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 왜 너는 나의 노얘니까 이게머꼬

비비탄(상)

   30년차 백수(白手) 리글루는 자기 집 방구석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무슨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대학은 때려치운지 오래고, 취직은 불러주는 곳이 있어야 말이지. 리글루는 누웠다. 누워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서 며칠씩이나 감지 않아 떡지고 비듬 가득한 머리, 잘 씻지 않아 꼬질꼬질한 몸,  걸레같이 더럽고 여기저기 구멍난 옷과 양말을 신은 채로, 욕을 하며 자신을 때리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상형의 여인. 그 여인을 생각하며 리글루는 어느 새 커지고 굵어져버린 가운데 다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탁 탁탁 탁탁탁 탁탁탁탁 딸딸딸 따달딸따달딸딸 따라다라달딸딸 찍!!!!!!

앗싸 좋구나! X물이다! 이건 분명히 X물이다! 리글루는 또 그 짓이었다. 슬그머니 방 안에 있던 휴지로 뒤처리를 하고 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 때 옆방에서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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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치면 목소리마저 변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리글루의 모친 하늘과땅은 예전에도 그 특유의 공손하지만 짜증나는 말투와 목소리의 소유자이긴 했다. 정중한 말투로 하는 헛소리. 혹자는 이를 두고 \"마치 \'죄송하지만 닥쳐주세요\'의 기분이다\"고 표현했다. 그 목소리에 광기까지 더해지니 이건 뭐 치질 걸렸는데 설사 나오려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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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그것도 수십 번 씩 듣는 이 어머니의 외침에 리글루는 또 놀라고 만다.

   컴 컴한 구석에 앉아 있던 리글루의 아내(라고는 하지만 당연히 동성 배우자다.) 심막야장이 슬그머니 일어섰다. 위에는 심막야장이라는 글자가 크게 인쇄되어있지만 때가 끼어 꼬질꼬질하고 여기저기 구멍난 티셔츠, 아래는 빛이 바래버리고 너덜너덜하며 이상한 냄새가 나는 힙합바지를 입었다. 특유의 헤어스타일로 마치 킹 오브 파이터의 게임 캐릭터를 닮은 아내는 몽유병자처럼 리글루의 앞을 지나간다.

   \"아버지\"

바로 옆에 다섯 살 난 딸 쌸를리[*1]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리글루를 바라보고 있었다.(동성부부 사이에 무슨 딸이 존재하느냐는 묻지 말자. 독자여러분께서 알아서 상상하시라.)

   \"나아, 삼촌이 서울에서 충주까지 시내버스 만들어준댔다.\"

   \"응.\"

   \"충주에서 뉴욕까지 고속철도도 뚫어준댔다.\"

   \"응.\"

   \"그러면 나 엄마하고 일산 광역버스 폐지하러 간다.\"

   \"?\"

뭐 라는겨. 리글루는 그저 어린 것의 노랗게 뜬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리글루가 10년도 더 전에 입던 사각팬티 밑부분을 터서 스커트로 입은(리글루의 말에 의하면, 이 또한 본전정신이라 한다.) 딸애는 어디서 주운 것인지 감식초 한 병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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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방에서 또 어머니의 그 저주 같은 소리가 들려 왔다. 벌써 칠년을 두고 들어 와도 전연 모를 그 어떤 미친 사람의 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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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을 삭제하겠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쓴 뻘글에 반대의사나 욕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렇게 정신이상이 생기기 전부터 어머니께서 입버릇처럼 되풀이하던 말이었다.

개념. 그것은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 주어도 리글루의 늙은 어머니에게만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난 모르겠다. 암만해도 난 모르겠다. 그래, 인간에게는 마땅히 지녀야 할 개념이란 게 있다고 치자. 그런데 나는 높임말까지 써 가며 예의바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욕하는 놈이 누구란 말이냐.\"

   죽어도 자기는 개념이 있다는 하늘과땅이었다. 그리고는 자기를 욕하거나 반대하는 댓글이 달리면,

   \"이게 어디 사람의 리플이냐? 한두 개도 아니고.\"

하며 한숨과 함께 한 사람이 두 개 이상 달아놓은 댓글은 죄다 지워버리는 것이었다.

   하 늘과땅의 생각에는 아무리 해도 모를 일이었다. 지하철을 놔두고 굳이 막히면 답이 없는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는 것, 중복되는 노선들은 하나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킬하거나 마을버스로 전환시켜야지, 그런 노선이나 존재감 없는 노선들을 폐선시키지 않고 가만히 놔두는 것은 그것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었다.

   하여튼 하늘과땅은 그 후로도 단 하루도 폐선드립, 지하철드립을 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렇게 지내오던 어느 날, 역사에 길이 남을 화려한 4호선 드립을 치던 날, 끝내 리글루는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큰애야, 이제 정말 지하철 타자. 데것 봐라. 지하철 4호선은 공기를 실어나르는데 출근시간에도 누워서 갈 수 있는데야.\"

   그 때부터 하늘과땅은 완전히 정신이상이었다.

   \"성님!\"

새삼스레 부르는 쪽풀[*2]의 소리에 리글루는 손에 들었던 구멍난 여자 양말을 내려놓고 쪽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 이재 우리도 리클돼는 버스 한 번 타 봅시다. 재길, 다른 동내는 다 리클돼는 차가 시내버스로 다니는대, 우리라구 밤낮 리클도 안돼는 차를 좌석버스로 타고 다녀야갰수? 리클돼는 애어서스 고급차량애, \'일반 버스 요금과 동일\'이라는 글자를 재길 장님도 보개 써서 대못으로 땅땅 때려 박구 해 봅시다요. 내? 하하하하.\"

   택배일을 하다가 짤린 지 이 년이 넘도록 다른 직업을 전혀 구하지 못하고 있는 쪽풀이 술만 취하면 하는 수작이었다. 비스듬히 벽에 기대어 앉은 쪽풀은 벌겋게 뜬 얼굴을 하고 담배 연기를 푸 내뿜었다.

   \"으이그!!!!!! 이 十割 쉙끼!!!!!! 또 술 쳐먹었냐♨♨♨♨♨♨♨♨♨!!!!!!!!!!!!!!!\"

아 무도 모르는 듣보잡 대학 나와서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어쩌다 1종보통면허를 따긴 했는데, 운전은 해 보고 싶고. 그래서 택배 일을 시작했지만, 회사 정보를 인터넷에 무단으로 올렸다가 짤린 쪽풀로서는 직업을 잡지 못하는 것은 별 도리가 없는 노릇이라 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좀 인간답게 살아야지, 맨날 밥 쳐먹고 인터넷에서 헛소리나 하는 동생 쪽풀이 몹시 창피한 리글루의 말이었다.

   \"이 쉙끼야!!!!! 이제 인터넷에서 헛소리 좀 그만해♨♨♨♨♨♨♨♨♨!!!!!!!!!!!\"

   \"하지만 인터냇을 하다 보면 자연스래 하개 돼는걸요ㅎㅎ\"

   \"글쎄 그러니까 그 짓을 삼가란 말이다 이 十割 쉙끼야!!!!!\"

   \"그럴 수도 없구요ㅎㅎ\"

   \"이 병신쉙끼가 하지말라니까 진짜♨♨♨♨♨♨♨♨!!!!!!!!!!!!! 콱 니 에미 보지에 곯은 때나 핥을 놈아!!!!!!!!!!!!!!!!!!!!\"

   \" 그렇지만 성님, 성님도 인터냇에서 말도 안돼는 헛소리 하는 건 마찬가지 아니갰어요? 그개 성님 생각애는 개념있는 활동이라 생각해도, 그래봤자 말도 안돼는 본전타령애 찌질한 병신짓이란 말이애요?ㅎㅎㅎㅎ 막 북한말쓰고 막 멀쩡한 회사이름 바꿔 부르고 막 뱀알운수 식상교통 타령하고 하는 것도 참 개념있는 짓이야요? 하하하하 찌질. 찌질.\"

  \"님의 의견은 감사합니다만, 댓글은 삭제하겠습니다.\"

아랫목에서 하늘과땅이 소리를 질렀다.

  \"어쨌든 너도 이제 좀 정신 차려 줘야지. 벌써 택배몬스터쉙끼들한테 짤린 지도 이년이나 되지 않니.\"

  \"사돈 남 말 하고 있내ㅎㅎㅎ 어쨌든 이 달 안애는 결판을 낼 건대ㅎㅎㅎ\"

  \"어디 취직을 해야지.\'

  \"취직? 자기도 못하는 주재애ㅎㅎㅎ 그러니까 몇 푼 돼지도 않는 돈을 벌자고 택배 트럭애 매달려 사는 노얘가 돼란 말이지요ㅎㅎㅎ\"

  \"아 그럼 평생 뷁수로 살란 말이냐!!! 으이그♨♨♨♨♨♨♨!!!!!!!!\"

  \"뾰족한 수가 있는대ㅎㅎㅎ 용기만 좀 있으면.\"

  \"룡기?\"

  \" 적어도 뼈해장국 속의 감자만한 용기라도 있으면 말입니다. 영리한 필요는 없는대요ㅎㅎㅎ 용기는 역시 락앤락 용기가 짱이던대요ㅎㅎㅎㅎ 그개 문재가 아니고, 용기만 있으면 사회주의 노동자 동지들과 함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대ㅎㅎㅎㅎ\"

  \"이 몬스터 쉙끼가 미쳤나♨♨♨♨♨♨!!!! 무슨 로동자 드립이 갑자기 왜 나와!!!!!!!!\"

리글루는 약간 긴장한 얼굴을 하고 쪽풀을 바라보며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미치긴요. 그저 우리들도 남처럼 양심이고, 윤리고, 관습이고, 법률이고 다 까부시자는 건대ㅎㅎㅎ\"

  \"량심이고, 륜리고, 관습이고, 법률이고?\"

  \"ㅎㅎㅎ\"

  \"너는,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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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땅의 그 소리가 또 들렸다. 하늘과땅은 분명히 잠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간간히 저딴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하땅에게는 호흡처럼 생리화해 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리글루는 고개를 푹 떨구어 몰래 구멍난 여자 양말의 냄새를 맡았다. 쪽풀은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또 말을 계속하였다.

   \" 우리라고 리클되는 버스 못 타라는 법이 어디있는대요? 아니 남들은 도시형 버스 요금 내고도 리클되는 고급차 잘만 타고 다니는대, 왜 우리만 리클도 안돼는 미친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대요? 안그래요? 고객과의 약속이란 뭐야요? 하하하하.\"

   확실히 쪽풀은 미친 것 같았다.

   리 글루의 감은 눈앞에 몇 년 전 아내가 심막야장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인쇄되어있는 티셔츠와, 간지를 팍팍 내뿜는 힙합바지를 입고 선히 나타났다. 무대에 나선 그는 더욱 멋있었다. 동대문 모 쇼핑몰 장기자랑대회 죽돌이였다. 지금처럼 때 끼고 꼬질꼬질하고 빛바랜 옷이 아닌, 새삥 티가 나는 반짝반짝한 옷을 입고, \'대찬 인생\' 노래를 배경음악 삼아, 등산화를 신은 채로 브레이크 단스를 추는 그의 간지나는 무대가 끝나자, 박수 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그 날 저녁 같이 거리를 거닐던 그는 정말 싱싱하고 예뻤었다. 그러나 지금 리글루 앞에 쭈그리고 앉은 아내는 그 때의 그가 아니었다. 무슨 킹 오브 파이터에 등장하는 캐릭터처럼 되어버린 아내. 이제 아무런 희망도 가져 보려고 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허세만 부리려고 하는 아내. 리글루는 가만히 눈을 떴다. 그래도 아내의 성격만은 전처럼 중2병 환자 같았다.

   저만치 골목 밖에서부터 딱 딱 딱 구두발 소리가 뾰족하게 들려왔다. 리글루는 문께로 얼굴을 돌렸다. 여동생 카인버스라인[*3]이가 뒤뚱거리며 들어섰다. 육중한 몸매에 까만 원피스, 뾰족구두까지? 제법 어느 덕후 같았다.

   \"좀 늦었내ㅎㅎ\"

쪽풀이 여전히 두 다리를 뻗고 앉은 채 카인버스라인을 쳐다보았다. 카인버스라인은 쪽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돌아서서 문 밖에서 까만 부츠를 집어 올려 아랫방 모서리에 들여놓았다.

   리글루는 카인버스라인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덤덤히 구멍 난 여자 양말만 지켜보고 있었다. 리글루는 언젠가 본전 뽑겠답시고 153번 버스 앞자리에 탔다가 본 카인버스라인의 꼴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리 글루가 탄 153번 버스가 국회의사당 앞에 섰을 때, 봉천동 롯데관악점 가려면 이 버스 타면 되는지 묻는 한 승객을 보았다. 순간 리글루는 확 낯이 달아올랐다. 기사님의 말을 끊으며, 그 승객 뒷줄에 서서 아는 체하던 인간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카인버스라인이었던 것이다. 바로 리글루의 눈앞에서였다. 자꾸 153 타지 말고, 길 건너서 461 타라고 우기는 것이었다. 기사님이나 다른 승객들이 461을 타면 여의도 구석구석 쑤시고 다니기 때문에, 한참 걸린다고 설명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러다가 막히면 \'내가 전라도 여수에서 왔다고 무시하냐!\'며 열폭하기 일쑤였다. 버스 안에 앉아있던 승객 둘이 쑥덕거렸다.

   \"쟤 자꾸 왜 저런대?\"

   \"그러게. 모르면 가만히 있던가.\"

   \"저것도 시집을 갈까?\"

   \"흥.\"

그 날부터 리글루는 정말 한 마디도 누이동생 카인버스라인과 말을 하지 않았다. 또 카인버스라인도 리글루를 본체만체 했다.

   \"우리도 잠 본전이나 때리자.\"

리글루가 가슴을 펴서 내어밀며 바로 앉았다. 등잔불을 끄고 두 방 사이의 문을 닫았다.

비비탄(하)

점심을 못 먹은 배는 오후 두 시에서 세 시 사이가 제일 견디기 힘들었다. 노량진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리글루는 자기가 점찍어두었던 여자 알바가 일하는 어느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리글루는 진열대에 놓인 삼각김밥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카운터로 이동했다. 계산을 마치고 시식대로 발걸음을 옮긴 리글루는 여자 알바의 발을 지그시 쳐다보며 \'오늘 저 XX번째 ♥녀의 량말 신은 모습이 죽여주는군ㅋㅋㅋㅋㅋㅋ\'라고 생각하며, 삼각김밥 포장을 깠다. 그리고 그 삼각김밥을 입으로 가져갔다. 마악 한 입 베어무는 때였다.

   \'띠리리리~~~~\'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 받느라 삼각김밥을 못 먹으면 본전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에, 삼각김밥을 입 안에 통째로 집어넣고 전화를 받았다.

   \"네, 리글루올시다. 네? 경찰서요? ... 전 리글루라는 사람인데요. 네? 쪽풀이요? 네 바로 제 동생입니다. 무슨? ... 네? 네? 쪽풀이가요? 제 동생이 말입니까? 곧 가겠습니다. 네.\"

리글루는 핸드폰 폴더를 닫았다.

   \"손님, 이게 무슨 짓이죠?\"

김밥을 입에 넣은 채 큰 소리로 통화를 했으니, 당연히 밥풀이 여기저기 튀었다. 그 꼴을 본 편의점 여자 알바가 물었다.

   \"네? 네, 저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리글루는 편의점을 나섰다. 뒷통수 너머로 여자 알바가 고래고래 악을 쓰는 목소리가 들렸다. 리글루는 전에도 몇 번 경찰서의 호출을 받은 일이 있었다. 하도 어디가서 헛소리를 많이 하고 돌아다니는 누이동생 카인버스라인이 싸움이라도 붙으면 그 신원보증을 해야 하는 리글루였다. 그 뿐인가. 언젠가는 난데없이 고소드립을 쳤다가 무고죄를 덮어쓰는 바람에 빼내려고 고생 꽤나 한 적도 있는 것이다. 그 때마다 리글루는 경찰관 앞에서 낯을 못 들고 앉았다가 순경이 앞세우고 나온 카인버스라인을 데리고 아무 말도 없이 경찰서 뒷문을 나서곤 하였다. 그럴 때면 리글루는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누이동생이 아니라 남동생 쪽풀의 건이라고 했다. 어젯밤에 취해서 지껄이던 쪽풀의 말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불안했다.

   버스 테러.

안산과 여의도를 왕복 운행하는 5601번 좌석버스가 막 여의도를 빠져나올 무렵, 택배회사 유니폼을 입은 괴한 한 명이 운전기사에게 총을 들이밀고 위협하던 것이었다.

   \"당장 홰사로 차를 돌려라. 그리고 사장 나오라 그래라. 사장 나와서 리클도 안돼는 쓰래기 버스 갖다버리고, 리클 돼는 버스 가져오라 그래! 안 그러면 노동민주당과 사회주의 노동자의 이름으로 너희 홰사를 쓸어버리갰다!\"

   운전기사는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한다. 그 때의 충격으로 총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두두두두두두두~!!!! 삐용삐용삐용!!!!! 뾰로롱 뾰로롱~~~\'

그 소리가 들리자, 운전기사와 승객들은 그것이 4~5세용으로 제작된 장난감 총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고, 결국 쪽풀은 운전기사와 승객들에게 집단폭행 당한 후, 인근에 있던 동작경찰서로 끌려온 것이다.

   \"성님, 미안하내요ㅎㅎ 비비탄 총 하나 살까 하다가 어차피 장난감총은 다 똑같갰지 하면서 쌸를리가 갖고 놀던 총을 좀 썼는대, 안속내요ㅎㅎㅎ\"

   쪽풀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 리글루가 도리어 민망했는지, 찌질하면서도 시끄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수감해.\"

형사가 문간에서 지키고 서 있는 순경을 돌려보았다.

   \"성님, 어린것 일산 광역버스나 퍠지시켜주새요. 재가 약속했었는대ㅎㅎㅎ\"

뒷문이 꽝 닫혔다.

   \"혹시 같이 한 청년을 모르시나요.\"

리글루의 귀에는 형사의 말소리가 아주 멀었다.

   \"계속 사회주의 노동자 단결 어쩌고 하면서 패거리로 했다고 우기는데, 아무리 미쳤어도 그렇지, 이 짓거리를 패거리로 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무슨 다니엘학교 정모도 아니고... 그러나 증인이 있으니까 이제 차츰 사실대로 자백하겠지만.\"

   여전히 리글루는 말이 없었다.

   경찰서를 나온 리글루는 어머니의 괴성이 들리는 집으로 들어갔다.

   \"님의 의견은 감사합니다만, 댓글은 삭제하겠습니다.\"

카인버스라인이 뛰어나왔다.

   \"어서 동대문 X 쇼핑몰에 가보세요.\"

   \"동대문엘?\"

   \"그래요.\"

   \"동대문이라니?\"

   \"언니가 위독해요. 눈이 뒤집혀졌어요.\"

   \"뭐가?\"

리글루의 눈앞이 아찔했다.

점심 때 동대문 모 쇼핑몰 앞 무대에서 장기자랑대회 단스 배틀을 하던 아내 심막야장은 브레이크 단스를 열심히 추었음에도 1등을 하지 못하고 아무런 상품을 타지 못하자, 열폭하며 쇼핑몰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쯤 동대문지역 깍두기들이 출동해서 뜯어말렸거나, 그렇지 않으면...\"

   동대문에 도착해보니, 아내는 이미 달려드는 깍두기들을 죽인 후, 쇼핑몰을 완전 박살을 내 버려 군대가 출동하여 아내를 죽인 상태였다.

   \"네. 그래요.\"

리글루는 군인보다도 더 심상한 표정이었다. 아내를 장례치뤄야 하겠지만, 장례 따위에 돈을 쓰는 것은 본전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므로, 리글루는 아내를 건설폐기물을 수거하러 오는 덤프트럭에 건설폐기물과 함께 잘 실어주었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던 리글루는 새삼스레 점심도 저녁도 안 먹은 자기를 깨달았다. 뭐든가 좀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동네 여자 알바들의 양말도 구경할 겸, 삼각김밥으로 싸게 끼니를 해결할 겸 해서 그는 속히 편의점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삼각김밥이랑 흰우유랑 좆또복권 하나여.\"

무슨 약 이름이기나 한 것처럼 한 마디 일러놓고는 그는 바닥에 주저앉는다. 분명 죽여주는 청바지와 양말을 신은 여자 알바긴 한데, 늑대 몬스터 한 마리가 같이 근무하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그 둘은 상당히 다정해보인다. 김밥을 까서 입에 넣은 리글루는 \'저 녀자는 ♥녀로 만드는 거 포기하고, 빨리 집에 가서 잠 본전이나 때려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나왔다. 마침 500번 버스가 한 대 왔다. 그는 손을 한 번 흔들었다.

   \'삑~ 환승입니다.\'

버스는 벌써 구르고 있었다.

   \"뽕천동.\"

버스는 스르르 속력을 늦추었다. 다음 정류장에 정차해야하기 때문에 당연한 까닭이었다. 운전기사가 몸을 한편으로 기울이며 마악 핸들을 틀려는 때였다. 앉은 자리에서 리글루가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동대문 X 쇼핑몰로 가.\"

리글루는 갑자기 아내의 죽음을 생각했던 것이다. 군대 따위가 아내를 죽이긴 힘들었다. 만약 아내가 죽지 않았다면, 자신과 현피를 뜨자며 언제 나타나서 뼈와 살을 분리할지 모를 일이었다. 뼈와 살을 분리당하기 싫다면 꼼짝 없이 \'야심작 블로거작가를 위한 후원(계좌 : 농협 12xx-xx-xxxxxx)\'을 해야만 할 처지이지만, 강제 후원을 하고나면 씹덕 물품은 무슨 돈으로 산단 말인가. 본전 정신이 용납하지 못한다.

   \"저기요, 아저씨. 아저씨가 탄 곳 근처가 동대문 X 쇼핑몰이잖아요.\"

   \"아니야, 로량진 경찰서로 가.\"

경찰서에 있는 동생 쪽풀이 생각났다. 얌전하게 굴면 그냥 바보청년의 장난감 총 놀이 정도로 처리되어 훈방조치가 될 수도 있건만, 천지도 모르고 노동자 단결이 어쩌고, 사회주의가 어쩌고 개드립을 치다가 국가보안법 적용을 받아 사형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서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실제로 리글루가 이런 생각까지 할 정도로 똑똑한지는 작가도 의문이다만, 그냥 문학적 허용이라 치고 독자 여러분께서 관대히 넘어가주시기를 기대한다.)

   \'이번 정류장은 노량진역입니다. 다음은 동작구청입니다. 지하철 1,9호선을 이용하실 승객께서는 이번 정류장에서 하차해주시기 바랍니다. 디쓰탑 이즈 노량진. 어쩌고~~\'

   \"동작경찰서 간다는 아저씨, 이번에 내리세요. 경찰서 앞입니다.\"

리글루는 눈을 떴다. 상반신을 번쩍 일으켰다. 그러나 곧 또 털썩 뒤로 기대고 쓰러져버렸다.

   \"아니야, 가.\"

   \"동작경찰서 앞이라고요, 아저씨.\"

   \"가자.\"

   \"어디로 가는데요?\"

   \"글쎄, 가.\"

   \"하, 참 개념 없는 아저씨네. 이게 택시인줄 아나? 여기 가자 그랬다가, 저기 가자 그랬다가...\"

   \"...\"

   \"미쳤나?\"

운전기사가 백미러로 힐끔 뒤를 쳐다보았다.

   \"그런가 봐요.\"

버스에 앉아있던 어느 승객이 대답했다.

   \"에라 모르겠다. 종점까지 태워 가보자. 종점에서 내리면 지가 뭐 집을 찾아가든, 택시를 타든, 그냥 길거리에서 자든, 자다가 얼어 죽든 알아서 하겠지.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리글루는 까무룩히 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속에서 운전기사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멀리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하는 것이었다. - 구멍난 량말을 즐겨 신고, 량말을 2일 이상 련속으로 신고, 욕도 잘하고, 잘 안 씻어서 꼬질꼬질하고, 씹덕 취향을 존중해주고. 내가 련애하고 싶은 녀자 조건이 너무 많구나. 하지만 현실에서 내가 련애할 수 있는 녀자는 너무 없구나. 너무 없구나. 그래. 네 말대로 이 소설은 오발탄을 패러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작가몬스터는 \'비참한 B급 인생들의 탄생\'의 줄임말로 이 소설 제목을 비비탄이라고 지은 것이다. 사실 내 동생놈은 비비탄 총 사기도 귀찮아서 애기 장난감 총을 빼앗아서 그 지랄을 했지만 으이그 十割 좆병신쉙끼 ♨♨♨♨♨♨♨♨♨!!!!!!!!!!!!!!!!!!!!!! -

   리글루는 점점 더 졸려왔다. 미친 것처럼 머리의 감각이 차츰 없어져 갔다.

   \"님의 의견은 감사합니다만, 댓글은 삭제하겠습니다.\"

   리글루는 또 한 번 그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며 푹 모로 쓰러지고 만다.

   \'이번 정류장은 신림역 지하철 2호선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그러나 머리를 앞으로 푹 수그린 리글루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무슨 꿈을 꾸는지, 리글루의 가운데 다리가 커지고 단단해져서 바지 뚫고 하이킥! 할 기세라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채, 교통신호대의 파란불 밑으로 버스는 사거리를 지나갔다.

[옮긴이 각주]
*1 쌸를리:충주빠 도갤러 병신. 충주 빠는 게시글을 거의 도배에 가깝게 올려대었다. 부산 촌1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꿀리지 않는 병신이었으나 신상이 털리고 똥꼬충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 잠적
*2 쪽풀:현 철도KTPU라는 닉으로 들어오는 병신. 택배회사 기밀을 인터넷에 유포했다가 회사 짤린후 운수업계에 피해망상가지고 버갤에서 찌질대고 있음
*3 카인버스라인:아는척 오지던 여수사는 김성환 생선남. 디젤휘발유등의 어록을 남긴 장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