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면 어떤 길이든

오늘의 병원, 갈 길이 멀다?

[송재순 송재순병원마케팅연구소 대표] 입력 2013.08.23 08.37

송재순병원마케팅연구소 송재순 대표

   
▲ 송재순 대표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동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가 겪는 환상적인 모험이 그려지고 있다. 그 이야기 중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온다. 이상한 나라에서 빠져 나가는 길을 찾다가 갈림길을 만난 엘리스가 꾀 많은 고양이 체셔에게 묻는다. “어떤 길로 가야 하나요? ”체셔가 되묻는다. “어디로 가는데? ”앨리스의 대답은‘모른다’였다. 체셔는 웃으며 말한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아무데도 갈 수 없어!”

병원도 마찬가지다. 병원 경영자들 중 상당수는 앨리스처럼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 병원 문을 여닫고 있다. 애초에 가려고 했던 곳이 없으니 어디에 가있어도 자기 자리가 아닌 것처럼 어색하고 주변이 낯설 수밖에 없다. 경영이념의 부재에 따른 지극히 당연하고 보편적인 결과다.

경영이념이란 경영자가 자신이 경영하는 집단에서 추구하는 핵심가치이다. 그리고 그 핵심가치가 분명하게 바로 서있다 하더라도 그 가치의 실현 여부는 집단 구성원 모두가 얼마나 그 이념을 공유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언젠가 한국을 방문한 GE의 잭 웰치(Jack Welch) 회장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의 경영자로 선정된 비결이 뭔가요?” 그의 대답은 간결하고 분명했다. “딱, 한 가지입니다.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고, GE의 전 직원 역시 내가 어디로 가려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자. 사우스웨스트항공사 CEO의 경영이념이면서 전 직원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는 ‘가장 저렴한’이다. CEO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에게 오늘의 성공 비결을 묻는다면 그는 잠시도 뜸들이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는 가장 저렴한 항공사다. 이 점만 명심하면 당신도 나 못지않게 우리 회사를 위해 어떤 결정이든 내릴 수 있다.” 명쾌하지 않은가? 경영자의 생각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직원은 어떤 경우에든 자기 자리에서 ‘판단’이 쉬워진다. 가령 소비자 조사에서 비행 중 간단한 식사와 관련해, 좀 더 맛있는 샐러드를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가정하자.(지금껏 이 항공사는 땅콩정도 이외에는 기내식이 거의 없었다) 이때 CEO는 마케팅 담당자에게 물을 것이다. “이 메뉴를 제공할 때 우리가 가장 저렴한 항공사로 남을 수 있겠는가? ”돌아올 답은 당연히 No! 짧고 단호하다. 이것이 바로 CEO와 전 직원이 공유하고 있는 경영이념, 즉 핵심가치의 힘이다.

이러한 기업의 경영이념 제정에는 대전제가 있다. 자신의 이익을 떠난, 소비자와 사회에 제공되는 분명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병원 경영에서도 명확한 이념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바른 경영이념이 세워지고 난 뒤라야 비로소 중장기적 비전과 중∙단기 목표가 선명해진다. 바람직한 병원 경영자라면 ‘귀 병원의 경영이념은 뭔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간결, 명확하고 일관된 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 답은 경영자 혼자만의 것이 되어서도 안 된다. 그것은 이미, 전 조직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그 병원의 문화이며 정신이 되어 있어야 한다.

오늘날 적지 않은 수의 병원이 해야 할 일을 쌓아놓고 미치지 못하는 여건을 안타까워한다. 한마디로 ‘갈 길이 멀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다. 그러나 필자는 오늘의 병원이 안고 있는 문제가 보다 근본적인 데 있다고 본다. 병원이 경영상에 직면하고 있는 대다수의 문제는 영양실조에 따른 이상증세다. 오래도록 보충되지 못했거나 태어날 때부터 없었던 절대 영양소의 결핍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과 앞으로의 성공적인 병원 경영의 실마리가 될, 그 영양소가 독자의 병원 내부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다. 바로, 경영이념과 핵심가치의 정립, 그리고 그 공유다.

한 직원과 경영자가 만난 병원 엘리베이터 안, 그 짧은 순간에는 제아무리 첨단의 의료장비라도 잡아낼 수 없는 무언의 측정과 진단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로에게 흐르는 그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진단이다. 바로 그 때, 경영자와 직원 사이에 흐르는 건강한 그 무엇, 그것이 곧 병원의 생명을 이어주는 혈액이며 비전이다.

이제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경영자에게 묻고 싶다. 독자의 병원은 갈 길이 먼 것인가, 아니면 어디로 갈지를 아직 정하지 못한 것인가? 그리고 직원들은 지금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병원이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알고 있는가? 그리고 또, 그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은 병원이 가고자 하는 곳과 같은가?

   
 

「때로는 병원도 아프다」- 병원이 받아야 할 마케팅 종합검진 저자,
송재순병원마케팅연구소 (www.hospitalmarketing.co.kr)  송재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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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면 어떤 길이든


사피엔스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려주고, 호모 데우스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려준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등 40개국 출간 확정!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전 세계 45개국에서 출간하여 500만 부 이상 판매된 초대형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가 신간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로 돌아왔다.
버락 오바마,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재레드 다이아몬드, 대니얼 카너먼 등 해외 유수의 유명인사들 뿐 아니라 유시민, 김대식, 전병근 등 국내 저자들까지 이 책을 주목하고 적극 추천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피엔스 신드롬’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반응을 불러온 책 [사피엔스]. 이 한 권의 책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은 강력했다. 2015년 11월 국내 출간 이후 ‘알파고’ 이슈와 맞물리며 한국 사회에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미래’라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졌고, 빅히스토리에 대한 논의를 뜨겁게 달구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경제 등 각종 언론사와 인터넷 서점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이 되었고, 현대경제연구소 추천도서, 유미과학재단 과학도서상 등을 수상하며 역사와 사회, 과학을 아우르는 통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증명해 보였다. 이 책을 읽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우리 사회는 인간이 쓸모없어질 미래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깊은 사유와 추론을 통해 미리 가본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미래

새롭고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세계적인 젊은 석학이자 베스트셀러 저자로 발돋움한 유발 하라리는 이번 책 [호모 데우스]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안목과 글 솜씨를 보여준다. 과학과 철학, 종교, 역사, 경제, 생물학 등 학문의 경계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방대한 자료와 지식을 한 줄로 꿰어내는 그의 실력은 무시무시할 정도이다. 불편해서 고개를 틀어 외면하고 싶지만, 여러 학문의 논리로 완전무장을 하고 펼쳐 보이는 인류의 생생한 미래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호모 데우스]는 7만 년의 역사를 거쳐 마침내 지구를 정복한 인류가 이제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이야기한다.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은 책이기에, 어떤 책보다 과학적인 근거와 철학적 고찰을 바탕으로 한 설득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중심을 잃을 때 자칫 과장이나 허구로 읽히기 쉽다. 그런 면에서 유발 하라리는 독보적 면모를 보인다. 역사학에 굳게 발을 딛고, 심리학과 종교부터 기술공학과 생명과학까지, 어느 분야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고 미래 전망의 근거로 삼는 실력은 발군이다. 사피엔스 종이 협력이라는 도구로 집단을 만들고, 허구를 믿는 능력으로 사회를 이룬 과정처럼, 과학의 발달로 인본주의의 의미가 퇴색하여 더 이상 신god의 가치나 인간 중심 이데올로기의 의미가 사라질 미래도 꽤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금 [호모 데우스]를 읽어야 할까? 저자는 21세기 인간이 경제성장 덕분에 기아와 역병, 전쟁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39쪽)꾸는 것이다. 인류는 다음 수순으로 ‘불멸, 행복, 신성’을 꿈꾼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추구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 없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눈을 크게 뜨고 오늘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우리를 이끄는 곳이 어디인지 보아야 한다. 개인의 힘으로 역사의 진군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과 생태계 안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정치인, CEO, 유권자 들의 십중팔구는 성장을 선호한다. 21세기에도 그런 식이면 우리는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38쪽) 이 파국을 막을 "브레이크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80쪽)르고, "만일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경제가 무너지고 그와 함께 사회도 무너질 것이다. (...) 만에 하나 성장이 멈춘다면, 경제는 포근한 평형 상태에 안착하는 것이 아니라 추락해서 산산조각 날 것이다. 자본주의가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하라고 우리를 부추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80~81쪽) 불안정한 암전 속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오늘 이 서늘한 경고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신이 된 인간, 우리는 진정 무엇을 원하는가!

‘호모 데우스Homo Deus’의 ‘호모Homo’는 ‘사람 속을 뜻하는 학명’이며, ‘데우스Deus’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신god’이라는 뜻이다. 즉,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요 키워드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라고 하겠다.
신에게는 불멸과 창조의 능력이 있다. 이카로스의 날개를 단 인류는 태양을 향해 신의 영역으로 한 발 더 내딛고 싶어 한다. 유발 하라리는 우리가 지난 시기 인류를 괴롭히던 ‘기아, 역병, 전쟁’을 보기 좋게 진압하고, 이제껏 신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불멸, 행복, 신성’의 영역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한다. 그 속도는 너무 빠르고, 그 물결은 거세서 개인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그래서 무엇을 인간이라고 할 것인지, 어디까지 타협하고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 종의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갈림길에 섰다.

길어야 80년을 살았던 지금까지 인류는 진화의 속도를 체감할 수 없었다. 그동안의 역사에서 생물학이든, 사회학이든 진화는 우리 한 생으로 가늠할 수 없는 속도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미래에는 우리가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비유기체와 결합하거나, 알약 한 알만 먹으면 갑자기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면 누가 "나는 외부 유기체와 결합하지도 않고, 이 약도 먹지 않겠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혹 약을 먹지 않았다 해도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이 그 약을 먹고 스스로 능력을 놀랍도록 향상시킨다면 나만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뇌를 자극하거나 물질을 투입하여 내가 마음을 조정하거나 조절할 수 있다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 외부에 다른 세력이 내 마음을 조종하게 되지 않을까? [호모 데우스]는 인류의 지난 발자취를 거울삼아 미래를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저자의 말투는 조심스럽고 때때로 유머러스하지만, 초인간의 도래와 인본주의의 퇴색, 데이터교의 지배 등 그 예견은 섬뜩하고 논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