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나요

리더십은 과연 배우면 나아지는 걸까?

리더십과 리더십 교육

제발 교육 갔다 와서 이상한 것 좀 하지 마세요!”

얼마전 대기업 사원의 이야기를 좀 듣게 되었는데요지는 자기 팀장이 리더십 교육 좀 다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육만 다녀왔다하면 귀찮게 한답니다. 갑자기 회의실에 팀원들 다 모아놓고는 그동안 불만 있었던거 편하게 얘기하라고, 경청하겠다고 하질 않나. 이상한 심리 테스트를 가져와서는 팀원들한테 내일 아침까지 결과 제출하라고 하질 않나, 권한 위임을 하겠다고 굳이 자기한테 보고하지 말고 일 하라고 하지를 않나..(왜 니 맘대로 하냐고 뭐라 그럴거면서)

이런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꾸준히 하지 않는다는게 문제죠. 기껏해야 일주일 정도 하다가 팀원들 반응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거나 갑자기 업무량이 늘어나면 리더십 교육 전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하죠.

"일단 눈 앞에 닥친 일부터 해야지 리더십은 무슨.."

"역시 한국 사람은 조져야 말을 듣지."

"요즘 애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진짜."

팀원 입장에서는 상사가 그냥 처음부터 가만 있었으면 이런저런 귀찮은 일도 없었을텐데, 혹은 아주 잠깐이지만 뭔가 변화를 시도하는데 가졌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사회 생활을 시작하던 20여년 전과 전혀 바뀐 것이 없어서 괜시리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1. 리더십 교육이 성행하는 이유

구글 창에 리더십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결과가 수백만개 나옵니다. '카네기 리더십'처럼 유명인을 내세운 것 부터 '구글이 성공한 이유'처럼 핫한 기업을 앞세운 리더십, 심지어는 삼국지나 손자병법을 리더십에 갖다 붙인 것까지 나옵니다

매년 새로운 네이밍으로 리더십 방법론이 나오고 또 성공 사례를 일반화해서 포장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닙니다. 경영학과 교수님들이나 리더십 컨설팅 업체들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건 공급자의 입장입니다.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도대체 왜 기업들은 이런 리더십 교육을 의뢰하고 또 상사들은 리더십 교육을 좋아하는 걸까요?

리더십에 대한 이런 접근은 리더십을 하나의 '기술(Skill)'로 여기는 생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치 유소년 축구 선수들이 패스, 슈팅같이 볼 다루는 방법을 코치에게 배우는 것처럼, 리더십 역시도 성공한 기업과 그 실무자의 사례를 꼼꼼히 벤치마킹하거나 전문가들에게 배우다보면 기량이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교육비용을 지불하는 기업이나, 교육을 받는 당사자들 또한 잠깐이나마 리더십에 정통한 사람이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또 몇 가지 스킬만 갖추면 당장 리더십 수준이 올라갈 것 같으니 이런 교육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교육까지 찾아서 듣는 내 모습이 팀 관리에 힘쓰는 사람같아 보이는 건 덤이구요.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하루에 8시간씩, 매일 얼굴 보는 사람이 갑자기 교육 몇 시간 들었다고 평소와 다른 말과 행동을 하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실 것 같나요? 갑자기 그 사람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생겨날 것 같나요?

2. 리더십에 대한 오해와 환상

우리가 특정한 누군가에 대해 가지는 생각은 그동안 그 사람이 오랜 기간 보인 태도와 감정의 총합에 의해 결정됩니다. 똑같이 실수해도 평소에 꼼꼼하던 사람이 그러면 이해할 수 있지만, 맨날 사고치던 애가 그러면 짜증이 나는 거죠

마찬가지입니다. 꼰대 상사가 어느날 아침에 갑자기 경청을 하네, 권한 위임을 하네 떠들어봐야 부하 직원들이 믿지 않는 것은 특정 시점의 작은 행동 하나가 그동안의 총합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리더십을 스킬로 생각하고 어설프게 시도해봐야 효과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교육 받고 일주일 정도 상사는 자기 만족의 시간을 갖는 것이고, 직원은 난데없는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지요

리더십 교육 무용론을 주장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무엇이든 배우는 것은 좋은 것이고, 본인의 부서 운영 스타일이나 직원과의 관계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은 충분히 긍정적인 일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바로 이겁니다. 리더십을 단지 몇 가지 '기술'이라고 여기거나, 남들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면 나도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상사가 리더십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리더십을 몇 개의 기술이라고 믿거나, 남들이 발휘해서 성공한 리더십 스타일을 나도 발휘할 수 있다는 어설픈 환상에서 벗어나자는 거죠

3. 리더십의 목적과 핵심

기업 입장에서 리더십의 목적은 결국 건강한 조직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실적을 향상시켜 시장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직원들과의 관계에 녹아들고 그들의 동기부여 및 열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에 영향을 끼쳐야 합니다. 단순한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행동과 생각, 정서만이 이룰 수 있죠

생각과 정서, 그리고 꾸준한 행동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바로 '성격'입니다. 

하지만 리더십과 성격을 같은 의미로 볼 수는 없습니다. 리더십에는 목적과 방향성이 있지만, 개인의 성격은 그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징에 불과하니까요. 그래서 리더십은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상사가 목적을 가지고 표출하는 성격이라고 정의하는게 적합한 것 같습니다

조직의 목표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상사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사고와 태도, 그리고 정서의 총합이 리더십인 것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성격을 가지고, 그 성격을 조직의 목표와 비전에 맞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 상사의 '좋은 성격' 대해 써볼까 합니다

리더의 성격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우리에게 어울리는, 혹은 내가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은 무엇일지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