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책 을 읽어야 하는가

왜 책 을 읽어야 하는가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신의 책 읽는 방법을 소개하며 ‘속독’과 ‘다독’을 강조한다. 다양하고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다독을 해야 하고, 다독을 하기 위해서는 빨리 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치바나 독서법의 요지이다.

이런 그의 속독과 다독은 많은 정보를 빨리 얻으려 하는 현대인의 독서 양상과 통하는 측면이 있다. 직장인들은 사회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고, 학생들은 시험을 위해 책을 읽는다. 그러나 책읽기의 의미가 단순히 이렇게 실용적인 목적에만 있는 것일까?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는 지식 습득을 위한 책읽기를 넘어,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사회적 소통을 위한 책읽기를 새롭게 제안한다. 책은 우리의 내면을 성장시킴과 동시에 통용되는 기성가치에 의문을 불러일으켜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타인의 아픔과 고통, 기쁨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다.

한마디로 책읽기는 우리의 삶, 우리의 세계를 변화시킨다. 책읽기가 가진 이런 힘을 역설하고 있는 이 책은 부모와 자녀 간에 소통이 잘 되지 않는 현실에서 세대 간 소통을 유도할 수 있고, 입시 너머의 진정한 공부를 추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지은이 이권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독가이자 서평과 강연을 하며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도서평론가이다. 단순히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소개해 왔다.

이 책이 말하는 것 역시 크게 보면 이 두 가지 독서론으로 요약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활동하며 내놓은 그의 산 독서론이 이 책에 집약된 것이다. 그는 속독과 다독이 판치는 책읽기 풍토에 반해, 느리게 읽기, 깊이 읽기, 겹쳐 읽기, 그리고 토론과 쓰기가 어우러진 책읽기를 강조하여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책읽기 방법을 새롭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삶과 만나는 ‘호모 부커스’의 독서법이다.

이권우
1963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책에 눈멀어 책만 읽으며 살아가려는 한심한 영혼이며 책만 읽으면 입 안에 가시 돋친다는 시대에 여전히 책의 가치를 옹호하는 바보 같은 사람이다. 잘나고 뽐낼 것 많았으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부족하고 모르는 것투성인 데다 외롭고 고통스러워 책만 읽었을 것이다. 그래도 가슴 뿌듯하다. 휘어져서 그러했겠지만 선산을 지키는 나무 되었고, 어리석어 그러했겠지만 산을 옮길 수 있는 사람 되었다 자부하니까.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후 자라다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고향을 떠났다. 책만 죽어라 읽어 보려고 경희대 국문과에 들어갔다. 4학년 때도 대학도서관에서 책만 읽다 졸업하고 갈 데 없어 잠시 실업자 생활을 했다. 주로 책과 관련한 일을 하며 입에 풀칠하다 서평전문잡지 『출판저널』 편집장을 끝으로 직장생활을 정리했다. 본디 직함은 남이 붙여 주어야 하거늘, 스스로 도서평론가라 칭하며 글 쓰고 방송하는 재미로 살고 있다. 단 한 번도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하지만, 희망을 열어 가는 대열에는 늘 끼어 있고 싶었다. 책 읽어 홀로 우주와 삶의 비의를 알아챈 사람으로 남기보다는, 그 앎을 이웃과 함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에 책벌레라면 누구나 도서평론가 될 수 있고, 그 자리에 있으면 문화운동가가 될 수밖에 없다 확신하며 살아간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아마 이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유명한 말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인 '데미안'이라는 책에서 나온 말로, 많은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말이다. 데미안은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책이다. 세계 고전문학으로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으며, 최근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방송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다. 데미안은 1919년 출판된 도서로, 무려 100년 전에 쓰인 책이다. 이 오래된 책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데미안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렇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난 싱클레어라는 소년이 데미안이라는 인물을 만나 자기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며 여러 철학적 사고를 겪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작품은 싱클레어의 어린 시절을 시작 부분으로 하여 전개된다. 이때 그는 처음으로 '선'으로 둘러싸여 있던 세계에서부터 벗어나 방황을 하게 된다. 나는 이 부분에서 그 힌트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방황이라는 것이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주제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비교적 진지하고 철학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양 받아들일 수 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데미안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었다. 필자도 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라는 문장이 필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당시에 필자가 평소 하고 있던 고민과 무척이나 유사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저 문장은 필자로 하여금 과연 내가 가장 추구하고자 한 모습은 무엇일까란 고민에 빠지게 했다. 책의 뒷부분을 읽어나가며 이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노력했고, 어느 정도 그 물음을 없앨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이런 느낌은 어떤 책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하고 탐구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느껴볼 수 있다. 그 책은 데미안과 같은 소설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만화책이, 또 누군가에겐 백과사전이 될 수 있다. 책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도구이자 매개체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누군가가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던 책이 누군가에겐 인생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순히 독서기록장을 쓰기 위해서, 논평을 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무시한 채, 단지 책을 읽었다는 훈장을 달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그 책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책 속의 내용과 상호작용하며 소통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독서이다.

왜 책 을 읽어야 하는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앞서 말했던 독서 기록장을 쓰기 위해서 등 사람마다 다르다. 물론 이에 대해 비난하고, 잘못되었다고 말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수많은 책을 읽고 접했음에도 그 속에서 느낀 교훈과 감동이 하나도 없다면 그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책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만큼 지대한 영향을 줄 순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단 한 권의 책에서도 그 책이 무슨 책이 되었든 간에 배울 점이 있다. 책은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표현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책을 이해한다는 것이 보기엔 추상적이고 힘들어 보여도 그렇게 어렵기만 한 일은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그 책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이다.

책은 우리에게 많은 사고할 주제를 던진다.철학적 논제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 정치적 갈등 등 그 분야는 셀 수 없이 많다. 우리를 생각하게 함으로써 지금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또한, 독서를 하고 이를 깊게 생각해보는 과정을 통해 평소 고민했던 것들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이처럼 독서를 통해 더욱 나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더욱이 청소년에게 독서란 아주 큰 의미가 있다. 청소년은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결정된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청소년이 있다면 인생에서 다신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지금 이 시기에 독서를 통해 생각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고 싶다. 비록 게임, TV보단 재미가 덜 할지 몰라도, 독서는 우리를 깊이 사고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한 번쯤 독서기록장을 채우기 위한 독서가 아닌, 자신의 정신적 성숙을 도모하기 위한 독서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왜 책 을 읽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