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물의 양은 몇 리터일까

건조한 농경지는 기업의 걱정거리다. 머지않아 세계의 물 수요는 공급을 초과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일부 기업인과 경제학자들은 답이 간단하다고 말한다. 지구에서 가장 소중한 원자재인 물에 더 비싼 가격을 부과하는 것이다.
By BRIAN DUMAINE


세라 울프 Sarah Woolf는 캘리포니아 주 캔투아 크리크 센트럴 밸리 Cantua Creek Central Valley에서 1,200에이커 넓이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센트럴 밸리는 캘리포니아 중앙부를 따라 400마일 이상 뻗어 있는 지구대로 웨스트 버지니아에 맞먹는 면적이다. 북으로는 캐스케이드 Cascade 산맥, 남으로는 테하차피 Tehachapi, 동으로는 시에라 네바다 Sierra Nevada 산맥으로 둘러싸인 센트럴 밸리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가장 풍요로운 농업지대 중 하나였다. 미국 지질연구소 (US Geological Survey)에 따르면 이 지역의 면적은 미국 전체 농경지의 1%도 안되지만 미국 식량의 4분의 1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지난 3년간 센트럴 밸리는 역사에 남을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1월 캘리포니아의 강과 저수지의 수위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내려갔다. 이에 캘리포니아 주지사 제리 브라운 Jerry Brown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3월 들어 가뭄이 더욱 심각해져 시에라 네바다에서 센트럴 밸리로 용수공급 시스템을 운영하던 주정부와 연방정부는 농가에 대한 용수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현물시장에서 보통 때보다 4배 비싼 가격에 농업용수를 구입하거나 경작량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었다.

3대째 농사를 지어온 울프는 토마토, 양파, 마늘 등을 재배한다. 재배된 농산물은 보통 하인즈 Heinz, P&G 등 대형 식품 업체에 공급돼 케첩, 살사 소스를 비롯한 기타 식료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울프는 농장의 절반만 경작하기로 했다. 그녀는 “고객들은 우리 농작물을 원하고 있지만 물 부족 때문에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관리들은 올해 센트럴 밸리의 비옥한 땅 50만 에이커를 놀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수 많은 과일나무와 견과류 나무들이 물 부족으로 말라 죽을 위기에 처했다.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식품 가격은 이미 급등했다.

울프의 농장에서 I-5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다섯 시간 정도 달리면 더욱 메마른 땅이 나온다. 샌디에이고는 현재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사용하는 물의 90%를 수입할 정도다. 마찬가지로 텍사스 거의 대부분 지역이 회전초보다 더 메말랐다. 지난 4월 텍사스의 252개 카운티 중 240개는 재해지역으로 지정됐다. 미 농업부 (Agriculture Department)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힌 극심한 가뭄 때문에 위치토 폴스 Wichita Falls (댈러스 북서쪽에 위치한 인구 10만의 도시) 주민들은 머지않아 폐수를 재활용한 물로 샤워를 하고 이를 닦아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날 오클라호마, 캔자스, 콜로라도, 네바다, 뉴 멕시코 등 많은 주가 담수부족을 겪고 있다.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물은 지구 밖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빙하, 구름, 바닷물, 이마의 땀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뿐이다. 증발, 강수, 섭취, 지하유수 등 어떤 상태로든 특정 지역을 벗어난 물은 다른 어딘가에서 나타나기 마련이다. 캘리포니아가 가뭄으로 고통 받는 반면 올해 영국은 잦은 폭우로 사상 최대의 겨울철 강우량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물 부족은 현실적이고, 심각한, 전 세계적 문제다. UN 산하의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IPCC)’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더욱 장기화하고 피해 범위와 심각성도 커졌다. 환경오염, 과소비, 끊임없는 인구성장 등의 영향을 고려해보면 정치적인 논쟁의 여지도 없어 보인다. 의심할 여지없는 초국가적 물 위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NGO, 지질학자, 기후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담수부족에 대해 경고해 왔다. 지금 충격으로 다가오는 점은 수 많은 기업가들마저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SAB밀러 SAB Miller의 물 위기 및 파트너십 수석 매니저 데이비드 그랜트 David Grant-밀러에 물 위기 담당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이사회에서도 물에 대해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펩시코의 CEO 인디라 누이 Indra Nooyi는 “세계의 물 위기는 우리 세대의 가장 심각한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코카콜라, 캠벨수프 Campbell Soup 등 기업들의 최신 10-K 보고서 *역주: 미국 상장기업이 미 증권거래소에 매년 제출해야 하는 실적보고서를 살펴보면 잠재적 위험요소 중 물 관련 사항이 많이 언급돼 있다. 코카콜라는 제품수요를 경감시킬 수 있는 위험 요소로 ‘비만’에 이어 ‘물 부족’을 꼽았다. 네슬레 Nestle의 회장 피터 브라벡 레트마테 Peter Brabeck-Letmathe는 선도 음료제조기업, 개발은행,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정부기관 등이 참여한 민관 협력기구 ‘2030 워터 리소스 그룹 2030 Water Resource Group’을 이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물 문제에 관한 개인 블로그까지 운영한다.

물론 물 문제는 위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다. 네슬레는 매출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식품업체이며 폴란드 스프링 Poland Spring, 페리에 Perrier 등과 함께 미국의 선도 생수제조업체다. 밀러는 매년 쿠어스 라이트 Coors Light, 페로니 Peroni 등 약 200종류의 맥주제품을 판매해 34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 코카콜라와 펩시의 관심사는 당연히 음료제품 생산을 위한 청정 담수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부터 수압파쇄 (fracking), 도축까지 수십 가지 산업에게 풍부한 양의 물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텍사스의 오랜 가뭄의 여파로 육류 유통업체 카길 Cargill은 작년 플레인뷰 Plainview 쇠고기 가공 공장의 문을 닫아야 했다. 당시 미국 내 가축 수는 60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메마른 목초지는 곡물 생산에 지장을 초래해 사료값을 급등시켰다. 이는 가축 수 감소와 더해져 작금의 소고기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골드만 삭스 Goldman Sachs의 수석 투자전략가 애비 조셉 Abby Joseph은 포춘에 “우리는 늘 음료 및 화학산업에 있어 물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의 공급망 내에서 노동력 및 생산성 유지, 주변환경 보존을 위해 물에 의존하는 산업은 몇 개나 될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답은 ‘거의 전부’다. 이 때문에 수많은 기업인, 경제학자,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이 물을 땅에 묻혀 있는 보물, ‘블루 골드 blue gold’로 분류하는 것이다. 시티그룹 Citigroup의 수석 경제학자 윌리엄 뷔터 Willem Buiter는 많은 이들의 생각을 이렇게 정리한다. “내 생각에 물은 결국 석유, 구리, 농산품, 귀금속 등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원자재로 등극할 것이다.”

이에 따른 두 번째 질문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그만큼 높은 가치에도 물은 왜 이렇게 싼 것일까?

네덜란드 비영리 기구인 ‘물 발자국 네트워크 (Water Footprint Network)’의 데이터와 포춘의 분석에 따르면 1.5파운드 치즈버거를 만드는 데 968갤런 *역주: 1갤런은 약 3,78리터로 968갤런은 3,664리터의 엄청난 양이다의 물이 소요된다. 치즈 1장(24갤런), 밀빵(19갤런), 토마토와 상추(2갤런 이하)는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8온스 패티를 만드는 데는 소 사료에 들어가는 물을 포함해 무려 924갤런의 물이 소요된다.

이 물이 애틀랜타의 가정집에서 나왔다면 치즈버거를 만드는 비용은 약 23달러다. 애틀랜타는 지역 주민들에게 1입방 미터(대략 264갤런)당 6.3달러의 수도세를 부과한다. 뉴욕은 그 절반 수준이며(입방 미터당 3.27 달러), 시카고(1.46 달러)와 마이애미(1.15달러)에서는 훨씬 더 저렴하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물의 대부분은 부엌이나 화장실에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물의 70%는 농업용수로 사용된다. 농업용수는 대부분 공짜거나 매우 저렴하다(빗물, 우물, 정부 기관을 통해 공급된다). 농부들이 농업용수를 시장에서 구입해야 한다면 에이커-피트(1에이커 면적에 1피트 높이의 물을 가득 채운 양) 단위로 매우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가뭄이나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농민들은 매우 저렴한 비용만 지불하고 치즈버거 패티를 생산할 수 있다.

빠듯한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부모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다수의 기업인, 경제학자 및 다른 학자들은 물 가격이 너무 낮아 물을 아끼고 보호해야 할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고 지적한다. 덴버시에서 1881년부터 물 문제를 연구해온 미국 수도협회(American Water Works Association·AWWA)는 농업용수, 산업용수, 가정용수의 평균을 내 미국의 물 가격을 측정했다. 가격은 갤런당 0.004센트로 터무니없이 낮았다.

혹자는 물 부족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다고 주장한다. 물 가격을 실제 가치에 가깝게 조정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시장원리)’에 따라 물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그 결과 우리의 소중한 수자원을 아낄 수 있다는 논리다. 또 그들은 물 가격이 실제 가치를 반영한다면, 투자자들의 막대한 자본이 담수화 공장부터 잡배수 재활용 시스템, 지방 누수 수도관 수리 등에 투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런 투자는 세계적인 담수 공급량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을 석유이나 금과 같은 원자재로 취급하자’는 주장은 언뜻 대단히 불편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많은 이들은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은 인간의 권리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UN은 2010년 이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더욱이 시장원리가 도입되면,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 수십억 명이 가장 먼저 큰 위험에 처할 것이다.

선진국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수도세를 올리는 안을 선뜻 추진하지 못한다. 가족농은 파산하고, 식품 가격도 치솟을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칩 생산은 다량의 정수(淨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마이크로칩이 들어가는 모든 기기들의 가격도 급등할 것이다. 이것이 물 가격 상승에 대한 반대 주장이다.

하지만 물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이들은 인권 보호와 시장경제 도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정량의 물은 모두가 무료로 (혹은 공짜에 가까운 가격에) 사용할 수 있게 따로 유지하며, 나머지 물은 자유시장에 맡기자는 것이다. 네슬레 회장 피터 브라벡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식수, 요리용 물, 기본적인 위생용 물은 생존을 위해 모든 사람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재도 필요하다. 개인용 풀장을 채우거나 세차를 하기 위한 물은 공공재가 아니다. 이는 일반적인 상업용 재화로 최소한 수도시설 구축 비용은 회수할 수 있는 가격에 판매돼야 하며, 무료공급이나 보조금 지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급진적인 견해다. 문제는 글로벌 물 문제가 급진적 해결책을 필요로 할 정도로 심각한지 여부다.

중국의 물 문제는 그만큼 심각한 것 같다. 중국은 전 세계인구의 19%를 차지하지만 보유한 담수는 7%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 750만의 북동부 해안도시 톈진 Tianjin의 1인당 물 공급량은 사우디 아라비아보다 적다.

이러는 사이 중국의 강들은 진딧물처럼 죽어 나가고 있다. 1950년대 중국에는 5만 개의 강이 흘렀다. 그런데 산업 및 농업용수로 막대한 양의 물이 사용된 결과 현재는 2만 3,000개만 남아 있다. 그중 다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 몇 년 전 중국 정부기관 황허강 보존 위원회 (Yellow River Conservancy Commission)는 황허강(길이가 8,000마일에 달하는 초대형 강이다)의 오염이 너무나 극심해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때문에 중국은 물 가격정책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1월 초 중국정부는 올해 말까지 최상위층 도시민들이 수도세를 더 많이 내도록 하는 포괄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 발표했다.

미국에서도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샌디에이고-보통 주민들의 한 달 수도세는 40달러로 미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다-가 최근 단계별 가격 시스템을 도입했다. 뿐만 아니라 9억 2,200만 달러 규모의 담수화 시설을 짓기 위해 이스라엘 기업 IDE 테크놀로지스 IDE Technologies와 계약을 했다. 건설이 완료되면 이 시설은 서반구 최대의 담수화 시설이 될 것이다.

매우 건조한 기후로 알려진 호주는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호주정부는 탄소문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물 총량제한 및 거래제도 (Cap-and-trade system)’를 도입해 기업이 다양한 물 절약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국가별 가격조정이 글로벌 물 위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자연적으로 혹은 다른 이유로 발생한 물 부족은 이미 기업과 지역사회 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2008년 코카콜라는 기후가 건조한 인도 라자스탄 Rajasthan 주에서 물 관련 갈등을 겪었다. 지역 농민들은 코카콜라의 칼라 데라 Kala Dera 생산공장이 대수층을 고갈시키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 때문에 보리, 수수, 땅콩 등을 키우는 밭에 물을 대기 위해 우물을 더 깊이 파고, 더 무거운 펌프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결과적으로 용수 공급 비용이 증가했다). 코카콜라 측은 이런 주장을 부인하며 이 문제를 지역사회와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포춘 500대 기업들과 물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는 비영리 기구 태평양 연구소 (Pacific Institute)의 기업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Corporate Sustainability Program)의 디렉터 제이슨 모리슨 Jason Morrison은 “더 넓은 시각에서 물의 가치를 바라보면 공급 안전성 문제뿐 아니라 평판 리스크 (Reputational risk) *역주: 부정적 여론 때문에 시장 신뢰를 잃게 되는 리스크 문제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다수의 기업들은 물의 시장가격이 거의 공짜에 가깝더라도 물 절약에 투자하는 것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딜로이트 Deloitte의 물 관련 전문 컨설턴트 윌 사니 Will Sarni는 “물은 저렴한 재화일 수도 있지만 물이 부족하면 기업운영이 중단될 수도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물의 진짜 가치가 얼마겠는가?”라고 묻는다.

많은 기업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형 양조업체 SAB 밀러는 비영리 단체 세계 야생동물연합 (World Wildlife Federation)과 협력해 ‘물 발자국’ 측정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SAB 밀러는 가뭄의 영향은 물론 인구 증가, 기후변화, 도시화 등 다양한 리스크를 반영해 세부적인 물 사용 평가를 실시했다. 밀러의 물 문제 전담요원 데이비드 그랜트와 그의 팀은 밀러의 가치사슬 중 어떤 부분에서 물이 가장 많이, 혹은 가장 적게 사용됐는지 파악했다. 현재는 시설별로 공급·방출되는 용수량, 폐수, 원수 *역주: 인공적인 처리를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물 가격, 처리 비용, 운수 비용 등에 대한 광범위한 매트릭스를 추적하고 있다. 밀러의 양조공장은 평균적으로 맥주 1리터를 생산하는 데 3.5리터의 물을 사용한다. 2008년의 4.8리터 비해 감소한 수치다.

이는 공급업체들의 물 사용량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또 이 수치는 기후나 토양 같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SAB밀러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맥주 1리터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은 155리터다. 대부분은 홉, 보리, 기타 맥주용 곡물을 재배하는 데 사용된다. 밀러, 네슬레, 코카콜라, 유니레버 Unilever, 다우 케미컬 Dow Chemical 같은 기업들도 주로 물 관리 프로그램 (Water stewardship program) 등을 통해 물 절약 방안을 찾는 데 투자하고 있다.

대부분의 농민들과 지역 정부는 담수화 또는 ‘점적 관개 (Drip irrigation)’ *역주: 직경이 5~20mm 되는 호스에 1mm 이하의 구멍을 뚫어 호스에서 관개용수가 한 방울씩 유출되게 관개하는 방법 시스템 같은 기술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기업 물 관리 팀은 농민, 지역정부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에서 네슬레가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네슬레는 물 발자국을 줄여왔다. 네슬레의 안전, 건강, 환경 지속가능성 글로벌 책임자 클라우스 콘젤만 Claus Conzelmann은 “현재 네슬레 공장에서 1킬로의 제품생산에 3리터의 물을 사용하는데 이는 10년 전 8리터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젤만에 따르면 네슬레는 몇 년 전부터 원료를 공급하는 농민들의 물 절약도 돕고 있다. 원료 1킬로를 생산하는 데 3,000리터의 물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네슬레 공장이 있는 인도 펀자브 Punjab 농민들은 물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 중 하나인 쌀과 가축 사료용 작물을 주로 재배했었다. 펀자브는 물 부족 지역 중 한 곳으로 충분한 물 공급을 위해 관개시설을 보수하고, 지하수를 더 깊이 파야 했다. 결국 수확량은 줄고 용수관련 비용만 증가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네슬레는 스리랑카에 있는 UN산하 국제 수자원관리소 (International Water Management Institute)와 힘을 모았다. 수자원관리소는 펀자브 농민들에게 젖소를 더 많이 키울 것을 권장했다. 그렇게 하는 편이 물을 더 생산적이고,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족한 쌀과 사료용 작물은 강수량이 풍부한 인도 동부에서 더 생산할 수 있었다. 그렇게 펀자브의 많은 농민들은 낙농업으로 전환했고 지역 대수층에 가해지던 부담은 상당히 줄었다.

네슬레는 현재 1,000명의 농학자를 고용해 물 관리와 동시에 농작물 품질 향상을 돕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네슬레는 공장주변 지하수면이 급격히 고갈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 문제를 연구한 네슬레 농학자들은 지역 농민들이 쉽게 물을 아낄 수 있는 점적관개 시설을 설치할 인센티브가 없다고 판단했다. 농민들은 정부로부터 저렴하게 제공받은 석유와 전기를 이용, 자신들의 낡은 관개펌프를 지속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물이 낭비됐다. 콘젤만은 “(적절한) 물 사용료 없이는 값싼 기술마저 결코 도입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 문제에 있어 유일한 낙관주의자들은 소수의 거물 투자자들이다. 연 매출 1,150억 달러를 자랑하는 에너지 화학 기업 코흐 인더스트리스 Koch Industries의 소유주 코흐 형제는 정수 및 담수화 기술에 투자해 왔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회사 중 하나인 GMO의 공동 설립자 제러미 그랜텀 Jeremy Grantham은 물 부족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시티은행과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몇몇 대형 투자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일관되게 물 관련 산업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담수화, 나노 정수기술 등 관련분야의 성장은 물론, 오래된 수자원 시설을 보수하거나 재건축할 회사들과 물 사용 및 누수를 추적하는 빅데이터 기업들의 전망을 밝게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아직 현실화 된 적이 없다. 월가는 오랫동안 물 관련 주식이 급등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물 산업은 연간 6,00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산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업이 수익을 올리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해 세계적 전자기업 지멘스 Siemens는 물 산업에서 손을 뗐다. 골드민 삭스의 애널리스트 코헨 Cohen은 “물에 대한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다. 물 가격의 책정방식이 정치인들에 의해 결정되는 점은 물 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라고 분석한다.

물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석유, 구리 등 기타 원자재와는 달리 물을 취급하는 글로벌 시장이 없다는 점이다. 물 운송은 매우 까다롭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남부의 양쯔강에서 물이 부족한 북부 지역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한 대형 송수로를 건설 중이다. 이 공사는 길이만 2,700마일에 달하며 사상 최대의 비용이 투입되는 토목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공사비용은 600억 달러를 웃돈다.

그럼에도 많은 학자들은 물이 국제 거래에서 점점 더 중요한 재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가들이 곡물, 농산품, 심지어 목재를 거래할 때도 사실상 물이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탓이다. 물이 점점 더 희소해짐에 따라 이 개념-킹스 칼리지 런던의 교수 토니 앨런 Tony Allan이 ‘가상수 (virtual water)’라 부르는 보이지 않는 물의 거래-은 점점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앨런은 “식량 안보는 물 안보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저렴한 가격에 식량을 얻고 싶다면 농민들이 물을 절약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센트럴 밸리로 돌아가 보자. 이곳의 땅은 4월 말 비가 내렸음에도 여전히 메말라 있다. 또 세라 울프의 발 밑으로 지면이 가라앉고 있다. 개인 소유 우물에서 물을 과하게 끌어올린 결과다. 그녀의 가족은 수십 년 전 우물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곧 문제가 발생했다. 흔한 공유지의 비극 사례같이 이 지역 농민들이 대수층에서 너무 많은 물을 끌어올려 1년에 1피트씩 지면이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1930년 이래로 울프 농장의 지반은 80피트나 낮아졌다. 그녀는 “조금씩 사용했을 때만 유지 가능한 자연수 원천을 우리가 고갈 시키고 있다. 물을 너무 빨리 끌어다 쓰면 물을 담고 있는 송수관 구멍들이 붕괴해 해당 대수층을 다시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한다. 설상가상으로 가라앉는 지면은 우물 자체에 엄청난 부담을 가한다(우물 하나를 파는 데는 약 50만 달러가 든다). 울프의 농장에는 3개의 우물이 있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지표면에 흐르는 물과 달리 시에라의 지하수는 염분을 포함하고 있다. 수천년 전 센트럴 밸리는 바다의 섬이었다. 그 결과 이 지역의 토양은 염분, 붕소, 천일염, 셀레늄 등의 성분을 띠고 있다. 모든 작물이 이러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붕소는 아몬드 나무를 고사시킨다. 울프는 결국 토양에 염분이 쌓이면 수확량에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울프는 푹 꺼진, 소금기 띤 밭 가장자리에 서서 쉽게 해결되지 않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충분한 물 없이 어떻게 세계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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