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우밍이 지음·허유영 옮김 |알마 | 248쪽 | 1만3000원

왜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중화상창’. 1961년 대만의 타이베이에 지어진 상가 건물. ‘충, 효, 인, 애, 신, 의, 화, 평’이라고 이름 붙여진 여덟 개 동의 건물엔 갖가지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이 있었다. 건물들이 육교를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어 장사꾼들은 이리저리 오갈 수 있었단다. 1992년 철거돼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그곳을 다른 나라에 사는 우리는 ‘추억’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소설집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속 10편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그곳이 그리워지는 느낌이 든다. 본 적 없는 것을 상상하게 하고, 이야기의 주인공인 양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일은 좋은 소설의 특징일 것이다.

이야기 속 기억의 매개는 육교와 마술사다. 그 시절 사람들은 육교를 통해 상가와 상가를 넘나들며 서로의 삶에 추억을 남겼다. 좁쌀죽 가게 아들이었던 톰은 육교 넘어 다른 상가의 철물점 가게 아들이었던 마크와 단짝으로 지냈다.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만난 이들은 과거를 떠올리며 마술사를 생각한다(‘99층’ 내용 중).

육교 위에서 아이들에게 ‘신기한 주사위’나 ‘성냥을 끝없이 뱉어내는 성냥갑’을 팔던 마술사는 10편의 이야기에 아련함과 환상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맡은 듯 보인다. 각기 다른 인생의 여정을 걸었던 이들은 어른이 되어 기억 속의 마술사와 함께 자신의 내밀한 상처를 꺼내본다.

쌍둥이 형의 죽음과 언제나 뒤돌아선 모습으로 머릿속에 남았던 아버지는 왜 남자가 코끼리 탈을 써야만 보이는 것인지(‘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내용 중). 그 시절, 형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로 아이를 놀라게 하던 마술사에게 물어볼 수 있을까.

섬세하고 따뜻한 문장과 삶의 비밀을 담고 있는 듯한 비유들이 기억에 남는 책이다. 대만 작가 우밍이의 첫 한국어판 소설집이다. 그는 <자전거 도둑>으로 한강 작가와 함께 2018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

왜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중국 문학계에서 이름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러 접하긴 했지만 요즘처럼 대만 문학에 대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흔한 현상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읽은 책도 그렇고 지금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도 바로 우리나라 작가 한강이 탔던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  후보에 오른  작가란 말에 이끌려서였다.

동양 아시아 문학, 특히 아시아 소설의 관심이 대두되는 영향도  커진다고 볼 때 반가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뭣보다 이 작가가 그린 작품의 세계, 잘 읽지 않는 단편집 수록이란 점에 관심이 더욱 갔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은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세운상가를 연상시킨다.

배경 장소인 중화상창은 1961년에 지어진 대만의 대표적인 건물로써 1992년에 철거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장소를 중심으로 총 10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야기의 분위기는 마치 옛날 옛적 ~ 하는 느낌의 지난 이야기들, 이 건물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 그중에서 이들 모두를 만났던 마술사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그린다.

마술사가 등장하고 그 마술을 구경하는 관객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책 제목인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와 ‘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란 내용이다.

햇빛,,, 은 어린 시절 사이좋지 않은 아버지를 둔 까마귀란 남자를 만난 여성이 이야기를 펼치는 것으로 아르바이트로 코끼리 옷을 입고 풍선을 나눠주는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길 위에 코끼리가 서 있는 것을 보는 진행으로 이어지는,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마술에 힘에 의해 어떤 상상의 그림처럼 보인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 란 작품은 아버지가 들려준 어린 시절의 회상, 즉 열쇠와 자물쇠의 관계가 인상 깊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마치 우리들이 살았던 이전의 어느 한 시절을 연상하게 해 보는 마법 같은 기분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우리도 한때 어려운 시기를 겪고 성장의 가속을 높이면서 어느 한 부분이 노쇠하고 쇠락해가면서 또 다른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것들과의 조화를 통해 새롭게 도약하듯이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중화상창 또한 타이베이 사람들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향수를 자극하는 글이 아닌가 싶었다.

한 소년의 회상을 통해 과거를 소환해내고 그 시절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엮으면서 여기에 마술 같은 분위기를 풍겨 그려낸 이야기들은 어느 특정한 사건이 아니어도 누구나 한 시절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사는 장소가 달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는 어느 한순간의 이야기들, 타이베이의 중화상창으로 대표되는 중국 소설의 또 다른 감각을 느껴보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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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최초로 2018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작가 우밍이 그의 첫 한국어판 소설집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는 대만을 대표하는 작가 우밍이의 첫 한국어판 소설집으로 상가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인간 군상들을 통해 생명력 가득한 80년대 타이베이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책에는 타이베이의 랜드마크로 불리다 1992년 사라진 상가 건물 ‘중화상창’을 배경으로 한 열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우밍이는 2018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었는데 후보 13명 중 아시아 작가는 한강과 우밍이 단 둘뿐이다. 우밍이는 대만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으며 이를 계기로 자신이 세계적인 작가임을 입증했다. 그의 책은 이미 9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서 우밍이의 작품은 에세이 한 권이 번역되어 나왔을 뿐, 소설은 정식 출간된 바 없었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를 통해 그의 소설이 처음 한국어로 번역돼 독자들과 만난다. 잔잔하고 따뜻한 필치와 몽환적 상상력으로 탄생시킨 열 편의 이야기는 청춘 시절의 빛과 어둠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중화상창에 살았던 아이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비밀스럽게 털어놓고 그 성장통을 돌아보며 새로운 삶의 희망을 발견한다. 한마디로 마법 같은 책이다. 우리는 그의 선량하고 너그러운 눈을 통해 그 시대와 그 시절의 생활상을 회고하고 타인과 우리 자신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_커위펀(작가, 대만국립정치대학 신문학과 부교수)

목차

육교 위의 마술사
99층
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조니 리버스
금붕어

탕씨 아저씨의 양복점
물처럼 흐르는 빛
자귀나무 아래의 마술사
추천의 글

책속으로

중화상창中華商場은 총 여덟 동이었고 각각의 동은 충忠, 효孝, 인仁, 애愛, 신信, 의義, 화和, 평平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우리 집은 애동과 신동 사이에 있었다. 애동과 신동 사이에도 육교가 있었고, 애동과 인동 사이에도 육교가 있었다. 나는 애동과 신동 사이에 있는 육교를 좋아했다. 그 육교가 더 길었기 때문이다. 육교의 다른 쪽 끝이 번화가인 시먼딩西門町과 연결되어 있어 육교 위에 온갖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스크림, 아동복, 샤오빙燒?, 와코루 속옷, 금붕어, 거북이, 자라, 심지어 ‘바다스님’이라는 이름의 파란 게를 파는 노점상도 있었다. _10쪽, <육교 위의 마술사>맞은편 남자는 분필로 바닥에 둥근 반원을 그려놓고는 그 안에 검은 깔개를 펼치고 물건들을 하나씩 늘어놓았다. 처음에는 그가 무얼 팔러 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포커, 쇠고리, 이상하게 생긴 공책 등등…. 누나에게 들으니 그 남자가 파는 것이 마술 도구라고 했다. 맙소사, 마술 도구를 판다고? 내 좌판의 맞은편에 마술 도구를 파는 사람이 있다니! “아냐. 난 마술사야.” 남자는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 물건들을 어디서 떼어 오느냐고 묻자 그는 “내 마술은 전부 진짜야”라고 말했다. 그가 제 짝이 아닌 듯 각기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도마뱀을 닮은 눈으로 나를 힐긋 쳐다보자 저절로 뒷덜미가 선득해졌다. _12쪽, <육교 위의 마술사>“그 전날 밤에는 옥상에 숨어 있었는데 내가 혼자 있는 걸 보고 마술사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어. 왜 그랬는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 얘기를 그 사람한테 다 털어놨어. 그랬더니 그 사람이 그러더라. 정말로 아무도 찾지 못하게 숨어버리고 싶으면 그 변소 칸에 가서 99층 버튼을 누르라고.” _51~52쪽, <99층>나는 그녀의 눈, 옆모습은 물론 그녀 몸의 다른 곳에도 매료되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것이 나의 첫사랑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페이페이 방의 열쇠는 복제하지 않았다. 설령 열쇠를 복제하기만 하고 그 열쇠로 몰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건 나쁜 짓이었다. 페이페이 방의 열쇠는 오직 그녀만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_79~80쪽, <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내 눈에 띄었다는 걸 알고 급하게 떠나버린 남자의 뒷모습이 우리 아빠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니, 그때 나는 그가 아빠라는 걸 확신했어. 어릴 적 아빠는 엄마와 싸울 때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매몰차게 몸을 돌려 나가버렸지. 그러다가 우리 둘만 남아 서로 대화를 하지 않게 된 후로 아빠는 나만 보면 불가사의할 만큼 단호하게 몸을 돌려 자리를 피했어. 그래서 얼굴을 보지 않고 뒷모습만으로도 아빠를 알아볼 수 있었지. 가끔은 얼굴을 보지 않을 때 상대의 슬픔을 더 분명하게 느낄 수가 있어. 사람의 뒷모습은 앞모습보다 더 슬프고, 사람의 걸음은 눈빛보다 더 슬픈 법이지.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어. _100쪽.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이상하게도 그 후 얼마 동안 코끼리 분장을 할 때마다 만약 내 생활에 다시 개입한다면 거부하고 싶은 먼 기억
속 사람들이 자꾸만 내 앞에 나타났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주산 대회에서 내게 큰 상처를 주었던 수학 선생님, 고등학교 때 몰래 짝사랑했던 여대생, 초등학교 때 육교에 있던 그 추레한 행색의 마술사…. 내가 그렇게 많은 일들을 기억하고 있는줄은 나도 몰랐어. 잘라도 계속 또 자라는 머리카락처럼 자질구레한 일들을 말이야. 넌 그게 다 어디에 숨겨져 있었는지 생각도 못할 거야. _100~101쪽,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한번은 아허우가 양복점 앞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데 안경점 안에 있던 샤오란 누나가 밖으로 나와 치러우에 앉았다. 그녀의 시선은 안경점 안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몇 초마다 한 번씩 아허우가 있는 쪽을 흘끔거렸다. 나는 별안간 밀려난 기분이 들었다. 열한 살짜리 소년은 열아홉 살 남자와 경쟁할 수 없었다. 굴욕감이 나를 덮쳤다.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굴욕감이었다. 적어도 그 나이의 나는 그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_117쪽, <조니 리버스>탕씨 아저씨의 양복점에는 다양한 색깔의 양복천이 있었지. 옷감 두루마리를 줄지어 세워놓았는데 각 옷감마다 작은 비닐 상표가 붙어 있었어. 제조사에 따라 디자인과 영어 글씨가 모두 달랐는데 우리 동 애들은 누가 더 희귀하고 근사한 상표를 모으는지 경쟁을 했어. 학교에 다녀오다가 탕씨 아저씨의 양복점 안을 휘 한 바퀴 돌며 아저씨에게 새 상표가 있느냐고 물었지. 하지만 새로 풀린 옷감이 없는 날에는 새로운 상표도 없었어. 흔치 않은 상표일수록 점수가 높았어. _190쪽, <탕씨 아저씨의 양복점>아카가 귀국했을 때 중화상창은 이미 철거되고 없었어요. 중화상창의 마지막을 사진으?

출판사 서평

대만 작가 최초로 2018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우밍이.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집대만을 대표하는 작가 우밍이의 대표작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가 알마에서 출간됐다. 우밍이는 2018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작가로, 함께 선정된 13명의 소설가 가운데 아시아 작가는 우밍이와 한강 단둘뿐이다. 우밍이는 대만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 수상 후보에 오름으로써 대만을 넘어 세계적인 작가임을 입증했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는 상가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인간 군상들을 통해 생명력 가득한 80년대 타이베이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책에는 타이베이의 랜드마크로 불리다 1992년에 철거된 상가 건물 ‘중화상창’을 배경으로 잔잔하고 따뜻한 필치와 몽환적 상상력으로 탄생시킨 열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몇 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중화상창에 대한 기억을 작가가 섬세한 필치로 소환한 각 이야기는 소시민이 겪었던 시대와 당시의 사회상을 회상하고 그들의 애환을 들려준다.
독자들은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를 읽으며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비밀스럽게 털어놓고 그 성장통을 돌아보는 각 이야기의 화자들을 통해 새로운 삶의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삶의 터전에서 전해지는 진한 생명력《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속 인물들의 삶의 터전인 상가 건물 중화상창은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였으며 당시 그 주변은 타이베이 최대의 번화가였다. 그러나 책에서 번화가의 화려함이나 어두운 이면은 찾아볼 수 없다.
저자는 중화상창을 삶의 터전으로 해석한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속 중화상창에는 온갖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이 모여 있을 만큼 경제 활동이 활발하다. 그곳에서는 이웃 간의 정도 느낄 수 있다. 상가 사람들은 가출한 아들을 찾아다니는 부모를 대신해 가게를 봐주기도 하고, 딸의 죽음으로 절망감에 빠져 있는 아버지를 집 밖으로 불러내려 애쓰기도 한다. 상가에서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화재로 가족을 잃은 아이가 이모네 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새와 고양이의 생명을 내 목숨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이렇듯 충실하게 묘사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80년대 타이베이 번화가의 생활상이 눈 앞에 펼쳐지고, 중화상창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소설 속 인물들의 생활반경은 철저히 상가 안에 한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장치를 통해 저자는 더욱 밀도 있게 상가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내고 독자들은 충실하게 복원된 생활상을 보며 진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작가 커위펀은 “우밍이는 시간을 소환하고 물건에 생명을 부여해 감정의 조각들을 이어 붙임으로써 생명력이 넘치는 인물들을 탄생시켰다. 또한 그들에게 미묘한 기복과 농밀한 감정을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사라진 타이베이의 랜드마크 ‘중화상창(中華商場)’소설의 배경인 중화상창은 1961년에 지어진 대만 타이베이의 상가 건물로, 우리나라의 세운상가를 연상시키는 장소다. 각 동은 충忠, 효孝, 인仁, 애愛, 신信, 의義, 화和, 평平으로 이름 붙여졌다. 3층짜리 상가 여덟 동 사이를 다리로 연결해 차도를 건너지 않아도 각 동을 오갈 수가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중화상창을 중심으로 타이베이 최대의 번화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도시 재개발, 지하철 건설 등으로 인해 1992년에 철거되었다.
중화상창은 30년 동안 타이베이를 지키며 사람들과 한 세대를 함께했다. 최신 유행 음악과 전자제품이 곰팡내 나는 헌책방, 구둣방과 공존했던 이 공간은 이름만으로 타이베이에 대한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옛 열차들은 타이베이에 진입하기 전, 구도심을 지나 중화상창 뒤편으로 달렸다. 중화상창은 타지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접하는 타이베이의 일상이기도 했다.
소설 내에서 중화상창에 대한 회상은 사라진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나 과거에 대한 아련함에 그치지 않는다. 중화상창은 오히려 유년 시절의 가난한 삶과 사랑의 실패,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이 아로새겨진 공간이다. 그러나 작품 속 인물들은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며 상처와 상실이라는 흉터를 어루만진다.
수많은 추억을 간직한 채 사라져 네 글자로만 남은 중화상창은 이제 그 속에 담긴 희로애락을 하나하나 들려준다. 독자들은 이 아홉 편의 성장 스토리 속 주인공과 함께 마치 햇빛이 어른거리는 길을 걷는 듯한 따스한 여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코끼리 옷 속에서 마주하는 과거의 나표제작이기도 한 단편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는 코끼리 인형을 입고 아동복 매장 앞에서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주는 일을 하는 ‘나’의 이야기다. 코끼리 옷을 입은 나는 흡사 술래잡기를 하며 숨어서 술래를 기다릴 때 아래쪽 틈새로 조금 보이는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시야를 갖게 된다. 아이들은 보이지만 어른은 하반신밖에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나는 코끼리 옷 때문에 사람의 모습을 잃은 자신의 모습이 꼭 투명 인간 같다는 생각을 하고, 투명 인간이 되는 주문을 함께 외우던 형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길 건너편에서 코끼리 옷을 입은 나를 지켜보다 황급히 떠난 남자가 아버지임을 확신한 뒤로는 코끼리 분장을 할 때마다, 거부하고 싶었던 먼 기억 속 사람들과 마주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육교에서 마술 도구를 팔던 마술사가 그중 한 명이다. 마술사는 내게서 풍선을 받아 들고는 곧 하늘로 날려버린다. 나는 마술사의 행동을 보고 마술사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곧, 죽은 형과의 마지막 추억을 떠올린다. 마술사의 마술 공연에 형과 함께 참여했던 일을.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에서 마술사는, 각 단편에서 인물들의 삶의 변곡점에 자리한다. 어릴 적 가출한 내게 오래도록 숨을 곳을 알려주기도 하고(〈99층〉), 손님들의 열쇠를 몰래 복제해놓고 있던 내 앞에서 열쇠를 복제하는 마술을 선보이기도 하며(〈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연애의 큐피드 역할을 하던 내 편지를 이유 없이 빼앗았다가 바로 돌려주기도 한다(〈조니 리버스〉). 그러나 마술사는 인물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지는 않는다. 단지 작품 속 화자인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의미심장한 말을 던질 뿐이다. 그런데 명확한 의미를 알 수 없었던 마술사의 행동들은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매개가 되고, 이를 통해 인물들은 유년의 상처, 상실의 아픔, 숨겨왔던 비밀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인물들은 독백과도 같은 고백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의 전기를 맞게 된다. 이렇듯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에서 마술사는 단순한 과거 회상을 현재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래지향적 작업으로 이끄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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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저자우밍이
출판사알마
ISBN9791159921421 (1159921423)
쪽수248
출간일2018-04-03
사이즈131 * 214 * 22 mm /367g
목차 또는 책소개육교 위의 마술사
99층
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조니 리버스
금붕어

탕씨 아저씨의 양복점
물처럼 흐르는 빛
자귀나무 아래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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