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그저 세상이 불타는것을 보고 싶어 하지요

마스터가 하는 일들

마스터가 하는 일은 플레이어들과 조금 다릅니다. 이 장에서는 마스터링을 쉽게 하기 위한 도구들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마스터의 일에 관해서는 기초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것을 더 상세하게 살펴 봅시다.

장면을 시작하고 끝낸다

장면이 정확히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가 페이트에서는 중요합니다. 이것을 정하는 것도 마스터가 맡은 중요한 역할입니다. 대단해 보이지는 않지만, 이로써 마스터가 각 세션의 페이스를 쥐게 됩니다. 장면을 너무 일찍 시작하면 재미있는 부분으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깁니다. 장면을 너무 늦게 끝내면 일이 처지고, 무엇을 하려고 해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게 됩니다.

플레이어들도 보통은 흥미로운 부분으로 빨리 넘어가는 쪽을 선호하기 마련이지만, 때로는 캐릭터 입장에서 노닥거리거나 별 시시콜콜한 것에 관심을 쏟느라 공연한 시간을 들이는 일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마치 영화의 편집자처럼 끼어들어서 “이 장면에서 할 건 다 한 것 같네요. 다음엔 뭘 하지요?” 하고 주의를 환기하는 것도 마스터의 일입니다.

사실적이지 않아도 됩니다

페이트에서는 세계에 절대적인 일관성을 부여하거나 극단적인 사실성을 추구하느라 시간을 쓰지 마십시오. 이 시스템은 픽션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니, 이것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사실적으로 치면 아무리 한가할 만한 상황이라 해도, PC들이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는 일은 거의 없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해야 할 때, 제일 개연성이 높은 선택지가 좀 지루하다고 생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말이 되는 것보다는 흥미진진한 쪽을 선택하십시오. 당장 말이 안 되는 것도 나중에 말이 되게 할 기회는 항상 있습니다.

세계와 NPC를 플레이한다

PC들의 행동에 세상만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PC들의 주변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정하는 것도 마스터의 역할입니다. 플레이어가 판정을 망치면 그 결과는 마스터가 결정합니다. NPC가 PC의 친구를 암살하려고 할 때, 그 과정과 방법을 정하는 것은 마스터입니다. PC들이 시장에서 식당에 들어갔을 때, 그날의 메뉴는 무엇이며 가게 주인의 기분은 어떻고 성격은 어떤지를 정하는 것도 마스터의 일입니다. PC들이 어두운 동굴 앞에 차를 세웠을 때 날씨를 정하는 것도 마스터입니다.

다행히, 이런 것들을 허공에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의 판단을 도울 도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플레이 설정에 제시된 과정을 따랐다면, 뚜렷한 목적을 가진 NPC들, 찾아갈 만한 장소들, 존재하는 현안과 닥쳐오는 현안 등이 이미 존재하여 풍부한 맥락을 제공할 것입니다.

PC들의 면모도 세상의 반응을 정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면모와 운명점에서도 언급했지만, 좋은 면모는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 양면성은 사건형 역발현으로 이용하면 마스터에게 큰 힘이 됩니다. PC들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면서도 세계에 재미있는 요소와 놀라운 일을 일으키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와 NPC를 맡는다는 것은, 장면에 등장하는 NPC들의 언행을 마스터가 정한다는 뜻도 됩니다. 마치 플레이어가 PC를 다루는 것과도 같이, NPC가 언제 액션을 하여 주사위를 굴리는지는 마스터가 정합니다. 그것이 어떻게 풀리는지에 관해서는 마스터도 플레이어들과 똑같은 룰의 적용을 받습니다. 하지만 NPC들은 PC들과는 성질이 조금 다르고, 이야기에서 맡은 역할의 중요성에 따라서 자기들끼리도 또 다릅니다.

플레이어들의 도움을 받자

세상의 모든 면을 혼자서 다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협동적으로 만들어지는 세계일수록 플레이어들도 감정을 이입하기 좋습니다. 자기가 창조에 기여한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배경 세계의 무언가를 가리키는 면모를 가진 캐릭터가 있으면, 그 캐릭터의 플레이어를 그 분야의 “전문가”로 지정하십시오. 예를 들어 [대전쟁의 흉터]를 가진 캐릭터가 있으면 대전쟁이 언급될 때마다 그 플레이어에게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이 병장의 옷깃에는 용사장이 붙어 있습니다. 대전쟁의 공훈을 기리는 훈장입니다. 이건 뭘 해야 받는 건가요? [그 PC]도 가지고 있나요?” 때로는 플레이어들이 마스터에게 설정을 도로 맡기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마스터가 계속 손을 내미는 것은 협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기회 만들기 액션 (p.000)의 주된 목적 중 하나는 플레이어들이 캐릭터를 이용하여 세계에 세부사항을 더할 길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을 때, 또는 플레이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맡기고 싶을 때 이를 이용하십시오. 이때는 플레이어가 정보를 요구하면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것도 좋은 기법입니다.

라이언: “안에 든 사람들을 안 죽이고 이 마력 우리를 열 방법이 있나요?”

아만다: “마력 우리가 안에 든 사람의 생명력을 사용하고 있는 건 전에 얘기가 됐죠?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생겼을까요? 마법의 전문가는 지르드이니 직접 정해 보세요.”

라이언: “음 . . . 일이 완전히 꼬였을 때를 대비해서 안전장치 같은 게 마련되어 있을 것 같아요. 주문을 되돌리는 마법진 같은 거요.”

아만다: “괜찮아 보이네요. 학식으로 판정해서 찾아 보세요.”

룰 문제를 해결한다

룰에 비추어 무엇이 적절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순간순간의 판단을 내리는 것도 마스터의 일입니다. 플레이에서 벌어지는 일 중 어떤 것이 주사위를 굴릴 만한지, 그 일은 어떤 액션에 해당되는지 (극복, 공격 등), 판정은 얼마나 어려운지를 정하는 일은 마스터의 일상다반사입니다. 대결에서는 좀 더 까다로워집니다. 예를 들어 상황 면모가 극복 액션을 요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그리고 플레이어가 기회 만들기로 만들려 하는 면모가 말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면모와 운명점에서도 설명했듯, 면모의 발현과 역발현이 적절한지도 판단하는 것도,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모두가 이해하도록 정리하는 것도 마스터의 역할입니다. 발현의 적절성은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 면모가 이 상황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플레이어가 설명할 수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역발현은 정확히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는지 마스터와 플레이어가 알고서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 더 복잡할 수 있습니다.

룰 문제를 판단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 장의 뒤쪽에서 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스터는 신이 아니다

마스터는 룰을 해석할 권한이 있지만, 그것은 절대적인 권력이 아닙니다. 회의의 의장처럼, 동등한 사람들 사이에서 약간 더 발언권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룰의 의미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잠깐이라도 모두가 자유롭게 의논을 하게 하십시오. 자유로운 RPG 팀은 대개 자기 규제 능력을 갖게 됩니다. 누군가가 아무래도 말이 안 되는 역발현을 하려고 하면, 마스터가 나서기 전에 다른 플레이어가 의문을 제기하는 일도 자주 있을 것입니다.

마스터의 일은 간단한 대화로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는 역할이지, 왕좌에서 어명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점을 기억하십시오.

시나리오를 (그리고 다른 것들도 거의 전부) 만든다

마지막으로, PC들이 마주치는 것은 거의 전부 마스터가 만듭니다. NPC들과 그 기능 및 면모는 물론이고, 장면들, 주변 환경, 물건들의 면모 또한 마스터가 만듭니다. 페이트의 시나리오를 이루는 난제와 역경도 마스터가 정합니다. PC들이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누구를 상대로 싸우는지, 그리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어떤 고난을 통과해야 하는지 등등, 당초에 팀이 이 플레이에 참가할 동기를 마스터가 제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역할은 하나의 장을 할애해야 할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장면, 세션, 시나리오를 참조하십시오.

플레이 설정에서의 마스터

플레이 설정에서 요약한 바와 같이, 배경 세계를 만들거나 선택하는 것은 마스터와 플레이어들이 모두 협동하는 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단계에서 마스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 들이고 자기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내 놓는 것일 터입니다. 이 점은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가 내는 제안에 서로의 의견을 덧붙여 키워 나가십시오. 플레이어들도 세계의 창조에 참여했다는 기분이 들면 플레이에 더 애착을 갖게 될 것입니다.

물론 다들 괜찮다고 하면 마스터가 원하는 플레이의 모습을 뚜렷하게 들고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자, 60년대의 동서냉전 플레이예요. 하지만 스팀펑크이고, 거대로봇이 나옵니다! 이제 자세한 의논을 해 봅시다!” 이 방식을 취할 경우, 플레이어들의 공감과 동의는 꼭 있어야 합니다. 마스터가 계획한 내용을 한 사람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면 플레이에 큰 지장이 올 수 있습니다.

별난 것과 착실한 것

얼마나 별나게 만들 것인지를 생각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 개념이 독특한 세계는 아주 재미있지만, 너무 별스러운 제안은 플레이어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 선이 어디에 있는지는 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 책에서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단, 현실 세계나 잘 정립된 장르 관행과 같은 익숙한 기준에서 많이 벗어날 수록 플레이어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모두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꼭 확인하고, 궁금한 점은 꼭 질문하도록 권하십시오.

하향식과 상향식

세계의 설정 방식도 결정을 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나서 상세한 설정을 서서히 만드는 쪽을 선호하고, 어떤 사람들은 당장 필요한 사항을 만들고 나서 큰 그림은 천천히 만들어 나가는 쪽을 좋아합니다. 앞쪽을 “하향식”이라 하고 뒤쪽을 “상향식”이라고 합니다. 양쪽 다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하향식에서는 설정의 대부분이 플레이 전에 정해집니다. 주요 인물은 누구이며, 중요한 도시는 어디에 있고, 주요 조직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등이 미리 정해지기 때문에, 세상의 생김새가 바로 눈에 보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탈루아 왕국에서는 다섯 가문이 끝없는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하면, 그 나라의 유명인은 어지간하면 그 가문들 중 하나와 연결되어 있고, 그렇지 않다면 분명히 뭔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 방식의 단점은 영화나 TV 드라마, 소설, 게임 같은 데서 기존 설정을 가져 오지 않는 한, 플레이를 하기도 전에 아주 많은 손이 간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플레이어들이 설정을 모두 아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이 다 갖추어지면 아주 즐겁고 보람찬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상향식에서는 PC들이 당장 접하는 것부터 만들기 시작합니다. 고향의 유명 NPC 두어 명이나 옆 자리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의 이름 정도일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는 플레이를 하면서 같이 정해 나갑니다. 모든 것은 중간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미리부터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 만든 한 줌의 설정에서 세상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상향식의 단점은 순발력이 좋아야 하고 임기응변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능력은 마스터와 플레이어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마스터링은 어차피 어느 정도의 임기응변을 수반하기 때문에, 마스터한테는 그다지 큰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터링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책임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일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을 좋아하고 세상을 캐릭터의 눈으로 보는 것을 즐긴다면, 즉석에서 세계를 설정하느라 몰입을 깨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습니다.

페이트에서는 어느 방식도 사용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의 입력을 면모와 세부사항의 형태로 잘 소화하는 시스템 특성상 상향식에 특히 어울리는 면이 있습니다. 그쪽을 어차피 선호한다면 아주 좋습니다. 아니라도 관계 없지만, 언제 한 번 시도는 해 보십시오.

소규모와 대규모

플레이의 규모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플레이 설정에 두었지만, 여기서 추가 설명을 하겠습니다.

그쪽에서 먼저 이야기한 바와 같이, 규모가 작은 이야기는 PC들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지리적으로도 좁은 범위에서 일어나는 일이 많습니다. 규모가 큰 이야기는 그 반대입니다. 국가, 행성, 은하계가 통째로 관련되어, 세상을 뒤흔드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양쪽 다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예쁜 처녀와 결혼하는 것이나, 은하대제가 되는 것이나 다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를 한다고 해서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은 플레이의 규모를 다양화하는 두 가지 방법입니다.

● 작게 시작해서 키우기: 양민에서 영웅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어느 날 자기 경험을 뛰어넘는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것입니다.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루크 스카이워커를 예로 들겠습니다. 루크는 수분 농장의 이름 없는 농가 소년입니다. T-16 경주에 나가거나 토쉬 발전소에 들락거리거나 하는 일상을 보내다가, 어느 날 두 대의 드로이드가 나타나 삶에 수수께끼를 던집니다: 오비완 케노비가 대체 누군인가? 그러다가 밀수꾼과 얽히고, 공주를 구하고, 반란군 파일럿이 되었다가, 세 번째 영화에서는 제국을 무너뜨립니다. 작게 시작해서 이야기를 키우는 좋은 예입니다.

● 굴곡: 큰 규모의 이야기와 작은 규모의 이야기를 번갈아 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큰 규모의 이야기는 국가의 정치, 행성의 정복, 이계 괴물들의 퇴치 등등이지만, 작은 이야기들은 보다 개인적인 성질을 띠며 세계의 거창한 일들과는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두 세션은 마계의 대왕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더라도, 그 다음에는 헤어진 아버지와 다시 만나거나 곤경에 처한 친구를 돕거나 하는 것입니다. 작은 이야기는 큰 이야기 사이에서 휴식의 역할을 하고, 플레이어들이 자기 캐릭터의 숨겨진 면을 발견할 기회를 줍니다. 원하면 작은 이야기와 큰 이야기를 나중에 연결시킬 수도 있는데, 그러면 플레이어들은 더욱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특수항목이 필요한가?

특수항목, 즉 초능력, 마법, 하이테크 장비와 같은 비범한 것들이 등장하는지도 플레이 전에 정하십시오. 특수항목이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특수항목에 나와 있습니다.

플레이 진행 중의 마스터

플레이어들과 함께 플레이 설정을 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이제 세션 중에 무엇을 하게 될지를 자세히 살펴 봅시다.

제1법칙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페이트의 제1법칙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룰을 사용한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저 순서가 중요하기 때문이 굳이 여기에 썼습니다. 바꿔 말해, 룰은 행동을 규정하는 한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룰은 하고자 하는 것을 플레이에 나타내기 위한 도구처럼 사용하십시오. 룰보다는 항상 의도가 우선합니다.

행동의 내용을 보면 이는 대체로 명백합니다. 누군가를 해치려고 하면 그것은 공격입니다. 피해를 모면하고자 하면 그것은 방어입니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제시한 행동이 어느 액션에 속하는지 그렇게 확실하지 않은 때도 간혹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그 행동을 금지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플레이어의 행동에 담긴 의도를 참고하여 어느 액션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으십시오.

제2법칙

제1법칙에서 도출되는 법칙입니다: 서사적 개연성이 룰에 우선한다. 마스터나 플레이어가 플레이 내에서 뭔가를 서술했는데, 원래는 이 상황에서 적용하지 않는 룰을 적용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면 주저 없이 그렇게 하십시오.

가장 흔한 예는 타격입니다 (p.000). 룰에 나온 바에 따르면, 타격은 대결에서 공격에 맞았을 때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면모입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어떤 PC가 누군가를 겁주려고 유리 탁자를 맨주먹으로 부순다고 했다 칩시다. 다들 이 아이디어가 멋있다고 생각하고, 그 캐릭터가 판정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지는 아예 관심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손이 당연히 다칠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합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주먹이 더 위협적으로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럴 때 [손에 유리조각]이라는 경미한 타격을 부여해도 됩니다. 대결도 일어나고 있지 않고, 아무것도 그 캐릭터를 공격하지 않았지만, 이야기에는 맞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룰을 이런 식으로 사용할 때는 모두가 납득하는지 확인합시다.

키네레는 파괴를 주관하는 고대신 카를론-카르의 우상을 찾다가, 지난 번 판정에 실패하는 바람에 지독한 마법 덫을 발동시키고 말았습니다. 아만다는 복도에 불타는 화살들이 빠른 속도로 아무렇게나 날아다닌다고 묘사합니다. 고대신의 우상은 복도 저쪽의 단상에 있습니다.

릴리가 말합니다. “이제 와서 어쩌겠어요. 우상을 가지러 갑니다. 화살은 적당히 피해 볼게요.”

아만다는 생각합니다. 주사위를 굴리기는 해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극복 같은데, 방안에 난무하는 불화살을 생각하면 키네레가 방어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덫 자체도 그렇습니다. 키네레가 방을 지나가기 어렵게 만드는 수동적 저항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맞으면 피해를 줄 것이기 때문에 공격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만다는 릴리에게 묻습니다. “주사위를 쓰긴 써야 하는데, 여기서 뭘 하고 싶어요? 안 맞으려고 애쓰는 건가요, 아니면 우상을 향해 마구 달려가는 건가요?”

릴리가 주저 없이 말합니다. “우상이 일차 목표죠.”

아만다가 다시 묻습니다. “그럼 중간에 다치는 건 감수하는 거고요?”

릴리가 대답합니다. “네. 키네레가 맨날 하듯, 위험 속으로 몸을 던집니다.”

아만다가 말합니다. “그러면 한 번 판정으로 이렇게 하지요. 일단 환상적 (+6) 난이도로 운동능력 판정을 하세요. 성공하면 덫을 피해서 전혀 다치지 않아요. 실패하면 중간에 멈춰서 다시 시도해야 하게 되고요. 그런데 실패하면 이건 방어에 실패한 것처럼 해서 피해를 입게 돼요. 불화살이 난무하는 중이니까 그 정도는 하는 게 맞겠죠?”

릴리는 찡그리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주사위를 집어듭니다.

이 예에서, 아만다는 극복 액션과 방어 액션에서 오는 효과를 합해서 키네레에게 일어나는 일을 처리했습니다. 이래도 됩니다. 아만다와 릴리의 의도에도 맞고, 묘사된 상황에도 맞기 때문입니다. 두 판정을 따로 할 수도 있었고, 그랬어도 괜찮았을 것입니다. 그저 주사위 한 번에 처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플레이 도중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모를 상황이 발생하면 제1법칙으로 돌아가서 생각하십시오. 이 예에 나온 것처럼, 페이트의 룰은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유연성도 모두가 납득한다는 전제 위에 성립합니다. 항상 플레이어의 생각을 확인하십시오.

주사위는 언제 굴리나

액션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이 각각 플레이에 재미있는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주사위를 굴립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 판단은 성공에 관해서는 쉽습니다. PC들이 중요한 장애물을 극복하거나, 대결에서 이기거나, 목표를 달성하거나 하니, 그 자체로 재미는 자명합니다. 한편 실패에 관해서는 조금 어렵습니다. 실패를 순전히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기 쉽기 때문입니다 실패하면 지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 실패가 뭔가 가능성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플레이는 거기서 멈춰 버립니다.

판정의 실패를 묘사할 때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은 그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지식도 등장하지 않고, 상황도 변하지 않고, 새로운 길이 열리지도 않으면 이것은 지루하고, 플레이어들이 실패에 흥미를 갖지 못하게 됩니다. 실패는 재미가 없을 뿐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역발현이나 대결에서의 물러나기와 같은 중요한 룰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렇게는 하지 마십시오.

성공과 실패 양쪽에서 재미있는 결과를 상상할 수 없다면, 당초에 그 판정을 시키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실패가 재미 없으면 그냥 판정 없이 성공한다고 하십시오. 그리고 나중에 재미있는 실패가 생각이 나면 그때 가서 판정을 끼워 넣으면 됩니다. 재미없는 것이 실패가 아닌 성공 쪽이라면, 실패의 아이디어를 역발현으로 바꾸어 운명점을 주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상황 면모를 보자

PC들에게 극복 판정을 시킬 만한 이유를 찾고 싶으면 그 장면의 상황 면모를 보십시오. 그 면모가 존재함으로써 그 PC에게 어떤 문제나 어려움을 일으킬 법하다면, 극복 판정을 요구하십시오. 그런 면모가 없는 경우, 그리고 실패했을 때의 재미있는 결과가 생각나지 않을 경우, 판정을 시키지 마십시오.

예를 들어 방을 가로질러 달려가려는 캐릭터가 있다고 합시다. 상황 면모로 [어지럽혀진 바닥]이 있으면 이동할 때 극복 판정을 요구할 만합니다. 그러나 그런 면모가 없으면 그냥 달려가라고 하십시오. 그것이 시간을 절약하고 재미있는 부분을 골라 플레이하는 요령입니다.


실패를 멋있게 만드는 방법

PC들이 판정에 실패했는데 그것을 재미있게 만들 방법이 생각나지 않으면 다음 조언을 참고하십시오.

상황을 탓한다

PC들은 아주 유능한 사람들입니다 (이것은 페이트의 기본 전제 중 하나입니다). 매사에 버벅거리는 못난이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판정에 실패는 적지 않게 할 것입니다. 따라서, 적절한 묘사를 통해 실패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실패를 PC의 책임이라고 하지 않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의 탓이라고 하는 것이 그 한 가지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간단해 보인 자물쇠 내부에 다른 장치가 있었다거나 (도둑질), 접선할 사람이 바람을 맞혔다거나 (인맥), 고서가 너무 낡아서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거나 (학식),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 발을 헛디디는 것입니다 (운동능력).

이렇게 하면 PC들은 비록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해도 체면을 구기지는 않습니다. 더불어, 주변 상황에 책임을 돌리면 이야기가 탄력을 받습니다. 만나기로 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는 걸까요? 접선 장소를 기웃거리는 그림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고서가 너무 낡았으면, 이것을 복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 실패에 집착하지 않고 그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대가를 치르고 성공하게 한다

실패했을 때, PC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는 하지만 대가를 치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실패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지 않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됩니다.

작은 대가는 그 PC의 삶을 까다롭게 만듭니다. 앞의 상황을 탓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그냥 PC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상황을 약간 바꾸는 것이 목적입니다. 다음은 몇 가지 제안입니다:

● 곧 닥칠 위험을 알린다. “자물쇠가 부드러운 짤깍 소리를 내며 열리지만, 금고문이 열리는 소리는 요란합니다. 지금까지 들키지 않았더라도, 방금 그 소리 때문에 이제는 확실히 들켰습니다.”

● 새로운 어려움을 등장시킨다. “길드마스터가 그 고서를 번역할 마법사를 소개해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마법사의 이름은 베르톨트입니다. 아는 사람입니다. 전에 그 사람 부인이랑 있다가 들킨 적이 있어요.”

● 어려운 선택을 제시한다. “무너지는 천장을 어깨로 받치고 있지만, 오래는 못 버팁니다. 두 명 정도 빠져나가면 한계일 것 같아요. 어느 두 사람을 먼저 빠져 나가게 하나요?

● 장면이나 그 PC에게 면모를 붙인다. “발부터 착지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발목이 삐었습니다. [삔 발목] 받으세요.”

● NPC에게 증강을 준다. “니콜라이는 놀랍게도 제안에 응합니다. 하지만 뭔가 수상한 미소를 띠고 있는 게 아무래도 불안합니다. [니콜라이에게는 속셈이 있다]는 것입니다.”

● PC의 스트레스 박스에 체크를 합니다. 조심해서 쓰십시오. 그 장면에서 더 맞을 일이 없다면 대가로서의 의미도 없습니다. 더 맞지 않을 것 같으면 다른 선택을 하십시오.

큰 대가는 PC의 삶을 매우 곤란하게 만들거나, 더 큰 어려움을 약속합니다. 심각하고,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당장 일어납니다.

작은 대가의 규모를 키워서 큰 대가로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금고를 여는 소리를 경비원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당장 경비원 몇 명이 문을 박차고 나오게 하십시오. 무너지는 천장에 우리 편이 단지 두 무리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몇 사람이 아예 묻혀 버립니다. 베르톨트와 어색한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분노에 사무쳐 만나면 죽이겠다고 다짐한 베르톨트를 만나게 됩니다.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 상대편을 더 강하게 합니다. NPC의 스트레스 칸을 하나 비워 주거나, 그 장면에서 기능을 한 단계 높여 주거나, 공짜 발현이 붙은 새 면모를 줍니다.

● 새로운 적이나 장애물을 등장시킵니다. 적의 증원이 도착하거나, 상황을 악화시키는 상황 면모가 생깁니다.

● 성공을 연기합니다. 지금 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리게 됩니다.

● 현 상황에서 논리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타격을 그 PC에게 입힙니다. 경미한 타격 칸이 비어있으면 그쪽을,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타격을 입히십시오.

큰 대가가 얼마나 커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으면, 실패 차이를 지침으로 삼아 보십시오. 예를 들어 위의 금고 자물쇠를 여는 예에서는 PC들이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경비병들이 들이닥칩니다. 도둑질 판정에 1이나 2 차이로 실패했다면 PC들이 경비병보다 수가 많습니다. 어려운 싸움은 아니지만 싸움은 싸움입니다. 3~5 차이로 실패했다면 동등한 싸움이어서 운명점이나 타격 칸을 소비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6 이상 차이로 실패했다면 경비병이 떼로 몰려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에게 맡긴다

플레이어들에게 질문을 되돌리고, 어떻게 실패하는지 스스로 묘사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협동을 이끌어내는데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자기 캐릭터를 괴롭혀서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데 아주 적극적인 플레이어들도 많습니다. 자기 캐릭터의 운명을 스스로 묘사할 수 있는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마스터가 그냥 생각이 나지 않아도 좋은 방식입니다. “자, 그래서, 도둑질 판정에 2 차이로 실패했지요? 자물쇠를 열고 있었는데, 뭔가가 잘못됐습니다. 뭐였을까요?” “방금 주의력 판정에 실패했지요. 왕비의 침실에 가는 길에 무엇을 못 보고 지나쳤나요?” 질문은 이렇듯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떻게 실패했는지 말하세요!” 하면 플레이어가 난감해 하기 쉽습니다. 묘사를 플레이어에게 억지로 떠넘기는 격이 되지 않게 주의하십시오.

난이도 설정

액션에 대해 수동적 저항을 설정할 때는 행동과 결과에 나온 난이도의 기준점을 염두에 두십시오. PC의 기능보다 2단계 이상 높으면 성공을 위해 운명점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고, 기능보다 2단계 이상 낮으면 어지간한 경우 가볍게 성공할 것입니다.

난이도를 정할 때는 사실성보다 극적 필요성에 따라 정해 보십시오. 걸린 게 많은 판정은 더 어렵게, 적은 판정은 더 쉽게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판정의 어려움을 난이도 수치에 반영하는 방식은, 난이도를 고정하고 상황에 따라 페널티를 주는 방식과 산술적으로 동일합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는 여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높은 난이도 수치는 플레이어에게 호적수와 같은 인상을 주지만, 같은 어려움이 큰 페널티로 나타나면 그저 어렵게만 생각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난이도를 낮게 잡으면 PC들이 실력을 뽐낼 수 있습니다. 이 캐릭터가 왜 멋지고 훌륭한지를 상기시켜 주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PC들이 운명점이 적다 싶을 때에도 난이도를 낮게 잡고, 더불어 역발현을 받아들일 기회도 많이 주면 좋습니다. PC들이 그 장면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게 있으면, 그런 것들도 난이도를 낮게 잡으십시오. 악의 대마왕과 싸워야 하는데 대마왕네 문 앞에서 자물쇠를 못 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면 안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본적으로 쉬워야 하는 액션들이 좀 있습니다. 누구도 방해하거나 저항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특히 그렇습니다. 저항이 없는 상황에서의 기회 만들기는 난이도가 보통 (+1), 높아 봤자 양호 (+2)인 것이 좋습니다. 한편, 저항이 꼭 NPC가 가로막는 것일 필요는 없다는 점에 주의하십시오. 악당 보스가 자기 사무실에 증거품을 잘 숨겨 놓았다면, 그 사실 자체도 하나의 저항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보스가 그 자리에 없더라도 그렇습니다.

PC들에게 운명점이 넘친다면, 누군가의 목숨이 걸린 중대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태롭다면, 또는 지난 한두 편의 시나리오에 걸쳐 쫓고 있던 적들과 드디어 싸우게 되었다면, 난이도를 총체적으로 올려도 좋습니다. 적이 PC들과 상대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경우에도 난이도를 높여서 이를 반영하십시오. PC들이 준비가 덜 되어 있거나, 필요한 도구가 없거나, 시간이 모자라는 등 상황이 이상적이지 못하면 역시 난이도를 높여서 반영하십시오.

PC의 기능 실력과 똑같은 수준의 난이도는 말하자면 중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약간의 긴장은 유지하면서 무리는 시키고 싶지 않을 때, 또는 PC들에게 살짝 유리하지만 그래도 위험 부담이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을 때 이렇게 하십시오.

난이도에는 이유가 있어야

그 외에 한 가지, 난이도를 정할 때의 기준이 또 있다면, 그것은 앞에 설명한 페이트의 제2법칙 (p.000)에서 비롯됩니다. 설정한 난이도는 이야기 속에서 말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세상을 너무 꼼꼼히 반영할 필요도 없고, 실용성 없는 변수들로 스스로를 제약할 필요도 없습니다 (“글렌우드 마을은 풍부한 철광 옆에 있어서, 자물쇠가 우수 품질이다”). 그러나 난이도가 그저 숫자 놀음이어서도 안 됩니다. 어떤 일의 난이도가 엄청남 (+5)인 까닭이 순전히 그 PC의 기능보다 2 높게 잡아서 운명점을 소비시키고 싶기 때문이라면, 아무래도 신빙성이 없습니다.

자기가 내린 선택을 뒷받침할 이유가 이야기에 존재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난이도의 설정은 면모의 발현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그 이유는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방금 그 자리에서 만들어 낸 것이라도 상관 없습니다. 상황 면모는 이때도 도움이 됩니다. 지금 들어가 있는 동굴에 [칠흑 같이 어두움]과 [엄청 비좁음] 면모가 있다고 하면, 은밀행동의 난이도가 높은 것도 설명하기 쉽습니다. 상황 면모 중에서 해당되는 것 하나마다 난이도를 +2씩 높인다고 해도, 그 면모가 발현될 때 받는 보너스와 같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건 간에, 이유를 대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플레이어들에게 난이도를 말할 때 같이 이야기해도 되고, 난이도를 제시하며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그때부터 생각을 해도 됩니다.

“튀는” 난이도는 그 상황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음을 나타내는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잠입하려는 마굿간에 영웅적 (+7) 난이도의 자물쇠가 걸려 있다면, 대체 안에 무엇이 있길래 이렇게 철통 같이 잠가 놓았는지 궁금해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자수정 마법학회의 그 소문난 입회 시험을 치르는데 난이도가 양호 (+2) 밖에 되지 않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봐 주는 걸까요? 입회를 꼭 시켜야 할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누가 손을 쓴 것일까요? 아니면 당초에 자수정 학회라는 곳이 헛된 명성만 있는 시시한 곳이었을까요?

엄청난 성공의 처리

때때로 PC가 난이도를 훨씬 넘어서 엄청난 격차로 성공하는 일이 있습니다. 기본 액션들 중에는 이런 경우를 다루는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격 판정에서 격차가 크면 그만큼 더 세게 때리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명백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기술이나 수사 판정에 격차가 크게 나오면 어떻게 되는지? 큰 성공은 항상 뭔가 의미가 있도록, 그리고 그 PC의 유능함을 나타낼 수 있도록 안배를 하십시오.

다음은 몇 가지 가능성입니다:

● 서술을 화려하게 한다: 공연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큰 성공에는 그에 어울리는 서술로 축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앞서 실패를 멋있게 만드는 법에 나온 제안을 가져다 여기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성공이 PC가 목적으로 한 것 외에도 영향이 가게 하고, 플레이어들에게 멋진 세부사항을 제안해 달라고 하십시오. “도둑질 판정에 격차가 3 더 나온 거네요! 저 석굴 누가 다시 잠글 수 있기나 할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맥 판정에 격차가 5 나왔네요! 그래서, 니키 핑크가 아내 몰래 놀러 나올 때는 어디로 간다고 할까요? 찾아냈을 때 뭐라고 말을 해 줄 건가요?”

● 면모를 추가한다: 좋은 판정의 결과를 면모로 만들어서 PC나 그 장면에 붙일 수 있습니다. 기회 만들기를 공짜로 시켜주는 셈입니다. “경비원한테 뇌물을 주는 재력 판정에 격차 4로 성공했네요. 들여보내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와 줄 거예요. [우리 편이 대기 중] 면모를 두겠습니다.”

● 소요 시간을 줄인다: 일을 빨리 끝내려면 추가 격차를 소비해서 액션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의 처리

페이트에는 테이블 시간과 이야기 시간의 두 가지 시간이 있습니다.

테이블 시간

테이블 시간은 테이블에 둘러 앉은 사람들이 플레이를 나누는 단위입니다. 테이블 시간이 단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라운드: 대결에서 모든 참가자들에게 각자 차례가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액션을 하는 시간, 자기에 대한 액션에 반응하는 시간이 포함됩니다. 대개 몇 분 정도가 걸립니다.

● 장면: 대결 하나를 치르거나, 중요한 상황 하나를 해결하거나,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장면의 실제 길이는 다양합니다. 약간의 대화와 간단한 묘사만 있으면 1~2분으로 끝나기도 하고, 악당 두목과의 중요한 싸움이라면 30분 이상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 세션: 한 번 앉은 자리에서 하는 모든 장면을 합한 것입니다. 세션은 참가자들이 짐을 챙겨서 집에 가면 끝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한 세션에 2~4시간 정도 플레이를 하지만, 엄밀히 말해 한계는 없습니다. 따로 할 일이 없다면 식사와 수면 외의 제한 요인이 없는 것입니다. 한 세션이 끝나면 보통 작은 길목에 다다르게 됩니다.

● 시나리오: 한 세션 이상의 플레이로 구성되지만, 보통은 4세션을 넘지는 않습니다. 대개 하나의 시나리오에서는 마스터가 제시한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거나, 이야기의 줄기 하나가 마무리됩니다 (시나리오에 관해서는 장면, 세션, 시나리오에 더 나와 있습니다). 시나리오가 끝나면 보통 중요한 길목에 다다르게 됩니다. 시나리오는 TV 드라마의 에피소드 하나 정도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연작: 시나리오 몇 개(보통 2~4편)로 구성되는 단위입니다. 하나의 연작은 보통 세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사건으로 끝납니다. 이 사건은 연작을 구성하는 시나리오들의 결과에서 비롯됩니다. 연작은 말하자면 몇 개의 에피소드가 장대한 클라이막스로 이어지는, TV 드라마의 한 시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백한 구성 체계 없이 상황에서 상황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시나리오가 연작으로 뚜렷이 정리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작이 하나 끝나면 보통 결정적인 길목에 다다르게 됩니다.

● 캠페인: 그 페이트 플레이의 총체입니다. 모든 세션, 모든 시나리오, 모든 연작이 다 하나의 캠페인으로 포괄됩니다. 캠페인의 길이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몇 년씩 하는 사람들도 있고, 하나의 연작이 끝나면 멈추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평균적으로는 연작을 몇 편 플레이하고 (시나리오 10개 정도) 캠페인의 피날레를 맞이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캠페인은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지는 “대연작”으로 구상할 수도 있고, 거의 독립된 시나리오들의 집합으로 꾸릴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 시간

이야기 시간은 캐릭터들이 느끼는, 이야기 속에서 흐르는 시간입니다. 플레이어들이 자기 캐릭터가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그 일이 완수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이야기 시간은 대부분의 경우 지나가듯 이야기하거나 (“택시로 공항까지 가는 데 1시간이 걸립니다”) 기능 판정의 일부로 언급됩니다 (“20분간 방을 뒤지자 이런 것들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야기 시간은 실제 시간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전투에서의 라운드는 실제 시간으로 몇 분이 걸리지만, 사실 이야기 속에서는 몇 초 밖에 지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긴 시간도 그냥 지나갔다는 언급 하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2주 후에 답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때까지 뭔가 할 일이 있나요? 아니면 그냥 2주가 지났다고 할까요?”) . 이렇게 사용하면 시간은 그냥 편의를 위한 도구, 이야기에 일관성과 사실성을 주기 위한 서사적 장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야기 시간을 이용하여 플레이에 긴장과 반전을 담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그 요령입니다.

시간 제한

시간 제한은 긴박감 조성에 아주 좋습니다. 죽음의 덫을 몇 분 내로 해제해야 한다거나, 도시 반대편으로 몇 시간 내에 가지 않으면 무언가가 폭발한다거나, 며칠 내로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악당들에게 잡힌 애인이 죽는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페이트에는 시간 제한을 암묵적으로 포함하는 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난관이나 경쟁의 경우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판정의 수가 제한되고, 그러고 나면 뭔가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일어납니다.

그러나 시간 제한을 이 두 상황에서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나리오에서 뭔가 나쁜 결과가 일어날 시기를 뚜렷이 정해 놓았다면, 그 뒤로는 모든 것에 걸리는 시간을 다 계산해 가면서 플레이어들에게 압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마을의 역사 자료를 다 뒤져 보겠다고요? 아시다시피 악마 소환 의식은 사흘 뒤면 끝나요. 학식 판정을 할 수는 있는데, 그 사흘 중에서 하루는 그 판정이 잡아먹습니다.”) 거의 모든 행동에 시간이 든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심지어는 눈치로 하는 기회 만들기조차도 대상과 함께 잠깐의 시간은 보내야 하는 데, 그럴 여유조차 없이 바쁜 상황이라는 것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 제한을 완화할 수 있는 길이 아예 없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정해 놓은 시간까지 가는 길이 예측 가능해서도 또한 재미가 없습니다.

성공과 실패에서의 이야기 시간

따라서 이야기 시간으로 긴박감을 만들 때는 판정 결과가 아주 좋거나 아주 나쁠 때 시간을 뛰어넘는 것도 좋습니다.

실패를 멋있게 보이게 하는 한 가지 방법 중에는 시간을 더 걸리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대가가 따르는 성공”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PC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얻기는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그것이 다 쓸모가 없게 될 위험 부담도 지는 것입니다. 아니면 이것 때문에 시간 제한을 지키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을 수는 있지만 사태는 악화될 것입니다.

시간 제한이 있는 상태에서는 극단적인 성공의 대가로 소요 시간을 줄이는 것도 큰 보너스가 됩니다. 하루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 역사 자료 조사 (학식)의 결과가 몇 시간만에 나온다거나, 긴 여행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해 줄 가게를 찾고 있는데 (인맥) 원래 생각했던 일주일이 아니라 하루만에 준비를 해 줄 수 있는 상인이 나온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시간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면모의 발현과 역발현으로도 시간을 조종하여 일을 더 쉽거나 까다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정비소 아가씨]니까 자동차 정도 금방 고칠 수 있겠죠?” “그러고 보니, 이 친구는 캐릭터시트에 [나는 노는 게 너무 좋더라]가 있네요. 카지노에서 사람을 찾다가 주의가 딴 데로 샐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반짝거리는 기계 같은 것도 잔뜩 있고.”

격차와 시간

다른 판정에서와 마찬가지로, 판정의 격차 (그리고 실패한 차이)는 이런 시간 변화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가 됩니다. 그러면 판정의 성공이나 실패 차이를 정확히 어떻게 반영하면 될까요?

이는 처음의 행동이 얼마나 걸릴 것이라고 했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시간의 표현 방식은 보통 정확하거나 대략적인 양의 뒤에 시간의 단위를 붙여서 말합니다. 예컨대 “수 일”, “20초”, “3주일” 등입니다.

여기서는 액션에 드는 시간을 반, 한, 몇, 여러의 네 단계로 분류하십시오. 예를 들어 뭔가가 여섯 시간이 걸릴 것 같으면 “여러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20분이 걸린다고 하면 “여러 분”이라고 할 수도 있고 대략적으로 “반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기분에 따르면 됩니다.

여기서 시작하여, 격차 하나마다 한 단계씩 변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 시간”이 걸리는 일을 더 빨리 끝낼 수 있게 되었다면, 격차가 1인 경우 “몇 시간”, 2인 경우 “한 시간”, 3인 경우 “반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그 범위를 벗어나면 다음 번 시간 단위의 “반”이나 “여러”가 나옵니다. 따라서, 앞의 “여러 시간”이 격차 4만큼 단축 되었다면 “여러 분”이 걸리게 됩니다. 거꾸로, 1의 차이로 실패를 했다면 “여러 시간”은 “반일”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소요 시간의 변화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시간과 액션의 범위

PC들이 하는 행동의 범위를, 개인이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의 층”에서만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그게 딱 좋습니다. 페이트는 기본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개인이 극적인 어려움을 헤치고 빛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 유능한 PC가 전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 무엇을 이룩할 수 있을지? 1개월짜리 사교 판정으로 국제 회의의 교섭을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몇 주에 걸친 수사로 대상의 신상을 속속들이 파악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각 판정이 긴 시간을 나타내게 하면, 개별 PC들이 세상에 큰 변화를 주게 할 수 있습니다. 저 한 달짜리 사교 판정은 PC의 나라가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가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저 수사 판정은 그 플레이에서 가장 악명 높은 범죄자의 검거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이야기에서 바로 진행되는 것이 없을 때, 이런 긴 판정을 두면 좋습니다. 일도 없는 시간을 일일이 플레이하거나, 그 기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중에 끼워 맞추는 것보다 이쪽이 좋습니다. PC들이 성취하고자 하는 장기적 목표가 있으면, 그 전체를 하나의 난관이나 경쟁, 또는 대결로 묘사하는 것도 고려해 보십시오. 아니면 단독 판정을 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도 있습니다. 그 판정에 실패하면, 마스터가 어떤 결과를 부과하건 이야기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긴 판정을 대결이나 경쟁으로 나타낼 때는 각 라운드의 규모도 잘 생각하십시오. 1년에 걸쳐 벌어지는 대결이라면 하나의 라운드는 한두 달 정도가 걸릴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모두가 하는 액션과 그 결과도 그 시간에 맞게 묘사되어야 할 것입니다.

캠페인이 결정적인 길목에 달했을 때, 랜든은 정체성을 [상앗빛 장막]의 전직 제자로 바꾸었습니다. 조직 내에 작은 왕국을 전복시키고 자기들이 지배하려는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아만다는 캠페인을 6개월 진전시키자고 합니다. 그리고 혹시 랜든이 도망을 치기로 하면 상앗빛 장막이 뒤쫓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다음 이야기의 재료를 만들 기회라고 생각하고, 아만다가 제안합니다. “랜든이 다음 시나리오에서 상앗빛 장막에 잡힌 채로 시작할 것인지를 정해야 할 것 같아요.”

랜든 사냥은 대결로 처리하기로 합니다. 한 라운드는 랜든과 추적자들이 한 번 마주치는 순간을 나타냅니다. 일이 안 풀리고, 랜든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대결에서 물러납니다. 아만다는 상앗빛 장막이 랜든을 죽이거나 가두는 것이 아니라 설득해서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합니다. 레니는 이 말을 반영하여, 그 대결의 심각한 타격으로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이제 모르겠다]를 선택합니다.

다음 시나리오가 시작될 때, 랜든은 상앗빛 장막의 손아귀에 붙잡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입니다.

시간의 확대와 축소

판정에 걸리는 시간이 일관적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재미있는 기법 중 하나로, 긴 시간이 걸리는 판정의 결과가 그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 걸리는 다음 판정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새로운 장면, 경쟁, 대결을 펼치는 데에도 좋고, 템포를 전환하는 데에도 좋습니다.

앞서 말한 6개월의 공백기에, 키네레는 지난 연작에서 자기의 영혼을 지진 아르키에스라는 악마의 동료들에 대해 조사하기로 합니다. 지르드가 돕겠다고 했지만, 키네레는 새로 배운 보통 (+1)의 학식을 시험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극복 액션에 성공합니다.

아만다는 키네레가 몇 개월간 자료 조사에 파묻혀 있었고, 수확도 있었다고 합니다. “좋습니다. 키네레는 집에 돌아와요. 뼛속까지 지치고 손은 잉크에 물들었지만, 그래도 보람이 있습니다. 아르키에스의 오른팔인 탄샤엘이 어디 숨어 있는지를 알아냈거든요. 키네레는 침대에 쓰러지고, 내일 당장이라도 찾으러 떠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눈을 감은 지 얼마나 지났는지, 서재에서 갑자기 우당탕 하는 소리가 납니다!”

릴리가 말합니다. “벌떡 일어나서 달려가요. 물론 칼을 들고요!”

아만다가 말합니다. “책상에 놓은 연구 노트가 없습니다. 창문은 열려 있고, 발소리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갑니다.”

릴리가 말합니다. “절대 안 되죠! 뭔지는 모르지만 쫓아갑니다.”

아만다가 대답합니다. “네! 운동능력이지요? 범인을 잡을 수 있는지 경쟁을 해 보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몇 달 단위의 판정을 했는데, 금세 이렇게 몇 초 단위의 판정으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하십시오.)

키네레는 경쟁에서 지고, 도둑은 사라집니다. 릴리가 말합니다. “뭐, 괜찮아요! 이 동네 누군가가 뭔가 알고 있겠죠. 수사 판정을 할래요.”

릴리가 주사위를 굴리고, 멋지게 성공합니다. 아만다가 말합니다. “1주일 뒤, 키네레는 해다락 마을의 편자 없는 말 주점 밖에 있습니다. 범인은 여기 머무르고 있다는 정보를 얻고 온 거예요. 범인은 여자고 . . . 아, 격차가 꽤 있죠? 이름까지 알아냈다고 합시다. 이름은 코라티아라고 합니다. 키네레의 집을 찾으려다가 마을 사람한테 자기 이름을 흘렸어요. 이거 면모라고 해도 되겠네요. [나는 네 이름을 알고 있다.] 겁 주기에 좋을 듯하네요.”

(보셨지요? 한 번 판정으로 1주일을 뛰었지만, 테이블에서는 쉼 없이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릴리가 말합니다. “문을 부수고 그 여자 이름을 외칩니다.”

아만다가 말합니다. “주점 사람들이 바에 있는 늘씬한 여자로부터 약속이라도 한 듯 물러납니다. 코라티아는 칼을 뽑아 들더니, 키네레의 얼굴을 겨누고 달려듭니다.”

“해 보라죠!” 릴리는 방어 판정을 할 주사위를 집어듭니다. (이제는 대결이 되고, 아주 미세한 시간 단위로 플레이가 진행됩니다.

기능과 특기의 용법 판단

이쯤 되었으면 기능과 특기의 사용법에 관해서는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혹시 안 읽어 보셨다면, 기능과 특기에 나온 개별 항목들, 난관, 경쟁, 대결의 예시들, 그리고 바로 몇 페이지 전에 나온 난이도 설정과 성공/실패의 처리 방법을 읽어 보십시오.

하지만 아직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기능 효과의 경계선에 해당하는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입니다. 플레이어가 기능을 사용하고자 하는 방식이 억지스러울 때, 또는 플레이 중 일어난 상황에 이 기능을 쓰면 될 것 같은데 기능 설명에는 그런 상황에 대한 언급이 없을 때 등등입니다.

이런 상황에 마주치면 팀과 상의해서 의견을 모으십시오. 아마 셋 중 한 가지로 결론이 날 것입니다:

● 그 기능으로는 무리다. 새 기능을 만드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 그 기능으로 할 수 있다. 앞으로 누구나 같은 조건 하에서 그 기능을 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 그 기능만으로는 무리지만, 시도하는 캐릭터에게 해당 특기가 있었다면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의논할 때, 판단 기준의 상당 부분은 플레이 설정 당시에 기능 목록을 놓고 무슨 얘기를 했는가에서 올 것입니다. 기능의 한계가 무엇이며 기능과 특기가 어떻게 구별되는지에 관해서는 기능과 특기에 나와 있습니다.

기능을 특정한 방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특기가 필요하다면, 그 플레이어에게 운명점을 써서 이 판정에 한해 일시적으로 그 특기를 “빌릴” 기회를 주십시오. 그러고 나서도 계속 갖고 있으려면 운명 기준치를 하나 써서 그 특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결정적인 길목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를 수도 있습니다.

면모와 세부사항: 발견과 창조

플레이어의 시점에서는 마스터가 방금 만든 것과 미리 준비한 것을 구별할 길이 거의 없습니다. 마스터가 플레이 중에 노트나 메모를 안 꺼내 놓는 스타일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것은 마스터가 준비하지 않은 것을 플레이어가 발견하려 할 경우, 새로운 면모나 세부사항을 만드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플레이어가 판정에 성공하면 찾던 것을 발견했다고 하고, 실패하면 플레이어가 찾고자 한 것을 참고로 삼아 마스터가 정보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임기응변을 좋아하면, 거의 아무 준비가 없이 테이블에 와서 플레이어들의 반응과 질문으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처음에는 마스터 쪽에서 플레이어들의 입력을 유도하는 질문을 먼저 해야 할 수 있지만, 그 뒤로는 아무런 한계도 없습니다.

마안의 지르드가 오래된 의식의 터에 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근처의 작은 마을 벨위치에 걸린 저주를 풀 마법 의식을 할 만한 장소를 찾는 중입니다. 성공하면 벨위치의 촌장에게 큰 상을 받기로 되어 있습니다.

라이언이 말합니다. “가까운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의식의 터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 볼게요. 학식으로 기회 만들기를 하는 거죠.”

아만다는 생각합니다. 저주와 그 해제법을 설정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의식의 터에 대해서는 준비해 놓은 것이 아직 없습니다. PC들이 현재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강한 힘이 그 터를 지키고 있다는 설정만 해 놓은 참입니다.

아만다가 묻습니다. “어떤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 거지요? 보고서 스타일의 내용인가요? 아니면 . . .”

라이언이 말합니다. “음, 누가 그 자리를 이용해서 사악한 마법을 쓴 적이 있는지가 알고 싶어요. 이 동네 특유의 귀신 전설이나, 그 장소를 둘러싼 괴담 같은 게 있는지 보려고요.”

아만다가 말합니다. “아, 그렇군요. 학식 판정 하세요. 저항은 양호 (+2)입니다. 그런데 라이언의 주사위는 -4가 나오고, 지르드답지 않게도 미약 (+0)에 머무릅니다. 실패입니다. 라이언은 운명점을 쓰지 않기로 합니다.

실패를 멋있게 바꾸고 싶어서, 아만다는 이렇게 말합니다. “면모를 받지는 못해요.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반대의 정보를 얻습니다. 이곳은 신성한 축복의 힘이 깃든 곳이라는 평판만 가득합니다. 전부 다 치유와 풍요의 의식이고, 효과도 아주 좋았던 것 같아요.”

라이언이 묻습니다. “이게 그렇게 대단하면 당초에 마을에 저주는 어떻게 걸렸대요?”

아만다가 어깨를 으쓱합니다. “알아내려면 더 조사를 해 봐야겠죠?”

그리고 아만다는 라이언의 제안을 약간 바꾸고 내용을 추가하여, 이 의식의 터는 현재 마법적으로 오염된 상태이고, 마을의 사제가 그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다고 노트에 적습니다.

기능과 구체적인 계량

기능 설명을 보면 현실에서는 구체적인 수량을 따져야 하는데 여기서는 추상적으로만 언급된 부분이 눈에 띌 것입니다. 체력과 재력이 좋은 예입니다. 근육 운동에 익숙한 사람들은 자기가 어느 정도의 무게를 들 수 있는지 알고 있고, 돈은 은행 잔고에도 물건값에도 그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면 체력이 대단함 (+4)인 사람은 어느 정도 무게를 벤치프레스할 수 있는지? 재력이 양호 (+2)인 사람은 돈을 얼마나 쓰면 파산하는지?

그것은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그것을 묘사하기 위해 만든 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추상적인 룰은 플레이에서 작은 것들까지 일일이 룰로 묘사하는 것이 이야기의 개연성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체력이 대단함이면 자동차를 5분간 들 수 있다”와 같이 정의하면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인들을 무시하게 됩니다. 아드레날린을 비롯한 효과들은 사람의 힘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평소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 많은 것들을 모두 계산에 넣었다가는 테이블에서 많은 시간이 소비됩니다. 때로는 이런 점들이 토론거리가 되기도 하며, 그 결과 정작 플레이가 뒷전이 되기도 합니다.

룰에 의한 세부 묘사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양호 (+2)의 재력으로는 금화 200닢 이하의 물건을 살 수 있다고 한다면 긴장과 극적 가능성의 여지를 상당 부분 없앤 것이 됩니다. 룰이 그렇게 되어 있으면, 재력에 관한 문제가 있을 때 모든 것은 비용이 금화 200닢을 넘는가 아닌가에 좌우되게 되며, 장면의 핵심적인 면이 빛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된다/안 된다의 이분법이 되어, 주사위를 굴릴 이유도 그다지 없게 됩니다. 게다가 별로 사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사람이 돈을 쓸까 말까를 결정하는 것은 물건의 가격 자체보다, 자기가 지금 그것을 살 형편이 되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기능 판정은 한 가지 문제, 즉 “X라는 수단으로 Y라는 문제를 지금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사의 도구라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기대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마스터와 플레이어가 사실성과 극적 흥미를 기준으로 해서, 앞서 나온 지침에 따라 그 결과를 설명하고 정당화하면 됩니다. “뇌물 주는 재력 판정에 실패했어요? 어제 술집에서 돈을 많이 써서 없나 보네요. 가만, 허리에 찬 돈주머니는 어쨌어요? 저기 방금 경비병 옆을 잰 걸음으로 스쳐지나간 그 사람 누구죠? 이쪽을 보고 윙크를 하네요! 이 자식이! 이제 어떻게 하나요?”

대결과 각종 특수 상황의 처리

마스터로서 가장 처리하기 복잡한 상황은 뭐니뭐니해도 대결입니다. 시스템 전체에서도 룰이 가장 많이, 가장 밀도 높게 사용되는 부분입니다. 대결에서는 한 번에 여러 가지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모두가 어디에 있는지, 누가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NPC들은 각각 스트레스를 얼마나 입었고 어떤 타격을 입었는지 등등, 따질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마스터는 여기서 영화 감독처럼 생각을 하십시오. 플레이에 화려한 신체적 대결이 많이 등장하면 특히 그렇습니다. 영화나 TV의 액션은 페이트의 라운드 구조에 딱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떠올리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때때로 플레이어들은 마스터가 생각지도 못한 괴상한 행동을 하려 들고, 장면을 구상할 때 떠올렸던 것과 많이 다르면 마스터가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우아하고 빠르게 다루는 요령입니다.

여러 대상에 영향 주기

페이트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가 한 번에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할 것입니다. 폭발, 최루가스, SF의 광역제압광선 같은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정신적 대결에도 이런 것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자극으로 자기의 존재감을 방 전체에 떨친다거나, 사교로 모든 사람을 감동시킨다거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일 쉬운 방법은 특정 목표가 아닌 그 장면에 대해 기회 만들기를 하는 것입니다. [들어찬 가스]에는 그 안의 사람들이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감동의 물결]이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이 맥락에서, 이렇게 만들어진 면모는 이를 뚫고 지나가려는 사람들이 극복 판정을 해야 할 이유가 됩니다. 이런 면모는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지만, 어지간하면 피해는 주지 않습니다.

다수에 대한 역발현

역발현도 동시에 여러 대상에 대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면모가 하나이건 여럿이건 관계 없이, 역발현의 대상 하나마다 운명점을 하나 소비해야 합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한 명당 운명점 1점입니다.

랜든이 전장을 돌며 강한 적수를 찾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일 덩치 크고 세 보이는 게 누군가요?” 레니가 아만다에게 묻습니다.

“딱 튀는 사람이 있어요.” 아만다가 대답합니다. “키가 2m가 넘는 거한입니다. 척 봐도 그냥 인간은 아니고, 쓸 데 없이 몇 개씩 날이 붙은 도끼를 들고 있어요. 옆에 부하도 셋이 있습니다. 이 자의 이름은 악마의 자식 고를로크입니다.”

“좋네요.” 레니가 말합니다. “가서 죽입니다.”

“네! 세 부하들이 가로막습니다. 비록 칠척 장신의 반인반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싸울 줄은 아는 것 같습니다.”

레니가 한숨을 쉽니다. “조무래기 상대할 시간은 없어요. 자기들이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습니다. 칼을 휘두르면서 강한 시늉을 하는 거죠. 이 싸움은 나랑 고를로크가 한다!”

“이 구역에 면모를 붙이고 싶은 거지요? 자극 판정을 하세요.”

레니의 주사위는 -3이 나옵니다. 자극은 양호 (+2) 밖에 되지 않아 판정은 부실 (-1)입니다. 실패입니다. 하지만 아만다는 랜든과 고를로크가 방해 받지 않고 일대일로 싸우는 장면은 꼭 보고 싶어서, 대가를 치르고 성공하게 하기로 합니다.

“어떤 대가가 좋은가요?” 아만다가 묻습니다.

레니는 주저 없이 경미한 타격 칸을 채워 넣습니다: [이 놈 생각보다 큰데 . . .]

“좋아요. 졸개들이 랜든을 쳐다보다가 고를로크에게 눈을 돌립니다. 고를로크는 한 손을 가로로 저으며 말합니다. ‘가라. 가서 딴 놈을 죽여.’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입니다. ‘이 놈은 내 차지다.’”

하나의 장면이나 구역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고, 그 중 일부 대상에만 영향을 주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판정의 격차를 대상들 사이에 배분하십시오. 그러면 대상들은 이에 대해 각자 통상적으로 방어를 하여, 실패한 사람은 그 판정의 효과를 받습니다 (공격이었다면 피해를 받고, 기회 만들기였다면 면모가 붙습니다). 여러 대상에 대한 기회 만들기가 성공했을 경우, 공짜 발현도 각 대상에 대해 하나씩 받습니다.

마안의 지르드가 적들에게 마법의 불을 던지고 있습니다. 전장 저쪽에서 세 놈이 달려 오는데, 이렇게 된 것은 아마 랜든의 탓이리라고 지르드는 생각합니다.

지르드의 마법은 학식 기능으로 사용합니다. 판정이 아주 잘 나와서 영웅적 (+7) 결과가 나옵니다.

일단 한 놈은 확실히 잡고 싶어서, 격차 7을 적 세 명 사이에 대단함 (+5), 보통 (+1), 보통 (+1)으로 나눕니다. 이제 아만다가 셋의 방어 판정을 합니다.

첫 번째 적은 판정이 미약 (+0)으로 나와 5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 놈은 무명 NPC이므로 아만다는 주저 없이 전투에서 제거합니다. 그리고 전신에 불이 붙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뒹구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두 번째 적은 판정에 양호 (+2)가 나와 성공합니다. 거리낌 없이 전진합니다.

세 번째 적도 미약 (+0)이 나와 1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아만다는 한 칸 밖에 없는 스트레스 칸을 체크하고, 불 붙은 방패를 던져버리고 지르드에게 다가온다고 묘사합니다.

하나의 구역 전체나 그 장면 내에 있는 모두에 대한 공격은 기능을 특별하게 이용하는 것이니,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합니다. 세계의 설정에 따라, 이는 지극히 정상적일 수도 있고 (수류탄과 폭발물이 흔히 쓰인다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고, 따로 특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정당화할 수만 있으면 특수한 룰을 적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공격할 사람이 공격을 하고, 다들 통상적으로 방어를 하면 됩니다. 공격자가 해당 구역 내에 있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자기의 공격 판정에 대해 방어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환경적 위험요소

대결에 참가하는 것이 모두 PC나 NPC는 아닙니다. 자연 재해, 기계장치, 고성능 자동 보안 시스템은 사람도 동물도 아니지만 PC들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목적 달성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아닌 것은 그러면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답: 캐릭터처럼 다룹니다. (이것이 페이트의 제3법칙입니다: 모든 것은 캐릭터처럼 다룰 수 있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특수항목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 PC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요소이면 기능을 하나 주고 마치 사람처럼 공격을 하게 하십시오.

● 직접적인 위험보다는 방해가 되거나 귀찮은 것이라면 기회 만들기로 면모를 만들게 하십시오.

● PC들의 면모를 밝혀낼 수 있는 센서가 있다면 그에 적절한 기능을 부여하십시오.

거꾸로, PC들은 이런 위험요소에 대해서도 보통의 적을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동 보안 시스템은 PC의 도둑질 기능에 의한 공격에 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덫을 피할 때는 운동능력의 경쟁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제거하거나 넘어서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위험요소라면 스트레스 칸을 주고 경미한 타격 칸도 한두 개 주십시오. 바꿔 말해, 그 이야기에서 말이 되는 쪽으로 하십시오. 예컨대 PC들이 끄지 못할 정도로 큰 불이 났다면 그 장면에서는 도망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를 난관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키네레, 랜든, 지르드는 카자크-토른의 동굴을 탐험하고 있습니다. 키네레가 최근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악마를 쫓아온 것입니다. 마계의 공주는 인간 모험가들이 자기를 쫓아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동굴 안에 어둠의 힘을 풀어 놓았습니다.

동굴의 바닥에 도착하자 그 안에는 마치 물에 풀린 잉크 같은 어둠이 뱀처럼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지르드가 학식 판정을 하자, 아만다는 이것이 마법적인 기아의 정령이라고 말합니다. 자아는 박약하지만 순수한 굶주림으로 되어 있고, 닿는 것은 무엇이건 먹어 치우는 괴물입니다. 지르드가 어둠 속으로 돌을 던지자, 돌은 공중에서 분해됩니다.

“으아, 무서워.” 라이언이 말합니다.

괴물을 물리칠 방법이 없을지 물어봅니다. 아만다는 고개를 가볍게 흔듭니다. “여기는 마계의 공주 아사한드라의 힘이 지배하는 곳이라, 이 안에는 이런 것들로 가득해요. 이런 강한 마법은 제거하려면 며칠이 걸립니다. 하지만 마법으로 이 놈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아사한드라를 찾아 나설 수는 있어요.

릴리가 말합니다. “저는 그거 좋아요. 그렇게 해요.”

아만다는 생각합니다. 이것을 PC들과 괴물들의 대결로 할 수도 있지만, 난관으로 표현하는 편이 더 쉽고 빠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만다는 이 구역을 지나가려면 기아의 정령이 발산하는 강력한 오라에 의지력으로 버티고, 은밀행동으로 들키지 않고 지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지르드는 학식을 통해 일부 정령을 일시적으로 몰아낼 수 있습니다. 정령들은 모든 판정에 능동적 저항을 할 것이고, 의지력 판정에 실패하면 마치 공격을 받은 것처럼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세 사람은 이를 악물고, 굶주린 정령들의 틈을 천천히 지나가기 시작합니다.

면모의 처리

면모를 다루는 법에 관해서는 면모와 운명점에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운명점의 흐름을 관리하는 것도 마스터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판정에 성공하여 멋있어 보이고 싶을 만한 장면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운명점을 많이 갖고서 임하도록 안배하고, 평소에는 운명점이 모자라지 않도록 역발현의 기회를 주십시오.

발현

플레이어가 면모를 발현하려 할 때는 너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 것을 권합니다. 운명점은 너무 아까워하지 않고 써야 흐름이 유지됩니다. 면모를 너무 좁게 해석하면, 플레이어들은 운명점 소비를 주저하게 될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불확실하면 더 명백하게 얘기해 달라고 묻는 것은 좋습니다. 면모와 플레이에서 일어나는 일의 관계가 확실치 않은 경우 특히 그렇습니다. 때로는 한 사람에게 명백한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기 마련입니다. 운명점이 서술과 묘사를 대신하게 하지 마십시오. 플레이어가 발현에 대해서 잘 설명하지 못하면, 행동 자체를 더 상세히 묘사하거나 생각을 정리하라고 조언하십시오.

면모가 완전히 주관식이다 보니, 어떤 플레이어들은 오히려 움츠러들기도 합니다. 이 면모를 이렇게 써도 될지 잘 몰라 주저하는 것입니다. 면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리부터 팀 내에서 잘 이야기를 해 두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플레이어가 발현을 염두에 두게 하는 방법으로는 판정에 만족하는지 묻는 수가 있습니다 (“대단함이 나왔네요. 이대로 가나요? 아니면 더 크게 성공하고 싶나요?”). 거의 어느 판정에서도 면모를 발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확실히 알려서, 플레이어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이야기하도록 장려하십시오. 면모와 운명점에 관해 지속적인 대화의 선이 생기면, 금방 익숙해져서 플레이도 수월해질 것입니다.

역발현

PC들의 면모를 역발현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때 적절합니다:

● 그냥 성공하고 마는 것은 시시할 때.

● 운명점이 1점 이하인 플레이어가 있을 때.

● 누군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데, 면모 때문에 그것이 잘못될 가능성이 즉시 떠올랐을 때

역발현에는 사건형과 결정형의 두 가지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사건형 역발현은 그 캐릭터가 재수 없게도 그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일어나며, 결정형 역발현은 캐릭터가 특정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제일 많이 쓸 만한 것은 사건형 역발현입니다. PC들에게 맞추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이미 마스터의 역할이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삶에 불행한 우연을 일으키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는 반대를 하거나 조정을 시도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결정형 역발현은 조금 다릅니다. PC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정해서 플레이어에게 들이미는 것은 피하십시오. 그보다는 역발현된 면모에 따라 PC가 취하는 행동을 플레이어가 정하고, 마스터는 거기에 어울리는 어려움을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PC의 통제권을 플레이어가 쥐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들이 캐릭터의 면모에 맞게 플레이를 하고 있다면, 거기에서 비롯되는 난국을 생각해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역발현의 내용이 확정되면 모두에게 뚜렷이 알리십시오. 확정된 후에는 역발현의 효과를 당하지 않으려면 운명점을 써야 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들이 직접 역발현을 제안하는 것은 운명점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니, 그 경우에는 이 부분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어 마스터가 역발현을 제안할 때는 플레이어에게 어떤 어려움이 적절할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적절한 때 최종 결정을 내리십시오. 그리고 일단 결정을 내리면 플레이어에게 역발현의 내용을 뚜렷이 알리십시오.

시시한 역발현

역발현이 효과적이려면 제안할 때 극적 무게를 충분히 싣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장면에서 분위기만 좀 바꾸는 정도의 표면적인 어려움은 좋지 않습니다. 역발현으로 인해 즉각적이고 손에 잡히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마 강도를 한층 더 높여야 할 것입니다. 누가 “이런 젠장”이나 그 비슷한 즉각적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아마 강도를 한층 더 높여야 할 것입니다. NPC가 PC들에게 화를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화가 나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해 버려야 비로소 역발현으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사업 파트너가 결별을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결별을 선언하고 업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버려야 역발현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운명점은 얻고 싶지만 캐릭터를 너무 괴롭히기는 싫어서 시시한 역발현을 제안하는 플레이어들도 있을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제안한 내용이 상황을 그만큼 더 극적으로 만들지 못할 것 같으면, 거부하고 더 강화해서 역으로 제안해도 좋습니다.

플레이어 역발현의 장려

캐릭터 한 명마다 다섯 개씩 있는 면모를 마스터가 혼자서 다 챙길 수는 없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캐릭터의 면모에 대해 역발현을 제안하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를 여기에 익숙하게 하려면, 스스로 역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자주 상기시켜야 합니다. 역발현을 할 기회가 보이면 마스터가 직접 제안하지 말고, 대신에 열린 질문을 해 보십시오. “자, 왕실 무도회에 왔는데 [망나니 성품]이 있단 말이죠. 랜든이 여기서 잘 할 수 있을까요?” PC가 어떤 행동을 해서 어떤 어려움이 닥쳐오는지를 그 플레이어가 정하게 하고, 그에 따라 운명점을 주면 됩니다.

플레이어들이 NPC에 대해서도 역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그 NPC의 면모를 하나 이상 알아야 합니다. 역시 NPC가 뭔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앞에서와 같이 열린 질문을 하십시오. “오르신 공작이 [한심할 정도의 자만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시지요. 다치지 않고 이 마상창 시합을 마칠 수 있을까요? 잘못된다면 어떻게 잘못될까요? 그렇게 되라고 운명점 1점 쓰실 분 혹시 있나요?”

여기서 목적은 이야기를 마스터가 혼자서 만들지 않고, 플레이어들을 파트너로 삼아서 하는 것입니다.

적 만들기

마스터가 하는 많은 일들 중에서도, 이야기에 등장하여 PC들에게 맞설 NPC를 만드는 것은 손꼽을 정도로 중요한 일입니다. 진짜 이야기는, 달성해야 할 목적을 가진 PC들이 강한 적수를 만났을 때 무엇을 하느냐, 얼마나 노력하고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느냐, 그리고 그 결과 어떻게 변하느냐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마스터는 적 NPC를 만들 때 균형을 잘 맞춰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이 긴장과 불확실성을 느끼기는 하되, 패배가 예정되어 있을 정도여서는 안 됩니다. 즉, PC들이 힘든 처지에 놓이지만 희망은 갖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필요한 것만 만든다

첫째, NPC들에게 PC와 같은 정식 캐릭터 시트를 주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NPC는 PC와 달리 시선이 집중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 NPC가 PC들과 만났을 때 필요한 것에 집중해서 설정하고, 그 NPC가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면 그때 가서 플레이 중에 빈 자리를 채워 넣으면 됩니다.

NPC의 유형

NPC의 종류는 무명 NPC, 조연급 NPC, 주연급 NPC의 셋으로 나뉩니다.

무명 NPC

이야기 속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무명인입니다. 이야기에 하도 중요하지 않아서 PC들이 만나더라도 이름조차 알 필요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길에서 지나치는 상인, 도서관에서 책에 쌓인 먼지를 터는 사서, 술집 바에 앉은 손님, 문을 지키는 경비병 등등이 여기 속합니다. 이들이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일시적입니다. 대부분은 그냥 마스터가 반사적으로, 풍경의 일부처럼 만듭니다. “광장은 낮에 특히 아름답고, 쇼핑객들이 바글거립니다. 포고꾼이 아주 높은 쉰소리로 그날의 소식을 외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무명 NPC들은 PC들에게 어려운 상대가 못 됩니다. 이들은 마치 난이도가 낮은 기능 판정과도 같이, 마스터가 PC들을 돋보이게 하는 데 자주 사용합니다. 대결에서는 PC들의 주의를 분산하고 시간을 지체하는 역할을 합니다. 모험 활극에는 악당 두목이 다수의 졸개들을 부리는 모습이 많이 나오지요? 그 졸개들이 다 무명 NPC입니다.

무명 NPC에게는 그 장면에서 필요한 기능 2~3개 정도를 주면 됩니다. 보통의 경비원은 접근전과 사격 정도를 갖고 있을 것이고, 학교 교사라면 학식 정도가 있을 것입니다. 무명 NPC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면모도 많아야 두 개 정도입니다. 스트레스 칸도 신체와 정신을 합해서 1~2개뿐입니다.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즉, 보통의 PC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무명 NPC는 보유한 기능의 수준을 따서 보통, 양호, 우수의 세 가지로 나눕니다.

보통

● 능력: 명령을 받고 수행하는 일꾼, 근방의 징집병 등등. 잘 모르겠으면 무명 NPC는 보통으로 하십시오.

● 의의: PC들이 멋져 보이게 하는 것.

● 면모: 1~2개.

● 기능: 보통 (+1) 실력으로 1~2개.

● 스트레스: 스트레스 칸 없음. 격차 1짜리 피해만 입어도 제거됩니다.

양호

● 능력: 훈련 받은 프로. 군인, 정예 경비병 등, 그 장면에서 맡은 역할로 보아 경륜이 드러나는 사람들. 재치 있는 궁정 귀족, 날쌘 도둑.

● 의의: 플레이어의 자원 (운명점이나 스트레스 칸 한둘, 어쩌면 경미한 타격 정도)을 약간 소비시키는 것.

● 면모: 1~2개.

● 기능: 양호 (+2) 실력으로 하나, 그리고 보통 (+1) 실력으로 1~2개.

● 스트레스: 스트레스 칸 하나. 격차 2짜리 피해를 받으면 제거됩니다.

우수

● 능력: 꽤 강한 적수. 수가 많으면 더욱 그렇습니다.

● 의의: 플레이어의 자원을 양호보다 더 소비시키는 것. 보다 중요한 장면으로 가는 길을 어느 정도 막는 역할을 합니다.

● 면모: 1~2개.

● 기능: 우수 (+3) 실력으로 하나, 양호 (+2) 실력으로 하나, 그리고 보통 (+1) 실력으로 1~2개.

● 스트레스: 스트레스 칸 둘. 격차 3짜리 피해를 받으면 제거됩니다.

무리

동일한 종류의 무명 NPC들은 집단을 이루기를 좋아합니다. 이것을 무리라고 합니다. 이러면 생존률이 높아진다는 점도 좋고, 마스터의 일이 줄어든다는 것도 좋습니다. 하나의 무리는 단일 캐릭터처럼 다룰 수 있습니다. 개개인의 주사위를 따로 굴리지 말고, 다 합쳐서 한 번 굴리십시오.

무리가 힘을 합쳐서 더 효과적으로 행동하는 방법은 팀워크에 나와 있습니다.

피해와 잔여 피해

무리가 피해를 입으면, 하나의 NPC를 제거하고 남는 피해는 다음 NPC에게 가해집니다. 따라서, 무명 NPC의 무리 하나를 PC 한 명이 한 라운드에 쓰러뜨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무리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입어 NPC가 하나 밖에 남지 않은 경우, 가능하면 이 NPC는 그 장면의 다른 무리에 합류시키십시오. (그것이 마땅치 않으면 그냥 도망가게 합니다. 무명 NPC는 도망을 잘 칩니다.)

랜든과 키네레는 험한 골목을 지나다가 주제를 모르는 폭력 소년 여섯 명과 마주칩니다.

이 깡패들은 무명 NPC이고, 주의력과 접근전이 보통 (+1)에 지나지 않습니다.

키네레의 주의력이 우수 (+3)이므로, 원래대로라면 제일 먼저 행동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만다는 깡패들이 PC들의 주변을 둘러쌌기 때문에 먼저 움직일 기회가 있다고 합니다. 여섯 명이 하나의 무리를 이루고 있어서, 보통 (+1)의 주의력에 +5의 보너스가 붙어 +6이 된 것입니다.

아만다는 깡패들을 두 개의 무리로 나누어 덤비게 합니다. 두 무리 모두 우수 (+3)로 공격을 합니다 (보통의 접근전에 두 명의 도움을 받아 +2). 그러나 둘 다 빗나갑니다.

다음은 키네레입니다. “키네레는 눈 깜짝할 사이에 손에 칼을 뽑아 들고 애송이들을 벱니다!” 릴리가 말합니다. 접근전으로 판정하여 대단함 (+4)이 나옵니다. 아만다의 첫 깡패 무리는 방어를 해서 우수 (+3)가 나옵니다 (주사위는 +0, 기능 실력은 보통, 도움을 받아 +2). 따라서 키네레는 그 무리에 격차 1의 피해를 줍니다. 하나가 쓰러집니다. 둘이 남았기 때문에, 도움 보너스는 이제 +1로 줄어듭니다.

레니의 차례가 되자 랜든은 자기에게 덤빈 무리에 격차 2의 피해를 가합니다. 둘이 쓰러지고, 세 명의 무리가 이제 하나의 무명 NPC로 줄었습니다.

장애물로서의 무명 NPC

무명 NPC를 다루는 더 쉬운 방법은 그냥 장애물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그 NPC가 나타내는 것이 무엇이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난이도를 하나 정하고, 판정 한 번으로 끝내는 것입니다. 설정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장과 행동과 결과에 나온 지침에 따라 난이도만 정하고, PC들이 판정에 성공하면 넘어간다고 하십시오.

지르드가 어둠의 공허를 연구하는 마법사들을 찾아가, 연구를 계속하면 자기들에게, 심지어는 세상에 큰일이 날 것이라고 설득하려 합니다. 아만다는 지르드가 마법사 개개인을 설득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한데 묶고 난관으로 표현하기로 합니다.

난관의 단계는 이렇습니다: 우선 자기가 신뢰할 만한 마법사임을 증명하고 (학식),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하고 (속임수), 연설로 겁을 주는 것입니다 (자극). 이 난관은 대단함 (+4)의 수동적 저항이 있는 것으로 합니다.

NPC 먼저, 이름은 나중에

무명 NPC가 계속 이름이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플레이어가 술집 주인이나 포고꾼이나 경비원에게 흥미를 갖고 알고자 하면 그 캐릭터에 좀 더 색깔을 주십시오. 그렇다고 해서 룰을 더 복잡하게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면 조연급 NPC로 승급시켜도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이름과 동기 정도만 주는 것으로 족합니다.

술집 주인 (보통) 

면모: [내 가게에서 소란은 피해 주시게]

기능: 인맥 보통 (+1)

훈련된 깡패 (양호) 

면모: [뒷골목의 방식], [강력범] 

기능: 접근전 양호 (+2), 운동능력 및 체력 보통 (+1)

마법대학의 귀족 마법사 (우수)

면모: [거만한 태도], [마법 공부에 헌신]

기능: 학식 우수 (+3), 속임수 양호 (+2), 의지력 및 눈치 보통 (+1)

조연급 NPC

조연급 NPC는 이름도 있고, 무명 NPC보다 좀 더 자세하게 설정됩니다. 조연급 NPC는 명칭 그대로, 영화의 조연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보통 사람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 있는데, 그 점은 특정 PC나 NPC와의 관계일 수도 있고, 특별한 능력이나 장기일 수도 있고, 단지 플레이에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모험 활극 이야기에는 으뜸가는 악당의 직속 부하, 부관, 오른팔 등이 나옵니다. 이것이 조연급 NPC입니다. 특정 장소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는 것도 이들이고, PC의 면모에 이름이 들어간 것도 이들입니다.

조연급 NPC는 캐릭터간의 드라마를 꾸미기에 아주 좋습니다. 대부분은 PC들과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 조수, 가족, 연줄, 경쟁자 등등). 시나리오의 주된 문제에는 관련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도움을 주기도 하고,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조연급 NPC들도 무명 NPC들과 같지만, 정식 캐릭터의 요소를 몇 가지 더 갖고 있습니다. 정체성과 고민이 있고, 그 외 면모 하나 이상, 특기 하나, 그리고 신체적 및 정신적 스트레스 칸을 각각 두 개씩 갖고 있습니다. 기능도 4~5개 정도 갖고 있습니다. 기능 덕분에 스트레스 칸이 추가된다면 이 역시 적용하십시오. 기본적으로는 경미한 타격 칸이 하나 있습니다. 아주 튼튼하게 만들고 싶으면 심각한 타격 칸도 하나 주십시오.

기능은 탑 방식으로 배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4~5개 정도 밖에 없을 테니, 가장 높은 것에서부터 한 칸씩 내려가면서 보통에 달할 때까지 기능을 하나씩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대단함 기능이 있는 NPC가 기능이 3개 더 있다면 우수 하나, 양호 하나, 보통 하나를 주십시오.

● 기능 실력: 조연급 NPC의 대표 기능은 PC의 해당 기능보다 1이나 2쯤 높아도 되지만, 그것은 강력한 적으로 등장할 때의 얘기입니다. PC들의 편에 선 조연급 NPC들은 기능이 PC들과 비슷한 수준인 것이 좋습니다. (모험 활극에서는 오른팔이 두목보다 싸움을 잘하게 하여, 두목의 두뇌와 오른팔의 힘을 대비시키는 일도 많습니다.)

● 물러나기: 조연급 NPC는 가능한 한 끝까지 싸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대결에서 자주 물러나게 하십시오 (이야기 초반에는 특히). 그리고 물러날 때는 도망치게 하는 것이 많은 경우 적절합니다. 이런 식으로 물러나게 하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나중에 그 NPC와 다시 만나 싸울 것이라는 암시가 됩니다. 게다가 물러나면 운명점을 받게 되므로, 다음에 등장할 때는 더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물러난 NPC가 다시 나타나면 플레이어들이 좋아합니다. “그래, 랜든. 이렇게 또 만나는군! 하지만 이번에는 전처럼 되지 않을 것이야.”

마지막으로, NPC가 위험할 때 도망치는 모습을 보이면, 플레이어들도 궁지에 몰렸을 때 PC를 물러나게 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끔씩은 PC들이 대결에서 물러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면 위기감이 조성되고 새로운 골칫거리가 자연히 생겨나서, 이야기가 그만큼 더 극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핀 노인, 랜든의 스승

면모: [은퇴한 빈필드 민병대장], [이게 다 늙어서 할 짓인가], [랜든의 스승]

기능: 사격 대단함 (+4), 접근전 우수 (+3), 의지력 양호 (+2), 운동능력 보통 (+1)

특기: 전장의 늑대. 대규모의 전술적 상황에서 접근전으로 기회 만들기를 할 수 있습니다.

질풍의 테란, 달인 도둑

면모: [악당에 소매치기],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해]

기능: 도둑질 엄청남 (+5), 은밀행동 대단함 (+4), 학식 우수 (+3), 접근전 양호 (+2), 체력 보통 (+1) [주: 신체적 스트레스 칸 3개]

특기: 실내파. 도회지의 건물 내에서 은밀행동에 +2.

바위산 오그

면모: [오그 부순다!], [오그 별로 안 똑똑하다]

기능: 사격 환상적 (+6), 체력 엄청남 (+5) [주: 신체적 스트레스 칸 4개, 신체적 경미한 타격 칸 하나 추가], 운동능력 대단함 (+4).

특기: 없음.

주연급 NPC

주연급 NPC는 마스터에게 있어서 PC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PC처럼 정식 캐릭터 시트를 다 갖고 있고, 면모도 다섯 개이고, 기능도 다 있고, 특기도 있습니다. PC들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NPC들입니다. 적으로 나오면 적대 세력의 중심, 우리 편으로 나오면 중요한 친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면모가 많기 때문에 PC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발현과 역발현의 재료도 가장 많습니다. 시나리오나 연작의 주된 악당이나 이야기의 핵심 인물은 항상 주연급 NPC입니다.

캐릭터 시트의 내용이 PC들과 똑같기 때문에, 주연급 NPC들은 다른 캐릭터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런 캐릭터는 한 명에 시간을 쏟자면 얼마든지 쏟을 수 있습니다. PC랑 똑같이 캐릭터 제작 과정을 거치고, 백스토리도 3단계를 다 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찬조 출현할 캐릭터는 없겠지만).

필요하면 플레이 도중 즉석에서 정해도 됩니다. 면모를 처음에 다 확정하지 않고, 빈 자리를 남겨 두었다가 나중에 더하는 것입니다. 필요하면 특기도 이렇게 추가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도 천천히 해 나가면 됩니다. 이것은 조연급 NPC를 만드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단지 플레이 도중에 캐릭터 시트에 추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주연급 NPC는 PC들에게 한 뼘도 쉽게 내주지를 않습니다. 대결에서도 파멸할 때까지 싸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능 실력이 몇이건, 주연급 NPC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PC들과 완전히 동등하여 플레이가 진행됨에 따라 함께 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하나는 PC들보다 우월하지만 성장을 하지 않아, 나중에 PC들이 충분히 강해졌을 때 적대하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전자인 경우 PC들이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기능 배분을 하면 됩니다. 후자인 경우, 현재 플레이의 기능 실력 상한보다 적어도 두 단계가 높은 기능들을 충분히 주십시오.

따라서, 현재 PC들의 상한이 대단함 (+4)인 경우, 강력한 주연급 NPC는 환상적 (+6) 탑 몇 개, 또는 환상적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를 갖고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아주 중요한 NPC는 이야기에서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면모를 여섯 개 이상 갖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바라타르

신드랄 강 유역의 밀수여왕

면모: [신드랄 강 유역의 밀수여왕]

[대체로 충성스런 부하들]

[자책은 약자나 하는 짓이다]

[“지르드, 너는 왜 죽지를 않는 거냐!”]

[내 배, 죽음의 상인]

[건달 하렘]

[사법기관은 내 호주머니 속에 있다]

기능: 환상적 (+6) 속임수, 접근전

엄청남 (+5) 사격, 도둑질

대단함 (+4) 재력, 의지력

우수 (+3) 인맥, 주의력

양호 (+2) 기술, 은밀행동

보통 (+1) 학식, 체력

스트레스: 신체적 스트레스 3칸, 정신적 스트레스 4칸

특기: 능구렁이. 사교 상황에서 기회 만들기를 할 때 눈치 대신 속임수를 쓸 수 있습니다.

페인트의 달인. 신체적 대결에서 속임수로 기회 만들기를 할 때 +2.

되찌르기. 접근전을 이용한 방어에 멋지게 성공하면, 원할 경우 증강을 받지 않고 대신 격차 2의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적 플레이하기

다음은 PC들에게 적대하는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요령입니다.

밸런스

NPC의 강약은 PC들이 쓸어 버리지도 못하고 PC들을 쓸어 버리지도 못할 정도로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무명 NPC의 무리는 PC들한테 쓸려 나가도 됩니다. 그것이 존재의의니까요.). 이것은 장면에 등장하는 NPC의 기능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라, 그 수와 중요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적의 밸런스는 정해진 공식이 없습니다. 대체로 감에 의존해서 맞추어야 하지만, 여기에 몇 가지 지침을 두었습니다:

● NPC들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낮지 않은 한 PC들보다 많이 나오지 않게 하십시오.

● PC들이 하나의 적을 상대로 힘을 합치는 경우, 상대 NPC의 대표 기능은 PC들이 그 대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 중 가장 실력이 높은 것보다 2 이상 높게 하십시오.

● 연작의 절정을 장식하는 중요한 대결이 아닌 한, 장면 하나에는 주연급 NPC를 최대 한 명만 등장시키십시오. 조연급 NPC도 기능은 얼마든지 높을 수 있습니다.

● 한 세션에서 PC들이 만나는 적은 대부분 무명 NPC로 합니다. 그러다가 간간이 조연급과 주연급을 한두 명씩 등장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 무명 및 조연급 NPC들은 빨리 항복하거나 패배하기 때문에 대결이 짧아집니다. 주연급은 그렇지 않으므로 대결이 길어집니다.

NPC의 기회 만들기

NPC를 사용하는 법은 다양합니다. PC들에게 들이밀어서 어느 쪽이 질 때까지 대결을 시키는 것도 물론 유효한 방법이지만, 그런 직접적인 방법 외에도 용법은 많습니다.

그 주된 수단이 기회 만들기입니다. 적 NPC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PC들의 목적 달성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장면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적들이 PC들을 염탐하여 공짜 발현을 쌓아 놓는 것도 가능합니다. 악당들과 PC들이 같이 차를 마시며 눈치를 겨룰 수도 있습니다. 어두운 골목에 적들이 나타나서 마치 대결을 할 것 같이 덤벼들었다가, PC들의 능력만 떠보고 바로 도망가는 것도 때로는 재미있습니다.

PC들이 뭔가를 해결하려고 NPC가 있는 곳에 찾아갔다가 대결이 벌어지면 그 NPC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스터가 상황 면모를 설정할 때, 적 NPC가 미리 준비를 할 시간이 있었다고 생각되면 공짜 발현을 조금 갖고 있는 상태로 대결에 임한다고 해도 좋습니다. 이것은 공정하게 하십시오. 공짜 발현이 붙은 면모는 2~3개를 넘지 않게 할 것을 권합니다.

대결 방식의 다양화

적들이 매번 직접적인 수만 쓰지 않고 PC들을 다양한 종류의 대결로 끌어들이려 하면 그만큼 더 흥미롭습니다.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점, 그리고 정신적 대결도 신체적 대결에 못지 않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적들이 PC들과 판이한 기능들을 갖고 있다면, 그 점을 살려서 PC들을 자기들 무대로 끌어들이게 하십시오.

예를 들어 랜든은 접근전과 운동능력이 뛰어나, 정면에서의 무력 승부에 강합니다. 그러나 교묘한 속임수나 마법적인 정신 공격에는 그렇게 잘 버티지 못합니다. 반면 지르드를 상대할 때는 마법을 펼치기 전에 묵사발로 만들 수 있는 날래고 힘센 싸움꾼이 제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