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한화 내가 왜 2선발이냐

류현진 한화 내가 왜 2선발이냐

친정팀 한화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활짝 웃는 류현진.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PCR 검사를 마친 그는 인터뷰와 사진촬영을 할 때만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스프링캠프에 '원조 괴물'이 등장했다. 한때 한화의 절대적인 에이스였던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이다.

류현진은 3일 경남 거제 하청 스포츠타운에 차려진 한화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류현진이 한화 캠프에서 2월을 보내는 건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류현진은 "10년 만에 이렇게 한화에서 함께할 수 있어서 좋다. 나도 설레고, 즐겁게 훈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세월이 많이 지났는데도 10년 전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오키나와에서 (한화에서의) 마지막 캠프를 치르던 때가 기억이 난다"고 웃어 보였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은 데뷔 첫 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최우수신인선수(신인왕)을 동시에 받았다. 7년간 98승을 올리면서 KBO리그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2013년 한화에 약 2573만 달러(308억원)의 이적료를 선물하고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로 떠났다. 이후에도 매년 한화 후배 투수들과 비시즌 '미니 캠프'를 함께하고 훈련비를 지원하는 등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한화는 류현진의 등번호 99번을 여전히 비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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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팀 한화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방송 인터뷰를 하는 류현진.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PCR 검사를 마친 그는 인터뷰와 사진촬영을 할 때만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뉴스1]

류현진은 원래 1월까지 한국에서 몸을 만든 뒤 2월 초 토론토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로 떠나 본격적인 캠프 준비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노사 합의 불발로 인한 MLB 직장 폐쇄가 장기화되면서 현지 구단 시설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고민하던 그는 KBO리그 친정팀 한화에 동반 훈련을 문의했고, 한화는 흔쾌히 수락했다.

류현진은 "(2월이) 선수들에게는 한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 (직장폐쇄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똑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한다"며 "직장폐쇄가 언제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정상 페이스로 준비하고 있다. 선발 투수로서 시기에 맞는 투구 수를 소화해가면서 차근차근 계획한 대로, 순리대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화 선수들은 빅리그에서도 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한 류현진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신인 시절 류현진과 함께 뛴 주장 하주석은 "젊은 투수들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것 같다. 현진이 형은 항상 한화에 애정을 갖고 있으니, 후배들에게 미국에서 경험한 부분을 많이 가르쳐 줄 거다. 나 역시 많은 걸 배울 기회"라며 "가장 먼저 '한화에 언제 다시 돌아올 거냐'고 물어 보고 싶다"고 했다.

류현진 한화 내가 왜 2선발이냐

밝은 표정으로 친정팀 한화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류현진.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PCR 검사를 마친 그는 인터뷰와 사진촬영을 할 때만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연합뉴스]

지난해 류현진 이후 처음으로 한화 국내 투수 14승을 올린 김민우도 "류현진 선배님은 워낙 대단한 선수 아닌가. 훈련하는 걸 옆에서 보기만 해도 선수들이 충분히 얻을 게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좀 더 배우고, 얻어가겠다"고 했다.

류현진 역시 정든 친정팀에 힘을 불어넣고 싶다. 한화는 지난 2년간 최하위에 그쳤고, 올해도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된다. 리빌딩에 한창이라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려나가고 있다.

류현진은 한화의 후배들에게 '실수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반드시 한화로 다시 돌아올 거다. 처음에도, 지금도 그 마음은 변화가 없다"고 거듭 약속했다.

거제=배영은 기자

류현진 한화 내가 왜 2선발이냐

17일 오클랜드전에서 투구하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로이터=연합뉴스]

준비 부족일까, 기량 하락일까.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두 경기 연속 5회를 넘기지 못했다.

류현진은 1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4회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은 안타 6개를 내주고 5실점한 뒤 2-5로 뒤진 5회 초 트렌트 손튼과 교체됐다. 볼넷은 없었지만, 삼진 1개를 잡는 데 그쳤다. 피안타 6개 중 장타가 4개(홈런 1개, 2루타 3개)나 됐다. 팀은 5-7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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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머피에게 홈런을 내준 뒤 고개를 숙인 류현진. [AP=연합뉴스]

류현진은 첫 등판인 11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도 3과 3분의 1이닝 5안타 6실점했다. 2경기 연속 5회에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3.50이 됐다. 두 경기 다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내 패전투수가 되진 않았지만 최악의 출발이다.

류현진은 1회 심판이 스트라이크존 가장자리에 걸치는 공을 볼로 선언하자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집중해서 범타를 유도해냈다. 하지만 2회에 네 타자 연속 안타를 내주고 3실점했다. 3회 1사 1루에선 션 머피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4회엔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지만, 더 이상 던지지 못했다.

류현진의 지난 시즌 빠른 공 평균 속도는 시속 90마일(약 145㎞)이었다. 메이저리그(MLB) 하위 5% 수준으로 매우 느리다.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을 때도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으로 이를 커버했다. 텍사스전에서도 최고 91.5마일(147㎞), 평균 90.1마일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선 빠른 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커터)을 볼 수 없었다. MLB닷컴에 따르면 53개의 투구 중 포심이 18개, 커터가 15개였다. 90마일이 넘는 패스트볼은 딱 하나뿐이었다. 머피에게 맞은 홈런도 88.2마일(142㎞) 직구였다. 커터는 평균 85.5마일(138㎞)에 머물렀다.

제구는 더 안 됐다. 2회 4연속 안타를 맞은 구종은 체인지업-커브-포심-커터였다. 자신이 가진 모든 무기를 꺼내들었지만 높은 쪽에서 형성되면서 맞아나갔다. 피홈런도 2볼에 몰린 뒤 어쩔 수 없이 가운데로 던진 공을 통타당했다.

경기 뒤 류현진은 왼팔 통증으로 치료를 받았다. 경기 뒤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트레이너에 따르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몸에 이상이 있는지를 검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1월부터 제주도에서 몸을 만들었다. 2월엔 플로리다주 더니든 스프링캠프를 쓰지 못하게 되자, 출국을 미뤘다. 대신 친정팀인 한화 이글스가 꾸린 경남 거제 캠프에서 투구 훈련을 시작했다. 노사분규가 길어지자 계속 한화 캠프에서 머물렀다. 개인훈련을 하는 것보단 나았지만, 예년과 다른 훈련방식이었다. 도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다.

미국으로 넘어간 뒤에도 시범경기는 한 번 밖에 나서지 못했다. 물론 류현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시범경기 전체 일정이 줄어들어 투수들이 준비가 덜 된 채 개막을 맞았다. 시즌 초반 상당수 선발투수들이 부진하거나,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클레이턴 커쇼(LA 다저스)도 7이닝 퍼펙트를 기록했지만, 80개만 던지고 도전을 포기했다.

특히 토론토는 류현진을 포함한 1~3선발인 호세 베리오스-케빈 가우스먼이 줄줄이 부진했다. 그러자 찰리 몬토요 감독은 16일 경기에선 6선발로 로스 스트리플링을 투입했다. 하루씩 휴식을 더 주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하루를 더 쉬어도 류현진의 컨디션은 올라오지 않았다.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 수록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류현진은 만 35세다. '게으른 천재'로 꼽히기도 했지만, 20대 후반부터는 보강 운동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전성기가 지날 시기가 된 건 분명하다. 특히 지난해 초반엔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후반기부터는 좀처럼 투구 밸런스를 찾지 못했다.

내년까지 4년 계약을 맺은 류현진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노쇠화'일지, 아닐지는 다음 등판, 그리고 그 다음 등판에서 엿볼 수 있을 듯하다.

김효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