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은행원 이 되고 싶은가

대학가로부터 취업특강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요즈음 대학에서는 학생들 취업을 위해 팔 걷어붙이고 열일 마다하고 뛰고 있다. 대학별로 취업 지원팀을 구성한 것은 물론 학교 특성에 맞게 다양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만나는 교수마다 모두 다 한결같이 학생들 취업과 진로가 주요 화두다.

왜 은행원 이 되고 싶은가

모 대학에서 취업특강을 개설한 결과 1000명이 넘게 신청했다고 연락이 왔다. 강당에 들어선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늦은 시간에도 자리를 채운 학생들을 보며 가슴이 저민다. [일러스트 강경남]

모 대학에서 취업특강을 개설한 결과 1000명이 넘게 신청했다고 연락이 왔다. 지난 35년 동안 금융권에 몸담은 나에게 강의 요청이 온 것이다. 아마도 시중에서 진행하는 취업특강과는 다르다고 판단한 것 같다.

취업 특강은 금융권에서 실무관리 임원으로 재직할 당시 직접 채용했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작년부터 제도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금융권 특히 은행권 공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다루게 된다. 하지만 내 강의가 특별해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 아니고 취업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교수의 이야기다. “요즈음 학생들 참 바빠요. 학교 공부는 물론, 알바에다 필요한 자격증도 취득해야 하고, 경험을 쌓기 위해 여러 활동도 해야 하고, 게다가 졸업반일수록 취업준비에 매달려야 합니다. 취업 대란입니다. 대학생의 낭만, 추억 그런 것은 이제 옛말입니다.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너무 시달리고 있어요. 고민도 많습니다. 현실은 힘들고. 마음이 짠합니다.”

학교에서 안내해준 강당에 들어선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500석 넘는 규모의 대강당이다. 강당 입구에서는 학생들 출입을 확인하고 있다. 1000명이 넘게 신청해와 500명씩 두 차례로 조정했다고 한다. 입추의 여지가 없는 공연장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강단에 올라서 늦은 시간에도 자리를 꽉 채운 학생들을 보며 가슴이 저민다. 그 옛날 나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나도 대학 4학년이 무척 힘든 시기였다. 고뇌의 시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세상 다 이룬다고 생각했다. 막상 대학 4학년이 돼보니 오히려 더 막막했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지, 내가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세상은 어수선하고 나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앞으로 나는 무엇이 되려 하는지. 그런 고민과 함께 내 얼굴은 온통 자갈밭이 되었다. 여드름으로 도배한 것이다. 짜증은 증폭되고 있었다. 앞날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왜 은행원이 되려고 합니까?” 은행에 취업하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제일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어느 학생이 대답한다. “은행원 멋져 보입니다. 보수도 많고, 안정적이고 게다가 남들도 많이 부러워 합니다. 그래서 은행원이 되고 싶습니다.” 다른 학생은 부모가 은행원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어떤 학생은 어디 갈까 고민 중인데 금융권이 어떤지 알고 싶어 왔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부활한 금융권 은행 고시, 그 경쟁이 치열하다. 채용공고가 나면 약 3개월에 걸쳐 필요한 채용절차가 진행된다. 그 과정을 통과해 수백대일 경쟁을 뚫고 드디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은행에 취업한다. 이 얼마나 기쁘겠는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비치는 뱅커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측면도 있다. 투자금융이나 기업금융 분야에서 기업의 인수합병을 주도하고 기업의 자금줄을 좌지우지하는 그들이 참으로 멋져 보인다. 출입증 카드를 목에 걸고 출근하는 모습, 점심 식사 후 커피 한잔 들고 걸어가는 모습 또한 부럽다. 동료들과의 회식장면 속에 함께 있는 것처럼 상상도 해본다.

그런데 취업의 기쁨이 채 가시기 전에 입행 후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고 싶어 하는 은행원이 많다고 한다. 막상 입행해 보니, 생각보다 너무 다른 환경과 현실에서 그만 의욕을 잃는다는 것이다. 그 힘든 과정을 통해 은행에 들어왔건만 기대보다 실망이 더 컸다는 이야기다. 왜 그럴까?

왜 은행원 이 되고 싶은가

나 자신이 확실하면 내 미래도 확실해진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보다는 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해봐야 한다. [일러스트 강경남]

은행을 몰랐다고, 현실을 몰랐다고? 그보다는 바로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왜 은행원이 되려고 하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확신이 없는 것이다. 금융권 취업을 위해 은행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꼭 하는 질문이다. 본인 스스로 반드시 해야 하는 질문이다.

- 왜 나는 은행에서 일하고 싶은 것인가
- 은행에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것인가
- 은행원으로서의 나의 비전은 무엇인가

나 자신이 확실하면 내 미래도 확실해진다. 은행원이 되려고 하는 나 자신의 이유가 확실하면 은행원이 되기 위해 더 공부하게 되고, 은행원으로서의 역량을 키우게 될 것이다. 비전을 가지게 되면 은행원으로서의 자부심과 더불어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내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이 질문은 은행원이 되려고 하는 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이나 회사원 또는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왜 하려고 하는지’ 꼭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보다는 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해봐야 한다.

자신의 질문은 스스로 생각을 부른다. 그 생각은 답을 찾아간다. 생각에도 힘이 생긴다. 사고력이 길러지게 된다. 그 생각 뒤에 어느 날 답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하지 않으면 답은 당연히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강의 후 한 학생으로부터 장문의 문자가 왔다. 지난해 초부터 은행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 준비 중이며 가고 싶은 은행에서 인턴 경력도 쌓았다고 했다. 은행은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기에 고객과의 경험도 쌓았단다. 하지만 왜 은행원이 되려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해준 인상적인 강의에 감사하다고 한다.

‘왜 이 일을 하고 싶은가?, 이 일에 대한 나의 비전은 무엇인가?’ 이 질문이 바로 내일의 내 일을 만드는 첫 출발일 것이다.

강명주 WAA인재개발원 대표원장

왜 은행원 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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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금융지식 뽐내려 말고…간절함·진솔함으로 무장하라"

입력 : 2018-11-05 17:26:42수정 : 2018-11-05 17:27:15

5대시중銀 일제히 면접 돌입

솔직한 이야기·적극적 태도

면접관들 플러스요인 꼽아
향후 비전 뚜렷할수록 좋아

타은행 비난성 발언은 금물

왜 은행원 이 되고 싶은가

지난 8월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현장 면접을 보고 있다. [매경DB]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이 신규 직원 2200여 명을 채용하기 위한 하반기 면접 절차에 일제히 돌입했다. 모 은행은 필기 전형에 20배수가 응시했고, 면접 전형에는 3배수가 응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마다 정해진 합격자 비율은 다르지만 현재 최소 7000명이 면접 준비에 한창일 것으로 보인다. 응시 인원이 많다 보니 면접 진행에만 일주일 넘게 걸리는 곳도 있다. 면접을 앞두고 면접관을 맡은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의 플러스·마이너스 요인은 무엇일까 물었다. 인사 담당자들은 "지금은 면접관과 지원자 관계이지만 결국 '같이 일할 동료'라는 점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고 팁을 전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6일까지 발표(PT)·토론·인성검사 등으로 이뤄진 1차 실무 면접을 치른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까지 1차 직무적합도 면접을 마쳤다. 이 전형 합격자들은 이달 말 열리는 최종 임원 면접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은 모두 실무 역량을 평가하는 1차 면접을 앞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12~16일, 하나은행은 7~23일, 농협은행은 19~28일로 각각 예정돼 있다. 우리은행은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 등 실무 능력에 대한 비중을 더 높일 예정이다. 이에 상품·서비스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면접관을 설득하는 새로운 유형의 시험을 도입한다.

왜 은행원 이 되고 싶은가

KEB하나은행은 지원자가 특정 역할을 맡는 롤플레잉(역할놀이) 면접, 발표 면접, 협상 면접 등 다양한 유형의 평가를 통해 종합적 측면을 평가한다. 어느 한 시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개별 평가에 긍정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NH농협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최종 임원 면접 없이 한 차례 면접으로 최종 절차가 끝난다. 이들 은행의 채용 담당자는 예비 행원이자 미래의 동료인 수험생들에게 '해당 은행에 대한 이해' '진정성 있는 태도' 등을 당부했다. 한 담당자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가장 찾아보기 힘든 태도"라는 말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면접에서는 자신이 지원하는 은행에 관한 구체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좋다. 은행과 금융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드러내는 것도 필요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깊이 있는 내용보다 은행원으로서 기본적인 자질과 본인의 경험을 대답에 녹여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은행원이면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으로 예단하지 말고 왜 은행원이 되고 싶은지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 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우리은행 행원이 되기 위한 노력과 활동을 했다는 것이 느껴져야 한다"며 "우리은행을 방문했던 경험, 최근 우리은행에 관한 언론 기사, 우리은행에 근무하는 지인을 통한 간접경험 등을 풀어내면 좋다"고 설명했다.

또 신한·우리은행처럼 지원 직무가 세분화된 경우에는 자신이 지원한 분야에 대한 이해를 어필할 필요가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원 직무에 대한 본인의 강점이 무엇인지, 해당 직무의 향후 비전과 자신이 이루고픈 바가 무엇인지 등을 드러내야 한다"며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지원자에게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권 전반적으로 디지털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기 때문에 이공계 전공자라면 이와 관련해 본인이 가진 강점을 드러내는 것이 좋은 평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플러스 요인은 '간절함과 진솔함'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뛰어난 언변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보다는 본인의 진솔함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 역시 "본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쓴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면접 준비를 해야 한다"며 "비용을 들여 첨삭받은 자기소개서와 대답은 오히려 획일적이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극적·의욕적인 자세,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하는 모습 등도 중요하다.

면접 전형에서 마이너스 요소로는 공통적으로 '매너·에티켓에서 감점'이 지적됐다. 구체적으로는 △답변 중 타인이나 타 은행에 대한 비방 △면접 중 소극적·의기소침한 태도 △허황·과장된 자기소개, 과한 표정과 액션 △불성실한 태도 △대기시간 동안 불필요한 행동 등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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