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한달 전부터 팔, 다리가 떨리고 걸음걸이가 나빠지셨어요. 혹시 파킨슨병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돼요.” “요즘 감기기운이 있어 식사를 잘 못하시더니, 오늘 아침에는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셨어요. 응급실로 가야 할까요?”
소화제를 장기간 과다 복용하면 손발이 떨리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감기라도 걸려 식사를 못하면 오랫동안 문제 없이 복용하던 이뇨제 계통 혈압약으로 인해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해 혼수상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모두 약물과 관련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흔히 생각하는 알레르기 반응과는 다르다. 정상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평소에 사용하는 약인데도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이상 증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노인은 젊은 환자에 비해 3배 가량 많은 양의 약을 처방 받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한국 노인의 약물 복용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평균 4.1개를 먹고 있고, 약 40%의 노인이 5개 이상을 복용하고 있다고 보고되었다(2017 노인실태조사).
너무 많은 종류의 약을 먹다 보면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리기도 하고, 더 먹기도 하고 덜 먹기도 한다. 제대로 된 용량을 복용하지 않아 적절한 치료 효과가 나오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고,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 또는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로 병원을 찾게 되었을 때, 약에 의한 문제라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파킨슨병이 생긴 것으로 오인하여 또 다른 약을 처방 받아 오히려 혹만 더 붙이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이런 경우 ‘다약제 복용’에 의한 문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약물요법은 노인의 급·만성 질환을 치료, 예방하는데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무작정 약을 쓰지 않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며, 성공적인 약물 치료를 위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약물과 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동반된 다른 질병, 기존에 투여 중인 다른 약물, 질병과 나이에 의한 생리적 변화, 약물을 적절히 투여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 노인에게 안전하게 약을 처방하기 위해 특별히 주의해야 할 약물 목록을 정리한 가이드라인으로는 미국 노인병학회에서 제정한 ‘Beer’s criteria’가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흔히 처방되는 53개의 약물이 주의해야 할 항목으로 기재되어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노인에게 주의할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를 통해 장기 지속형 벤조디아제핀 제제와 항콜린성이 강한 삼환계 항우울제를 포함한 주의 의약품을 선정하여 발표했고, 여러 국내 연구에서 한국 실정에 맞는 주의 약물 리스트를 제안하고 있다.
점차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많은 어르신들이 전보다 많이 건강해지고 질병 치료에도 발전이 있었지만 더불어 약의 사용도 무척 늘어나고 있다. 약을 제대로 알고 꼭 필요한 만큼 적절히 사용하여야 ‘독’이 아닌 건강을 지키는 ‘약’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알아두면 좋은 ‘약물과 음식’의 상호작용]
칼슘채널차단제의 기전을 가지는 혈압약은 자몽주스와 복용해서는 안 된다. 자몽주스에 포함된 성분이 칼슘채널차단제의 대사를 저해시켜 약효가 과도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항응고제 종류 중 하나인 와파린은 비타민K로 인해 약효가 저해될 수 있다. 비타민K의 함량이 많은 시금치와 캐일 같은 녹색채소, 콩 등을 한꺼번에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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