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가족 유대감 약화 어떻게

우리말 논술 6. 국어(문학)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난이도 수준-중2~고1]

교과서 읽기 / 논점 1. <한계령>으로 살펴본 현대의 가족 그리고 가장(家長)

1. 줄거리

소설가인 나는 어느 날 옛 친구인 은자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은자는 내가 그녀를 기억하지 못할까 걱정했지만 그녀는 내 유년의 기억 속에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기에 나는 곧 그녀를 알아보게 된다. 어릴 적부터 노래를 곧잘 부르던 그녀는 현재 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녀는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꼭 찾아오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은자를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그녀는 바로 변해버린 고향의 아름다운 과거를 떠올릴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문득 큰오빠의 삶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무기력한 존재가 되었지만, 그는 과거에 허망하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나를 비롯한 여섯 동생을 혼자 힘으로 길러낸 신화적인 인물이다. 그 큰오빠가 지금은 삶의 목표를 상실한 채 허망함에 빠져 방황하고 있다. 결국 은자가 일하는 마지막 날까지 망설이던 나는 마침내 그녀가 일하는 밤무대를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한계령이라는 노래를 듣고는 큰오빠의 삶을 절실히 이해하고 연민을 느낀다. 후에 은자는 나의 무심함을 원망하며 자신이 여는 ‘좋은 나라’라는 카페를 찾아줄 것을 당부한다.

2. 작품 이해의 실마리

<한계령>은 1970년대 도시 인구로 유입된 시골 사람들이 도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어떤 형태로 유랑하고 있는가를 다룬 작품으로서, 고도화된 현실에 대해 부정적 가치관을 지닌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 삶에 적응해 나가는 것을 통해서 지난 기억의 아름다움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양귀자 특유의 아름답고 간결한 문체로 독자에게 신선감을 주는 이 작품은 물질 만능화된 현대 사회에서 주변 인물로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을 따뜻한 눈으로 유머러스하게 그려 내었다.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의 젊은 날을 희생해 가면서 여섯 동생을 키워 내고는 이제 인생의 허망함에 괴로워하는 큰오빠의 삶을 소설가인 ‘나’가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과거가 되어 버린 큰오빠의 삶과 그 고뇌를 수혜자의 한 사람인 ‘나’가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신구 세대 간의 소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현재 문학교과서 2종에 수록되어 있으며, 2008학년도 모의 논술에서 1회 출제된 바 있다. 작품에서 주로 다뤄지고 있는 부분은 당시의 시대상이다. 양귀자는 이 작품 외에도 원미동으로 시작되는 연작 소설들을 통해 도시 소시민들의 고달픈 삶을 표출했는데, 이 작품에서도 이런 부분을 새기며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온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큰오빠’를 통해 가부장의 삶이 잘 드러나 있는데, 이것을 당시 한국 사회의 특성과 관련지어 살펴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전통윤리>나 <사회문화> 교과가 좋은 배경지식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 교과 심화

우리나라 가족과 친족의 특성

우리나라의 전통 가족은 아들이 가계를 계승하였으며, 가족은 가부장을 중심으로 한 확대가족 형태로 이루어졌다. 노부모는 장남의 가족과 함께 살면서 장남과 그 외 아들들의 가족 간 협동과 결속을 주관하였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은 효를 바탕으로 관계를 맺음으로써 가족 내의 질서를 유지하였다. 가계는 장남에게 계승되었고 조상의 제사를 받들도록 하였다. 그러므로 한 가족은 대를 이을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남아 선호 사상이 강하다.

농업 중심의 전통 사회에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가족의 형태가 크게 변하였고, 친족의 법적 범위도 바뀌었다. 그리고 가족과 친족의 기능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가족과 친족의 기능이 변화하였다. 핵가족의 증가와 여성 취업의 증가로 가족 구성원 간의 접촉이나 대화가 줄어들면서 자녀에 대한 가족의 사회화 기능 중 많은 부분을 학교나 사회 교육 기관, 대중매체 등이 담당하게 되었다. 또, 부모와 자녀가 떨어져 사는 가족이 늘어나면서 과거와 같은 가부장의 권위는 사라지게 되었다. 부모와 자식 간이나 부부 관계에서도 권위주의적인 관계보다는 평등주의적인 인간관계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그러나 핵가족에서 자녀 수가 감소하였으므로 소수의 가족 구성원 간의 애정은 이전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 또한, 친족 관계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 부모와 자녀 세대가 분리된 핵가족의 증가와 도시 생활로 과거의 문중을 중심으로 친족들이 서로 협력하고 통제하던 기능이 약화되고, 친가 중심의 친족의 기능도 약화되었다. - 고등학교 <사회문화>

-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불렀지만 양희은이 부른 것이 가장 유명하다. 이 곡은 작곡자인 하덕규가 고뇌가 극에 달해 자살의 유혹을 느낀 상황에서 설악산 한계령에 올라갔을 때 만든 곡으로 전해진다.

노래 가사를 음미해 보면 무거운 짐을 지고 산에 올라가는 사람의 모습이 연상된다. 작품 속의 ‘나’는 이 노래를 통해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 온 가족의 생계를 담당해야 했던 큰오빠를 떠올린다. 특히 노래의 끝부분은 현재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되었지만 목표를 상실한 채 방황하는 큰오빠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것은 옛 친구인 은자의 험난한 삶의 여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좀더 확대해 본다면 이 노래를 통해 산업화 시대의 험난한 물결을 헤치며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자신을 헌신해야 했던 이 시대의 수많은 아버지, 어머니의 삶을 짐작할 수 있다.

■ 논제 해결

가족 유대감 약화 어떻게 해결할까

제시문 <나>를 바탕으로 하여 제시문 <가>를 분석하고, <가>에 나타난 현대 사회의 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중앙대 기출 변형) <가> “이번 추도 예배는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안 되겠어. 내가 오빠들한테도 모두 전화할 거야. 그렇지 않아도 큰오빠 요새 너무 약해졌어. 여관숲이 되지만 않았어도 그 집 안 팔았을 텐데. 독한 소주를 얼마나 마셨는지 오늘 아침엔 일어나지도 못했대. 좋은 술 다 놓아두고 왜 하필 소주야? 정말 모르겠어. 전화나 한번 해봐. 그리고 추도식 때 꼭 내려와야 해. 너무들 무심하게 사는 것 같아. 일년 가야 한 번이나 만날까, 큰오빠도 그게 섭섭한 모양이야….”

그 집에서 동생들을 거두었고 또한 자식들을 길러냈던 큰오빠였다. 그의 생애 중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 거기에 스며 있었다. 큰오빠는, 신화를 창조하며 여섯 동생을 가르쳤던 큰오빠는 이미 한 시대의 의미를 잃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십오 년 전에는 젊고 잘생긴 청년이었던 그가 벌써 쉰 살의 나이로 늙어가고 있었다. 이십오 년을 지내오면서 우리 형제 중 한 사람은 땅 위에서 사라졌다. 목숨을 버린 일로 큰오빠를 배신했던 셋째 말고는 모두들 큰오빠의 신화를 가꾸며 살고 있었다. 여태도 큰형을 어려워하는 둘째오빠는 큰오빠의 사업을 돕는 오른팔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한편으로는 화훼에 일가견을 이루고 있었다. (중략)

그러나 정작 큰오빠 스스로가 자신이 그려 놓은 신화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공장에서 돈을 찍어내서라도 동생들을 책임져야 했던 시절에는 우리들이 그의 목표였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실패할 수 없도록 이를 악물게 했던 힘은 그가 거느린 대가족의 생계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생들이 모두 자립을 하였다. 돈도 벌 만큼 벌었다. 한때 그가 그렇게 했듯이 동생들 또한 젊고 탱탱한 활력으로 사회 속에서 뛰어가고 있었다. 저들이 두 발로 달릴 수 있게 된 것은 누구 때문인가, 라고는 묻고 싶지 않지만 노쇠해 가는 삶의 깊은 구멍은 큰오빠를 무너지게 하였다.

- 고등학교 <문학(상)>

<나> 농업이 산업의 중심이었던 전통 사회에서는 가족이 노동력의 원천이었다. 따라서, 가족은 토지를 경제적 기반으로 해서 삶을 영위하였다. 이때에는 누구나 생존을 위해 토지의 경영에 참여해야 했고, 또한 토지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야만 했다. 그리하여 대가족 제도가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급격한 공업화와 도시화를 겪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였다. 제2·3차 산업의 발달로 직업이 분화됨에 따라 농업 사회에서 벗어나 산업 사회, 후기 산업 사회로 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농토를 떠나는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는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온 사람들은 개인적 자아의식에 눈을 뜨게 되었고, 가족이 생사와 고락을 함께하는 공동체라는 전통적 가족관도 희미해졌다. 자녀들도 어느 정도 교육을 받고 성장한 뒤에는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경우가 늘어났으며, 특히 핵가족의 확산으로 결혼한 자녀들이 분가하여 따로 가정을 이루는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형제자매 간이라 하더라도 일찍부터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사는 경우가 증가함에 따라 동기간의 우애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미 지적하였듯이, 형제자매 간의 우애는 피를 나눈 동기간이라는 의식에서 시작된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한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점차 깊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결혼 전에 학업이나 직업 때문에 떨어져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결혼한 이후에는 대부분이 독립해서 핵가족 형태로 살아가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는 형제자매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고등학교 <전통윤리>

■ 해결 방향

제시문에는 공통적으로 현대 사회의 가족 문제가 나타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전통 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가족 구성원의 역할 갈등과 유대 관계의 약화 현상이 나타나 있다. 먼저 이상의 상황을 배경지식과 제시문 <나>를 통해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유의할 점은 제시문 <가>의 내용에 지나치게 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제시문 <가>의 내용은 1인칭 서술자인 ‘나’가 ‘큰오빠’에 대해 연민 어린 시선으로 그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 주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오빠의 삶에 깊이 들어가기보다는 이것을 좀더 확대해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자기 삶을 희생한 결과와 가족 구성원들이 핵가족으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외로움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안 제시는 다양한 방안이 나올 수 있다. 다만, 큰오빠와 같이 가장이 자신의 식구를 위하여 삶을 희생한 결과 나타나는 공허함을 덜 수 있는 방안과 핵가족화로 약화된 가족 간의 유대감을 결속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둘로 나뉜 문제를 현대 사회의 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통 합할 수 있다면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자료 검색

양귀자

1955년 7월 17일 전라북도 전주에서 출생하여 원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8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다시 시작하는 아침>, <이미 닫힌 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1986년부터 <멀고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 시인>, <한 마리의 나그네 쥐>,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찻집 여자> 등으로 이루어진 ‘원미동 사람들’ 연작을 발표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가족의 중요성：해결 방안

현재의 가족 문제가 주로 핵가족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므로 변화되는 가족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통적인 가족 형태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은 없을까?

지역적 이동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젊은 세대들이 본가와의 유대를 계속 유지한다면, 확대가족의 안정성과 경로 효친 사상을 계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급격한 사회 변화에서 오는 불안감과 현대 산업 사회에서의 소외감을 가족 간 유대를 통하여 어느 정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년기의 연장으로 증가하는 노인 부양 문제를 가족 내에서 해결하기 위하여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생각할 수 있다. 자녀 가족이 노부모와 동거하되 생활 자체를 분리하거나 자녀 가족과 노부모가 가까운 거리에서 거주하면서 정서적 유대를 유지하는 것이다. 즉, 결혼한 자녀가 부모님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부모님을 보살피는 새로운 확대가족의 형태가 될 것이다.

공업화된 현대 도시 생활에 있어서 핵가족의 고립과 개인의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하여 1차적인 친족 관계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리고 핵가족 내에서의 가족 구성원 간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고등학교 <전통윤리>

현대 사회에서의 성 역할 갈등

우리는 남성들이 특정 주형 속으로 밀어 넣어지고 있다고 듣게 된다. 예를 들면, 남성 역할은 남성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며, 경쟁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며, 반면에 여성 역할은 여성이 애정을 가지고 보살피며 따뜻하고 이타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남성 역할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정의된 것으로, 남성이 강인하고, 객관적, 분투적, 성취적이며, 감정적이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남자가 울거나 나약함을 보이면 비남성적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남자는 강하고 공격적이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 제이 구드, <남성들은 왜 저항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