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어떤 마술 의 금서 목록 11 권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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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행동에 옮겼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교차로에서의 격돌로부터 수일 후의 일이었다.

상당히 이전부터 조짐이라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시 쇼쿠호 미사키에게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바로 이 날, 이 때였을 터였다.

왠지 모르게, 사람과 만나고 싶지 않게 되었다.

나른한 열대야. 눈에 익은 학생가를 터벅터벅 걸으며, 사람이 없는 쪽, 사람이 없는 쪽으로 그녀는 걷고 있었다. 보다 조용한 곳. 보다 사람이 없는 곳. 

그렇게 한 끝에 쇼쿠호 미사키는 학구를 넘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풍경을 벗어나,

어느덧 어두운 숲의 나무들로 둘러쌓인 구불구불 구부러진 산길에 접어들고 있었다. 

제 21학구. 학원도시에 있어서는 드물게도 자연이 남아있는 산악지대로써, 댐이나 인조호수의 귀중한 수원이나 천문대 등이 늘어서 있는 학구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발은 멈추지 않는다.

납득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걸으며, 걷는 것을 멈추지 않은, 그녀가 최후의 최후에 도달한 곳은, 몇 개가 있는 산 중 하나, 그 산 정상부. 직경 5미터를 넘는 원형의 인조호수였다.

동그란 호수의 중앙에 금속 탑같은 것이 솟아나와 있었고, 호수 가장자리는 모두 콘크리트로 덮혀 있었다.

우주에서 보면 기괴한 거대 유적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그 오체는, 

땅속 깊이 수직으로 1000미터 정도 길이의 송열 막대기를 꽂아넣은 실험적인 지각열 발전소였다.

해가 지고, 밤하늘에는 달이 나와 있었다.

학생 기숙사의 폐문 시각은 한참 전에 지나 있었고, 사감 등은 큰 소란을 피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 모두에 쇼쿠호 미사키는 진절머리가 나있었다.

『아 - 아』

풀썩 하고 동그란 인조호수의 가장자리에서, 중학교 1학년인 듯한 새로운 하복 차림 그대로 벌렁 지면에 뒹굴었다.

아무도 없는 것이 다행인, 짧은 스커트도 상관하지 않고 큰 대자 모양으로.

순간적으로 나쁜 마음이 든 건지도 모른다.

핸드백 안에서 꺼낸 TV 리모콘을 손에서 만지작 거린다. 서부 영화의 건맨처럼 빙글빙글 돌린다. 

그러면서, 쇼쿠호 미사키의 머릿속에서는 『문득 떠오른 생각』 이 계속해서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마치 공기중의 먼지에 얼어 수분이 달라붙어서, 커다란 눈 결정으로 발전해가는 듯이.

쇼쿠호 미사키에게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 『XX을 확장하기 위한 거대한 XX』 의 건은 해결했다.

관련해서, 비밀성이 높은 건물에서 생활하던 돌리라고 불리는 XXXX의 건에 대해서도, 본의 아니게 일단락 지어졌다.

거기서 감정의 열을 빼앗을 정도의, 일정 이상의 시간도 지났다.

그래서 인것일까.

맥이 빠진걸까, 아니면 느슨해진 걸까.

마주한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나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바야흐로 지금 이 시간. 

마치 갓 입학한 신입생이 5월병을 앓는 것처럼, 쇼쿠호 미사키의 마음은 가벼운 퇴폐에 빠져 있었다.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자』 답지 않은 자기 반성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애초에 쇼쿠호 미사키는 자기자신의 마음을 향해 능력을 사용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리고.

지금이 그 때일지도 모른다.

『......뭐랄까, 피로력이라고 해야하나, 전부 귀찮아져버렸어』

기억.

추억.

인간관계.

그것들 전부.

빙글빙글 돌리고 있던 TV 리모콘을, 그녀는 자신의 관자놀이에 들이댄다. 마치 권총 자살이라도 하려는 듯이.

그녀도 230만 명이 생활하는 학원도시 중에서 10명도 채 존재하지 않는 초능력자의 일각으로서,

당연히 어른들의 이권이나 연구 등의 사정으로 이리저리 휘둘리거나 음모에 휘말리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러한 음모에 대처하는 『그을린 시간』 속에서, 그런 바람에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그러한 시간 속에 있던 쇼쿠호 미사키가 지금의 자신을 보고 있다면,

그야말로 격분하며 리모콘을 쥐고는 인격을 개조해서라도 이런 방종으로 사람의 인연을 부정하는 듯한 말을 지워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것은 『마가 끼얹은 것』 이다.

5월병과도 같이 마음이 느슨해지고, 맥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분명 이런 말이 입에서 나올 리가 없을테니.

『한 번, 머릿속 안에, 있는 것들을 전부 리셋시켜버려? 그러면, 이런 답답한 것들을, 자진해서 제거 할 수 있을려나......』

일부러 입밖으로 내서 말하고 있는 것은, 쇼쿠호 자신이 그렇게 결심하자고 각인시키는 의식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는 것은 간단하다.

너무나도 간단하다.

단지 관자놀이를 짓누르고 있는 리모콘의 스위치를, 엄지손가락으로 한 번 누르기만 하면 된다. 

그것만으로 사상 최고의 정신계 능력 『심리장악』 은 신속하게 작용하여, 쇼쿠호 미사키의 기억은 전부 리셋된다. 

딱히 시간을 되돌린다거나 물리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로써는 그녀가 『무구』 로 변할 것이 틀림없다.

무언가가 그녀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저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짓누름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마음이 커져가고 있었다.

쇼쿠호의 엄지손가락이 꿈틀거린다.

능력이 발동한다.

......그 순간, 무언가 이변이 일어났다.

『어레? 너, 그런곳에서 뭐하고 있는 거야?』

남자의 목소리였다.

처음에는 지각열 발전소의 작업원이 순찰이라도 하고 있는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소년과도 같은 너무나 어린 목소리였다. 

아마 그녀와 마찬가지로 출입금지 팻말을 무시하고 들어온 학생이라고 판단했지만, 이제 쇼쿠호는 일일이 일어나 대화를 할 기력도 없었다.

『뭐든 상관없잖아......』

『아니,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뭐야, 혹시 풍기위원이라도 되는거야, 당신』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딱히 상관없잖아』

『아아, 그래...... 하지만 역시 이건 아냐. 아아, 딱히 이런 말을 할 의리는 없지만서도......』

조금이지만, 미적지근한 듯한 목소리였다

신종 헌팅인걸까? 하고 의심하는 쇼쿠호였지만, 몸을 일으켜 상대방의 얼굴을 보기 전에 소년으로부터의 다음 말이 날아왔다.

『그야, 너. 큰 대자 모양으로 뻗어있으니까 여기서 보면 스커트 안이 다 보여버리게 된다고. 전체적으로 제대로 가려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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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

정말 한 순간 코 안쪽에서부터 귀 끝까지 전부 새빨개진 쇼쿠호 미사키였지만,

우아하고 고상한 1등 아가씨이기도 한 그녀는 크게 당황해서는 양손을 움직이며 스커트를 누르는 등의 보기 흉한 짓은 하지 않았다.

천천히, 아지랑이처럼 소리 없이 상반신을 일으키고는,

지금까지 자신의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던 TV 리모콘을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소년의 얼굴을 향해 들이밀었다.

외친다.

『기억으을 소거어!!』

엄지손가락을 움직임과 동시에, 덜컥 하고 삐죽머리 소년의 머리가 흔들린다.

정신계 최강인 『심리장악』 이 실패할 일은 없다. 이것으로 스커트 안에 무슨 색의 정원이 펼쳐져 있었는지는 영원히 어둠 속으로 사라질 터였다.

그랬어야 했다.

『?』

기우뚱, 하고 현기증이 난 듯 몸의 밸런스가 무너진 듯한 소년이, 자신의 머리를 오른손으로 누르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막 잠에서 깬듯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 부끄러운 건 알겠다만, 그렇다고 기억을 지울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것보다 빈유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깐 얼른 일어서라고』

『하아?!』

상대에게 기억을 잃은 기색은 없다.

연속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쇼쿠호 미사키는 이렇게 물어보았다.

『......그, 그래서 오늘 내가 입고 있는 건......?』

『거미집 자수에 조금 문제라도 있는거야? 아니면 네 나이에 어울린다고 생각 하고 있어? 그거, 정말로 중요한 곳을 가리고 있는 거라던가?』

『에잇!! 소거어어어!!』

하지만, 이런 작업을 반복해도 좋은 결과는 얻을 수 없었다. 

기억을 소거 -> 어질어질 -> 오른손이 머리에 닿음 -> 어리둥절한 얼굴의 반복.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던 『심리장악』 이 듣지 않는 데다,

속옷에 대한 무서운 집념 같은 것을 본 쇼쿠호 미사키는 무심결에 아가씨 오라를 벗어 던지고는 이렇게 외쳤다.

『벌써 기억 소거는 38회 째...... 당신, 어째서 그렇게까지 내 속옷을 눈에 새기고 있는 건데?! 대체 얼마나 변태력이 넘쳐나는 거냐고!!』

『응? 어레? 혹시 너, 정말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던거였어?! 속옷 한 장 가지고는 너무 위험하잖아!!』

즈자잣! 하고 당황한 것처럼 뒤로 물러서다 삐죽머리를 보고, 쇼쿠호는 조금 의아스러운 얼굴이였다.

그러고 보니 이 얼굴은 왠지 본 기억이 있는 것 같다.

『......교차점의 식빵 문 남자』

『난 식빵 같은 거 문 적 없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내 휴대폰, 안티스킬에 가져다 준게 너였구나. 덕분에 살았어』

호주머니에서 부터 꺼낸 싸구려 휴대폰을 살짝 흔드는 것을 보고, 쇼쿠호 미사키는 의심을 태웠다.

『역시나 전부 이것들이 다 신종 헌팅의 일종이라는 거야......?』

『과연. 그 교복, 명문의 토키와다이였지. 내가 어지간히도 자의식이 강한 꼬마 아가씨랑 부딪혔던 건 나도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