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놈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 손은 잡았냐?

L군이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P군의 연애에 대해 우선적으로 던지는 질문은항상 변함이 없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 그래 그럼, 손은 잡았냐?

P군에게는 선언적 연애관이라는 것이 있다. 그건 L군이 붙여준 말이다.

L군의 설명을 빌자면 그건... P군이 연애의 모든 과정을 선언적으로 진행하기에 붙혀진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어느날 P군은..갑자기...연애 감정의 발생을 감지한다. P군은 D-Day를 결정한다. 그리곤 선언한다.

- 우리 사귀자...

그런 후.... 다시 D-Day를 잡는다. 그리곤... 또 선언한다.

- 우리 손잡자...

그렇다면... 이젠... 모두들 알 것이다.

P군의 다음 선언이...무엇이 될 것이란걸...

- 미친놈아! 연애가 무슨 삼일운동이냐! 아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도 되냐!

L군의 지론은 간단하다.

무조건 손을 먼저 잡아라.

손잡는 것으로 만사형통이다.

이것에 대한 P군의 항변은...

-사귀자구 말두 않했는데...어떻게..손을 잡아...

-임마! 그걸 꼭 말하구 손잡아야 되냐! 손 잡으면 그냥 사귀는 거야~

P군의 부연 설명을 빌자면....

여자들은 가변적인 상황을 좋아하지 뭔가 선언적으로 결정되는 그런 환경을 여자들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하잖아.

게다가 예고하고 찾아오는 행복은...

행복의 크기를 크게 반감 시킨단다.

-너 일요일 낮에 하는 영화소개 프로그램 보구...

본 영화보면 재밌냐? 재미 없지!

그러나...P군은...도데체....이해할 수 없다.

도데체 그가 말하는 가변적인 상황이란 무엇인가?

도데체 이도 저도 아닌 사이면서....

도데체 어떻게 길거리에서 손을 잡고 다닌단 말인가.?

또...연애는...영화가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그의 선언도...

갑작스런운 손잡기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고 예고되지 않은 것이지 않은가...

좋다....

100번을 양보해서...

손을 먼저 잡을 수 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그럼...손을 언제 잡아....?

- 뭐 ??

-손잡는다고 말두 안하면....

손을 언제 잡얀 말야...?

- 미친놈 무슨소리야!!

-걸을..때...? 차마실...때...? 밥먹을...때...? 영화볼..때...? 차안에서...? 집앞에서...?

- 미친놈. 이게 도둑질이냐!!

때와 장소를 가리게!

-걸을 때...

그녀의 손이...핸드백 위에 있으면...

갑자기...손을 잡으면...

핸드백이 떨어질 꺼잖아...

차 마실때도...

찻잔에 손이 가 있는데...

밥먹을 때는....

포크나..스푼이 들여있을 텐데....

- 얼~씨구~ 놀구~있네~

-영화볼 때...손잡은 건...너무 진부해.... 차안에서...운전하며...손잡는건...너무...위험해...

- 야!!!!!!! 이 미 친 놈 아 !!!!

여기서 L은 씩씩 댔지만...

P는 아랑곳 하지 않고....

- 그럼...도데체....

손잡는단...말도 않하고...

손을 언제 잡으란 말야...

늘상...

그녀의 손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데이트를 하란 말야...?

응...? 언제...잡.....아......?

-몰라!

- 응....언제..?

-몰라 몰라!!

- 으.......응.......?

-모르다구!!!

이 미친놈아!!! 너 주글래!!!

- 나 손 잡혔어....

-뭐 ???

- 손 잡혔다구....

-무슨소리야 ???

- 어제...차 마시는데....

그녀가...

내...손을...

덥.....썩...하구...

잡았어....

-정말 ???

- 그래서...

하마터면.....

레몬티를 쏟을 뻔 했어...

-근데 왜 그걸 이제 얘기해! 미친놈아!!

- 니가 손 잡았냐고 물었지...

손 잡혔냐고...묻지 않았잖아...

-아휴~ 이 미친놈~ 암튼 그....그래서, 그래서 어쨌어?

- 너무....덥....썩....

너무....갑자기 말두 안하고....

잡아서....

너무...화들짝...놀라서...

손을 뺐어...확.....

-뭐? 뭐? 이 미친놈! 확~ 손을 빼??? 이 미친놈아 손을 왜 빼? 확~ 때려줄까 부다!!

- 그러니까...내가...말했잖아....말두 안하구...손잡으면....놀란다구... 니말 대로...내가 말두 않하구... 걸을때나...차마실때나...밥먹을때나... 영화볼때나...차안에서...혹은 집앞에서...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으면...어쩔뻔했어...그녀도...화들짝 놀랐을 꺼 아냐....

-아이구~~~미친놈!!

이걸 그냥!!!!

-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해...?

난...언제...

손을 잡아야...해....?

-씨발 놀구 있네. 아~~ 씨발 몰라~~

- 니가...손을 잡으면...

모든게...

만사 형통이라며...

이제...어떻해....

-아 씨발~ 내가 손을 잡으랬지 손을 잡히랬어!

- 그럼...이제 내식대로 해두 돼....?

-몰라! 이 씨발놈아!

- 응...? 그래두 돼....

-모르다구!! 이 미친놈아!!

- 응....?

-몰라!!! 몰라!!! 몰라!!!

아~~~짜증나~~~

개새끼야!!!! 모!른!다!구!

- 응...?

- 모!!른!!다!!구!!

이!!! 미!!!친!!!놈!!!아!!!

그래서....

L군의 수작만사형통설(手作萬事亨通)은.....

끝내....

P군의 선언적(宣言的) 연애관을 을 바꾸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