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민들레 옆에서 단잠을 잘 생각을 했니

 

재미와 교훈을 주는 동화와 소설

형제 소나무                                                            65

가시고기의 용기                                                        67

가을소나기                                                             69

볼기 맞은 임금님                                                       71

욕심 많은 가재                                                         73

호랑이 고개                                                            75

마술가루                                                               77

다람쥐와 민들레                                                        81

두 개의 구슬                                                           83

스님이 되고 싶던 가야산 호랑이                                         85

만년 샤쓰                                                              87

마지막 수업                                                            93

신호등 속의 제비집                                                     97

아버지의 트럭                                                          99

노인과 단풍                                                           100

바위나리와 아기별                                                     101

송도 오이장수                                                         105

꿩 구워 먹은 자리                                                     107

치마 하나로 세 어미 딸 입듯                                           109

개 보름 쇠듯                                                          111

손돌 추윈가?                                                         113

아들 한 죽 난 집 고추 값                                              115

‘껌’이라 놀림받는 아이                                                 116

어떤 개미 이야기                                                      118

겨자씨의 꿈                                                           120

검은 돌멩이의 꿈                                                      123

아주 작은 거미                                                        125

형제 소나무

관련 학년

4학년 1학기

관련 단원

넷째마당 2. 함께 하는 우리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서로의 생각 나누기

산 속 깊숙이 소나무들이 살았어요. 소나무 식구들은 추운 겨울에도 파란 옷을 입고 오손도손 살았어요. 할아버지 소나무가 숨을 거두면서 식구들에게 말했어요.

“내가 죽더라도 저 어린 것들을 잘 길러야 한다.”

할아버지 소나무는 아버지 소나무에게 부탁하셨어요.

“네.”

아버지 소나무는 울음을 참고 대답을 하였어요. 아버지 소나무에게는 두 형제가 있었어요. 형 소나무는 마음이 착하고 아버지 소나무의 말을 잘 따랐어요. 그러나, 동생 소나무는 언제나 말썽을 피워 아버지 소나무에게 걱정을 끼쳤어요.

“얘야, 자세를 바르게 가져야 커서 훌륭한 나무가 된단다.”

아버지 소나무는 동생 소나무를 보고 말했어요.

“훌륭한 나무가 되면 뭘 해요? 지금 좀이 쑤셔서 죽겠는데…….”

동생 소나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살피고는 몸을 뒤틀었어요.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는 참새들을 보고 부러워했어요.

“나도 참새처럼 날개를 갖고 여기저기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동생 소나무는 산들산들 부는 봄바람에도 몸이 간지러워 웃음을 터트리고는 몸을 뒤틀었어요. 그러나, 형 소나무는 아버지 소나무의 말을 귀담아 들었어요. 눈보라가 치는 차가운 겨울 바람에도 끄덕 않고 하늘만 바라보고 꿋꿋하게 자랐어요. 다람쥐가 와서 놀러 가자고 졸라도 하늘만 향해 무럭무럭 자랐어요. 그래서 형 소나무는 대나무처럼 곧고 튼튼하였어요.

동생 소나무는 몸을 뒤트는 사이 자기도 모르게 몸통은 약하고 가지만 비뚤게 여기저기 났어요.

어느 새, 달이 가고 해가 갔어요. 어른이 된 형제 소나무는 더 자라지 않았어요.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톱을 가지고 형제 소나무를 바라보았어요.

“참! 잘 자랐군. 큰 재목이 되겠네. 가지고 가서 책상을 만들어야지…….”

형 소나무를 보고 말했어요.

“이건 못 쓰겠군. 무엇에 쓸까? 아무 곳에도 쓸 수가 없어. 불을 지피는 데 밖에는…….”

동생 소나무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이제부터 말 잘 들을게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네?”

동생 소나무는 아버지 소나무를 붙들고 애원했어요. 그러나, 사람들은 들은 척도 않고 형제 소나무를 톱으로 잘랐어요.

동생 소나무는 ‘엉엉’ 울면서 몸부림을 쳤어요. 형 소나무는 아픔을 꾹 참았어요. 동생 소나무는 불길이 활활 타는 아궁이 속으로 들어갔어요. 눈 깜짝할 사이 까만 재가 되었어요. 형 소나무는 예쁜 책상이 되어 방으로 들어갔어요.

“하! 새 손님이 오셨네. 참 예쁘다.”

아이들이 책상을 어루만지며 얼굴을 닦았어요. 형 소나무는 오래도록 행복했어요.

<교육자료 2002.1월호 부록 동화나라>

가시고기의 용기

관련 학년

4학년 1학기

관련 단원

넷째마당 2. 함께 하는 우리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서로의 생각 나누기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바다 밑 산호마을에는 가시고기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산호 숲 마을을 넘나들며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습니다. 가시고기들은 온 몸에 가시처럼 뾰족한 것들이 튀어 나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가시고기들은 산호마을을 떠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모습에 그만 눈이 홀린 가시고기들은 앞을 다투어 자맥질을 했습니다.

점점 가까이 갈수록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이 빼앗겨 버렸습니다.

“아, 아름다운 모습. 볼수록 아름다운 모습이군요.”

“호호호, 가시고기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아름다운 마을을 구경하고 싶어요.”

“호호호, 얼마든지 구경하세요. 가시고기들…….”

가시고기들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갑자기 앞서가던 친구 가시고기의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흑흑흑 제발 살려 주세요. 말미잘님…….”

앞서가던 친구 가시고기는 말미잘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말미잘에게 잡힌 친구가 도망가려고 몸부림치던 모습을 본 가시고기는 가시를 바짝 세우고 말미잘에게 함부로 덤벼들었습니다. 가시고기의 뾰족한 가시에 찔린 말미잘은 그만 입에 물고 있던 친구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친구를 살리려고 용감히 싸우다가 말미잘이 내뿜는 무서운 독에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말미잘에 붙잡힌 친구를 살리려고 하다가 그만 목숨을 잃어버린 가시고기의 용기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먼저 말미잘에 붙들린 가시고기는 친구의 도움으로 무사히 살아났지만 친구를 잃은 슬픔에 눈물을 글썽이었습니다.

“가엾은 친구! 흑흑흑, 나를 살리려고 죽음을 무릅쓰고 그 무시무시한 말미잘에게 덤벼든 너의 은혜는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친구를 살리려고 자기의 목숨을 버린 가시고기의 이야기는 온 마을에 널리 퍼졌습니다. 가시고기들은 모두 힘을 합하여 말미잘을 찾아갔습니다.

“우리 친구를 괴롭힌 너의 나쁜 마음씨를 고쳐주려고 왔다! 냉큼 나오지 못할까!”

“흥! 썩 물러가지 못할까!”

“자, 모두 덤벼라!”

모두들 가시를 뾰족 세우고 덤벼들었습니다. 말미잘은 엉엉 울면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교육자료 2002. 1월호. 부록 동화나라>

가을소나기

관련 학년

4학년 1학기

관련 단원

넷째마당 2. 함께 하는 우리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서로의 생각 나누기

“- 쏴 -.”

공부가 끝나고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을비 치고는 대단한 걸”

“가을비엔 강아지 털도 안 젖는다던데”

“누가 아니래”

“이럴 줄 알았으면 우산을 가지고 올 걸”

“아침에 하늘이 쨍쨍 맑았는데, 누가 우산을 챙겨 오냐”

아이들이 현관에 모여 한 마디씩 하고 섰는데 검은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교문 앞에 와 섰습니다.

“웬 자가용이야”

영길이가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차야”

승우가 대답했습니다.

“어떻게 아는데?”

“자기네 차도 모를까 봐?”

그랬습니다. 차창을 열고 오라고 손짓을 하는 사람은 분명히 승우 어머니셨습니다.

“나 먼저 간다”

승우가 달려가 차에 오르자 검은 승용차는 미끄러지듯 교문을 빠져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치, 의리 없는 자식”

“승우 의리 없는 것 첨 아냐”

“같이 좀 타고 가자고 하지”

“누가 아니래”

“억울하면 너도 너네 엄마 불러”

“불러도 헛일이야. 우린 자가용이 없으니까”

“자가용이 없으면 우산이라고 가지고 오시라 그래”

“말하지 않아도 오실 거야. 우리 엄마는…….”

정우 말대로 정우 어머니는 우산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우산을 가지고 오신 것은 정우 어머니 뿐만이 아니셨습니다.

모든 어머니들이 우산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엄마가 바쁜 아이들은 다른 엄마 편에라도 우산을 보내셨습니다.

아이들이 다 떠나 현관.

거기엔 수길이 혼자 서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떠나간 교문 앞은 한적하기까지 했습니다.

가을비라서 그런지 소나기는 어느 새 그치고 있었습니다.

수길이는 교문을 나와 걷기 시작했습니다.

수길이네 집은 학교와는 한참 떨어진 꽃마을 비닐 하우스 촌이었습니다. 게다가 엄마가 안 계셔서 우산을 가지고 올 사람도 없습니다.

수길이가 학교 담벼락을 따라 한참을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통통통, 통통통…….”

저 쪽에서 경운기 한 대가 오고 있었습니다. 수길이 귀에 무척 익은 경운기 소리였습니다. 수길이는 얼른 은행나무 가로수 뒤에 몸을 숨겼습니다.

경운기가 지나가자 수길이는 다시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속도를 줄이는 경운기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돌아보니 교문 앞이었습니다. 경운기에서 내려 운동장 쪽으로 가시는 아버지 모습이 보였습니다.

‘챙피하게’

수길이는 혹시 아이들이라도 볼까 봐 걸음을 재촉하여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경운기 소리는 이쪽을 향하여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녀석아, 어서 올라 타!”

수길이는 주위에 아이들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경운기에 올랐습니다.

경운기는 다시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길이 어긋났담. 비가 멎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흠뻑 젖을뻔 했지?”

수길이는 경운기 짐칸 위에 커다란 파라솔이 매어 있는 것을 그제서야 발견했습니다.

‘아버지 미안해요’

수길이는 콧등이 찡해 왔습니다.

<교육자료 2002. 1월호. 부록 동화나라>

볼기 맞은 임금님

관련 학년

4학년 1학기

관련 단원

넷째마당 되돌아보기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인물의 행동에 대한 서로의 생각 나누기

옛날에 욕심 많은 임금님이 있었습니다.

임금님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궁전에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왕비와 살고 있었습니다. 궁전에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으로만 꽉 차 있었습니다.

임금님은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들이 늘어날수록 불안과 근심도 그만큼 늘어났습니다.

“이것을 누가 훔쳐 가면 어떻게 하지?”

“이 세상에 더욱 좋은 물건은 또 없을까?”

생각이 깊을수록 임금님은 불안과 근심이 떠날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임금님은 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캄캄한 밤중에 몰래 궁전을 빠져 나왔습니다. 임금님은 어느 마을에 다다랐습니다. 초가집에서 웃음이 새어나왔습니다. 임금님은 문틈으로 방안을 들여 다 보았습니다. 다섯 식구들이 모여 앉아 대바구니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벌써 꽤 많이 만들었구나.”

“우리 집 식구들이 힘을 합해 만드니까 너무 좋아요. 우리 집이 제일 행복할 거야.”

“그래, 맞다. 우리들이 욕심 없이 성실하게 일하면서 사니까 그렇지.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지.”

식구들의 얼굴에 그늘이 없었습니다. 정말 행복이 가득한 얼굴이었습니다. 다른 집에 가서 들여다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임금님은 갑자기 궁전 생각이 났습니다.

‘궁전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누가 훔쳐가지 않았을까?’

임금님은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훔쳐가도 할 수 없지 뭐. 그런 것들 없어도 살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불안하던 마음이 갑자기 없어져 버렸습니다.

아침이 되었습니다. 임금님은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었습니다. 임금님은 어느 집 부엌에 들어가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을 정신 없이 먹어치웠습니다. 그러다가 집주인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임금님은 관가로 끌려갔습니다.

“우리 마을에는 도둑이 없었느니라. 남의 집 음식을 훔쳐먹은 죄, 볼기 열 대로 다스리겠다.”

관가의 수령은 임금님에게 벼락같은 호령으로 벌을 내렸습니다.

“나는 임금이니라. 감히 네가 임금인 나에게 벌을 내리다니…….”

임금님은 호통을 쳤지만, 손발이 묶여 소용이 없었습니다.

“임금님이 도둑질하는 것을 본 것이 있느냐? 거짓말하는 저 놈을 어서 쳐라.”

몽둥이는 사정없이 임금님의 볼기를 내리쳤습니다. ‘아구구구… ’ 임금님은 비명을 지르다가 볼기 세 대를 맞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얼마가 지났는지, 임금님이 신음을 하며 눈을 떴을 때는 궁전의 침실이었습니다.

근심이 가득한 신하들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임금님은 온몸이 들쑤시고 아팠지만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임금님은 신하들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임금님은 아픈 볼기를 쓸어 내리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내 볼기를 친 병사들을 다 풀어 주시오. 내 볼기를 친 그들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소. 잘못은 내게 있지. 볼기를 맞은 덕분에 나는 행복을 찾았소. 그리고 욕심을 버릴 때 아름다운 마음이 생기고 행복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

임금님은 환희 웃으며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궁전의 높은 담을 허물고 궁궐에 있는 많은 물건들을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도록 하시오. 내 사랑하는 왕비만 빼놓고 말이오.”

왕비가 기쁜 눈물을 흘렸습니다. 신하들은 기쁨의 만세를 불렀습니다.

<교육자료 2002. 1월호. 부록 동화나라>

욕심 많은 가재

관련 학년

4학년 1학기

관련 단원

다섯째마당 1.마음의 창을 열고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 알기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조그마한 개울이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욕심 많은 가재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가재는 개울물을 헤엄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이 개울물에서는 내가 대장이야. 누구라도 한 번 덤벼 보시라구. 이 날카로운 이빨로 그냥 두지 않을테야…….”

가재는 으스대며 크게 소리를 쳤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조그마한 개울가에 물방개 한 마리가 찾아 들었습니다.

“아휴! 요렇게 좋은 곳이 있담. 아무도 없고 조용한 곳에서 마음놓고 헤엄을 쳐 볼까.”

물방개는 퐁당퐁당 자맥질을 했습니다. 이 때였습니다.

“으흠! 그 누구냐? 겁도 없구나. 냉큼 나오지 못할까!”

가재는 부르르 떨면서 소리쳤습니다. 물방개는 갑자기 간이 콩콩 뛰었습니다.

“아이, 무서워!”

물방개는 물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가재는 두 눈을 부릅뜨고 두리번거렸습니다.

“어! 분명히 냄새가 나는데……”

가재는 물 속을 샅샅이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물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물방개는 있는 힘을 다해서 도망을 쳤습니다.

“야! 물방개다! 물방개! 잡아라 잡아!”

목청껏 외치며 물방개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가재는 날카로운 이빨을 앞세우고 물방개에게 덤벼 들었습니다.

“이크! 맛 좀 봐라. 으얏!”

물방개는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가재님! 제발 살려 주세요. 목숨만 살려 주세요.”

물방개는 가재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욕심 많은 가재는 물방개를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물방개는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으흠! 이 개울에는 내가 대장이야. 누구든지 덤벼라. 그냥 두지 않을테다.”

욕심 많은 가재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으스대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갈면서 미친 듯이 날뛰었습니다.

며칠이 지나갔습니다. 어디선가 역겨운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으윽! 쯔쯔쯔. 이 역겨운 냄새. 퇘퇘퇘퇘.”

가재는 역겨운 냄새에 코를 막고 달아나기 바빴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약한 냄새는 개울에 널리 퍼졌습니다.

욕심 많은 가재는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 쉬느라 바빴습니다. 가재가 죽인 물방개로 개울물은 이제는 더 살 수가 없었습니다.

욕심 많은 가재는 더럽고 냄새나는 물을 먹고 배가 장구통만 해졌습니다. 마침내 욕심 많은 가재도 퉁퉁 부은 배를 벌렁 드러내놓고 죽고 말았습니다.

 <교육자료 2002.1월호 부록 동화나라>

호랑이 고개

관련 학년

4학년 1학기

관련 단원

다섯째마당 2. 좋은 느낌 오래 오래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인물의 행동에 대한 서로의 생각 나누기

어느 마을에 아주 높고 험한 고개가 있었습니다.

“호랑이도 산대요.”

“어제 저녁에 돌쇠 엄마가 호랑이 울음 소리를 들었대요.”

“아이구, 무서워.”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올려만 보아도 무서웠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한 두 명 씩 고개를 넘지 못하고 떼를 지어 넘곤 했습니다.

어느 날, 도둑들이 밤중에 마을에서 물건을 훔쳐 그 고개를 넘게 되었습니다. 도둑들은 한 짐 씩 훔친 물건을 둘러메고 고개 마루턱에 올랐습니다.

“아이구 숨차, 좀 쉬었다 가지.”

도둑들은 훔친 물건들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었습니다. 그런데 웬지 으스스 했습니다. 어디선지 기분 나쁜 짐승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도둑 하나가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숲 속에서 무언가가 툭 튀어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어디 훔친 물건을 여기서 좀 보자.”

도둑들은 훔친 자루를 열었습니다. 금반지, 돈, 옷 등 값비싼 물건들이 가득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히히히, 우린 이제 부자야, 부자가 됐어.”

도둑들은 너무 좋아 웃었습니다.

바로 그 때였습니다. 숲 속이 환해지는 것 같더니 무엇인지 커다란 물체가 나타났습니다.

“저게 뭐야?”

“뭐, 말야. 으윽! 호, 호랑이닷~”

“호랑이?”

도둑들은 간이 콩알만해졌습니다. 그 자리에 몸이 얼어 붙었습니다. 평소에 말로만 듣던 호랑이가 눈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호랑이는 천천히 도둑들에게 다가왔습니다. 도둑들은 사시나무 떨 듯 했습니다. 도저히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호랑이는 도둑들을 노려 보았습니다. 호랑이 눈에서 불덩이가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호랑이가 으르렁거렸습니다.

“부자고 뭐고 이젠 죽었네.”

그러자 호랑이는 으르렁거릴 뿐 도둑들에게 덤벼들지 않았습니다. 도둑들은 한참 만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야, 빨리 도망가자.”

도둑들이 훔친 물건을 등에 졌습니다. 그러자 호랑이가 다시 으르렁거렸습니다. 도둑들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도둑들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훔친 물건을 여기에 두고 도망갑시다. 그러면 어쩌면 호랑이가 살려 줄지도 몰라.”

도둑들은 훔친 물건을 그 자리에 두고 일어섰습니다. 천천히 뒷걸음질을 했습니다. 호랑이는 그냥 으르렁거렸습니다. 도둑들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하다가 뛰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숲 속에 숨어있던 도둑들이 다시 고개를 올랐습니다. 훔친 물건이 든 자루가 어제 놓여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우리 이 물건을 마을 사람들에게 다시 돌려주자.”

“그게 좋겠어. 그리고 이제 도둑질은 하지 맙시다.”

도둑들은 훔친 물건을 마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도둑을 용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도둑들에게 땅을 주고 살게 했습니다.

도둑들은 마을 사람들보다도 더욱 열심히 성실히 일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남을 도와주는 일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그  후부터 사람들은 그 고개를 호랑이 고개라고 불렀습니다.

<교육자료 2002.1월호 부록 동화나라>

마술가루

관련 학년

4학년 2학기

관련 단원

둘째마당 2. 이야기의 세계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주제파악하기

아주 멀고 먼 곳에 마음씨 좋은 임금님이 다스리는 조그마한 나라가 있었습니다. 임금님은 틈만 나면 궁전 둘레에 있는 꽃들을 돌보았습니다. 어린 딸 클레멘타인 공주와 함께요. 어느 날 한 나그네가 조그마한 상자를 안고서 임금님이 사는 성에 왔습니다.

“저는 무크추크라는 마술사입니다. 임금님께 꽃들의 비밀을 가르쳐 드리려고 이렇게 왔지요.”

솔깃해진 임금님은 나그네를 꽃밭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나그네는 벌레 먹은 과일, 애벌레가 갉아먹은 나무 잎사귀, 돌 밑에 득실거리는 쥐며느리 따위를 가리켰습니다.

“임금님의 꽃들이 이런 나쁜 벌레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으십니까?”

나그네는 상자 안에서 이상한 도구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건 마치 의사 선생님이 쓰는 청진기 같았어요. 나그네는 그 도구의 한 쪽을 임금님  귀에다 끼워주고 다른 한 쪽은 진딧물이 잔뜩 붙은 장미 봉오리에 갖다 댔습니다 임금님 귀에는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야! 아야! 그만 해! 임금님, 제발 좀 도와주세요. 나쁜 벌레들이 우릴 갉아먹어요.”

임금님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몹시 화가 났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꽃들이 말을 하고 아파 한다는 것을 몰랐다니!”

“속상해 하지 마십시오. 아끼시는 것들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비결이 또 있으니까요.”

무크추크는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무크추크가 이번엔 상자 속에서 조그마한 주머니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연한 보라색 가루를 집어 장미꽃 봉오리 위에 뿌렸습니다. 곧바로 진딧물들이 죽어서 모두 땅에 떨어졌지요.

“이 마술 가루는 곤충과 온갖 나쁜 벌레들을 없애지요. 메뚜기가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일도, 모기가 사람을 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백성들이 얼마나 기뻐하겠어요?”

무크추크는 임금님에게 마술 가루의 비밀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임금님과 그 이상한 나그네를 따라 꽃밭으로 온 공주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바마마, 전 꽃밭에 있는 조그마한 동물이 참 보기 좋아요. 제발 해치지 마세요.”

임금님이 대답했습니다.

“얘야, 넌 정말 이상한 생각을 하는구나! 저 놈들은 아주 흉측해. 그리고 꽃이나 사람에게 해만 끼치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놈들이란다.”

“하지만, 전 사람이 자연을 해쳐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공주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임금님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습니다.

“클레멘타인, 어른들끼리 하는 이야기에 끼어 드는 게 아니야. 난 무크추크씨와 그 분의 놀라운 비결을 믿는다.”

클레멘타인은 꽃이 말을 할 수 있다고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공주는 그 이상한 나그네가 입을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하면서 마치 꽃이 말을 한 것처럼 속임수를 쓴 게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이 하는 말에 언제나 귀를 기울이지 않는 버릇이 있거든요! 무크추크는 신기한 가루를 얼마든지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대신 황금을 달라고 했지요. 임금님은 좋다고 했습니다. 임금님의 신하들은 서둘러 그 마술 가루를 방방곡곡에 뿌렸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모두 좋아했습니다. 온갖 곤충과 작은 벌레들이 사라졌습니다. 농작물도 더 잘 자랐습니다. 이젠 파리도, 치워야 할 거미줄도, 소풍 나온 사람들을 괴롭히는 개미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나비 역시 사라졌어요. 매미의 노래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온갖 물고기랑 개구리랑 새들도 사라졌지요. 클레멘타인은 벌꿀을 몹시 좋아했는데, 이젠 벌들도 모두 죽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꽃가루를 옮겨줄 벌이 없어서 과일도 아주 조금밖에 열리지 않았습니다.

“오! 맙소사. 이럴 수가!”

임금님은 울부짖었습니다.

“해만 끼치는 나쁜 벌레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것들이었구나.”

얼마 뒤에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동물들의 몸에 얼룩덜룩한 보라색의 작은 점들이 생기기 시작한 거예요. 암소의 몸에도 암탉의 몸에도 쥐의 몸에도요. 어떤 고양이는 죽은 채 발견되었는데, 털이 온통 보라색이었습니다. 클레멘타인은 차차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풀과 열매에 마술가루가 묻어 있었어. 그걸 쥐가 먹었던 거야. 그리고 고양이는 보라색 얼룩점이 있는 쥐를 잔뜩 잡아먹었던 거고.”

아침을 먹을 때 공주는 자기 앞에 놓인 달걀과 우유에서 작은 보라색 덩어리를 찾아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보라색 얼룩점이 공주의 코에도 생겨났지요. 이제 임금님은 정말 화가 났습니다. 온 나라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일어섰습니다. 사람들은 성밖에 모여들어 소리쳤습니다.

“임금님, 이게 무슨 꼴입니까!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발 마술 가루를 뿌리지 마세요.”

임금님은 백성들을 진정시키려고 애썼습니다.

“모두들 진정하시오. 난 이제 무얼 해야 할지 알아차렸소. 자, 우리 무크추크한테로 갑시다.”

임금님은 병사들을 데리고 무크추크의 집으로 갔습니다. 임금님은 침대에 누워 있는 무크추크 더러 이제 그만 마술을 풀라고 얘기했습니다. 무크추크는 개미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임금님, 사실 그 가루는 마술가루가 아닙니다. 그건 독약인데, 저도 독을 없애는 방법을 모릅니다. 저는 그 가루가 사람을 해치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그 가루를 만드는 동안 저도 너무 많은 양을 들이마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병이 든 거랍니다.”

무크추크가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보라색 입김이 나왔습니다. 그 때 병사들이 클레멘타인을 데리고 왔어요. 클레멘타인은 활짝 웃으며 임금님에게 달려갔습니다.

“아바마마, 방법을 찾아냈어요! 제가 마지막 병에 남아 있는 꿀을 조금 먹었거든요. 그런데 그 꿀이 절 낫게 해 주었어요.”

공주의 코에 있던 얼룩점이 정말 거의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약간 노르스름한 자국만 남기고요. 임금님은 너무 기뻐서 딸을 번쩍 안아올려 뽀뽀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무크추크에게도 꿀을 조금 먹였습니다. 무크추크는 기침을 하면서 보라색 먼지를 내뿜었습니다. 그러자 금세 병이 낫기 시작했지요. 임금님은 소리쳤습니다.

“보라색 얼룩점이 생긴 어린이를 모두 보살펴야 해. 동물들도 모두.”

안타깝게도 나라 안에는 벌꿀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임금님은 이웃 여러 나라로 벌꿀을 찾으러 병사들을 보냈습니다. 벌꿀은 끈적거리긴 하지만 아주 맛있는 약이었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끔찍한 보라색 가루는 사라졌습니다. 벌레들도 차차 돌아오고 벌레를 잡아먹는 동물들도 함께 돌아왔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옛날 그대로 되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지 뭐예요.

 무크무츠는 병이 다 나아 임금님에게 정원사로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무크무츠는 옛날과는 달리 좀더 나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냄새로 벌레를 쫓는 특별한 식물을 기르기도 하고, 모기를 잡아먹는 새들이 들어와 살 집을 짓기도 하구요. 장미의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도 키웁니다.

 클레멘타인 공주는 무크무츠가 정말로 쥐며느리나 거미에게 말을 한다고는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크무츠는 이제 적어도 벌레들을 못살게 굴지는 않아요. 그래서 공주는 늘 그 벌레들을 보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보면서 살 수 있어요. 나라를 이루는 한 가족이기도 한 모든 자그마한 생물들을요!

<다섯수레-장피에르 기예작>

다람쥐와 민들레

관련 학년

4학년 2학기

관련 단원

둘째마당 2. 이야기의 세계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주제파악하기

어느 산에 다람쥐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다람쥐는 가을이 오자 부지런히 도토리를 주으러 다녔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 다람쥐가 사는 산에 웬 사람들이 큰 소리가 나는 이상한 물건을 가지고 올라왔어요. 그러더니 그곳에 있는 나무를 몽땅 베어버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다람쥐는 할 수 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북쪽 먼 깊은 산 속으로 길을 떠났답니다. ‘깊은 산 속에 가면 많은 도토리 나무가 있겠지.’ 생각하며 말이지요.

이 다람쥐는 몇 날 며칠 밤을 달려 아주 아주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미 그 깊은 숲 속에는 많은 너구리들이 살고 있었어요.

“이 숲 속의  도토리는 다 임자가 있어. 어디서 굴러 먹던 놈이 와 함부로 손을 대는 거야.”

깊은 숲 속의 너구리들은 아주 차가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어요.

다람쥐는 닥쳐 올 겨울이 걱정되었습니다. 생각다 못한 다람쥐는 너구리들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제가 도토리를 주워 드릴게요. 대신 그것을 조금만 제게 나누어 주시지 않겠어요.”

너구리들은 그러마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람쥐는 부지런히 산 곳의 도토리를 주워 너구리들이 사는 굴 속 까지 날랐지요. 너구리 굴 속에는 곧 가득가득 많은 도토리들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람쥐를 실컷 부려먹은 너구리들은 도토리를 내놓지 않았어요. 약속을 지키기는 커녕 제 집 굴 문을  쾅 닫고 서둘러 겨울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얼마 안 가 온 땅이 꽁꽁 얼어붙고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이 왔어요. 한 톨의 도토리도 구하지 못한 다람쥐는 눈 위에서 발을 동동 굴렀어요. 다람쥐는 할 수 없이 너구리 굴을 찾아다니며 애타게 문을 두드렸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절 좀 재워 주세요.”

하지만 굳게 닫힌 너구리 굴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다음 굴로 찾아간 다람쥐는,

“여보세요. 여보세요. 절 좀 들여보내 주세요.”

역시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또 다음 굴로 또 다름 굴로 자꾸자꾸 가보았어요.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답니다.

며칠동안 눈밭을 헤맨 다람쥐는 점점 몸이 굳어지고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게 되었습니다.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가 언 몸을 녹이려 했지만 손발이 자꾸 곱아 왔어요. 눈 앞이 가물가물해졌습니다.

그 때 다람쥐 코에 향긋한 무슨 냄새가 들어왔습니다. 그건 민들레 뿌리였습니다. 민들레는 찬 눈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얼어 죽어가고 있었어요. 다람쥐는 민들레가 아주 불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들레구나. 민들레야, 내가 너를 감싸줄게. 봄이 되면 예쁜 꽃을 피우렴.”

그 말을 남긴 다람쥐는 얼음이 푸석한 땅에 코를 박고 민들레 뿌리를 포근히 감싼 채 스르르 눈을 감았습니다.

이듬해 봄이 되자 그 자리에서 정말 소담스런 민들레가 자라났습니다. 민들레는 노란 꽃을 피우더니 곧 하얀 꽃씨가 되어 하나 둘씩 사방으로 날아갔습니다.

<우리교육 96년 4월호에서>

두 개의 구슬

관련 학년

4학년 2학기

관련 단원

둘째마당 더 나아가기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주제파악하기

옛날 어느 마을에 거지 형제가 살았다.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가까운 친척도 없어 거지가 된 것이다.

형제는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겨우 밥을 얻어먹고 살았다. 그런데도 형제는 무척 사이가 좋았다.

어느 해 화창한 봄이었다. 형제는 정답게 손을 맞잡고 모처럼 산으로 놀러갔다. 형제는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바위 위에 나란히 않았다.

“형, 산에 놀러오니까 참 좋다.”

“그래, 나도 참 좋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형의 눈이 뗑그레졌다. 형이 계곡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뭘까? 물 속에 무지개처럼 반짝이는 게 있잖아!”

“어디?”

“저기 말야, 물 속에 무지개처럼 반짝이는 게 있잖아!”

형제는 헐레벌떡 계곡으로 내려갔다. 알록달록한 유리 구슬이 계곡 물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형이 구슬을 건졌다.

“이런 구슬은 세상에 나와 처음 본다. 값이 많이 나가는 귀한 구슬인 것 같구나. 네가 가져라.”

“싫어, 형이 구슬을 주웠잖아!”

형제는 서로 구슬을 가지라며 옥신각신했다. 한참을 그러다가 동생이 이렇게 제안했다.

“형, 이러지 말고 집에 갖다놓고 같이 보자.”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형제는 구슬을 가져 와 방안에 있는 조그만 상자 속에 넣어 두었다. 며칠 뒤 우연히 상자를 열어보고 형제는 너무 놀라 그만 입이 딱 벌어졌다. 상자 안에서 금은 보화가 마구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형제는 보물을 똑같이 나눠 가졌다. 그런데 구슬이 문제였다.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 구슬을 양보하느라 진땀을 뺐다. 형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구슬 때문에 사이가 나빠질까 봐 걱정이다. 이제 구슬이 없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어. 이 구슬을 있었던 곳에 도로 갖다 놓자.”

동생도 형의 말에 찬성했다. 형제는 구슬을 도로 갖다놓기 위해 산 속의 계곡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구슬이 있던 계곡 물 속에 또 하나의 구슬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가지고 간 구슬과 똑같은 것이었다.

형제는 구슬을 하나씩 나눠 가지게 되었다. 그 뒤에도 형제는 오래오래 사이좋게 살았다.

스님이 되고 싶던 가야산 호랑이

관련 학년

4학년 2학기

관련 단원

넷째마당 2. 넓은 세상 많은 이야기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인물의 성격 파악하기

옛날 아주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눈보라가 치고 찬바람이 윙윙 불어대는 밤이었습니다. 백련 스님이 가야산 해인사에서 어둠과 세찬 눈보라를 헤치고 백련암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백련암은 해인사에 딸린 작은 암자입니다. 해인사에 계시던 백련스님이 혼자 공부하고 싶다고 가야산 깊은 계곡에 작은 암자를 짓고 어린 동자와 함께 살았습니다. 스님이 해인사에 무슨 일이 있어 내려가면 어린 동자는 암자를 지키며 혼자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해인사에서 주무시고 가라고 많은 스님들이 붙잡았지만 기어코 길을 떠났습니다.

“어 흥-!”

백련스님은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백련 스님이 깜짝 놀라 이리저리 눈을 들어 보니 바위 위에서 눈빛이 이글거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호랑이였습니다. 호랑이는 온 산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를 질렀습니다. 백련 스님은 심호흡을 하면서 가슴을 진정시켰습니다. 그리고 엄한 목소리로 호랑이를 꾸짖었습니다.

“호랑아! 너는 산 속의 왕인데 어찌 어두운 밤중에 이렇게 나타나서 사람을 놀라게 하느냐. 어서 물러가거라.”

그러자 호랑이는 더 큰 소리로 울어댔습니다. 그런데 호랑이는 달려들지도 않고 물러나지도 않고 계속 어흥 대기만 했습니다. 백련 스님은 계속 그대로 있을 수 없어 호랑이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는 스님 앞에 넙죽 엎드리며 자기 등에 타라는 시늉을 했습니다. 스님은 기특하다고 목을 어루만지며 호랑이 등에 훌쩍 올라 탔습니다. 호랑이는 눈 깜짝 할 사이에 백련암에 도착하여 스님을 내려 놓았습니다. 스님은 무사히 백련암에 올라 온 것에 대해 부처님께 기도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밤새 내린 눈을 쓸려고 법당 마당에 내려서니 호랑이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호랑이는 꼼짝 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스님, 호랑이도 우리 암자에서 같이 살고 싶은가 봐요.”

어린 동자는 그새 호랑이와 정이 들었는지 같이 살자고 스님을 졸랐습니다. 동자스님은 아무도 없는 암자에서 심심했나 봅니다. 그러나 스님은 사나운 호랑이를 어찌 암자에서 키우느냐며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어린 동자는 계속 졸라댔습니다. 백련 스님은 호랑이에게 다가갔습니다.

“이놈, 호랑아. 너는 어찌 산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여기 있느냐. 여기서 같이 살고 싶으냐?”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것 봐요. 스님! 호랑이가 같이 살고 싶대요.”

동자는 신이 나 소리쳤습니다. 백련 스님은 허허 웃고는 법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날부터 작은 백련암에서 백련 스님과 어린 동자와 호랑이가 함께 살았습니다.

“호랑아, 너도 이제 부처님 제자이니 절대 살아 있는 것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동자가 호랑이 등을 어루만지며 말하자 호랑이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동자 손등을 가볍게 핥아주었습니다. 호랑이와 동자는 아주 친하게 지냈습니다. 어린 동자는 산에 나무하러 갈 때도 호랑이와 함께 갔습니다. 어린 동자는 산열매도 따서 호랑이에게 주고 떡도 남겨 주었습니다. 호랑이는 어느 새 고기는 안 먹고 절에서 스님과 동자가 먹는 밥과 풀을 먹게 되었습니다. 백련 스님도 호랑이가 기특했습니다.

그러던 여름날 백련 스님이 해인사에 내려가고 없을 때였습니다. 동자는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호랑이도 따라갔습니다. 나무를 다하고 저녁 때 반찬으로 먹을 산나물도 뜯었습니다. 동자가 산나물을 뜯다 그만 잘못하여 손가락을 다쳤습니다. 동자 손가락에서 빨간 피가 흘렀습니다. 동자는 순간적으로 피가 아까웠습니다. 동자는 이왕 흐르는 피라 호랑이에게 먹이고 싶었습니다.

“호랑아, 어서 이 피를 빨아 먹어.”

호랑이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동자는 자꾸 손가락을 호랑이 입 앞에 갖다 댔습니다. 호랑이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괜찮아, 이건 살생이 아니야. 그냥 버리는 피란 말야. 자 어서 먹어. 어서…….”

호랑이는 하는 수 없이 손가락 피를 핥아 먹었습니다. 사람 피 맛을 본 호랑이는 그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고기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호랑이는 순간적으로 동자의 손가락을 깨물었습니다.

“아이구 아야! 호랑아, 왜 그래.”

동자는 놀라 소리쳤으나 다시 고기 맛을 본 호랑이는 그만 동자를 잡아먹었습니다. 호랑이는 한잠 푹 자고 일어나서야 자기가 한 일 깨닫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밤 늦게 돌아온 백련 스님은 이 사실을 알고 도끼로 호랑이의 한 쪽 발을 잘랐습니다. 호랑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용서를 구했으나 백련 스님은 호랑이를 내쫓았습니다. 호랑이는 백련암 근처에서 구슬피 울면서 돌아다니다가 어디론가 멀리 사라졌습니다. 그 후 백련암 근처에는 외길로 난 호랑이 발자국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교육 96년 5월호에서>

만년 샤쓰

관련 학년

5학년 1학기

관련 단원

첫째마당 2. 이야기의 바다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인물의 성격을 파악하고 사건의 전개과정을 알아본다

생물 시간이었다.

“이 없는 동물이 무엇인지 아는가?”

선생님이 두 번씩 거푸 물어도 손 드는 학생이 없더니 별안간 “넷!” 소리를 지르면서 기운 좋게 손을 든 사람이 있었다.

“음, 창남인가. 어데 말해 보아.”

“이 없는 동물은 늙은 영감입니다.”

“예에끼!”

하고 선생은 소리 질렀다.

온 반 학생이 깔깔거리고 웃어도 창남이는 태평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도덕 시간이었다.

“성냥 한 개피의 불을 잘못하야 한 동리 삼십여 집이 불에 타 버렸으니 단 성냥 한 개의 성냥이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 써야 되는 것이니라.”

하고 열심히 설명해 준 선생님이 채 교실 문 밖에도 나아가기 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빗물이 모이고 모이어 큰 홍수가 난 것이니 누구든지 콧물 한 방울이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 흘려야 하나니라.”

하고 크게 소리친 학생이 있었다.

선생님은 그것을 듣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돌아서서,

“그게 누구냐? 아마 창남이가 또 그랬지?”

하고 억지로 눈을 크게 떴다. 모든 학생들이 킬킬거리고 웃다가 조용해졌다.

“네, 선생님 안 계신 줄 알고 제가 그랬습니다. 이담엔 안 그러지요.”

병정같이 우뚝 일어서서 말한 것은 창남이었다.

억지로 끝낸 얼굴을 지은 선생님은 기어코 다시 웃고 말았다. 그래 아무 말 없이 빙그레 웃고는 그냥 나가 버렸다.

“아하하하하.”

학생들은 일시에 손뼉들을 치면서 웃어대었다.

○○고등 보통학교 1학년의 2반 창남이는 반 중에 제일 인기 좋은 쾌활한 소년이었다. 이름이 창남이요 성이 안가인 고로 ‘안창남’ 씨와 같다고 학생들은 모두 그를 보고 “비행사, 비행사” 하고 부르는데 사실상 그는 비행사같이 시원스럽고 유쾌한 성질을 가진 좋은 소년이었다.

모자가 다 해어져도 새 것을 사 쓰지 않고 양복 바지가 해어져서 궁둥이에 조각 조각을 붙이고 다니는 것을 보면 집안이 구차한 것도 같지만 그렇다고 단 한 번이라도 근심하는 빛이 있거나 남의 것을 부러워하는 눈치도 없었다.

남이 걱정이 있어 얼굴을 찡그릴 때는 우스운 말을 잘 지어내고 동무들이 곤란한 일이 있는 때에는 좋은 의견도 잘 꺼내는 고로 비행사의 이름은 더욱 높아졌다.

연설을 잘 하고 토론을 잘 하는 고로 1반하고 내기를 할 때에는 언제든지 창남이 혼자 나아가 이기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의 집이 정말 가난한지 넉넉한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고 또 그의 집이 어데인지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그 가는 쪽으로 가는 학생이 없었고 가끔 그 뒤를 쫓아가 보려고도 하였으나 모두 중간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왜 그런고 하니 그는 날마다 이십 리 밖에서 학교를 다니는 까닭이었다.

그는 다른 우스운 말은 가끔가끔 하여도 자기 집안 일이나 자기 신상에 관한 이야기는 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것을 보면 입이 무거운 편이었다.

그는 입과 같이 궁둥이가 무거워서 운동틀(철봉)에서는 잘 넘어가지 못하여 늘 체육 선생께 흉을 잡혔다.

하학한 후에 학생들이 다 돌아간 후에도 혼자 남아 있어서 운동틀에 매어 달려 땀을 흘리면서 혼자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을 동무들은 가끔 보았다.

“얘, 비행사가 하학한 후에 혼자 남아서 철봉 연습을 하고 있더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혼자 애를 쓰더라.”

“그래 인제는 좀 넘어가데?”

“웬걸. 한 이백 번이나 넘어 연습을 하면서 그래도 혼자 못 넘어가더라.”

“그래 맨 나중에는 자기가 자기 손으로 그 누덕 누덕 기운 궁둥이를 자꾸 때리면서 ‘궁둥이가 무거워, 궁둥이가 무거워’ 하면서 가더라!”

“자기가 자기 궁둥이를 때려?”

“그러게 괴짜지.”

“아하하하하하.”

모두 웃었다.

어느 모로든지 창남이는 반 중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몸이었다.

겨울도 겨울, 몹시도 추운 날이었다.

혹혹 부는 이른 아침에 상학종은 치고 공부는 시작되었는데 한 번도 결석한 일이 없는 창남이가 이 날을 오지 않았다.

“호외일세, 호외야! 비행사가 결석을 하다니.”

“엊저녁 그 무서운 바람에 어데로 날아간 게지.”

“아마 병이 났나 부다. 감기가 든 게지.”

1학년 2반은 창남이 소문으로 소근소근 야단들이었다.

첫째 시간이 반이나 넘어 지났을 때에 교실 문이 덜컥 열리고 창남이가 얼굴이 새빨게 가지고 들어섰다.

학생과 선생은 반가워하면서 웃었다. 그러고 그들은 창남이가 신고 서 있는 구두를 보고 더욱 크게 웃었다.

그의 오른편 구두는 헝겊으로 싸매고 또 새끼로 감아 매고 또 그 위에 손수건으로 싸매게 하여 퉁퉁하기 짝이 없었다.

“창남아, 오늘은 웬 일로 늦었느냐?”

“네.”

하고 창남이는 그 괴상한 퉁퉁한 구두 신은 발을 번쩍 들고,

“오다가 길에서 구두가 다 떨어져 너털거리는 고로 새끼를 얻어서 고쳐 신었더니 또 너털거리고 또 너털거리고 해서 여섯 번이나 제 손으로 고쳐 신고 오느라고 늦었습니다.”

그러고도 창남이는 태평이었다.

 그 시간이 끝나고 쉬는 동안에 창남이는 그 구두를 벗어 들고 다 해어져서 너털거리는 주둥이를 손수건과 대님짝으로 얌전스럽게 싸매어 신었다. 그러고도 태평이었다.

따뜻한 날도 귀찮아하는 체육 시간이 이렇게 살이 터지게 추운 날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추운 날 체육을 한담.”

“또 그 무섭고 딱딱한 선생이 웃통을 벗으라 하겠지…… 아이그, 아찔이야.”

하고 싫어하는 체육 시간이 되었다.

원래 군인 다니던 성질이라 뚝뚝하고 용서성 없는 체육 선생이 호령을 하다가 그 괴상스런 창남이의 구두를 보았다.

“한창남! 그 구두를 신고도 활동할 수 있니? 뻔뻔하게.”

“네,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것 보십시오.”

하고 창남이는 시키지도 않는 뜀도 뛰어 보이고, 달음박질도 하여 보이고 제자리 걸음도 부지런히 해 보였다.

체육 선생도 어이가 없던지,

“음! 상당히 치료해 신었군.”

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호령을 계속하였다.

“전열만 삼 보 앞으로옷!”

“전후열 모두 웃옷 벗엇!”

죽기보다 싫어도 체육 선생이 명령인지라 온 반 학생이 일제히 검은 양복 저고리를 벗고 샤쓰만 입은 채로 서 있고 선생까지 벗었는데 다만 한 사람 창남이가 벗지를 않고 있었다.

“한창남! 왜 웃옷을 안 벗니?”

창남이의 얼굴은 푹 수그러지면서 빨개졌다. 그가 이러기는 참말 처음이었다. 한참 동안 멈춧 멈춧 하다가 고개를 들고,

“선생님, 만년 샤쓰도 좋습니까?”

“무엇? 만년 샤쓰?  만년 샤쓰란 무어야?”

“매 매 맨몸 말씀입니다..”

성난 체육 선생은 당장에 후려 갈길 듯이 그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벗어랏!”

호령하였다.

창남이는 양복 저고리를 벗었다. 그는 샤쓰도 적삼도 아무것도 안 입은 벌거숭이 맨몸이었다. 선생은 깜짝 놀라고 학생들은 깔깔 웃었다.

“한창남! 왜 샤쓰를 안 입었니?”

“없어서 못 입었습니다.”

그 때 선생의 무덥던 눈에 눈물이 돌았다. 그리고 학생들의 웃음도 갑자기 없어졌다. 가난! 고생! 아아, 창남이 집은 그렇게 구차하였던가…… 모두 생각하였다.

“창남아, 정말 샤쓰가 없니?”

눈물을 씻고 다정히 묻는 소리에,

“오늘하고 내일만 없습니다. 모레는 인천서 형님이 올라와서 사 줍니다.”

“음! 그럼 웃옷을 다시 입어라!”

체육 선생은 다시 물러서서 큰 소리로,

“한창남은 오늘은 웃옷을 입고 해도 용서한다. 그러고 학생 제군에게 특별히 할 말이 있으니 제군은 다 한창남 군 같이 용감한 사람이 되란 말이다. 누구든지 샤쓰가 없으면 추운 것은 둘째요, 첫째 부끄러워서 결석이 되더라도 학교에 오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같이 제일 추운 날 한창남 군은 샤쓰없이 맨몸, 으응, 즉 그 만년 샤쓰로 학교에 왔단 말이다. 여기 섰는 제군 중에는 샤쓰를 둘씩 포개 입은 사람도 있을 것이요, 재킷까지 외투까지 입고 온 사람도 있지 않은가……. 물론 맨몸으로 오는 것이 예의는 아니야. 그러나 그 용기, 의기가 좋단 말이다. 한창남 군의 의기는 일등이다. 제군도 다 그 의기를 배우란 말야.”

만년 샤쓰! 비행사란 말도 없어지고 그 날부터 만년 샤쓰라는 말이 온 학교 안에 퍼져서 만년 샤쓰라고만 부르게 되었다.

그 다음 날은 만년 샤쓰 창남이가 늦게 오지 않았건마는 그가 교문 근처에까지 오자마자 온 학생이 허리가 부러지게 웃기 시작하였다.

창남이가 오늘은 양복 웃 저고리에 바지는 어쨌는지 알따랗고 해어져 뚫어진 조선 겹바지를 입고 버선도 안 신고 맨발에 짚신을 끌고 뚜벅뚜벅 걸어온 까닭이었다.

맨 가슴에 양복 저고리. 위는 양복 저고리, 아래는 조선바지(그나마 다 뚫어진 겹바지), 맨발에 짚신, 그 꼴을 하고 이십 리 길을 걸어왔으니 행길에서는 오죽 웃었으랴. 그러나 당자는 태평이었다.

“고아원 학생 같으니, 고아원야.”

“밥 얻어먹으러 다니는 아이 같구나.”

하고들 떠드는 학생들 틈을 헤치고 체육 선생이,

“무슨 일인가?”

하고 들여다보다가 창남이의 그 꼴을 보고 놀랐다.

“너는 양복 바지를 어찌했니?”

“없어서 못 입고 왔습니다.”

“어째 그렇게 없어지느냐? 날마다 한 가지씩 없어진단 말이냐?”

“네! 그렇게 하나씩 둘씩 없어집니다.”

“어째서?”

“네…….”

하고 창남이는 침을 삼키고서,

“그저께 저녁에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저희 집 동리에 큰 불이 나서 저희 집도 반이나 넘어 탔어요. 그래서 모두 없어졌습니다.”

듣기에 하도 딱해서 모두 혀끝을 찼다.

“그렇지만 양복 바지는 어저께도 입고 있지 않았니? 불은 그저께 나고…….”

“네, 저희 집은 반 만이라고 타다가 남어서 세간도 더러 건졌지만 이웃집이 십여 호나 모두 타 버린 고로 동리가 야단들이야요. 저는 어머니하고 단 두 식구만 있는데 집은 반만이라도 남았으니까 먹고 잘 것은 넉넉해요. 그런데 동리 사람들이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게 되어서 야단이야요. 그래 저희 어머니께서 ‘우리들은 먹고 잘 수가 있으니까 벌거벗는 것만 면하면 살 수가 있으니 두 식구가 당장에 입을 것 한 벌씩만 남기고는 모두 길거리에 떨고 있는 동리 사람들께 나눠 드려라’ 하시는 고로 어머니 옷, 제 못을 모두 동리 어른들께 드렸답니다. 그러구 양복 바지는 주지 않고 제가 입고 있었는데 저희 집 옆에서 숯 장사 하던 영감님이 병든 노인인 고로 춥다 하니까 보기에 딱해서 어제 저녁에 마저 벗어 주고 저는 가을에 입던 해진 겹바지를 꺼내 입었습니다. ”

모든 학생들은 죽은 듯이 고요하고, 고개들이 말없이 수그러졌다. 선생님도 고개를 숙였다.

“그래, 너는 네가 입을 샤쓰까지 버선까지 다 벗어 주었단 말이냐?”

“아니오. 버선과 샤쓰뿐만은 한 벌씩 남겼는데 저희 어머니가, 입었던 옷은 모두 남에게 주어 놓고 앉아서 추워서 발발 떠시는 고로 제가 ‘어머니, 저의 샤쓰라도 입으실까요?’ 하니까, ‘네 샤쓰도 모두 주었는데 웬 것이 두 벌씩 남어 있겠니?’ 하는 고로 저는 제가 입고 있는 것 한 벌뿐이면서도 ‘네, 두 벌 남었으니 하나는 어머니 입으시지요’ 하고 입고 있던 것을 어저께 아침에 벗어 드렸습니다. 그러니까 ‘네가 먼길에 학교 가기  추울 터인데 둘을 포개 입을 것을 그랬구나’ 하시면서 받아 입으셨어요. 그러고 하도 발이 시려 하시면서 ‘이 애야 창남아, 너 버선도 두 켤레가 있느냐?’ 하시기에 신고 있는 것 한 켤레뿐이건마는 ‘네, 두 켤레올시다. 하나는 어머니 신으시지요’ 하고 거짓말을 하고, 신었던 것을 어제 저녁에 벗어 드렸습니다. 저는 그렇게 어머니께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오늘도 아침에 나올 때에 ‘이 애야, 오늘같이 추운 날 샤쓰를 하나만 입어서 춥겠구나. 버선을 잘 신고 가거라’ 하시기에 맨몸 맨발이면서도 ‘네, 샤쓰도 잘 입고 버선도 잘 신었으니까 춥지는 않습니다.’ 하고 속이고 나왔어요. 저는 거짓말쟁이가 되었습니다.”

하고 창남이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네가 거짓말을 하더래도 어머니께서 너의 벌거벗은 가슴과 버선 없이 맨발로 짚신 신은 것을 보시고 아실 것이 아니야?”

“아아, 선생님…….”

하는 창남이의 소리는 우는 소리같이 떨렸다. 그러고 그의 수그린 얼굴에서 눈물 방울이 뚝뚝 그의 짚신 코에 떨어졌다.

“저희, 저희 어머니는 제가 여덟 살 되던 해에 눈이 멀으셔서 보지를 못하고 사신답니다.”

체육 선생의 얼굴에는 굵다란 눈물이 흘렀다. 와글와글하던 그 많은 학생들이 자는 것 같이 고요하고 훌쩍거리며 우는 소리만 여기서 저기서 조용히 들렸다.

<만년샤쓰, 방정환>

마지막 수업

- 어느 알자스 소년의 이야기

관련 학년

5학년 1학기

관련 단원

첫째마당 2. 이야기의 바다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인물의 성격을 파악하고 사건의 전개과정을 알아본다

그 날 아침, 나는 등교시간이 훨씬 지난 뒤에도 학교에 가지 않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멜 선생님이 프랑스 문법에 대해 질문하겠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꾸중을 듣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차라리 학교에 가지 않고 들판이나 쏘다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늦게서야 학교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날씨는 아주 맑고 따뜻했습니다. 숲 속에서는 티티새가 지저귀고 있었고, 제재소 뒤 라페르 목장에서는 프로이센 군인들이 훈련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런 소리들은 가까스로 마음을 잡고 학교로 가는 그 유혹을 물리치고 학교를 향해 달렸습니다.

면사무소 앞을 지나칠 때, 철망을 씌운 게시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벌써 2년 전부터  패전이니 징발이니 프로이센군 사령부의 명령이니 하는 좋지 못한 소식들이 이 게시판을 통해서 알려졌습니다. 나는 달리면서 생각했습니다.

‘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내가 그 광장을 달음질쳐 지나려니까, 자기 집 일꾼과 함께 게시판을 읽고 있던 대장장이 와시텔 할아버지가 나에게 소리쳤습니다.

“얘야, 그렇게 서둘러 갈 것 없어. 어차피 지각 할 염려는 없으니까.”

나는 할아버지가 그저 놀리는 것이려니 생각하고, 숨을 헐떡이며 아멜 선생님 댁의 작은 마당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수업이 시작될 무렵에는 책상 서랍 여닫는 소리, 제각기 잘 외려고 귀를 막고 책을 읽어 대는 소리, 그리고 ‘조용히 해!’ 하며 탁자를 두들기는 선생님의 쇠자 막대기 소리들이 큰길까지 들릴 만큼 떠들썩했을 것입니다. 이런 북새통을 틈타서 나는 살짝 내 자리로 갈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그 날은 일요일 아침처럼 너무나 조용했습니다. 열린 창문으로 벌써 제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들과 그 무서운 쇠자 막대기를 겨드랑이에 끼고 왔다갔다 하시는 아멜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는 문을 열고 이런 고요의 한 복판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얼마나 두렵고 창피했을지 짐작하실 수 있겠어요?

그런데 뜻밖에도 아멜 선생님은 나를 꾸짖지 않으셨습니다.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시더니 부드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어서 제 자리로 가 앉거라, 프란츠. 너를 빼놓고 수업을 시작할 뻔했구나.”

나는 얼른 내 자리로 가 앉았습니다. 두려움이 조금 가신 다음에야 나는, 선생님이 검열이 있는 날이나 커다란 행사가 있는 날에만 입는 멋진 초록색 예복을 입고, 가는 주름이 잡힌 가슴 장식과 수놓은 검은 모자를 쓰고 계신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교실 전체에는 어떤 이상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놀라게 한 것은, 평소에는 늘 비어 있던 교실 뒤쪽의 걸상에 마을 사람들이 우리처럼 엄숙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삼각 모자를 손에든 오제 영감님, 전 면장님, 전 집배원 아저씨, 그밖에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슬픈 표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오제 영감님은 가장자리가 다 닳은 헌 프랑스어 책을 무릎 위에 펴 놓고, 그 위에 커다란 안경을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내가 이런 것들에 놀라고 있는 사이에 아멜 선생님은 교단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그리고 나를 맞을 때와 같은 부드럽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이것이 제가 여러분을 가르칠 수 있는 마지막 수업입니다. 알자스와 로렌 지방의 학교에서는 앞으로 독일어만을 가르치라는 명령이 베를린에서 왔습니다. 새 선생님이 내일 올 겁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이니 정신 차리고 잘 들어 주세요.” 

이 몇 마디 말에 나는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아, 면사무소 앞 게시판에 나붙었던 게 바로 이것이었구나.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이라니! 나는 이제 겨우 글자나 쓰는 정도인데……. 이제 영영 배울 수 없단 말인가!

그 동안 헛되게 보낸 시간들, 새 둥지를 찾아 돌아다닌 일, 사르 강에서 얼음을 지치느라 수업을 빼먹은 일들이 너무나 후회스러웠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무겁고 귀찮던 문법책이며 이야기 성경책이 이젠 헤어지기 싫은 친구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멜 선생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 떠나시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선생님에게 쇠자 막대기로 꾸중 듣던 기억들이 새삼스러워졌습니다.

가엾은 선생님! 선생님께서 옷을 잘 차려 입으신 것도 이 마지막 수업을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나는 마을 노인들이 교실 뒷자리에 와 앉아 있는 까닭도 알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그들이 좀더 자주 여기에 이 학교에 오지 못한 것을 뉘우친다는 뜻 같았습니다. 또, 그것은 40년 동안이나 봉사하신 우리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며, 사라져가는 조국에 대한 그들의 마지막 의무를 다하려는 것도 같았습니다.

내가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내가 욀 차례가 된 것입니다. 그 어려운 문법을 큰 소리로, 하나도 틀리지 않고 줄줄 욀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렇지만 나는 첫마디부터 막혀 버렸습니다. 그래서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고 몸만 비틀며 서 있었습니다. 그 때, 아멜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프란츠, 너를 나무라지는 않겠다. 너는 이미 충분히 벌을 받았을 테니까. 우리는 늘 이렇게 생각하지. ‘시간은 얼마든지 있는데 뭐. 내일 하면 되지.’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너처럼 되는 거야. 아, 언제나 공부를 내일로 미룬 것이 우리 알자스의 가장 큰 불행이었다. 저 프로이센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거다. ‘뭐야! 프랑스 사람이라고 떠들어대면서 자기 나라 말도 읽고 쓸 줄 모르다니?’ 하지만 프란츠, 그건 너만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들 모두 스스로를 반성해야지. 너희 부모님들은 너희들을 굳이 공부시키려고 애쓰지 않았다. 몇 푼의 돈을 벌겠다고 너희들을 들이나 공장으로 보내는 걸 더 좋아했어. 그럼 나 자신은 반성할 일이 없었을까? 때때로 공부 대신 정원에 물 주는 일을 시키기도 하고, 송어 낚시를 가고 싶어할 땐 예사로 너희들을 보내 주었지.”

그러고 나서 아멜 선생님은 우리에게 프랑스어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분명하며, 가장 확실한 말이라는 것. 그러므로 우리는 그 말을 잘 간직하고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국민이 남의 나라의 노예가 되더라도 자기 나라의 말만 잘 간직하고 있으면, 그것은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그리고 선생님은 문법책을 들고, 우리가 배울 곳을 읽어 주셨습니다. 나는 너무나 쉽게 이해가 되어 스스로 놀랐습니다. 선생님의 말씀 하나 하나가 아주 쉽게 생각되었습니다. 내가 이토록 열심히 귀를 기울이며 수업을 들은 적도 없었고, 선생님 또한 이처럼 정성을 다해 설명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가엾은 선생님은 떠나시기 전에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우리 머리에 한꺼번에 다 넣어 주시려는 것 같았습니다. 문법시간이 끝나자 글씨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멜 선생님은 이 날을 위해 새로운 글씨본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거기에는 예쁘고 동그란 글씨체로 ‘프랑스, 알자스, 프랑스, 알자스’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것은 교실 가득히 나부끼는 조그만 깃발 같았습니다.

모두들 얼마나 열심히 쓰고 얼마나 조용했던지 종이 위로 펜이 지나가는 소리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잠시 풍뎅이 몇 마리가 날아들었지만 거기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주 어린 꼬마들까지도 정성을 다해 한 획 한 획을 긋고 있었습니다.

학교 지붕 위에선 비둘기들이 작은 소리로 울고 있었습니다. 난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프로이센 사람들이 저 비둘기에게도 독일어로 울라고 강요하지 않을지…….’

생각해 보면, 선생님은 늘 같은 자리에서 교정을 마주하며 40년 동안이나 지내오셨던 것입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책상과 걸상이 오래 써서 반들반들하게 닳았고, 운동장의 밤나무가 크게 자랐으며, 선생님께서 손수 심은 담쟁이덩굴이 이제 창가를 지나 지붕에까지 뻗어 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과 위층에서 짐을 챙기느라 왔다갔다하는 누이동생의 발소리를 듣는다는 사실이 가엾은 선생님에겐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겠어요? 다음 날이면 선생님은 영원히 이 곳을 떠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괴로움을 참고 마지막까지 수업을 계속하셨습니다. 글씨 쓰기 다음엔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그 다음엔 어린 학생들도 모두 함께 '바, 베, 비, 보, 부(ba, be, bi, bo, bu)를 노래했습니다.

교실 뒤쪽의 오제 영감님은 안경을 쓰고, 프랑스어 기초 교과서를 두 손으로 들고는 아이들과 함께 한 자 한 자 천천히 따라 읽고 있었습니다. 아주 열심이었습니다. 그이 목소리는 감동으로 떨리고 있었지요. 그 목소리가 너무 우스꽝스러워 우리는 웃고 싶기도 하고, 울고 싶기도 했습니다.

아! 나는 이 마지막 수업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 때, 성당의 괘종 시계가 정오를 알렸습니다. 그리고 곧 기도식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동시에 훈련에서 돌아오는 프로이센 병사들의 나팔 소리가 창문 바로 밑에서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아멜 선생님은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나셨습니다. 나는 그 때처럼 선생님이 훌륭하게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여러분, 나, 나는……. 나는…….”

선생님은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칠판을 향해 돌아서더니, 분필을 집어들고 있는 힘을 다해 아주 커다랗게 글씨를 쓰셨습니다.

‘프랑스 만세!’

그리고는 벽에 머리를 기댄 채 한참을 계시더니, 우리를 향해 말없이 손짓을 하셨습니다.

“다 끝났다……. 돌아들 가거라.”

<알퐁스 도테의 마지막 수업>

신호등 속의 제비집

관련 학년

5학년 1학기

관련 단원

셋째마당 1.내가 주인공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인물이 한 일을 알아보기

흰구름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네거리에 신호등이 있었지. 어느 봄 날, 이 신호등에 뜻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어. 강남 갔다 온 제비 부부인데, 글쎄 이 신호등을 살펴보더니 거기다 집을 지으려 드는 거야.

“아니야, 거긴 시끄럽고 위험해서 안 돼. 다른 데를 찾아보렴.”

내가 말렸지만 제비 부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는 지푸라기를 물어 나르고 진흙을 발라가며 차곡차곡 집을 짓기 시작했지.

그 광경을 맨 먼저 발견한 사람은 트럭 운전기사였지. 마침 이 신호등 밑을 지나가다가 신호를 위반했느니, 안 했느니 하며 교통 경찰과 다툼이 벌어진 거야. 그러다 교통 경찰이 손으로 신호등을 가리켰는데, 그 쪽을 쳐다보던 트럭 운전 기사가 ‘앗!' 하며 눈을 크게 떴어.

“교통 경찰 아저씨, 일 생겼습니다.”

“뭐요? 이 양반이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저기 좀 보십시오.”

트럭 운전 기사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본 교통 경찰의 눈도 신기한 듯 동그래졌어.

“거참, 집터 한번 희한하게 골랐군. 저걸 그냥 두면 안 되지.”

교통 경찰이 기다란 작대기를 찾아 들고 신호등 밑으로 다가가자, 트럭 운전 기사가 말했어.

“아, 제비도 집을 짓고 살아야지요. 세상 사람들 인심이 얼마나 사나웠으면 제비들이 저기에다 집을 지으려고 하겠어요?”

교통 경찰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던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순순히 물러나더군.

다음 날도 나는 일찍 그 거리로 나갔지. 이번에는 신호등 아래에 순찰차가 와 있었지. 교통 경찰이 순찰차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말했지.

“이젠 집을 다 지었나 봅니다.”

“허허, 별일을 다 보겠군. 운전하시는 분들은 어때? 통행에 어려움은 없나?”

“웬걸요. 지나다니는 사람들 표정이 전보다 훨씬 밝아졌습니다. 일부러 이 길로 다니면서 제비들의 안부를 묻는 분들도 생겼는걸요.”

“그래. 그렇다면 그냥 놓아두기로 하지. 그리고 혹시 제비 부부가 감전 사고를 당할지도 모르니, 저 신호등의 사용을 당분간 중단시키게.”

“그럼 교통 신호는 저희가 대신 맡아서 해야겠군요.”

“힘들겠지만 수고 좀 해주게. 혹시 알아? 흥부네 제비처럼 강남 갔다 오면서 자네한테 박씨라도 물어 올는지 말이야.”

두 사람은 함께 너털웃음을 터뜨렸지. 나도 기분이 좋아서 뭉클뭉클 웃었고.

그 날부터 이 신호등은 전기가 끊겼어. 대신 신호등 위에 커다란 풍선이 둥실 떠 있고, 그 풍선에는 이런 글이 적힌 띠가 매달려 있더군.

‘제비 부부, 새살림 차리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 차들이 경적을 울리지도 않고, 마치 떼쟁이 아기가 자고 있는 데를 지나는 것처럼 조심조심 다니는 거야. 제비는 아주 신이 나서 폴폴 나다니고.

그러다가 장마가 들어서 나는 한동안 그 거리에 나가 볼 수가 없었어. 제비네가 어디로 이사를 가지나 않았을까 궁금했지만, 참고 기다릴 수밖에……. 드디어 장마가 그치고 하늘이 다시 맑아졌어. 나는 서둘러 그 네거리로 나가 보았지. 아! 그런데 풍선 띠에 새로운 글이 적혀 있는 게 아니겠어?

‘축, 아기제비 태어나다.’

그 때부터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온통 제비네 이야기로 꽃을 피웠지.

“아, 그 제비네는 아기가 다섯이나 된다는군요.”

“오늘 아침 풍선 뉴스 보았어요?”

“뭐라고 나왔죠?”

“‘아기제비들 날기 시작하다’ 라고 쓰여 있던데요.”

“그거 축하할 일이군요.”

어느덧 날씨가 선선해지기 시작했어.

그 날은 날씨가 하도 좋아서 아침 일찍 나가 보았더니, 네거리가 온통 북적대고 있더군. 길 양편으로 차들이 줄줄이 서 있고, 사람들도 발 하나 들여놓을 틈 없이 붐비고 있었어. 그리고 하늘에는 자그마한 예쁜 풍선이 여러 개 떠 있고, 뉴스를 전해 주는 띠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어.

‘제비 가족 강남 보내는 잔치’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했어. 신통하게도 제비네 일곱 식구 모두가 가지런히 전깃줄에 나와 앉아 있더군. 시장이 나와서, 그 동안 이 거리에서는 가벼운 교통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인사말을 했어. 그러자 박수가 쏟아졌어. 제비들은 신호등 주위를 빙빙 맴돌았고.

어린이들이 합창을 하자 다른 사람들도 따라 불렀지.

‘남쪽 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누나.’ 

<동화수업, 우리교육-정채봉>

아버지의 트럭

관련 학년

5학년 2학기

관련 단원

셋째마당 2.이야기의 바다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생각이나 느낌 말하기

나는 자그마한 트럭이에요. 중고차 시장에서 민수네 집으로 팔려 오게 되었지요. 새 집으로 온 날 민수 엄마는 나를 보고 모두 눈물을 흘렸어요. 난 참 이상한 집도 다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새 주인은 다음날부터 감자랑, 배추랑, 여러 가지 야채를 싣고 다니면서 장사를 했어요. 민수는 내 등을 타고 노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나도 민수를 좋아하게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저 멀리서 민수랑 민수 친구들이 걸어오는 게 보였어요. 난 무척 반가웠지요. 그런데 민수가 흠칫 놀라는 듯하더니 나랑 아빠를 못 본 척하고 지나갔어요. 민수 아빠도 민수를 아는 척하려다 말았어요.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요. 난 너무 궁금해서 민수 아빠가 낮잠을 잘 때 이렇게 물어 보았어요.

“아저씨, 내가 뭘 잘못했다고 민수 엄마는 나를 보고 울고, 민수는 인사도 안하고 그냥 지나갔어요?”

“허허, 네 잘못이 아냐. 난 큰 회사에 다니고 있었지. 그러다 그만 몇 달 전에 직장에서 쫒겨나게 되었단다. 늘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다니고, 일요일이면 자가용을 타고 여기저기 놀러 다녔지. 그러다 갑자기 야채 장수가 되고 나니 아비가 부끄러운 게지.”

“아니 아저씨. 식구들을 위해 이렇게 힘들게 일하시는데 뭐가 부끄러워요?”

“예전에 내 아버지도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과일 행상을 했었단다. 그런 아버지가 너무 부끄러웠어. 나도 오늘과 똑같은 일이 있었지. 한 번은 친구들과 함께 길을 가다 물건을 팔고 있는 아버지를 만났어. 나는 아버지를 외면했지. 아버지도 그냥 물건만 팔았어. 나와 아버지는 그 날 저녁 때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 나는 미안하기도 하고, 어쨌든 모르는 척 해 준 아버지가 정말 고마웠어. 아버지가 받았을 상처 같은 건 생각지도 못했지. 그래서 민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

“그러면 아저씨도 야채 장수가 부끄러우세요?”

“처음엔 좀 부끄럽고 쑥스러웠지만 이젠 그렇지 않단다. 가족을 위해 땀흘려 일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조금씩 알 것 같아.”

“그렇다고 민수를 그냥 두실 거예요?”

“아니지. 큰 회사에 양복을 입고 다니는 거나, 먼지를 뒤집어쓰고 야채를 팔러 다니는 거나 똑같이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지. 하지만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 네가 좀 가르쳐 줄 수 있겠니?”

하지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민수가 아빠의 새로운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길지, 내 이야기를 듣는 어린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교육 98년 10월호>

노인과 단풍

관련 학년

5학년 2학기

관련 단원

셋째마당 2.이야기의 바다

주 제

이야기를 읽고 생각이나 느낌 말하기

하늘은 무장무장 높아만 가고, 그 푸르른 하늘로 고추잠자리들이 날아갑니다. 고개 숙인 모든 것들을 여물게 하는 햇살입니다.

세월에 바랜 갈색 중절모자를 쓴 노인은 혼자서 걷고 있었습니다. 노인의 고개도 여뀌나 벼처럼 숙여졌습니다. 그러니까 노인도 여물었겠지요. 노인이 산으로 접어들자마자 누군가 말했습니다.

“이보게, 친구! 어딜 그렇게 혼자서 가나?”

노인은 깜짝 놀라며 두리번거렸습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지요. 노인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다시금 걸어가려고 하는데 또다시 누군가 말했습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노랗게 물들어 가는 도토리 나뭇잎이었습니다. 하도 믿어지지 않는지라 몇 번 고개를 흔들고서야 노인은 다가갑니다. 그리고 물었지요. 어째서 나뭇잎이 나하고 친구냐고.

“물론 나이로 따지면이야 자네가 나보다 훨씬 많지. 하지만 우리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아닌가? 나도 이젠 늙었거든. 지난 봄에 태어나서, 여름내 일을 하였고, 이제는 늙어서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자네랑 친구지. 자네도 지난 수 십년 동안 자식들을 위해 일하고, 이제는 늙어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지 않는가?”

“오오, 그래 그래……. 맞네, 맞아.”

“헌데 자네는 왜 쓸쓸한 표정을 짓는가? 자식이랑 손주들도 있을텐데?”

“집에 없어. 모두 단풍 구경 갔거든.”

“오, 늙은 나뭇잎을 구경하러……. 근데, 왜 자네는 가지 않았나?”

그 말에 노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어요. 노인은 혼자서 살거든요. 자식 내외가 모시기를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모처럼 자식네 집에 갔는데, 단풍 구경을 간다길래 그냥 돌아서 나왔습니다. 버스나 전철을 타고 누구 하나 자리를 양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나무의 늙은 잎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거든요. 자신들의 늙은 부모는 멀리하면서요.

“알겠네. 사람들이란 못됐어. 우린 그렇지 않아. 여름내 일해서 줄기를 키워 놓으면 그 줄기는 늙은 우리들을 끝까지 모시지. 줄기 속 세포들은 노랗고 붉은 옷감을 준비하고, 뿌리는 맛있는 물과 양분을 준비해서, 늙은 우리들이 편안하고 마음껏 먹고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거든. 그래서 우리 잎이 화려한 것이라네. 우리들은 늙어야만 화려해져. 그런데 자네들은 정 반대야. 늙어갈수록 초라해지고, 젊은것들일수록 화려하고…….

쯧쯧쯧. 자신들도 언젠가는 늙어갈 텐데 말야…….”

노인은 아무 말도 없이 하늘만 쳐다보았습니다.  <우리교육. 98년 11월호>

바위나리와 아기별

관련 학년

6학년 1학기

관련 단원

넷째마당 2.느낌과 표현

주 제

표현의 아름다움과 실감난 표현을 찾아보기

남쪽 나라 따뜻한 나라, 사람 사는 동네도 없고, 사람이나 짐승이 지나간 자취도 없는 바닷가에 다만 끝없이 넓고 넓은 모래벌판만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바닷가의 산이라고는 없는 벌판이라 나무도 없고, 나무가 없으니 노래를 부르는 새조차 한 마리도 없고, 풀잎도 없었습니다.

희고 흰 모래벌판과 푸른 바닷물만이 한 끝에서 한 끝까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가끔 가다 바람이 ‘솨’ 하고 불어와서 지나가는 소리와 바닷물이 ‘찰싹찰싹’ 하고 깃을 치는 소리 밖에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쓸쓸하고 고요한 바닷가에 이상하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밀물에 밀려서 바닷가에 놓여진 주먹만한 감장 돌 하나를 의지하고 조그만, 그렇지만 어여쁘고 깨끗한 풀 한 잎이 뾰족이 나왔습니다.

그 풀이 점점 자라 두 잎이 되고 세 잎이 되더니 가지가 되고, 가지에는 곱고 고운 빨강 꽃이 한 송이 피어났습니다. 또 파랑꽃도 한 송이 피어났습니다.

그 다음은 노랑 꽃, 또 그 다음에는 흰 꽃 해서 아주 함빡 오색이 영롱하게 여러 가지 꽃이 피어났습니다.

파란 바다와 흰 모래 벌판 사이에 오뚝하게 피어선 이 오색 꽃은 참으로 무엇하고도 비길 수 없는 아름다운 바위나리라는 꽃이었습니다.

세상에 제일 가는

어여쁜 꽃은

그 어느 나라의

무슨 꽃일까.

먼 남쪽 바닷가

감장 돌 앞에

오색 꽃 피어 있는

바위나리지요.

바위나리는 날마다 이런 노래를 어여쁘게 부르면서 동무를 불렀습니다.

그렇지만 바다와 벌판과 바람결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이 바닷가에는 동무 될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었습니다.

며칠을 기다리고 기다려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위나리는,

“아아, 이렇게 어여쁘게 아름다운 나를 귀여워해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구나!”

하고 훌쩍훌쩍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도 아침이 되어서 해가 동해 바다에 불끈 솟아오르면,

“옳다, 오늘은 누가 꼭 와 주겠지!”

하고 더 어여쁘게 단장을 하고 고운 목소리를 뽑아서 노래를 부릅니다.

그렇지만 해가 서해 바다에 슬그머니 져 들어갈 때까지 아무도 와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바위나리는 눈물이 글썽글썽해지면서,

“아아, 오늘도 아무도 오지 않고 해가 졌구나!”

하고 도 다음 날을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몇 날 동안을 날마다 노래를 부르면서 동무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도 바위나리를 찾아와 주는 동무는 없었습니다.

바위나리는 소리를 질러 울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울음소리가 밤이면 남쪽하늘에 맨 먼저 뜨는 아기별의 귀에까지 들려 올라왔습니다. 아기별은 이 울음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서 누가 이렇게 슬프게 울까? 내가 가서 달래 주어야겠다.”

하고 별나라 임금님께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지도 않고,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쭈욱 내려왔습니다.

울음소리를 따라 바닷가로 내려 온 아기별은 바위나리가 혼자서 이렇게 울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한참이나 정신 없이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겨우 바위나리의 뒤로 가까이 가서,

“아니, 왜 울어요?”

하고 어깨를 툭 쳤습니다. 바위나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돌아다보니까 난데없이 아름다운 별님이 아닙니까? 바위나리는 어떻게 좋은지 어쩔 줄을 모르고 가로 뛰고 세로 뛰며,

“별님! 별님!”

하고 불러댔습니다.

잠깐 동안만 달래 주고 돌아가려고 했었지만 바위나리가 아름답고 귀여운 것을 보니까 아기별도 이제는 바위나리와 같이 오래오래 놀고만 싶어졌습니다.

다른 생각은 다 잊어버렸습니다.

아기별과 바위나리는 이야기도 하고 달음질고 하고 노래도 부르고 숨바꼭질도 하면서 밤 가는 줄도 모르고 놀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겨를에 새벽이 되었습니다.

그제야 아기별은 깜짝 놀라 소리를 쳤습니다.

“큰일났다. 바위나리! 나는 얼른 가야 돼! 오늘밤에 또 올게, 울지 말고 기다려, 응.”

하고 돌아가려 했습니다.

바위나리는 아기별의 옷깃을 꼭 붙들고 울면서 놓지를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얼른 가야만 돼! 좀 더 늦으면 하늘 문이 닫혀져서 들어갈 수가 없어. 내 오늘 밤 꼭 내려올게.”

하고 스르르 위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바위나리는 하는 수 없이 밤이 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바위나리와 아기별은 밤마다 즐겁게 놀곤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어디선가 찬 바람이 불어 와서 흰 모래가 날리고 바닷물이 드설레고 하는 통에 바위나리는 그만 병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꽃은 시들어서 머리를 숙이면서 괴로워했습니다. 이것을 본 아기별은 추워하는 바위나리를 품안에 꼭 안아 따뜻하게 해 주고, 머리에 손을 얹어 짚어 주기도 하다가 인제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바위나리는,

“별님! 어서 가세요. 늦으면 어떡해요. 어서 돌아가세요. 그리고 오늘밤에도 꼭 와 주세요, 예!”

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기별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정말 시간이 벌써 늦었습니다. 그렇지만 병든 바위나리를 혼자만 있게 두고서는 차마 그대로 일어나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바위나리가 또,

“나는 괜찮으니 어서 가세요.”

하고 재촉하는 바람에 하늘 문이 닫혔을까 봐 걱정하며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간이 늦어 버렸습니다. 하늘 문이 꼭 꼭 꼭 닫혀 버린 것입니다.

 아기별은 어쩔 줄을 모르고 허둥지둥하면서 몇 번이나 문지기를 불러 보았으나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뒤로 가서 있는 힘을 다 내어 까아맣게 높은 성을 넘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임금님은 벌써 요새 밤마다 아기별이 어디를 갔다 오는 줄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기별은 임금님 앞에 불려 나갔습니다.

“나가거라!”

임금님은 큰 눈을 부릅뜨고 이렇게 소리를 쳤습니다. 아기별은 무서워서 몸을 벌벌 떨며,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밖에 나가지 않겠습니다.”

하고 겨우 임금님 앞을 물러 나왔으나 병들어서 혼자 괴로워하고 있을 바위나리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바위나리는 그 날 밤 늦도록 아기별만을 기다렸습니다. 그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기다리는 아기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위나리의 병은 점점 더해 갈 뿐이었습니다.

꽃은 시들고 몸은 말라들었습니다. 간신 간신 감장 돌에 몸을 의지하고 있던 바위나리는 어디선지 별안간에 불어오는 모진 바람에 그만 휘익 바다로 날려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바위나리는 썰물과 함께 바다로 바다로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아기별은 날마다 밤마다 바위나리 생각만 하고 울었습니다. 소리를 질러 울고 싶었으나 그도 임금님과 여러 별들이 들을까 봐 울 수도 없고, 다만 솟아 나오는 눈물만은 어찌할 수 없어 눈에는 눈물이 그칠 사이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혼자서 눈물을 흘리는 것까지 임금님의 눈에 거슬리고 말았습니다.

“너는 요새 밤마다 울고 있기 때문에 별의 빛이 없다. 빛 없는 별은 쓸데가 없으니 당장에 나가거라!”

하고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면서 아기별을 붙들어 하늘문 밖으로 내쫓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아기별이 풍덩실 빠져 들어간 곳은 오색 꽃 바위나리가 바람에 날려 들어간 바로 그 위의 바다였습니다.

그 후로도 해마다 아름다운 바위나리는 바닷가에 피어 나옵니다.

여러분은 바다를 들여다본 일이 있습니까? 바다는 물이 깊으면 깊을수록 환하게 맑게 보입니다. 웬일일까요?

그것은 지금도 바다 그 밑에서 한 때 빛을 잃었던 아기별이 다시 빛나고 있는 까닭이랍니다.

<바위나리와 아기별, 마해송작>

송도 오이장수

관련 학년

6학년 1학기

관련 단원

다섯째마당 1. 말 한마디라도

주 제

속담의 유래 알아보기

옛날 송도 지방에 오이장수가 살았습니다. 오이장수는 오이를 잔뜩 사서 어느 곳에 가서 오이를 팔면 좋을까 생각하였습니다.

‘평양으로 갈까? 원산으로 갈까?’

이번에는 오이를 잘 팔아서 장가 갈 밑천을 마련하니까 더욱 신바람이 났습니다.

시장통에 앉아 있으면 각지에서 돌아다니는 장사꾼들을 만날 수 있어 전국의 물건 시세가 어떤지 다 알 수 있었습니다. 

주막집에 오이 지게를 부려 놓고 장꾼들 이야기를 엿듣기도 하고 말을 붙여보기도 합니다. 주막에서 수염이 텁수룩한 신 장수를 만났습니다.

“아니, 이게 누군가, 오이장수 아닌가? 장사는 뭐라 해도 먹는 장사가 최고 같네.”

“무슨 소릴. 그나저나 서울 오이 시세 좀 아는가?”

“이봐. 지금 서울엔 오이 값이 금값이네. 임금님 진지 상에도 올릴 오이가 부족할 지경이라네.”

“뭐, 지금 그 말이 정말이지?”

“아, 그렇다니까. 내가 왜 비싼 밥 먹고 허튼 소릴 하겠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어서 서울 가보라고.”

오이 장수는 부리나케 오이 지게를 지고 서울로 달렸습니다. 며칠만에 겨우 서울에 도착해보니 오이는 상점마다 그득하고 오이 값이 똥값이었습니다. 젊은이는 크게 실  망하였습니다.

“오이 팔러 오셨수?”

실망하여 오이 지게 밑에 쭈그려 앉은 젊은이를 보고 지나가는 사람이 말을 걸었습니다. 

“오이 값이 똥값이라 팔리겠습니까?”

“아니, 오이를 팔려면 의주로 가야지. 쭈그려 앉아 있으면 오이가 팔린다우?”

“의주 오이 값이 좋아요?”

“좋다 마다, 부르는 게 값이 오이 값인데. 없어서 못 판다우.”

“그래 옳지 됐다. 의주로 곧장 가서 오이를 팔아야지.”

그는 부랴부랴 며칠 동안 쉬지 않고 걸어 의주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의주에 오이 값도 똥값이고 여기저기 오이가 뒹굴어 다녔습니다.

“에이, 송도 오이 값이 제일 좋군. 송도로 다시 가자.”

젊은이는 투덜대며 송도로 내려갔습니다. 며칠을 걸려 송도에 도착하여보니 지게의 오이는 다 썩어버렸습니다.

“아이고 내 오이, 내 오이!”

썩은 오이를 내 던지며 젊은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내 뭐랬나. 여기 한 곳에서 진득하니 장사 하랬지! 어디 좋다고 다니다간 그 꼴이네.”

이 일이 있은 뒤부터 ‘송도 오이장수’ 라는 속담이 생겼는데 조금이라도 더 이익 볼 욕심으로 이쪽 저쪽으로 왔다갔다하다 기회를 다 놓치고 손해만 보는 사람을 말합니다.

<우리교육 98년 3월호>

꿩 구워 먹은 자리

관련 학년

6학년 1학기

관련 단원

다섯째마당 1. 말 한마디라도

주 제

속담의 유래 알아보기

옛날 깊은 산골에 아주 가난한 부부가 살았습니다. 날품을 팔고 산을 일구워 겨우 잡곡밥을 해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겨울이 되면 늘 양식이 떨어져 고생하였습니다. 하루는 남편이 꿩을 잡았지요. 헌데 남편은 꿩을 부엌 나무더미에 감추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밤이 깊어 모두 잠들자 몰래 혼자 구워 먹었지요. 아내는 이 일을 곧 알았지만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다음 날도 아침 숟가락을 놓기 바쁘게 방문을 열고 나가서는 하루종일 점심도 먹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있다가 어둑어둑 해질 때 들어왔습니다.

“어, 춥다, 추워.”

“추우시죠. 여기 아랫목에 앉으세요. 서방님.”

“아따, 해가 서쪽에서 뜨겠구먼.”

아내는 빙긋빙긋 웃으며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어딜 가오?”

“옆집 순이네 마실 가요.”

마실 가는 척 하다가 아내는 부엌에서 꿩을 찾아 다른 곳에 감추었습니다. 밤이 되자 남편은 부엌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감춰 둔 꿩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족제비가 물어갔나? 분명히 여기다 감춰 뒀는데. 아냐. 족제비 짓이라면 털이라도 떨어져 있었을 거야.”

나무더미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다 자기 아내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아내 몰래 꿩을 구워먹었기 때문에 아내에게 따질 수도 없었습니다.

“에이. 내일은 잘 감춰야지.”

남편은 이튿날도 꿩을 잡아다 감췄습니다. 그 날도 나와보니 또 없어졌습니다. 남편은 꿩 구워먹던 자리에 앉아 맛있는 꿩고기를 생각하며 입맛만 다셨습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여보, 캄캄한데 거기서 뭐 해요?”

자는 줄 알았던 아내가 부엌에 들어와 쭈그려 앉아 있는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응, 아무것도 아냐. 배가 좀 아파서 그래.”

“배가 아프시면 소다 물을 타서 드셔야지요.”

옛날에는 배가 아프면 약이 변변히 없어 소다를 물에 타서 마셨습니다.

“괜찮아지겠지.”

“흥, 배가 아프긴 무슨 배가 아파요? 맛있는 꿩고기를 못 먹어 배가 아프죠? 꿩 구워먹던 자리에 앉아 입맛만 다신다고 아픈 배가 나아요?”

이 때부터 무슨 일을 하고 난 뒤 흔적이 없고 깨끗할 때 ‘꿩 구워먹은 자리’ 라는 속담이 생겼답니다.

<우리교육 98년 6월호에서>

치마 하나로 세 어미 딸 입듯

관련 학년

6학년 1학기

관련 단원

다섯째마당 1. 말 한마디라도

주 제

속담의 유래 알아보기

황희 정승은 돈과 권력을 탐내지 않고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여러 번 귀향도 갔다오고 벼슬도 끊기었지만 곧은 성품과 검소한 삶이 그를 영의정 벼슬까지 오르게 했나 봅니다.

하루는 동네 사람이 고등어 한 손을 가져왔는데 하인은 끝내 받지 않았습니다. 전에 한 번 받았다가 밤새도록 혼나고 도로 찾아 전해주라고 쫓겨났던 일이 있거든요. 그러자 그 사람은 고등어를 대문에 매놓고 돌아갔습니다. 한편 영의정이 검소하게 사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는 신하들이 있었습니다. 영의정이 뇌물을 받지 않으니 자기네들도 뇌물을 받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영의정을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라고 이상한 소문을 냈습니다.

“영의정 대감이 겉 보기는 그래도 장롱에는 금덩이와 온갖 비단을 쌓아놓고 산다네.”

임금님은 이 소문을 듣고 아주 기분이 상했습니다. 나랏일을 끝내고 황희 정승 집에 갔지요. 대문에 다다르자 고등어 썩는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황희 정승이 깜짝 놀랐지요.

“허, 걱정 말고 편히 앉게나. 그런데 왜 고등어를 대문에 걸어 놓았소?”

“예. 주인이 안 나타나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허어, 하여간 대감도 대단한 고집이오.”

“여봐라. 임금님께 인사를 하여라.”

황희 정승이 안채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그런데 이거 큰일 났습니다. 워낙 검소하게 사는 살림이라 깁지 않은 치마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치마는 누덕누덕 기운 치마라 감히 입고 나설 처지가 못됐습니다. 마침내 정승 부인은 딸들을 불러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내가 인사 올리고 온 다음 인사를 드리도록 해라.”

먼저 황희 정승 부인이 나와 공손하게 절을 올렸습니다. 그리곤 얼른 들어가 한참 부스럭 거리고 야단스러웠습니다. 다음으로 큰 딸이 나오는데 정승 부인이 입었던 치마를 입고 나오는 것입니다. 둘째 딸이 나왔는데 너무 급하게 입어서 그런지 그만 치마를 속과 겉을 뒤집어 입고 나왔습니다. 다음은 막내 딸이 치마를 질질 끌며 나와 절을 올렸습니다. 치마가 너무 컸던 것입니다. 임금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말했습니다.

“황 정승, 과연 청백리요. 치마 하나 갖고 세 어미 딸이 입네 그려. 그 누가 황 정승댁에 비단이 쌓여 있다고 말 하던가!”

이후로 옷 하나 갖고 여럿이 입으면 ‘황희 정승네 치마 하나 가지고 세 어미 딸이 입듯’ 한다고 했답니다.

<우리교육 98년 11월호에서>

개 보름 쇠듯

관련 학년

6학년 1학기

관련 단원

다섯째마당 1. 말 한마디라도

주 제

속담의 유래 알아보기

예로부터 정월 보름은 풍년을 기리고, 병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게 해달라고 지내는 명절 가운데 큰 명절입니다. 아홉 가지 나물에 아홉 가지 잡곡으로 지은 오곡밥을 먹거나 풍악을 울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나무도 아홉 지게를 해 와야 한답니다.

“엄마, 오늘 개 밥 줘야죠. 하루종일 굶었어요?”

“안 돼. 오늘은 개에게 음식을 안 주는 날이란다..”

“너도 저 동구 밖 다리에서 지신 밟기 해야지. 이제 아홉 살이니 아홉 번 돌아라.”

아이는 그래도 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엄마, 그런데 왜 개한테 먹이를 안 줘요?”

“응, 그건 옛날에는 개가 달을 잡아먹는다고 믿었어. 그래서 달이 차츰차츰 줄어드는 거라고.”

“그런데 왜 하필 오늘 같은 날 쫄쫄 굶겨요?”

“저기 저 달을 봐라. 얼마나 둥글고 예쁘니! 저 크고 둥그런 달이 계속 떠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달이 저렇게 커야 풍년이 들고 모두 건강하단다.”

“그렇다고 개를 줄로 꽉 묶어두고 하루 종일 굶겨요?”

“또, 음식을 주면 그 해 여름에 개에게 파리가 들끓게 되고 그 바람에 개가 야위게 된다고 생각했단다.”

“하루 굶겨 긴 여름을 잘 지내게 하자는 말이군요.”

“그래, 얘야. 그리고 지신 밟기 끝나면 뒷동산에 올라가 달을 들여 마셔라.”

“예, 달을 마셔요? 달을 어떻게 마셔요. 달은 하늘 꼭대기에 달려 있는데.”

“옛 사람들은 달을 여자로 해는 남자로 생각했던 모양이야. 달에게는 여자에게 좋은 기운이 많아서 그 기운을 마시면 여자는 예뻐지고 고와진다는 거지.”

“엄마도 달을 마셨어요?”

“그럼. 달을 쳐다보고 숨을 크게 들여 마셔라. 그리고 꾹 참고 있다 천천히 숨을 내쉬고 또 달을 보고 들여 마신다. 이렇게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좋단다.”

“정말이요?”

“옆집 은실이와 함께 가거라.”

“멍멍아, 안됐다. 오늘 같은 날 쫄쫄 굶고 대신 내일 아침 많이 줄게. 안녕.”

결혼식 날이나 환갑 같은 그런 잘 먹고 지내야 할 날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어쩌다 보니 밥도 못 먹고 쫄쫄 굶었을 때, ‘개 보름 쇠듯’ 한다고 했답니다.

<우리교육 99년 2월호에서>

손돌 추윈가?

관련 학년

6학년 1학기

관련 단원

다섯째마당 1. 말 한마디라도

주 제

속담의 유래 알아보기

옛날 고려시대 때 북쪽  나라가 쳐들어왔습니다. 왕은 강화로 피난을 갔습니다. 강화도는 난리가 나면 왕들이 피난처로 곧잘 이용했습니다. 육지와 가까우면서도 바닷물살이 급해 쉽게 건널 수 없습니다.

왕은 서울을 떠나 남쪽 임진강을 건너고 김포 땅에 접어들었습니다. 김포 통진 땅을 강화와 가까운 곳입니다.

“어서 사공을 찾아라.”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행차라 사공에게도 알리지 않아 김포 통진 땅에 들어서서 뱃사공을 찾았습니다.

“통지에서 가장 이름난 사공은 바로 손돌이란 자입니다.”

그렇게 해서 손돌이 불려왔습니다. 그러나 손돌은

“지금은 날씨가 좋지 않으니 하루 여기서 주무시고 내일 떠나는 게 좋겠습니다.”

말을 했지요. 그러나 임금은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 할 수 없이 배를 띄우게 되었지요. 눈앞에 바로 강화 땅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바다 가운데쯤 왔습니다. 산들산들 불던 바람이 점차 세차지고 하늘에는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날씨는 금방 변합니다. 잠시 피해서 가야겠습니다. 파도가 거칠어집니다.”

“이 녀석, 어서 바르게 저어 가기나 해라. 한시가 급하다.”

“이 날씨로는 힘듭니다. 여기서 잠시 저쪽 여울로 들어갔다 바람이 잠잠해지면 가야 합니다.”

“엎드리면 코 닿겠는데 어서 가자.”

“안됩니다. 위험합니다. 저기 여울에서 잠시 있다가 바람이 좀 자면 모셔드리겠습니다.”

“이 녀석 혹시 다른 꾀를 부리는 것 아니냐?”

“아닙니다. 저는 이 곳 날씨를 잘 압니다.”

“이 녀석 아무래도 수상하다. 바다에서 잔뼈가 굵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곳을 건너는 놈이 이만한 바람에 배를 못 가겠다고, 필히 무슨 흉계가 있을 거다.”

“아, 아닙니다.”

“저 놈이 수상하다. 죽여라.”

사령들이 몰려 들어 손돌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손돌은 오해를 받고 죽은 것이 원통하고 분했습니다.

그 후로 매년 손돌이 죽은 때가 되면 몹시 추워지고 날씨가 사나워졌다고 하고 이 추위를 손돌이 원한이 사무쳐 추워졌다고 믿었습니다.

이 때부터 갑자가 추워지면 ‘손돌이 추윈가’ 라는 말을 하거나 갑자기 바람이 불면 ‘손돌이 바람인가’ 하고 말합니다.

<우리교육 98년 12월호에서>

아들 한 죽 난 집 고추 값 

관련 학년

6학년 1학기

관련 단원

다섯째마당 1. 말 한마디라도

주 제

속담의 유래 알아보기

옛날에는 자식을 많이 낳는 것을, 그것도 아들을 많이 두면 사람들이 부러워했죠. 만약 아들을 낳지 못하면 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했으니 아들을 많이 둔 사람은 괜히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녔답니다. 그래서 많은 여인들이 아들 낳기를 소원했습니다. 이런 풍속에서 이 ‘아들 한 죽 난 집 고추 값’ 속담이 생겨났지요.

옛날에는 아기를 낳으면 대문이나 문설주에 귀신이나 사람들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도록 금줄을 쳤습니다. 새끼줄에 고추나 숯, 솔가지 등을 꿰어 달았고, 딸을 낳으면 솔가지와 숯을 달았습니다.

아들은 못 낳아 고생하는 여인은 아들 난 집에서 걸었던 금줄의 고추를 돈 주고 사서 허리에 차고 다니거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아들 난 집 금줄에 걸었던 고추는 아주 값비싸게 팔렸습니다.

게다가 공짜로 가져오면 효험이 없다고 해서 많은 돈을 치렀습니다.

아들을 못 낳으면 못 낳는 사람도 고생이지만 시집을 보낸 친정아버지, 친정어머니가 더욱 죄스러워했습니다. 시집 간 딸이 아들 못 낳는 것이 마치 친정 부모가 잘못 키워 그런 것처럼 여겼습니다. 그래서 소를 팔아서라도 아들 난 집 고추를 사주었습니다. 옛날 농사를 주로 짓던 시대에 소는 살림밑천입니다. 그런 소를 팔아 아들 난 집 고추를 사 주어야 하는 부모 심정도 여간 애타는 것이 아닙니다.

아들 난 집이 있으면 미리 돈을 갖다주고 고추를 예약해야 합니다. 시집 간 새색시가 무슨 돈이 있습니까. 친정에 가서 돈을 가져다가 고추를 사야지요.

그러나 고추도 고추 나름입니다. 아들은 많이 난 집 고추는 더욱 비쌌습니다. 그것도 아들 한 죽 난 집이면 말할 것도 안됩니다. ‘죽’ 은 옷이나 그릇 따위 열 벌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러니 ‘아들 한 죽 난 집’ 은 아들 열 명 있는 집을 말합니다. 그 집 고추 값은 부르는 게 값이죠.

하하하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대에 물건값이  ‘아들 한 죽 난 집 고추 값’처럼 비싸지요. 한 번 시장 가서 이 속담을 써 먹어 볼까요.

<우리교육 98년 9월호에서>

‘껌’이라 놀림받는 아이

관련 학년

6학년 2학기

관련 단원

첫째마당 2. 이야기 속으로

주 제

이야기 읽고 서로의 생각 주고 받기

햇빛이 유난히 쨍쨍 내리쬐는 날입니다. 3교시 쉬는 시간에 3학년 아이들은 운동회 연습을 하려고 운동장으로 나옵니다. 공을 치는 아이, 서로 뒤꽁무니 잡기 놀이를 하는 아이, 수돗가에서 물장난하는 아이, 모두들 자기 놀이하는 데 흠뻑 있습니다.

은화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교실을 빠져나간 뒤에 마지막으로 복도로 나섭니다. 텅 비어있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걸어내려 갑니다. 1층으로 내려가자 1학년 아이들이 복도에서 왔다갔다 합니다.

“저기 바보 누나 온다.”

두 세명이 은화를 보자 약속이라도 한 듯 달려듭니다. 은화는 어깨를 움츠립니다.

“바보 누나, 바보 누나.”

아이들은 신나게 놀립니다. 은화는 아무 말 없이 현관으로 걸어갑니다. 아이들은 더욱 기가 살아서 쫓아오며 손가락질을 합니다. 은화는 점점 아이들을 피해 벽 쪽으로 붙습니다. 현관을 벗어나자 1학년 아이들이 자기 교실로 돌아섭니다. 햇살이 까무잡잡한 은화 얼굴을 파고듭니다. 선생님의 마이크 소리에 맞춰 3학년 아이들은 자기반의 줄에 서 있습니다.

“앞으로 나란히! 바로! 열중 쉬엇!”

남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줄을 제대로 서 있지 않은 곳까지 다가갑니다. 은화도 두리번거리며 자기 반을 찾습니다.

“늦게 나오는 사람, 뭐야? 빨리 뛰어! 앉아! 일어서!”

아이들은 선생님 구령에 맞춰 로봇처럼 ‘앉아! 일어서!’ 를 따라합니다. 떠들던 아이들도 ‘앉아! 일어서!’ 를 되풀이하면서 제대로 따라합니다. 은화도 자기반 줄 맨 끝에 서서 ‘앉아! 일어서!’ 를 따라합니다. 금세 이마에 땀이 흐릅니다. 음악에 맞춰 춤 연습을 합니다. 입장부터 퇴장 연습까지 모두 하나된 것처럼 움직입니다. 끝나는 음악이 나오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릅니다. 모두 수돗가로 뛰어갑니다.

“껌, 이리와 봐.”

수돗가에서 얼굴을 씻고 나오던 아이들이 은화를 부릅니다. 은화 둘레에 남자아이들이 쭉 둘러섭니다. 제일 키가 큰 아이가 선생님처럼 지시를 내립니다.

“앉아.”

은화가 멍하니 서 있습니다.

“앉아. 아쭈, 안 해? 앉아!”

키 큰 아이의 소리가 더 커지자 은화가 앉습니다. 아이들은 잔 웃음을 지으며 여러 번 되풀이합니다. 지나가던 여자아이들도 구경을 합니다. 모두 은화가 따라하는 모습을 보고 즐깁니다.

“잘했어. 바지 벗어.”

키 큰 아이가 씩 웃으며 소리칩니다. 은화가 멈칫합니다.

“바지 벗어! 안 들려?”

소리가 점점 커지자 은화가 바지 허리춤을 잡고 있습니다. 키 큰 아이가 갑자기 바지를 확 잡아당겨 내리고 도망갑니다.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도망갑니다. 은화는 반쯤 내려진 바지를 올리고 교실로 갑니다. 복도에는 아이들이 엉켜서 복잡합니다.

“껌 간다.”

한 아이가 은화를 툭 치고 달아납니다. 눈물이 글썽글썽하던 은화가 복도에 엎드려 울기 시작합니다. 큰 소리로 엉엉 웁니다. 땀과 눈물이 뒤범벅이 됩니다. 은화는 늘 바닥에 엎드려 웁니다. 누가 뭐라 해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실컷 울고 나서 자기 스스로 일어나야 끝이 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은화를 껌이라 부릅니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바닥에 붙어있는 은화 머리를 한 대씩 때리고 지나갑니다. 장난으로 다시 돌아와 또 때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도 은화는 계속 웁니다. 선생님이 와서 달래도 소용이 없습니다. 끝없이 울고 있습니다. 흐느껴 우는 소리가 복도에 가득합니다.

(우리교육 99년 12월호에서>

어떤 개미 이야기

관련 학년

6학년 2학기

관련 단원

첫째마당 2. 이야기 속으로

주 제

이야기 속의 인물의 행동 생각하며 읽기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날, 개미 한 마리가 부지런히 길을 가고 있었어요. 개미는 입에 제 몸보다 몇 배나 큰 먹이를 물고, 땀을 뻘뻘 흘리며 어디론가 길을 갑니다. 앞에 커다란 모래 이랑이 나타났어요. 개미는 망설일 것도 없이 그 이랑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이랑을 넘자 이번에는 푹 패인 골짜기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건 개미귀신이 파 놓은 구덩이였답니다. 그것도 모르는 개미는 골짜기 언덕에 발을 디뎠다가 아래로 그만 주르르 미끄러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어떤 놈이 감히 단잠을 깨우는 거냐?”

무섭게 생긴 큰 집게를 쳐들고 구덩이 속에서 개미귀신이 쑥 올라왔어요.

“어허 이거 어린 놈이 아닌가? 감히 겁도 없이 어딜 쏘다니는 거냐?”

개미는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간신히 대답했어요.

“저는 저 은행나무 고목 밑에 사는 개미랍니다. 지금은 개울을 건너 친구 집에 먹이를 가져다주러 가는 길이랍니다.”

개미귀신은 고래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은행나무 고목 밑에 사는 개미라면 개울 건너 개미와는 원수지간입니다.

“이놈 감히 어디가 거짓말을 하는 게야. 네놈들하고 개울 건너 사는 놈들하고는 오래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은 걸 내가 잘 알고 있어. 그런데도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 놓을테냐?”

“맞습니다. 사이가 좋지 않아요. 죽은 지렁이 한 마리를 놓고 일개미끼리 싸움이 붙어 원수 사이가 된 건 맞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큰비가 와서 개울 건너 개미굴이 온통 물에 잠겼어요. 그 바람에 많은 일개미와 병정개미들이 죽고 이젠 남은 건 병든 여왕개미와 저 같은 어린 개미들뿐이랍니다.”

“오호, 그런 일이 있었군. 그런 놈들과 원수지간인 너희들은 잘된 일이 아니냐?”

개미는 고개를 푹 수그리더니,

“그렇잖아도 어른들은 개울 건너 쪽을 보고 그놈들이 이제 모조리 굶어 죽게 되어 잘됐다고 한답니다. 그걸 축하하는 잔치라고 열겠다고 그러지요.”

이 말을 마친 개미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흠, 그럴 만도 해. 너희 놈들끼리는 만나면 서로 물어뜯고 죽이고 하는 사이였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네놈은 먹이를 가져다주려고 간단 말이냐?”

개미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더니 울먹거리며 이렇게 말했어요.

“물난리가 나기 훨씬 전 개울 근처에 나간 적이 있어요. 저는 그 때 조그만 바위 위에 올랐다가 그만 물에 빠졌답니다. 그 때 저를 구해준 건 바로 개울 건너 개미굴에 사는 어린 개미였어요. 그 애는 저를 보고 우리는 똑같은 더듬이를 갖고 있고. 다리 여섯 개, 피부도 똑같이 까만데 왜 서로 만나면 싸우는지 모르겠다고 너랑은 그냥 동무가 되자고 그랬어요. 그런 친구가 굶어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 잠이 오지 않았어요.”

그 말을 들은 개미귀신은 한동안 말이 없더니 개미 궁둥이를 제 집게발로 슬쩍슬쩍 밀어 구덩이 밖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리곤 개미귀신은 서둘러 다시 제 구덩이 속으로 쑥 기어 들어갔습니다. 개미는 한숨을 푹 내쉬고서, 먹이를 꼭 물고, 개울 쪽으로 힘차게 발을 내딛었답니다.

<동화수업, 우리교육출판, 김제곤작>

겨자씨의 꿈

관련 학년

6학년 2학기

관련 단원

셋째마당 1. 따뜻한 마음으로

주 제

 인물이 추구하는 삶

농부 아저씨가 뜰 앞마당에 시금치씨. 나팔꽃씨, 호박씨, 겨자씨를 뿌렸습니다.

“아유, 답답해!”

시금치 씨앗의 말입니다.

“푸우, 거름 냄새.”

나팔꽃씨의 말입니다.

“왜 이렇게 어둡지.”

넓적 호박씨의 말입니다.

“…….”

겨자씨는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어마, 너는 무슨 씨앗인데 그렇게 작니?”

겨자씨 옆에 뿌려진 호박씨의 말입니다. 호박씨의 호들갑스런 목소리에 모두들 얼굴을 내밀고 겨자씨를 바라봅니다.

“저런, 생기다 말았네. 그 몸으로는 흙을 밀쳐 나가기 어렵겠는걸!”

모두들 제각기 한 마디씩 했습니다. 얼굴이 빨개진 겨자씨는 고개를 숙이고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쟨, 벙어리인가 봐.”

시금치씨가 불쌍하다는 듯 말합니다.

겨자씨는 그렇게 놀림을 당하면서 아무 말 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나 겨자씨는 가슴 속에 예쁜 꿈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앞으로 새가 깃드는 큰 나무가 되리라는 꿈 말입니다. 다른 씨앗들은 며칠이 지나도 말 한 마디 안 하는 겨자씨를 벙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따스한 햇빛이 땅속으로 스며들던 어느 날, 갑자기 흙을 파헤치며 노란 병아리가 나타났습니다.

“엄마, 이 곳에 벌레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 잘 헤쳐 봐. 먹음직스런 씨앗들은 먹어도 된다.”

황금빛 옷을 입은 엄마 닭의 말에 땅속의 씨앗들은 그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겨자씨의 가슴 속에서도 두근두근 소리가 들려 옵니다.

“어마마, 요건 뭐야. 티끌도 아니고……. 엄마, 이것 좀 보세요. 씨앗이 아주 작아요.”

병아리는 겨자씨가 신기한 듯 자꾸 들여다봅니다.

“요런 씨는 먹어 봤자 배도 안 부르지. 꼴깍 삼키느라 수고만 할 뿐이야.”

병아리는 겨자씨를 발바닥으로 꼭 누르고 다시 땅을 파헤쳐 호박씨를 주둥이로 물었습니다.

“이걸 먹어야겠어.”

호박씨는 병아리의 부리에 쪼여 엉망이 된 채 버려지고 말았습니다. 나머지 씨앗들은 휴우,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씨앗들은 며칠 밤 동안 앓는 소리를 내더니 작은 떡잎들을 틔어 냈습니다. 겨자씨도 아픔을 이겨가며 새싹 하나를 틔어 냈습니다.

겨자씨가 파아란 하늘과 햇빛 줄기를 보았을 때 저도 모르게 감탄의 소리가 나왔습니다.

“아, 아름다워!”

옆에서 싹을 틔우고 나온 나팔꽃씨와 시금치씨가 깜짝 놀라며 말합니다.

“어머, 넌 벙어리가 아니었구나!”

세상은 밝았습니다. 겨자씨는 생각했습니다. 캄캄한 흙 속에서는 모두가 답답해 자기를 놀렸지만 밝은 세상에는 볼 것이 많으니 자기를 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그러나 자기를 비웃는다고 해도 꾸욱 참기로 했습니다. 겨자씨는 주위에 있는 어떤 꽃, 나물보다 큰 나무가 되리라는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호호호, 쟨 떡잎까지도 작아. 겨자씨는 앞으로 얼마나 클 수 있을까?”

시금치가 말하자 나팔꽃씨는 재미있다는 듯 말합니다.

“내가 거인이 되면 쟨 난쟁이가 되겠지.”

나팔꽃은 빨리 커 갑니다. 시금치도 잎이 제법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겨자 잎은 작기만 합니다. 나비와 벌이 날아다니다 겨자 잎을 힐끗 쳐다보고 말합니다.

“너같이 작은 식물은 처음이야.”

“정말이지 너무 작군, 그 작은 잎으로 숨을 쉴 수 있을까?”

겨자씨와 만나는 모든 것들은 마치 겨자씨를 흉보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겨자씨는 결코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마음 속에 있는 눈으로 자신의 큰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어느 날 한 떼의 참새들이 빨랫줄에 앉았습니다. 겨자씨는 오랜만에 입을 열었습니다.

“참새님, 내게도 와 주세요.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세요.”

“뭐라고, 너같이 작은 식물에게! 안 돼. 내가 네 위에 앉으면 넌 무너지고 말걸. 꿈도 꾸지 마라.”

“아니에요, 참새님. 나는 앞으로 큰 나무가 될 거예요.”

겨자씨의 말에 모두들 한바탕 웃었습니다. 겨자씨는 잠깐 서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말 자신이 크지 않는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여름이 되었습니다. 나팔꽃은 아침마다 나팔을 불기 시작했고 시금치는 진한 초록빛으로 자신의 잎을 마음껏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루하루 달라지는 겨자씨를 보았습니다. 작기만 했던 겨자씨가 불쑥불쑥 커 갔기 때문입니다. 이제 겨자씨는 시금치가 쳐다만 보아도 현기증이 날 듯 큰 키로 자랐고, 나팔꽃의 갸날픈 손목과는 비교도 안 되는 튼튼한 가지도 내었습니다.

겨자씨는 잎이 무성해지면서 시원한 그늘도 만들었습니다.

여름은 더웠습니다. 시금치는 더워서 숨을 할딱이며 겨자나무에게 말했습니다.

“너무 더워. 내게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겠니?”

겨자씨는 말없이 웃으며 뿌리로 물을 빨라 올리고 시금치 쪽으로 가지를 뻗쳤습니다.나팔꽃은 휘청거리며 겨자씨에게 말했습니다.

“내 허리가 끊어지겠어. 네 허리에 기댈 수 있을까?”

겨자씨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자 하늘을 날던 참새 떼가 날개를 떨어뜨린 채 날아와 겨자씨에게 말했습니다.

“비가 따가워. 날개가 부서지는 것 같아. 너의 숲 밑에 쉬게 해 줘.”

겨자씨는 다정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좋을대로 하세요.”

<겨자씨의 꿈, 조성자 작>

검은 돌멩이의 꿈

관련 학년

6학년 2학기

관련 단원

셋째마당 1. 따뜻한 마음

주 제

인물이 추구하는 삶

깊은 산골짝에는 돌멩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생김새도 울퉁불퉁하고 검게 생긴 돌멩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 돌멩이에게는 소중한 꿈이 있습니다.

“제 꿈은요, 아주 이상한 것이에요. 한번 알아 맞추어 보세요.”

“나무, 공기, 물, 구름, 사람…….”

“천만에요. 제 꿈은 아주 예쁜 꽃을 피우는 거예요.”

옆에서 듣고 있던 돌멩이들이 비웃었습니다.

“야, 꿈 깨라, 꿈 깨. 네가 꽃을 피우면 지나가던 개구리가 웃을 거야.”

“으히히히 헤헤헤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작작하고 있어. 싸늘한 돌멩이에 예

쁜 꽃이 피면 서쪽에서 해가 뜰 거야.”

모두들 제각기 비웃느라 야단법석이었습니다. 검은 돌멩이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되었습니다.

“두고 봐라. 예쁜 꽃을 피울 거야. 너희들이 아무리 비웃고 놀려도 내 꿈을 꼭 이루고 말겠어.”

검은 돌멩이는 굳게 결심을 했습니다. 검고 못생긴 돌멩이 곁에는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았습니다. 검은 돌멩이는 외톨이가 되어 혼자 쓸쓸히 있었습니다. 봄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어느 날, 검은 돌멩이 옆에 가냘픈 새싹이 돋아났습니다.

“아이구! 예뻐라.”

돌멩이는 너무나 기뻐서 신이 났습니다.

“얘, 너는 누구니?”

“예, 나는 아기 이팝나무에요.”

“아이구, 똑똑해라. 귀여운 이팝나무.”

아기 이팝나무에게 도란도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기 이팝나무는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이제 제법 키가 큰 이팝나무는 바람이 불면 넓은 잎으로 너울너울 춤을 추었습니다.

“이팝나무야, 고마워, 너가 나를 튼튼한 뿌리로 감싸고 있으니 굴러 떨어질 염려도 없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검은 돌멩이의 칭찬에 이팝나무는 흐뭇했습니다.

“검은 돌멩이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어서 고마워요.”

이팝나무도 돌멩이를 은근히 칭찬했습니다.

“얘, 너에게는 예쁜 꽃도 피고 탐스러운 열매도 맺고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검은 돌멩이는 이팝나무를 부러운 듯 중얼거렸습니다.

“검은 돌멩이님, 부러워 할 것이 없어요. 제가 이만큼 자라도록 돌멩이님이 곁에서 지켜주신 은혜에 고마워요.”

그제서야 검은 돌멩이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얘, 이팝나무야, 너가 나를 튼튼한 뿌리로 감싸니 굴러 떨어질 염려도 없고 늘 향기로운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아름다운 꽃을 볼 수가 있어서 참 좋아.”

돌멩이도 이팝나무를 칭찬했습니다. 이팝나무는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검은 돌멩이는 이팝나무의 꽃을 쳐다보면서 꿈이 꼭 이루어지도록 간절히 기도를 했습니다.

“저에게도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제 꿈이 이루어지도록 간절히 바랍니다.”

검은 돌멩이는 이팝나무의 예쁜 꽃을 쳐다보면서 속삭였습니다.

“돌멩이님, 꼭 꿈을 이룰 거예요. 제가 힘껏 도와 드리겠어요.”

이팝나무는 조그맣고 새까만 씨앗을 검은 돌멩이에 떨어뜨렸습니다.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날이었습니다. 검은 돌멩이의 갈라진 틈에서 새싹이 돋아났습니다. 새싹은 점점 자라서 노란 예쁜 꽃이 되었습니다.

“검은 돌멩이님! 예쁜 꽃이 피었어요. 아이구 예뻐라!”

이팝나무의 호들갑에 돌멩이는 깜짝 놀라 바라보니 아름답고 노란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야호! 내 꿈을 이루어 주셨어. 드디어 꽃이야 꽃!”

검은 돌멩이는 너무나 즐거워 마음이 고무풍선처럼 둥둥 뜨는 것만 같았습니다.

<교육자료 2002년 1월호 부록에서>

아주 작은 거미

관련 학년

6학년 2학기

관련 단원

셋째마당 1. 따뜻한 마음

주 제

인물이 추구하는 삶

아주 작은 거미가 있었어요. 이 거미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그물을 짤 수 있었어요. 아주 작은 그물, 아주 가느다란 거미 그물이었지만, 그 그물은 예뻤어요.

조그만 거미가 그물을 예쁘게 짤 때마다, 다른 거미들이 모두 부러워했고, 때때로는 작은 거미를 싫어했어요.

그렇지만 다른 거미들은, 솔직히 자기들은 그런 그물을 짤 수 없다고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작은 거미는 이런 일에는 신경 쓰지 않고, 실을 자아내면서 노래했어요.

작은 거미야, 실을 뽑고

조그만 베틀을 돌려.

내가 그물을 잘 짜는 일만

생각하자.

그런데 거미들 세계에 어떤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거미들이 몰려와서 말했어요.

“왜 우리는 늘 그물을 그렇게나 많이 짜야 해? 그래 알아, 파리를 잡아야만 굶어 죽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물이 왜 그렇게 많아야 하지? 우리가 아침에 그물을 짜도 바람만 좀 불면 그물이 찢어져 다시 짜야 하잖아. 그렇지 않으면 두 발 달린 짐승들이 우리가 짜 놓은 그물 사이로 가로질러 가버리지.

언제나 집에서 청소하다 거미줄을 망가뜨리는 여자에 대해서는 아예 말하고 싶지도 않아. 우리가 사람을 피해서 그물을 짜도 하루에 대여섯 개나 짜야 해. 언제나 우리 그물에 무슨 일이든지 일어나는데, 그건 그물이 튼튼하지 않아서야.“

거미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다리로 신호를 보낸 다음, 한 번 더 소리를 쳤습니다.

“맞아, 바로 그거야. 우리 그물이 튼튼하지 않아서야.”

그러자 아주 꽤가 많은 거미가 말했어요.

“우리한테 사람들이 쓰는 바느질 실이나 털실이 있으면 좋겠어. 그러면 바람이 불어도 찢어지지 않을 거야 . 또 새가 그물 사이로 날아다닐 수 없는 아주 튼튼한 그물을 많이 짤 수 있을 거야. 또 나뭇잎이나 나뭇가지가 떨어져도 그물이 뚫어지지 않겠지? 그러면 일을 조금만 해도 되잖아.”

거미들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 사이에 거미들이 많이 몰려왔죠. 거미들은 다시 한 번 다리로 신호를 보낸 다음 소리쳤어요.

“바로 그거야, 맞아, 바로 그거야!”

그러나 조그만 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그물을 짜면서 노래했어요.

작은 거미야, 실을 뽑아라.

실이 길거나 짧거나.

내가 얼마나 예쁘게

잘 짜는지 보렴.

하지만 다른 거미들은 밤에 사람들이 사는 집에 몰래 들어갔어요.

그리고 바느질실과 털실 뭉치를 짊어질 수 있을 만큼 많이 짊어지고 나왔어요. 거미는 튼튼한 곤충이라 많이 가져올 수 있었죠.

다음 날 아침, 거미들은 숲 속에서, 뜰에서, 뒷산에서, 풀밭에서 바느질실과 털실로 그물을 짜기 시작했어요. 거미들은 작은 거미에게 소리쳤어요.

“야, 작은 거미야, 이제 그 가는 실로 그물 짜는 거 좀 그만해라. 그 그물은 또 망가질 거야. 여기 이 바느질 실 좀 가져가지 않을래? 방사라고 하는데 아주 튼튼한 거야!”

그러나 작은 거미는 머리를 흔들었어요. 그리고는 아주 예쁘고 작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그물을 계속 짰어요.

다른 거미들은 바느질실과 털실로 그물을 짜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끝내 그물을 다 짰어요.

거미들은 검은 방사로 만든 그물과 파랑, 노랑, 빨강 털실로 만든 그물을 걸었어요. 그 가운데 한 거미가 색색가지 실로 그물을 하나 만들었는데, 그 그물은 너무나 멋있어 보였어요.

바람이 불어오자 작은 거미가 만든 그물이 찢어져 버렸어요. 그러나 다른 그물들은 끄떡없었어요.

“야, 작은 거미야, 이것 봐!”

거미들이 소리쳤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바느질실과 털실로 만든 그물에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어요. 아주 멀리서도 보이는 그물에 파리는 한 마리도 날아오지 않았어요.

“기다려. 저녁때까지 기다리면 모기가 올 거야.”

거미들이 말했어요.

저녁이 되어 모기가 날아왔지만, 한 마리도 그물에 걸려 발버둥치지 않았어요. 모기들은 어둠 속에서도 그물을 알아볼 수 있었어요.

어쩌다 잘못해서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려도 곧바로 빠져 나와서, 거미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자야 했어요.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물은 아주 아주 튼튼했지만, 그 그물에 파리, 모기, 딱정벌레 한 마리 걸려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작은 거미는 조그만 그물로 먹이를 많이 잡았어요. 다른 거미들은 너무나 배가 고파서 흘끔 흘끔 쳐다보았어요.

그러다 어느 날 아침, 비바람이 세게 몰아쳐 그물을 모두 날려 버렸어요. 작은 거미가 만든 그물은 물론이고, 바느질 실과 털실로 만든 그물도 오래 버티지 못했어요. 비바람에 견딜 만큼 그렇게 튼튼한 건 아니었거든요.

한 시간 뒤에 비바람이 멎자, 거미들은 숨어 있다가 기어 나왔고, 작은 거미는 곧바로 새 그물을 짜면서 노래를 불렀어요.

작은 거미야, 실을 뽑아라.]

쉬지 말고. 이 그물을

더 예쁘게 만들어라.

다른 거미들이 작은 거미가 그물을 짜는 걸 보고 말했어요.

“진실은 진실로 남아야만 해. 이 어리석은 작은 거미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그물을 짜고, 게다가 배 고프지 않을 정도로 먹이가 잘 걸려 들어. 그런데 이제야 우린 그걸 알았어!”

거미들은 자기네들만 짤 수 있는 회색 그물을 날마다 짜기 시작했어요. 거미들이 짜는 그물은 햇빛을 받으면 아름답게 빛나지요. 그러나 다른 때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답니다.

거미들은 그물을 짜면서 노래를 부르려고 했지만 곧 그만 두었어요. 거미들은 노래를 잘 부를 수 없었으니까요.

그건 아주 작은 거미도 마찬가지였어요. 다만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아주 자그마한 소리로 노래를 불렀어요. <초록여우, 우리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