕탕을 이용하고 수세식 화장실의 원조가 된 유료 화장실은 참 재미있었다. 귀족들의 화려한 생활과 세계 각국에서 끌려온 노예들의 극명히 비교되는 삶은, 그 시대 로마의 노예로 태어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은 마치 내가 로마시대의 한 주인공이 된 듯 착각이 들게 하여 재미있다.  

45.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윤상욱/시공사  

  아프리카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다른 이들처럼 가난하고 미개하며 희망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의 대륙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아프리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이었는지 알려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고나서 책의 부제처럼 이제까지 아프리카를 있는 그대로 순수한 시각이 아니라 서양인의 시각으로 나쁘게 만들어진 모습으로 보고 있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가슴 아프기도 했다. 헤겔, 토인비, 심지어 사르코지 대통령까지도 아프리카를 미개하고 문명이라고는 없는 듯 표현했다는 점에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러한 반면 출발이 다소 느리긴 하지만 대신 아프리카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질병과 가난, 무지, 관료들의 부정부패, 무수한 내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가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언젠가는 세계 속에 우뚝 서는 날을 기대해 보는 것은 너무 지나친 낙관일까? 그래도 아직도 여러 가지 기회를 많이 담고 있는 아프리카의 희망을 이 책을 통해 살짝 엿보았다. 아프리카가 지금 받고 있는 고통으로부터 얼른 빠져 나오기를 바란다.               

46.나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입니다/윤영호/컬처그라퍼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죽음은 인생의 일부이며, 삶의 완성이라는 생각을 지니게 되었다. 만약 인간에게 죽음이 없었다면 인간의 삶이 이토록 흥미진진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대하는, 마음속 깊이 안타까우면서도 겉으로는 의연한 모습으로 환자들을 위로하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사의 역할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있어서 존엄하고 품위 있는 죽음의 필요성을 깊이 느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전 유언을 포함한 ‘사전의료의향제도’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우리 사회는 삶의 질을 무척 강조한다. 이제는 죽음의 질도 강조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죽음의 질 향상만이 진정한 삶의 질 향상의 완성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도 언젠가 찾아올 죽음, 정말 품위 있고 존엄하게 맞이하고 싶다.    

47.노랑무늬 영원/한강/문학과지성사     

  한강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았다. <노랑무늬 영원>에는 단편집 이름과 같은 소설 외에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내가 느끼기엔 7편 작품 속 인물 모두가 참 외롭고 위태로워 보였다. 결국엔 인간은 너무도 외로운 존재이고, 그 어떤 것도 인간의 내부에 내재된 외로움을 치유해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가족마저도 그 외로움을 달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하여 읽는 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은 <왼손>이었다. 왼손은 읽는 동안 한껏 몰입되면서도 주인공의 불행이 마치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인 양 충격, 충격 그 자체였다. 정말 부단히 노력하지만 모든 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정말 얼마나 자괴감에 빠지는지 모른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어쩌지 못하는 내 왼손 때문에 결국 파멸한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애써 노력했던 일들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끝나는 일은 우리도 흔하게 경험한다. 이 <왼손> 속의 주인공은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아이러니하게도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왼손에 의해 이루게 된다. 하지만 그 왼손 때문에 결국 모든 것들을 잃고 만다. 너무 슬픈 소설이었다.   

48.맛있는 위로/이유석/문학동네      

  이유석 셰프는 참 따뜻하다. 한 사람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담긴 위로의 음식을 요리할 줄 아는 그가 참 부럽다. 압구정에 독특한 운영방식의 <심야식당>을 열어 사람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선사하고 있는 이유석 셰프, 나는 한 번도 그의 식당에 간 적이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마치 그의 식당에서 셰프의 정성어린 음식을 대접 받은 느낌이 들었다. 대기업 부장을 위로하는 프렌치 어니언 수프, 노부부를 위한 테린, 플레이보이를 위한 수플레, 향수병 걸린 프랑스 남자를 위한 솔뫼니에르 같은 요리를 직접 맛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책 속에 소개된 음식 중에서 달콤한 마카롱은 만들어 먹지는 못하고 직접 사 먹어 보기까지 했다. 책을 읽으면서 사연 많은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셰프의 정성어린 음식들은 뱃속 허기를 달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 허기를 달래주는 진정한 위로의 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그의 음식으로 위로 받고 싶다는 생각도 살짝 해 보았다. 그리고 간단히 소개된 음식 레시피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참 즐겁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이었다.      

49.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테오/예담      

  독서원정대 책 중 두 번째로 여행 산문집을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와 비슷한 컨셉의 책이었다. 두 책 모두 시인이 저자이고, 여행지의 사진과 글이 담겨 있다. 또한 여행이 주제이며, 여행을 통한 힐링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속에 담겨진 내용은 두 시인의 내면의 차이일까 포맷이 조금 다르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는 여행지 자체에 대한 소개라기보다는 여행을 통해 사색하는 저자의 내면에 글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여행지 자체에 대해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책 모두 상처 받은 사람들의 영혼의 치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글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작은 비일상이 일상을 싱싱하게 해줍니다.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의 소품으로 여행을 설치하세요’라고 한 부분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여행을 많이 다니긴 했지만 여행은 늘 사치라고 생각했었다. 아, 여행은 생활의 소품이 될 수도 있겠구나. 당장 설치하겠다.  

50.살아있는 것은 아프다/토니 버나드/문학의숲      

 ‘살아있는 것은 아프다’라는 명제를 처음에는 평범하게 보았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이었다. 인생은 두카다. 두카란 고통이란 뜻이다. 그 고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나의 내면에서 비롯된 심리적인 고통을 포함하는 말한다. 모든 고통은 또한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토니 버나드의 모습은 참 경건하다. 파리 여행 중에 우연히 걸린 바이러스 후유증으로 만성적인 고통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렇게 좋아하던 교수라는 직업도 그만두고 침대를 거의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을 하게 된 저자. 그러한 저자가 처음에는 자기의 갑작스런 불행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러다가 결국 명상과 붓다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얻게 된 삶의 진리, ‘살아있는 것은 아프다’라는 것이다. 저자는 만성 통증에 시달릴 정도로 아프지만 아픔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당연하게 생각하기까지 힘든 과정과 극복 과정을 소개하면서 이 세상 아픈 이들이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알려주는 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