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식객 허영만, 배우 고두심, 언론의 강력추천 1814년, 흑산도에 유배당한 선비 정약전이 쓴『자산어보』 1814년, 흑산도에 유배당한 선비 정약전이 어류학서 『자산어보』를 완성한다. 민중과 함께하는 선비로 불리던 그는 흑산도를 돌아다니며 바다 동식물들을 어루만지고 탐구하여 그것들을 먹고 사는 법에 대해 상세하게 써내려갔다.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를 내고 4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이 책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서점으로 갈 거라는 제 바람과는 달리) 대부분 읽다 말고 횟집으로 달려갔다고들 합니다. 영세한 동네 횟집과 수산물시장 영업에 약간의 도움은 되었다면 제 나름의 보람이겠습니다만, 무엇보다도 ‘그저 회나 사먹고 돌아가곤 했던’ 바다와 가까워지고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 들었을 때가 가장 즐거웠습니다. 온몸에 파도의 문신을 새긴 40년 생계형 낚시꾼, 여기,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바다에 미쳐, 시원한 해풍과 입안에 감도는 짭조름한 기운에 중독돼 평생 동안 바다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반드시 먹을 것만 낚는다! 낚은 것은 야무지게 먹는다!” 저자에게 이 책을 쓰도록 영감을 준 것은, 이백 년 전 조선시대의 해산물 박물지라 할 수 있는 정약전의 『자산어보』이다. “바다를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자산어보』를 읽고서 아예 좌절을 했지 뭔가. 이 애물단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 몇 년을 고민하다 결국 에세이 여는 글로 삼기로 했네. 이른바 ‘한창훈식 『자산어보』 해제’라 할 수 있지. (정약전은) 실학자라 해도 양반이었단 말이지. 평생 생선은 밥상 위에서나 구경했을 법한 양반이, 아무리 유배중이었다 해도 비린내 풍기는 생선을 요리 뜯어보고 조리 헤집어보며 연구하고 기록을 남겼다는 게 중요한 거요. 그때만 해도 갯일은 천한 일이 아니었던가.” 한양에서 유배당한 정약전은 권모술수와 책략이 난무하는 수도에서 한 걸음 떨어져 호젓한 흑산도에서『자산어보』를 집필했고, 그로부터 200년 후 작가 한창훈은 “고된 노동, 물리적인 불편, 여러 가지 제약 따위가 늘 사람을 괴롭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어떡해서든 섬을 떠나려는” 상황 속에서 홀로 고향 거문도로 돌아와 그만의 자산어보를 채워가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갈치, 고등어, 꽁치, 문어, 볼락, 삼치, 홍합…… 등 익숙한 해산물들에서부터, 처음 보면 까먹어야 할지 깨먹어어야 할지, 음식인지 돌덩이인지 당최 어리둥절한 ‘거북손’, 건드리면 보라색 체액을 울컥 쏟아내는 ‘군소’ 등 섬사람들에게는 백사장만큼이나 익숙하지만 도시인들의 눈에는 마냥 신기하기만 한 해양생물들에 이르기까지―한창훈의 자산어보에서는 우리가 식탁에서 그저 식재료로만 여겼던 온갖 갯것들이 저마다의 생명력을 얻어 고유한 이력과 맛들을 뿜어낸다. 초고추장에 회?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한편, 우리가 몰랐던 해산물 맛있게 즐기는 요령 및 섬사람들의 상차림 또한 이 책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실 이것, 말 안 해주고 싶다. 두고두고 나만 먹고 싶다”며 능청을 떨면서도 인생! 파도처럼 격정적이고, 한창훈은 이 책에서 온갖 눈이 시린 바다의 풍광들과 활기찬 항구의 감동을 묘사하다가도 “풍경과 저녁밥은 별개의 문제”라며 짐짓 정색하고 다시 생활로 돌아오는 영락없는 ‘생계형 낚시꾼’이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를 따라 민장대 하나 매고 바닷가로 당장 뛰어가 홀로 되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밤낚시의 묘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남들 돌아올 때 찾아가는 역행의 맛이 있고 모든 소음을 쓸어낸 적막의 맛도 있다. 넓은 바닷가에서 홀로 불 밝히는 맛도 있고 달빛을 머플러처럼 걸치고 텅 빈 마을길 걸어 돌아가는 맛도 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회 떠놓고 한잔하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 밤에 하는 짓이 몇 가지 되는데 가장 훌륭한 게 이 짓이다. (본문 중) 낚시는 물었을 때와 물지 않았을 때, 두 가지의 인간이 만들어진다. 낚아내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백지장처럼 하얗게 기억이 없다. 생각은 사라지고 몸만 작용을 하는 것이다. 오로지, 도망치려는 물고기와 잡아올리려는 사람 사이 힘의 기우뚱한 균형, 줄이 터지기 직전까지만 허용하며 녀석을 지치게 하는 긴장의 순간들만 이어진다. 낚시에 빠진 동료작가 한 명은 이 순간을 오르가슴과 같다고 표현했다. (본문 중) 그 오르가슴의 순간을 만끽하고, 달빛을 머플러처럼 걸치고 돌아오는 길에서조차 한창훈은 그저 월척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그가 바다에서 낚아올리는 것은 바다의 먹을거리들뿐이 아니요, 인생 그 자체인지 모른다. 이 글이 연재되는 동안 한 독자는 한창훈의 글편들을 보고 ‘술 땡기는 글’이라 했던가. 소주 한잔 기울이며 싱싱한 회 푸지게 떠놓고 읽어주어야 할 듯한 그의 맛깔나는 산문의 맨 마지막 장은 해산물이라 해야 할지, 인간이라 해야 할지, 픽션이라 해야 할지, 실화라 해야 할지 애매한 ‘인어’의 이야기로 끝난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비로소 눈치채게 될
것이다. 한번은 젊은 여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섬 태생이라는 게 너무 싫어 어떻게 해서든 기억을 지우고, 흔적을 없애며 살아왔는데 내 책을 읽고 나서 고향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고백을 했다. 그 어느 독자보다도 반갑고 고마웠다. 내 책이 그렇게 섬과 바다를 이해하는 데 쓰였으면 좋겠다. (본문 중) 바닷바람 한 줄기 불어줬음 싶은 이 팍팍한 대도시에도 한창훈처럼, 가슴 한쪽에 바다 한 동이 품고 사는 섬 가시내 바다 머시매들 얼마나 많을 것인가. 『자산어보』는 1814년 손암 정약전
선생이 쓰신 어류학서입니다. 흑산도 바다 동식물에 대한 사전 같은 것이죠. 가치가 매우 높은 책이지만 사람들이 재미없어합니다. 그래서 저는 200년 전 흑산도 바다와 지금의 바다를 연결해보았습니다(매 편 도입부는『자산어보』에서 부분 인용한 것입니다). 그러자 그 긴 시간이 무화되면서 귀양살이의 고독을 탐구와 기록으로 바꾸었던 선생의 실천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사연 사연이 함께 뒤엉키며 휘돌았습니다. 그것을 책으로 엮어놓으니, 바다에서 실컷 뛰놀고 난 기분입니다. *추천의 글 일간지에 연재됐던 한창훈의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는 내 스크랩 박스 안에 여러 조각이 있다. 그의 바다 이야기가 너무 싱싱하고 재미있어서다. 그가 바닷길 먼 거문도에 박혀 살면서 가끔 전해오는 바다 이야기는 세상과의 가느다란 소통의 끈일 것이다. 깝깝한 서울에서 도망칠 궁리만 하고 선뜻 행동하지 못하는 바보는 한창훈의 자유로운 삶을 통해 대리 만족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즐기는 내용이 어린 시절 큰 섬 바당(바다의 제주 방언)을 품고 살던 나로선 갓 건져올린 생선 한 마리가 팔딱팔딱 내 손에서 뛰는 기분이다. 자, 이 자연의 신비 속 큰 바당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_고두심(배우) 작가의 맛 묘사는 독자를 거의 고문하는 수준이다. 읽는 이를 약 올리는 책이다. 술맛 나게 만드는 책이다. 읽고 나면 아쉬운 대로 동네 허름한 횟집으로라도 달려가도록 부추기는 책이다. 좀더 적극적인 이라면 간단한 낚시채비를 차려서, 거문도가 아니라면 가까운 바닷가나 섬으로라도 당장 달려가도록 충동질하는 책이다. 한마디로, 위험할 정도로 유혹적인 책이다. _한겨레 때론 펄펄하고 때론 간지러운 글맛으로 바다가 내준 먹을거리들의 맛을 묘사하는데, 읽고 나면 한 번도 안 먹어 본 노래미회며 삶은 군소며 장어탕의 뒷맛이 입안에서 감도는 것 같다.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은 한 번도 못 가봤다는 말보다 더 불쌍하다.” 저자가 도시 촌놈들을 대놓고 놀린다. 완전히 당했다. _경향신문 깊은 바다의 푸른 서정을 물에 떨어뜨린 잉크처럼 활자로 풀어온 작가 한창훈. 각 항목마다 소설 같은 에피소드를 곁들여 펴낸 이 책은 손암 선생의 업적을 보충하면서 입맛과 체험담을 특별히 조미료로 첨가한 21세기판 ‘현산어보’라 할 만하다. _세계일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바삐 흘러가는 일상사. 생활에 지칠 때면 도시의 샐러리맨들은 이런 상상을 한다. ‘낮에는 바다낚시를 하고, 밤에는 글을 쓰고, 직접 잡은 생선으로 저녁을 지으며 평화롭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 실제로 그렇게 사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가 그 동안 밥상에 올렸던 해산물에 대해 책을 썼다. 펄떡이는 생명력으로 물이 오른 저녁밥상. 그것은 남자의 밥이자, 생활이자, 인생이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서 맛보고 싶은 다양한 갯것. 그 안에는 비릿한 바다의 냄새가 있다. 눈물처럼 짭조름한 소금 맛이 배어 있다. 하긴 그것이 바로 인생의 맛 아니겠나. _YES24 도서팀장 이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