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국내 복제기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복제기술을 통해 한 인간을 탄생시키는 일은 물론 초기 배아 단계까지 기르는 일도 금지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복제기술은 인간의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과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복제기술은 과연 어디까지 허용돼야 할까.“인간배아복제를 전면 금지하라.” 최근 세계적인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생명복제에 대해 ‘평범한’ 시민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지난 9월 13일 오전 10시 연세대 치대 병원에서 시민 16명은 “1997년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면서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복제인간의 등장조차 시간문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말하고 “인간복제를 시도하는 것은 물론 인간배아복제도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 16명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주최로 열린 ‘생명복제기술 합의회의’의 주인공들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사회적으로 논쟁이 벌어지는 사안에 대해 시민들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합의회의’를 개최했다(과학동아 1998년 12월호 ‘유전자조작식품 먹어도 되나’ 참조). 올해의 주제로 선정된 생명복제기술에 대해 시민들은 두차례의 예비모임과 9월 10일부터 3박4일에 걸친 본행사를 통해 전문가들로부터 강의를 듣고 자체 토론을 거쳐 합의점에 도달했다. 그런데 합의내용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전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생명복제 관련 전문가들은 “난치병 치료를 위한 기초연구를 막을 위험이 있다”며 심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또 “시민들의 합의 결과는 복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불임치료마저 전면 부정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난색을 표한 전문가도 있었다. 도대체 ‘인간배아복제’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시민들은 왜 인간배아복제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건강한 세포를 이식 복제양 돌리가 탄생한 이후 ‘복제’라는 말은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로 자리잡았다. 돌리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 태어난 양이 아니다. 암양으로부터 얻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여기에 다른 암양의 젖세포 하나를 결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수정란’을 만들었다.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한 후 임신 기간을 거쳐 태어난 개체가 돌리다. ‘인간복제’란 바로 돌리가 태어난 원리를 인간에게 똑같이 적용시킨 개념이다. 양 대신 인간의 난자와 체세포를 사용한다는 점만이 다르다. 그렇다면 ‘인간배아복제’란 무엇일까. ‘배아’(embryo)는 흔히 임신 2개월까지의 초기 생명체를 일컫는 말이다. ‘인간배아복제’는 돌리의 경우와 같은 방식으로 인간을 복제한 후 이를 초기 배아 단계(보통 수정 후 4-5일 정도)까지만 기른다는 의미다. 말을 잘못 해석하면 ‘인간의 배아를 복제한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작년 12월 국내 경희의료원에서 인간의 체세포를 복제해 4세포기까지 발달시켰다고 주장함으로써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바로 이것이 인간배아복제를 시도한 일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복제인간을 태어나게 하는 일은 반대한다. 윤리적으로 많은 파장을 일으키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배아복제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표명하는 과학자가 적지 않다. 난치병 치료에 중요한 해결책을 마련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일단 ‘복제’ 문제를 접어두고 인간의 배아가 의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자. 몸에 병이 들었다는 말은 어떤 장기의 세포가 손상됐다는 의미다. 이를 고치려면 손상된 부위에 건강한 세포가 자라나게 하면 된다. 그러나 이 일은 웬만해서는 자연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현대 의학은 수술과 첨단의 약제품을 통해 장기의 기능을 회복시키려 하지만 질환의 원인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난치병들이 수두룩한게 현실이다. 새로운 대안의 하나로 아예 건강한 세포를 질환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췌장의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에 걸린 사람에게 건강한 췌장 세포를 이식하면 되지 않겠는가. 알츠하이머 치매나 각종 암의 경우에도 해당 장기를 구성하는 건강한 세포를 이식한다면 난치병 극복의 시간은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하지만 커다란 걸림돌이 있다. 건강한 세포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이때 과학자들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발견한 대상이 바로 배아다. 배아는 완전한 개체로 자라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실험실에서 잘만 배양하면 인체를 구성하는 2백10여개의 장기로 발달할 각종 세포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배아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불임클리닉이다. 시험관에서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만들고 며칠간 발달시킨 후 이를 자궁에 이식하는 일이 불임클리닉의 주요 업무의 하나다. 그런데 임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수정란은 항상 넉넉한 수로 준비된다. 따라서 일단 임신에 성공하면 여분의 수정란은 불임부부에게 쓸모가 없어지므로, 불임클리닉에서 이를 보관한다. 이 여분의 수정란은 폐기되거나 불임부부의 동의 아래 실험용으로 사용되곤 한다. 복제의 필요성 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