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키게 같은 섬에 살고 있는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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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됐지만 새롭게 빛나는 노래들 '남재섭' 앨범 발매 인터뷰

SPECIAL오래됐지만 새롭게 빛나는 노래들

"세상에는 오래될수록 더 빛을 발하고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남재섭의 이번 정규 앨범 1집이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들이지만 듣는 이들에겐 새롭게 반짝인다. 조금 늦게 도착한 만큼 더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친구1 (남근학)


"수채화 같은 선율과 작은 일상의 기록들이 다정한 빛처럼 지친 하루의 끝에 포개어지듯, 남재섭 1집은 소박하고도 투명한 위로를 건넨다."
 -친구2 (아를)


"청아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남재섭 씨의 공연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이 생각납니다. 저는 지금도 '재섭 씨라면 어떻게 노래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힘을 낼 때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기록된 그 음악들을 드디어 들을 수 있다니 너무나 기쁩니다."
-친구3 (김사월)

ALBUM[남재섭]

INTERVIEW남재섭 인터뷰

인터뷰 진행: 남근학 (독립영화감독) 


Q.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남재섭.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남재섭입니다.
 

Q.너무 간단한데요? 뭔가 더 설명해주실 거 없나요? (웃음)
 

남재섭. 네, 없습니다. (웃음) 저는.. 아무 수상 경력도 없고 특별히 내세울 만한 거나 공인 받은 그 어떤 것도 없습니다. 제 이름 말고 다른 어떤 이름도 짊어진 게 없어요. 그래서 부담 없고 홀가분하고 좋습니다. 근데 그래서.. 이렇게 개인적인 노래들을 발표하는 일 때문에 인터뷰까지 하는 상황은 상상 못 했어요. 왠지 송구스럽고.. 민망합니다.
 

Q.그래도 앞서 추천사를 보낸 재섭 씨 친구들의 얘기처럼, 재섭 씨 음악을 응원하고 좋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래 활동하셨잖아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남재섭. 냉정히 말해서 거의 없을 것 같은데요. 이 앨범을 듣고 좋아하실 분들이 생길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상처받으니까요. (웃음) 친구들은.. 친구들이니까 최대한 좋은 말을 해줬을 것 같습니다. 음식점 주인이 손님한테 "식사는 괜찮으셨나요?"하고 물으면 "네, 맛있어요" 하고 대답해주는 거랑 조금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추천사는.. 읽는 분들도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Q.제가 제일 궁금했던 걸 물어볼게요. 따로 음원이나 앨범 발표를 하지 않고 활동하시다가 거의 10년 만에 정규 데뷔 앨범 1집을 내셨습니다.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가 뭘까요?
 

남재섭. 무서웠어요. 솔직히 말해 '내 노래들이 굳이 발표되어야 하는 노래들인가?' 하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처음 공연을 시작했을 때부터 '앨범 만들어라. 음원 만들어라.' 하는 얘기를 주변 분들을 통해 너무 많이 들었는데, 무서워서 한 쪽 귀로 흘렸습니다. 좋은 음악들이 이미 세상에 아주 많이 나와 있는데 굳이 내가 그보다 못한 걸 왜 또 만들어야 되는 건가 하는 고민이 계속 맴돌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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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그런 생각을 어떻게 바꾸시게 된 건가요?

남재섭. 가까웠던 사람에게 손편지를 받았었는데 거기에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완전히 말해지지 않을 위험이 있는 것들' 이라고 [존 버거]라는 작가의 글이 적혀있었어요. 편지를 건네주면서, 누구나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꼭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려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제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도 세상엔 꼭 있을 거라고요.


Q.정말 고마운 분이네요.
 

남재섭. 네, 지금도 너무 소중하고 고마운 말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생각이 바뀌었어요. '세상에는 꼭 훌륭하고 잘 만들어진 이야기들만 필요한 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그럼 누군가 내 노래를 듣고 싶을 때면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게 하자' 그리고 이번에 이렇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모았습니다.


Q.10여 년을 공연하셨습니다. 공연은 언제 처음 시작하셨나요?
 

남재섭. 공연은 2010년? 11년? 정확하지 않은데 그때쯤부터 시작했을 거예요. 주로 '빵'이라는 라이브 클럽에서 했는데 제가 좋아하던 많은 훌륭한 음악가들이 거기서 공연을 시작했기 때문에 동경하던 공간이었어요. 첫 공연을 시작한 이후로는 한 달에 한 두 번씩 꼬박 10여 년 동안 쉬지 않고 했습니다. 사실 제 성격상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그만하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한참 전에 그만둬도 됐을 텐데 왜 계속했는지..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Q.제가 재섭 씨를 아는데, 그렇게 공연을 지속하는 게 재섭 씨에게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남재섭. 네. 쉽지 않았습니다. 근데 그렇다고 절대로 제가 대단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따졌을 때나 그래도 참 꾸준히 했구나, 신기하네? 하고 스스로 돌아보는 정도지. 일단 거기 클럽 빵에서만 따지더라도 저보다 훨씬 오랫동안 꾸준히 공연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고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어도 훌륭한 생각으로 묵묵히 자기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전혀 특별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듯 제가 딱히 내세울 만한 게 없으니 공연한 걸 질문해 주신 것 같은데.. 부끄럽습니다.


Q.앨범 작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된 건지 궁금합니다.
 

남재섭. 작업은... 2017년 쯤 부터 시작해서.. 올해 2021년에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보통은 데모 만들기- 편곡- 녹음 일정 잡기- 본 녹음. 이렇게 계획적으로 진행하지 않나 싶은데, 저는 뒤죽박죽으로 시작했어요.
녹음할 노래들은 정해져 있었으니 일단 한 곡씩,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해나가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아주 느려도 괜찮으니까 조금씩 조금씩 알맞은 소리들을 모아나가면 언젠가 완성 되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1곡 끝내면 다음 곡으로 넘어가다가 또 뭔가 좋은 생각이 나서 돌아와 새로운 소리들을 더하고. 혹은 빼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어쩌면 이거 영원히 안 끝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제가 기타랑 노래를 너무 너무 못한다는 거였어요. 겸손에 의미가 아니라 진짜 더럽게 못 한다는 걸 녹음하면서 너무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조금만 더 노래를 잘했으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을 겁니다. (웃음)
 

Q. 고생이 많으셨네요. (웃음) 앨범 소개를 구체적으로 부탁드려볼게요. 우선, 앨범의 타이틀이 본인의 이름 세 글자입니다.
 

남재섭. 대단한 의미는 없어요. 제 앨범이 어떤 하나의 주제를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곡을 쓰거나 특정한 컨셉의 앨범을 만들고 싶다 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그냥 저한테 있었던 순간들을 촬영한 말 그대로 '개인의 앨범' 같은 거라서 그렇습니다.
 

Q.누구나 집에 하나씩 가지고 있는 자기 사진첩처럼요.
 

남재섭. 네. 앨범이란 단어 뜻 자체가 원래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어떤 페이지를 펼치면 그때의 이야기와 시간이 담겨있고, 그 이야기와 다음 이야기가 연결되면 결국 이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더 잘 들리고 선명해지잖아요. 는 사실 듣기 좋으라고 한 얘기고..
 

사실은 빨리 앨범 타이틀을 적어서 등록을 해야 되는데 도저히 다른 좋은 제목이 생각이 안 났어요. 근데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들의 데뷔 앨범들, 조동진 선생님이나 장필순 선생님 1집 타이틀도 그냥 본인들 성함으로 하신 것 같아서 저도 안심하고 그냥 정했습니다. (웃음)

  Q.앨범에 담긴 노래들이 총 17곡이고 2CD로 발매됩니다. 처음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는 많이 놀랐습니다. 요즘의 흐름과는 전혀 맞지 않는 방식 같아서요. 정규 앨범으로 내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한 앨범에 이렇게 곡이 많이 포함된 이유가 있나요?

남재섭. 감독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싱글로 내서 한 곡씩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정규 앨범으로 내더라도 곡을 추리고 나눠서 10곡 내외로 발표하는 게 좀 더 일반적일 것 같고요. 그게 좀 더 효율적으로 집중하고 다듬어서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Q.그런데 왜 일반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으셨나요?
 

남재섭. 제 마음이니까요..?(웃음) 이 앨범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낼 수도 없고) 어딘가에 평가를 받기 위해서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이 앨범을 만든 제일 큰 이유는 아주 개인적인, 제 인생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잘 살아가기 위한 정리였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일반적인 충고들을 최대한 뒤로하고 제 맘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7곡의 노래들. 물론 많은 것처럼 느껴지시겠지만 이것도 제 딴에는 꼭 넣어야지 하는 노래들만 남은, 제 개인적으로 소중하고 의미 있는 노래들이고요.
 이 노래들을 모두 한 집에, 한 번에 쭉 펼쳐 놓아야 제가 지나온 시간 들을 제대로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Q.그럼 앨범에 실린 노래들이 비교적 최근에 만든 노래와 만든 지 10년이 넘는 노래가 같이 있는 상황이군요?
 

남재섭. 네. 맞아요. 처음으로 만들어서 공연 때 불렀던, 막 어설프고 어린 목소리들이 담긴 첫 번째 트랙 '혼자서 보낸 하루'부터 제일 마지막에 작업한 마지막 트랙 '다시 만날까요'까지, 시간의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지는 게 정말로 제 사진첩 같이 느껴집니다.
'사실 혼자서 보낸 하루'는 제 개인적으로 지금 듣기에는 너무 부끄러워서 빼고 싶었습니다만.. 부끄러운 모습도 제 모습이니까.. 어릴 때 사진이 못났다고 사진첩에서 빼 버리지는 않잖아요. (웃음)
 

Q.저는 예전부터 재섭 씨 노래들 중에서 좋아하던 노래입니다. 안 빠져서 좋네요. (웃음) 얘기를 들어보니 곡 배치에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습니다.
 

남재섭. 네.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평소처럼 '어떤날' 의 노래들을 듣다가 해결이 됐어요. ('어떤날'이라는 팀을 정말 너무 너무 좋아합니다.) 이분들이 앨범을 딱 2장만 내셨거든요. 1집에 9곡, 2집에 8곡 해서 총 17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마침 저도 17곡이라 그분들처럼 CDI의 제목은 '하고 싶은 말' CDII 의 제목은 '어느 늦은 밤' 이렇게 2장의 앨범 같은 느낌으로 생각해서 각 각 9곡, 8곡을 배치하니 총 17곡 전체의 흐름도 딱 떨어져서 혼자 기뻤습니다.
 

Q.그럼 듣는 분들은 재섭 씨의 의도대로, 1번부터 17번까지 순서대로 들어주시길 원하나요?
 

남재섭. 아니요. 그건 절대 아닙니다. 제가 배치한 순서는 제가 드리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 혹은 수많은 흐름 중 하나일 뿐이에요. 그리고 17곡을 처음부터 쭉 이어서 들으면 재생 시간이 1시간 30분쯤 되는데.. 그렇게 들으면 너무 힘드실걸요? (웃음) 세상에 정말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가진 음악들이 있겠지만 제 노래들은 그냥 각자가 듣고 싶은 대로 편하게 막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원하는 순서대로 들으셔도 되고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 들어주셔도 됩니다. 혹시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미안해하지 마시고 정지 버튼을 누르시고요.
 

아, 저 같은 경우 어떤날의 1집, 2집 노래들을 한곳에 다 모아두고 랜덤으로 재생되게 설정해서 듣습니다. 주로 지하철을 탈 때나 길을 걸을 때 듣는데요, 거리를 지나면서 보는 풍경이랑 랜덤으로 흘러나오는 그분들의 노래가 딱 어우러질 때의 순간이 너무 좋아요. 여러분도 좋아하는 가수분들의 노래를 모아 놓고 이렇게 해보세요. 추천합니다.
 

Q.타이틀곡이 '하고 싶은 말', '어느 늦은 밤', '어떤날', '다시 만날까요' 이렇게 4곡입니다. 어떻게 정하신 건가요?
 

남재섭. 역시 제가 드리는 가이드 라인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4곡도 너무 많다면 '어느 늦은 밤'이란 노래 한 곡만 들으시면 어떨까 싶어요. 이 노래하나에 앨범 전체가 축약된 느낌이에요. 근데 개인적인 추천이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Q. 타이틀 곡에 대해서 각각 곡 설명 좀 해주세요.
 

남재섭. 음.. 어떤 식으로 작업했는지,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1시간도 넘게 떠들 수 있어요. 저로서는 신나는 일입니다. 근데 요즘 드는 생각인데요. 제가 이런 설명을 드리는 게.. 조금 조심스러워요.
 

Q.설명을 들으면 듣는 분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남재섭. 저 혼자서만 품고 있을 때는 제 거였으니까 막 함부로 얘기할 수 있었는데, 이제 밖으로 내놓았으니 더는 이 노래들은 저 혼자만의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누군가 처음 들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어떤 즐거움들을 제 설명으로 뺏어버릴 수도 있고.. 제가 생각 못 했던 걸 발견하실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게, 듣는 분들이 들리시는 대로 판단하시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Q.그럼 질문을 바꿔볼게요. 앨범 전체를 통틀어서 재섭 씨가 노래로 하고 싶은 말은 뭐였을까요?
 

남재섭. 역시 듣는 분들이 들리시는 대로 판단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인데요. (웃음) 음.. 이건 다른 얘길 수도 있는데, 우리는 생각보다도 훨씬 더 자주, 그리고 많이 각자가 듣고 싶은 대로 듣잖아요. 저도 물론 그렇고요. 예전엔 그게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떻게 보면 그런 오해?나 각자의 시선들이 모여서 결국 서로가 몰랐던 부분을 비춰주기도 하고.. 너무 각자의 의견으로만 닫아 놓지만 않으면 자연스러운 일 같습니다, 자꾸 말이 샙니다. 그러니까 제 결론은, 듣는 분들이 편하신 대로 생각해주세요!
 

Q.그렇군요. 그럼 제가 이 앨범을 듣고 싶은 대로 들은 얘기를 해볼게요. (웃음) 저에겐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 같았습니다.

남재섭.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네. 저는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제 노래들은 전부 사랑 노래들일 겁니다. 연애(戀愛)의 반짝이고 뜨거운 마음들은 물론이고 마음이 시들고 어두운 순간이나 무언가가 세상으로 나와서 이리저리 부딪히는 순간, 서로 오해하고 미안하고 화를 내고 후회하고 고민하고 실망하는 일들, 그리고 또 아무렇지 않게 그냥 하루를 사는 일, 다시 계절이 바뀌어 가는 일. 이런 모든 게 다 '사랑을 하는 일' 같습니다. 저도 지금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나중에 정리 부탁드립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Q. 충분합니다. (웃음) 앨범 크레딧을 살펴보니 대부분의 작업을 직접 다 하셨더라고요.
 

남재섭. 일단 돈도 없고.. 대신 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혼자서 해결 해야 하는 상황을 계속 맞닥뜨리게 됐는데, 하다 보니까 직접 해버리는 게 훨씬 마음이 편했어요. 어설프더라도 어떻게 소리를 채울지 혼자서 이것 저것 고민하는 과정도 나중엔 즐기게 됐고요. 제일 좋은 건 누구한테 아쉬운 소리 할 일이 없다는 거. 망해도 책임을 제가 진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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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혼자 하셨나요?
 

남재섭: 음. 기본적으로 기타와 건반 연주, 노래, 녹음, 그리고 녹음된 소리들의 구성과 편집을 했어요. 근데 혼자서 주로 작업을 했다고 하지만 당연히 완전히 혼자서만은 일이 진행될 수가 없었고요,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특히 '아를'이라는 친구가 있는데요. 이 친구가 음악을 듣는 마음이 저보다 훨씬 넓고.. 또 다른 시각에서 봐줄 수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혼자서 너무 오랜 시간을 작업하다 보면 이게 맞나? 이게 좋은가? 하고 제정신이 아니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친구가 그런 부분들이 생기면 같이 들어주고 고민해줬어요. 정말 귀찮고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덕분에 무사히 완성됐습니다. 이 친구가 하는 음악이 너무 훌륭하고 좋습니다. 재능이 넘친다고 생각해요. 여유 되실 때 아를이 하는 음악 꼭 들어봐 주십시오. 그리고 첼로나 해금 같은 제가 도저히 다룰 수 없지만 욕심이 나는 악기 연주랑 믹싱, 마스터링 같은 후반작업은 아주 훌륭하신 분들이랑 같이 했습니다. 이것 외에 앨범에 나오는 모든 소리 들은 어쩔 수 없이 전부 제가 해결해야 했어요.
 

Q.옆에서 지켜보기에 대단합니다. 고생이 많으셨어요.
 

남재섭: 아이고 감사합니다. 근데 이게 딱히 대단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이번에 앨범을 만들고 나서 느낀 건데 진짜 앨범을 완성하신 모든 음악가, 아니 세상의 모든 창작자분들이 너무 너무 너무 존경스럽고 대단합니다.
 

Q. 스스로 이번 앨범 결과물에 만족하시나요?
 

남재섭: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녹음 같은 경우 대부분을 집에서 해결하다 보니 듣는 분들이 느끼시기에 일반적으로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노래들과 비교해서 많이 로우 파이(Lo-fi)한 소리로 느껴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냥 이런 질감들이 좋았어요. 정해진 규격과 방식, 정해진 12개의 음들에 꼭 맞추지 않아도 좋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변명이겠죠? (웃음) 어쨌든 다시 돌아가도 이렇게 열심히는 두 번 다시 못할 것 같아요. 살면서 무언가를 이만큼 열심히 한 적이 없어요. 뭐, 이런 이상한 앨범 하나쯤 세상에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많이 뻔뻔해진 것 같습니다.
 

Q.앨범 아트워크도 모두 직접 하셨던데요. 앨범 커버, 부클릿의 그림과 글씨를 직접 쓰셨습니다.
 

남재섭: 아트워크라고 하시니 뭔가 고급스러운 말처럼 들려서 부담스럽네요. 그냥 공책에 끄적인 낙서 같은 수준입니다..! 예전부터 앨범을 만들면 노래마다 거기에 맞는 간단한 그림이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역시 그려줄 사람이 딱히 없어서.. 제가 그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그림 중 제일 좀 단순하게 보이는 풍경 하나를 앨범 커버로도 해결했고요. 제가 좋아하던 '어떤날'이나 '시인과 촌장' 앨범커버를 보면 직접 쓰신 손 글씨나 그림들이거든요. 그게 멋있고 좋아 보였던 것 같아요.
 

Q. 말이 나온 김에, 어떤날 말고 좋아하거나 영향받은 뮤지션들이 있을까요?
 

남재섭: 엄-청 많습니다. (이런 얘기 하는거 좋아합니다.) 음... [어떤날], [유재하], [조동진], [조동익], [들국화], [산울림], [동물원], [김현철], [최성원], [패닉], [브로콜리 너마저], [비틀즈], [비치 보이스], [radiohead], [Kula Shaker], [pixies], [U2], [브라이언 이노] [핫피엔도], [kirinji], [flipper's guitar], [야마시타 타츠로], [오누키 타에코], [하루오미 호소노] 등등. 좋아하는 음악가들은 너무 많아요. 말씀드린 분들의 5배는 더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감히 이분들 음악에 영향받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죄송하고.. (100분의 1도 못 미칠겁니다.) 이분들 노래들을 듣고 자랐기 때문에 제 안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Q.지금 말씀해주신 뮤지션들 성함을 들으니 재섭 씨의 노래들이 왜 이런 노래들인지 알 것 같습니다. 노래들이 뭔가.. 예전 음악들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일부러 이런 예전 감성을 추구하시나요?
 

남재섭: 예전 감성? 이라는 게 저는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그런 구별 없이 그냥 듣고 좋으면 좋은 것 같은데요. 요즘 나오는 음악도 좋아합니다. 음.. 근데 이런 건 있는 것 같아요. 그냥 노래가 노래로서 좋은, 생명이 긴 노래들을 좋아해요. "엄마가 섬 그늘에- "하는 그 노래 뭐였죠?
 

Q.섬집아기요.
 

남재섭: 맞아요. 섬집아기. 이런 동요들이 굳이 예스럽다 아니다 구별하지 않잖아요. 혹은 '유재하' 선생님의 '사랑하기 때문에'는 10년 후에도 누군가가 부를 거잖아요. 저는 시간이 지나도 자연스럽게 찾아 듣게 되고 따라 부르게 되고 마음에 남게 되는 그런 노래들이 좋은 것 같습니다.
 

Q.저한테는 쿨, 코요테, dj DOC 같은 댄스음악들이 그렇습니다. 이 노래들이 흘러나오면 마음속으로 따라 부르기도 하고, 노래를 듣던 그때가 떠올라서 좋습니다. (웃음)
 

남재섭: (웃음) 저는 특별히 그때의 댄스음악들을 즐겨듣진 않지만.. 노래가 나오면 저도 몇 개는 따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분들 노래가 좋은 노래들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좋은 노래들은 각자에게 다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너무 너무 동의합니다.
 

Q.재섭 씨의 이번 노래들도 앞서 말한 노래들처럼 누군가의 마음과 기억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네요.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앨범을 들으실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남재섭: 마음에 드는 노래가 딱 한 곡만이라도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근데 없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들어주세요. 이 긴 인터뷰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Q.앞으로 활동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남재섭: 없습니다. 아. 딱 하나. 건강하고 조용하게 살고 싶어요. 여러분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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