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건 웃지요 나를 일러스트레이터

  한 번쯤 톡톡 튀는 일러스트에 사로잡혀 물품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지 않나요? 어느새 일러스트는 우리 삶 곳곳에 위치하며 친숙한 존재가 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즐기기도 하고요. 근데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러스트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떻게 유명해졌냐고요? 지금 다양한 스타일의 일러스트를 즐길 수 있기까지, 그 위상을 끌어올린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오늘 이야기할 올림피아 자그놀리도 그중 한 명이고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자그놀리의 전시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는데요. 무려 아시아 최초로 열린 특별전이고, 자그놀리가 직접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답니다. 같이 한번 구경해 볼까요?

🤗삽화가가 아닌 일러스트레이터!

  이탈리아 태생의 올림피아 자그놀리는 사진작가였던 아버지, 화가였던 어머니 아래에서 성장했어요. 예술을 가까이하며 자란 그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꿈을 키웠지만, 당시 이탈리아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기는 쉽지 않았죠. 디자인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시기였고, 소셜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때라 이름을 알리는 것이 아주 어려웠거든요. 평범한 삽화가로 남기 싫었던 자그놀리는 자신이 좋아하던 편집물인 주간지 <뉴요커>를 떠올리고는 곧 뉴욕으로 향합니다. 그는 그곳에서 <뉴요커>의 커버를 작업했고, 다채로운 색감과 표현으로 사랑받았어요. 그리고 이는 자그놀리의 대표적인 커리어가 되었답니다. 이어서 뉴욕의 지하철 프로젝트를 함께하게 된 그는 예술과 대중의 상호작용에 눈을 뜨게 됩니다. 작품이 좋은지 나쁜지 따지지 않고 그 근처에서 축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책을 읽는 모습은 그에게 큰 인상을 주었어요. 이에 매료된 자그놀리는 다양한 설치미술, 공공미술, 상업미술에 뛰어들었고요. 지금까지도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죠. 이번 전시에서도 대중과 예술로써 소통하고자 하는 그의 열망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왜 사냐건 웃지요 나를 일러스트레이터
Mural inside the cafe at Palazzo Mondadori by Oscar Niedermeyer in Segrate (MI) ©olimpiazagnoli.com

😎유쾌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담아볼게

  자그놀리의 일러스트는 눈에 쏙 들어오는 뚜렷한 색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그림만 보고 의미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고요. 내포된 독창성과 유머 역시도 빼놓을 수 없죠. LGBTQI+를 말하는 <뉴요커>의 표지를 함께 볼까요? 사랑을 나타내는 하트와 LGBTQI+의 상징 무지개가 두드러져 단번에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요. 양쪽의 대칭을 이용해 ‘동등함’이라는 인식을 주기도 하죠. 또 다른 표지는 핸드폰을 든 소녀 이미지를 통해 만국의 셀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이미지 반복을 통해 테크놀로지의 중독성과 개성의 상실을 표현해낸 것이랍니다. 이렇게 단순함 안에 숨겨진 뜻을 포착하는 순간은 일차원적인 소통과 깊고 솔직한 대화를 넘 나듭니다. 자그놀리는 누구와도 소통이 가능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어요. 작품 속 이야기의 길을 따라가며 작가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 이 전시의 큰 매력이죠.

왜 사냐건 웃지요 나를 일러스트레이터
Cover for June 24th issue of The New Yorker dedicated to Pride ©olimpiazagnoli.com
왜 사냐건 웃지요 나를 일러스트레이터
Illustration for La Repubblica about Selfies  ©olimpiazagnoli.com

  남다른 표현력 덕분에 그에게는 ‘사람들과 쉽게 소통하는 예술가’라는 인식이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는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만, 자신만의 표현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이에요.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그는 마치 다른 누군가를 따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시달렸다고 전했는데요. 이후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찾으려 끊임없이 고민했고, 이제는 자신을 명확히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죠. 결과가 아름답거나 특별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자신처럼은 보인다는 말이에요.

  이러한 지향점이 자그놀리만의 솔직하고 편안한 소통의 비결인 듯해요. 특유의 당당한 모습은 전시 곳곳에서 발견되는데요. 외국 도시의 밤에서 느낀 안정감, 어느 더운 날 맛본 아이스크림의 달콤함, 탄산음료의 톡 쏘는 청량감이 작품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새들의 지저귐, 파도의 철썩임, 바람 따라 흔들리는 나뭇잎 등도 자그놀리만의 느낌으로 표현되었죠. 그의 일러스트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각자의 추억을 꺼내 들어 상상하게 된답니다!

왜 사냐건 웃지요 나를 일러스트레이터
<cuore di panna> ©olimpiazagnoli.com

🎨이젠 나를 알 것 같아

  전시장 한쪽에는 자그놀리의 수첩이 마련되어 있어요. 자신만의 표현을 이루어 내기 위해 매일 고민한 흔적이 잘 나타나는 대목이죠. 수첩에는 스케치, 만났던 사람들의 초상화, 대화, 문득 떠오른 생각, 심지어 쇼핑 리스트와 수학 문제, 빈 설탕 봉지까지 온갖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이는 마치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공감 요소를 찾는 여정처럼 보이기도 해요. 어떤 주제를 다루어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어떻게 구성해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지 말이에요. 재밌는 점은 성, 교육, 평등과 같은 큰 이슈를 다루던 그가 점점 범위를 좁혀 개인적인 것을 다룬다는 점이에요. 이전보다 본인의 경험, 느낌, 인상 등을 활용하는 작품이 많아진 것이죠. 그렇게 전시의 끝에 도달하면, 결국 모든 활동이 자그놀리 스스로를 향한 질문이었음을 알게 돼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왜 소통을 하려 하고, 어떤 소통을 하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왔던 거예요. 본질적인 질문을 통한 깨달음이 결국 작품을 통해 형상화되었고요. 

왜 사냐건 웃지요 나를 일러스트레이터
<misoni> ©olimpiazagnoli.com

  전시의 끝에서 여전히 자신을 탐구하고 질문하며 스스로에게 솔직하고자 하는 자그놀리와의 대화를 끝내고 나면 우리 역시도 자신의 삶에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나인가? 혹은 나 같이 보이는 것일까? 나는 누군가와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는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공동의 느낌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자그놀리! 그 말은 역설적으로 나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 가장 공통적인 것이라는 의미 같네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 컬러감이 매우 돋보이는 그림들의 향연이 이어져 눈이 즐거운 전시예요. 촬영 역시 가능하기 때문에 전시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공간이 될 것 같아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 작품 설명에 제목이 영어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보기에 조금 불편할 수 있어요.

💬Editor's Comment

  최근 많은 이들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고 솔직하지 못하면 방치된 마음과 생각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조금씩이라도 자신을 살피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어쩌면 내 삶과 타인에 대한 예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